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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의 생각 여행(13) 불의 계곡에서 새해 ‘성공의 길’을 생각하다 

 


▎미국 네바다주 ‘불의 계곡’ 주립공원 내에 있는 아틀라틀 바위(Atlatl Rock). 4000년 전에 새겨놓은 암각화를 볼 수 있다.
야호~ 새해가 밝아온다. 캘린더 한 장이 넘어갔을 뿐인데 해마다 새해를 맞을 때면 가슴속에 무언가가 요동치며 희망찬 한 해가 될 거란 기대가 커진다. 이는 아마도 인생을 살면서, 사회생활을 하고 경영을 하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공심(公心)과 사심(私心)의 경계가 인간의 본성과 감정 속에 매일 복잡하게 교차되면서 지난 한 해를 반성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새해에는 달라진 마음가짐으로 좀 더 발전하고자 하는 본능 때문이 아닐까? 2020년은 온 인류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재앙이 시작됐고, 미국의 혼란한 대통령 선거 정국도 경험했고, 국내에서도 경제와 정치적 혼란을 경험한, 정말 다사다난했던 해였다.

지난 한 해 동안 일어난 국내외 큰 뉴스들을 돌이켜보면, 대부분 기본을 지키지 않아서 초래된 현상이라는 생각이다. 연말연시를 맞아 인간의 네 가지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에 관한 『맹자(孟子)』의 사단(四端) 정신을 복기해보았다. 첫째,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애처롭게 여기는 마음이다. 둘째, 수오지심(羞惡之心)은 의롭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이다. 셋째, 사양지심(辭讓之心)은 겸손하여 남에게 사양할 줄 아는 마음이고, 마지막으로 시비지심(是非之心)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마음이다. 지난해 복잡했던 사회현상을 보며 인간이 갖고 있는 선한 본성인 사단 정신이 우리 사회의 기본 덕목으로 자리 잡고 사회생활에 적용될 기본 원칙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인간 본성인 사단 정신과 염치(廉恥)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대한 보루이기 때문이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한 해가 되자


▎암벽 등반과 트레킹을 하며 바위 위에 서 있는 등산객의 멋진 포즈.
2020년 1월 초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 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를 찾았다. 삼성, LG, 현대자동차 같은 한국의 선도 기업들이 혁신 기술을 선보인 자리였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 최대 박람회에서 단연 중심이 되어 괄목할 만한 전시에 나선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이틀 동안 거대한 규모의 박람회를 바쁘게 돌아보고 반나절 시간을 내 자동차로 약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불의 계곡(Valley of Fire)’ 주립공원을 방문했다. 불의 계곡은 황무지 사막에 있는 붉은빛의 사암이 햇빛에 반사돼 마치 불이 난 것처럼 보여 붙은 이름이다. 하이웨이를 달려서 불의 계곡에 들어서면 신비하게 생긴 각양각색 바위가 나타난다. 버스를 화이트돔 주차장에 멈추자 여행 가이드가 멋진 곳에서 사진을 찍고, 가볍게 트레일을 돌아도 된다고 안내했다. 너무나 특이하고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트레일 쪽으로 조금씩 이동해 나아갔다. 일행과 담소를 나누며 아름다운 트레일 코스를 계속 이어가자는 제안도 했다.

걸음을 잇다 보니 저 멀리 암벽 위에 평소 보기 힘든 야생 산양(山羊)이 나타나기도 했고, 코끼리처럼 생긴 바위가 나타나더니 비행기 창문이 나 있는 듯한 바위들도 보였다. 멋진 풍광을 카메라에 담으며 일행과 함께 한참을 걸었는데, 안내 표지판을 찾을 수 없어 불모지 한복판에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되돌아가는 길보다 그냥 직진해서 트레일을 찾아가는 것이 훨씬 감각적으로 가깝게 느껴졌다. 때마침 사람이 다닐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좁은 암벽 틈 사이로 트레킹 중인 외국인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그 협곡 사이로 가면 길이 나온다고 했다.

암벽으로 된 너무도 아름다운 협곡 사이를 사진을 촬영하며 걷고 또 모래 바닥이 있는 평지를 지났다. 너무도 신기한 풍광이 이어지는 협곡을 걷고 또 걸었지만 아무리 가도 목적지는 나타나질 않았다. 시간은 오후에 접어들어 사막의 해도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사막과 협곡 한가운데서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스쳐갔다. 발걸음을 재촉해 걷고 또 걸었다. 한참 후에야 운 좋게도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 도착했는데 이미 목적지에서 몇 킬로미터나 떨어진 지역이었다. 차량 통행도 거의 없는 곳에서 간신히 지나가는 외국인 차량을 붙잡고 사정하여 우리가 타고 온 버스와 연락이 닿았다.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해도 거의 진 상태였다. 다행히 무탈하게 추억을 남기고 귀환했지만 불의 계곡에서 조난당해 뉴스에 나올 뻔한 아슬아슬한 경험이었다.

개인의 인생, 나아가 기업과 국가 경영도 나침반과 통신수단 없이 사막을 걷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새해를 맞으며 한 해를 설계한다. 무엇이든 직관적으로 사안을 다루기보다는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해두어야만 예상치 않은 위기가 닥쳤을 때 관리가 가능하다는 평범한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신비한 불의 계곡을 다시 찾아 트레일 안내자와 함께 며칠을 더 트레킹하고 싶다.

삶을 성공으로 이끄는 세 가지 비결


▎‘불의 계곡’을 트레킹하며 기암괴석의 풍광을 볼 수 있는 협곡
새해를 맞아 재미있으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를 떠올려본다. 중국 쿵푸 영화는 대개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고수들의 비법을 중요한 줄거리로 다룬다. 이를 터득하면 천하무적의 내공으로 무림을 제패할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인생이나 기업 경영을 항상 성공으로 이끄는 비결은 무엇일까를 혼자 생각하고 주변 지인들과 토론도 해보았다. 그러면서 알고 터득하면 반드시 승리하고 성공하는 나름의 비결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마다 메모해보았다. 정리를 하다 보니 지금까지 21개 항목을 적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비결을 정리한 후에 마지막에는 소수의 진짜 비법으로 요약해볼 예정이다. 전체 항목 중 5개 항목의 앞에 ‘Self(스스로, 자발적으로)’가 들어가고, 그중 하나에 가장 중요한 1번 비법이 포함되어 있다. 우선 세 가지 성공 비결을 정리해본다.

첫째, Self-Motivation(스스로 동기부여하기)이다. 오랜 기간 주변에서 성공한 사업가, 전문경영인, 교수, 법률가, 정치인, 외교관, 관료들을 관찰하면서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은 학창 시절 공부할 때나 사회 각 분야에서 일을 할 때 스스로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고 매사에 열정적으로 임한다. 부모님이나 상사가 무엇을 시키기 전에 스스로 동기를 세워 미래로 전진한다. 따라서 자녀나 임직원이 성공의 길로 들어서게 도울 수 있는 길은 그들이 스스로 깨달아서 자발적으로 동기부여를 할 때까지 부모나 상사가 코칭이나 멘토링을 하는 것이다. 왜 공부를 해야 하고, 일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깨달아서 매사에 임하는 자세는 극대화된 생산성을 창출한다. 최정상급 프로 가수들이나 스포츠맨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파이팅하며 땀 흘려 노력한 끝에 그 자리에 도달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성공적인 자리에 앉기 위해서는 남이 시키는 일만 해서는 불가능하다. 과외공부에 의존하는 학생이나 자발적으로 일하지 못하는 사회인은 큰 성공으로부터 멀어져갈 뿐이다.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열정적인 사람은 성공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Self-Learning(스스로 학습하기)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습관이 평생학습이다. 10여 년 전부터 매주 월요일 새벽에 방학도 거의 없이 동양 고전 공부를 하고 있다. 함께하는 학우들의 면면을 보면 크게 성공한 사업가나 사회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다. 누가 출석을 부르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하러 오라고 독려하는 것도 아닌데 결석이 거의 없다. 학구열과 탐구심 또한 대단하다. 『사서』는 물론이고 『노자』와 『장자』도 몇 차례씩 되풀이해 공부한다. 『사기열전』, 『주역』, 『심경』, 『근사록』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학습한다. 가끔 생각해본다. 저토록 큰 잠재력을 가진 사업가가 왜 이 새벽에 나와 공부할까? 법원장도 하고 검사장도 하며 명예를 얻은 변호사가 왜 새벽에 쉼 없이 공부할까?

지난 50여 년 동안 능률협회는 매월 새벽 조찬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경제계를 이끄는 500여 명의 CEO와 임원들이 새벽 6시 30분경이 되면 조찬 장소에 모인다. 참석자들 중에는 몇십 년째 빠지지 않는 70대 중후반과 80대 경영자도 보인다. ‘인사이드 빌스 브레인(Inside Bill’s Brain: Decoding Bill Gates)’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니 세계 최대 부자인 빌 게이츠의 독서량도 대단하다. 이렇듯 성공한 사람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수양하고 주위에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 평생학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경영을 하며 학습을 게을리해 발전하지 못하는 임직원을 볼 때마다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했다. 스스로 하는 평생학습은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4000년 전 ‘불의 계곡’ 지역에 살았던 고대 원주민들의 생활양식을 반영한 암각화. 아직도 의미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셋째, Self-Discipline(스스로 규율 갖기)이다.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박찬호 선수나 이승엽 선수를 만나보면 자기 절제 능력이 대단하다. 이 선수는 자서전 『나. 36. 이승엽』에서 젊은 시절 술 모임에 가고 여러 가지 사회활동도 하고 싶은 유혹이 있었지만 거의 참여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연습을 했다고 기술했다. 자기 규율을 스스로 만들고 지킨 결과 이승엽이라는 이름은 야구 역사에 길이 남는 성공의 표본이 됐다. 필자의 어린 시절 친구 중에는 이름난 부잣집 아들이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과도한 음주로 인해서 젊은 나이에 타계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성공했던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규율을 갖지 못해서 실패한 경우도 있고, 젊을 때부터 자기 규율과 훈련, 수양이 부족하여 성공 대열에서 멀어져 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수많은 유혹을 물리치고 편안함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엄격한 규율을 적용하고 자기 훈련과 수양을 하는 것은 어려운 과정이지만 반드시 갖추지 않으면 안 되는 성공 비법이다. 필자는 육군사관학교 시절에 습득한 ‘스스로 규율 갖기’ 덕분에 30세에 뉴욕 현지 법인장을 시작으로 평생 동안 CEO로서 경영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힘들지만 젊은 시절에 자기 규율 훈련에 시간을 투자하면 평생 성공적인 삶과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 비결 세 가지를 요약하면 ‘스스로 동기부여하고, 스스로 학습하며, 스스로 자기 규율을 갖추는 것’이다. 무림을 제패할 또 다른 성공 비결도 기회가 될 때마다 이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새해에는 모든 이가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고 소망하시는 모든 것을 이루는 성공적인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 이강호 회장은… PMG, 프런티어 코리아 회장. 덴마크에서 창립한 세계 최대 펌프제조기업 그런포스의 한국법인 CEO 등 37년간 글로벌 기업의 CEO로 활동해왔다. 2014년 PI 인성경영 및 HR 컨설팅 회사인 PMG를 창립했다. 연세대학교와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다수 기업체, 2세 경영자 및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영과 리더십 코칭을 하고 있다. 은탑산업훈장과 덴마크왕실훈장을 수훈했다.

202101호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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