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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호 VMware 코리아 대표 

클라우드 혁신기업이 앞당긴 미래 

2007년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VMware. 딱 두 해 말고는 연 매출 성장률이 10% 이하로 떨어져 본 적이 없는 회사다. 전 세계 5000여 개 기업이 VMware 기반의 데이터센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VMware는 이제 클라우드란 거대한 변화를 품으려 한다.

▎전인호 VMware 코리아 대표는 “VMware는 타사 클라우드 서비스와 혼용할 수 있는 에코시스템으로 경쟁력을 갖는다”라며 “많은 IT기업과 경쟁이 아닌 협업하는 유연한 인프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VMware는 가상머신(Virtual Machine) 본연의 뜻을 딴 가상화 소프트웨어 회사다. 가상머신의 사전적 의미는 ‘컴퓨터 환경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소프트웨어’다. 닌텐도 콘솔게임을 일반 PC에서 구현하게 만들어준 프로그램 에뮬레이터도 일종의 가상머신이다. 기업은 실제 물리적인 PC 위에 가상으로 여러 대 PC를 구동해 사용한다. 이게 서버로 이어지고, 관리하는 소프트웨어가 나왔다. 데이터센터가 대규모로 커지고 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레 클라우드 시대가 왔다.

VMware는 기존 시장에 존재하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하는 ‘가상화’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애플리케이션 현대화, 멀티 클라우드, 버추얼 클라우드 네트워크, 디지털 워크스페이스, 내재적 보안 등 다섯 가지 부문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VMware도 ‘서버 가상화’에만 안주한 건 아니다. 8년 전부터 데이터센터 자체를 가상화하는 기술인 SDDC(Software Defined Data Center) 사업에 나서며 자연스럽게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인수합병(M&A)으로 클라우드 경쟁력을 더 키웠다. 보안업체 카본블랙, 클라우드 서비스형 플랫폼(PaaS) 업체 피보탈을 인수했고,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일반인 입장에서 VMware를 이해하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VMware는 IT 생활 전반에서 토대나 다름없습니다. 세계 최대 서버 가상화 기업인 우리와 연이 닿지 않은 기업이 없을 정도니까요. 이제 우리는 기업 데이터센터를 가상화하는 기술로 클라우드 사업을 하면서 삼성SDS, KT, 네이버 클라우드 등과 손잡았습니다. AWS, MS, 구글 등과 협업관계를 구축하고 사업 확장에 나섰죠.”

지난해 12월 3일 서울 강남구 VMware 사무실에서 만난 전인호 VMware 코리아 대표는 지금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경쟁’에서 ‘협업’을 택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 그는 “VMware는 타사 클라우드 서비스도 얼마든지 혼용할 수 있는 에코시스템을 추구한다”며 “타사 서비스와 호환성, 정책, 보안 이슈에서 서로 충돌이 나지 않게 노력하면서 VMware는 유연한 인프라라는 걸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유연함을 강조하기 위해 ‘협업’을 택하지는 않는다. 코로나19 이후 기업들 업무 환경이 완전히 달라지면서 클라우드 시장에서 경쟁보다 상생으로 시장을 키운 쪽이 더 유리해 보인다. 실제 기업의 IT 인프라 구축에서 과거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를 구매해 설치하는 데 막대한 예산을 썼다면, 이제는 기업들이 계열사마다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 인프라 위에 올린 애플리케이션으로 모든 IT기기를 연결해야 하는 세상이 도래했다.

코로나19로 변화는 더 빨라졌다. “IT 기업들은 미래가 9년 정도 앞당겨졌다고 한다”고 말한 전 대표는 “코로나19 초기에는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이어가는 것에 초점을 뒀지만, 이제는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클라우드 시장의 경우 서비스가 세분화되고, 인프라 사업자 간 공유가 크게 늘면서 보안 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VMware는 ‘보안’도 한국 시장 공략의 한 축으로 삼았다.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를 품으려면 단연 ‘보안’이 앞서야 한다. 보안 솔루션만 파는 게 아니라 기업의 시스템에 보안을 내재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VMware가 ‘내재적 보안’이란 개념을 강조하는 이유다. 전 대표도 “기존의 보안은 네트워크를 막으면 됐지만, 이제는 퍼블릭 클라우드상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등으로 하는 비정형적 업무가 늘었다”며 “여기서 앱과 데이터를 보호하는 내재적 보안이 나오는데 보안을 운영체계(OS)에 올리는 게 아니라 인프라에 탑재해 공격을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 세계 10대 은행을 포함해 다임러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과 한국의 주요 고객사도 단연 VMware의 보안 기술을 추켜세운다.

변화한 네트워크 환경도 VMware의 진화를 이끌었다. 전 대표는 “기존 네트워크 환경에선 업무 트래픽이 본사 데이터센터를 거쳐 DMZ(내외부 서비스 연결을 제어하는 경계망), 방화벽, 퍼블릭 클라우드를 거쳐 외부 서비스 서버로 이동하는 등 단계가 복잡했다”며 “VMware가 보는 ‘모던 네트워크’에서는 방화벽이나 IPS, IBS 등 보안 장비를 전 세계 PoP(소규모 데이터센터)를 통해 배포하면서 통합해버린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VMware는 인텔, 펜산도시스템즈, 엔비디아와 손잡고 CPU, GPU, DPU, FPGA, 플래시 메모리까지 얹은 스마트 NIC(네트워크 인터페이스 카드)를 탑재한 미래형 서버 컴퓨팅 플랫폼까지 넘보고 있다.

전 대표는 이런 세상을 좀 더 빨리 예견했다. 그는 1990년 한국휴렛팩커드에 입사해 엔터프라이즈 서버, 스토리지 및 네트워크 사업부를 이끌며, 아태지역 부사장까지 올랐던 30년 경력의 IT 전문가다. 이 ‘관록’ 덕분에 그는 2017년 VMware코리아 대표에 취임했고, 당시부터 고객이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필요한 디지털 기반을 강조할 수 있었다.

올해도 VMware의 사업 전략은 ‘협업’이다. 전인호 VMware 코리아 대표는 “AWS,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주요 클라우드 기업과 협력해 기업 자체 데이터 센터와 퍼블릭 클라우드를 단일 인프라처럼 쓰도록 지원할 예정”이라며 “VMware는 쿠버네티스(애플리케이션 개발·테스트하는 ‘컨테이너’ 관리용 오픈소스 플랫폼) 환경에서 최신 앱에 통합적인 관리를 제공하는 VMware Tanzu 포트폴리오로 기업들의 민첩한 IT 현대화를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202101호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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