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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 뉴딜이 일으킨 서산의 기적 

“명품 특산물 ‘서산해품감태’가 해외 수출과 일자리 열었다” 

감태 채취가 가내수공업에서 현대화된 가공시설로 탈바꿈한 건 불과 1년이 안 된 이야기다. 감태는 어촌 소득을 단 6년 만에 40배 이상 올렸고, 중왕마을에서만 새로운 일자리를 10개 이상 창출했다. 박현규 서산 중왕어촌계장은 이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박현규 서산 중왕어촌계장.
“충남 서산은 천연 갯벌에서 생산되는 감태의 국내 최대 생산지입니다. 호미로 밭을 매듯 갯벌에 달라붙어 손으로 뜯어야 해서 ‘맨다’고들 합니다. 매고, 씻고, 발에 뜨고, 말리는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집니다. 막 채취한 감태는 세척한 뒤에도 한 장 한 장 수작업을 거쳐 깨끗한 건조기에서 말립니다. 김보다는 다소 비싸지만 요오드, 철분 등 미네랄과 식이섬유, 비타민C 등이 풍부하며, 불면증 개선, 강력한 항산화 효능이 있는 프리미엄 식품이지요.”

지난 11월 27일 중왕마을 어촌체험마을에서 만난 박현규(51) 해품감태영어조합법인 대표 겸 중왕항 어촌계장이 감태(가시파래)를 소개했다. 해품감태영어조합법인은 지난 2019년 하반기에 설립되어 감태를 생산·가공·판매하고 있는 업체다. 마을 앞 깨끗한 갯벌에서 자생하는 감태를 활용한 6차산업화 가공공장이다. 중왕어촌계에서 30% 출자했다. 박 대표는 현재 해양수산부 어촌뉴딜300 자문위원, 서산시 어촌계장협의회장, 전국어촌체험마을연합회 부회장 등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중왕어촌마을은 2016년 해양수산부에서 주관하는 6차산업화 시범마을로 선정된 뒤 생산·가공 시설을 갖추고, ‘서산해품 감태’란 브랜드로 가공식품 판매를 시작했다. 6차산업화란 생산, 가공, 유통, 관광, 서비스업을 융합·연계하는 것을 뜻한다.

2019년까지 총 16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지금의 공장을 건립하고, 상품 브랜드·포장 디자인 개발과 마을 주민 역량강화 교육, 컨설팅 등을 추진했다. “생산시설 자동화가 이뤄지며 대량생산 판매 시스템을 구축했고 식품위생관리(HACCP) 인증으로 소비자 식품위생 안전성도 확보했지요.”

감태 가공품은 감태를 조미 김처럼 가정에서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잘라 소포장한 제품이다. 이 시설 덕에 과거 공력이 많이 들던 가내수공업 형태에서 벗어나게 됐다. 현재 서산 어민들은 현대화된 시설에서 감태를 생산, 포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호주, 뉴질랜드 수출길도 열린 상황이다. 지난 5월부터 호주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호주 교민 측 문의가 많아지면서 감태 가공품은 이제 매달 5톤씩 수출하고 있습니다.” 박현규 대표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국내 판매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마을 방문객을 대상으로 공장 견학, 시식 등 상품 판매를 하며 마을 주민 소득 증대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특히 어촌뉴딜300사업 이후 감태로 얻은 소득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4년 이전 약 3000만원에 불과하던 감태 판매 소득은 2020년 13억원에 이른다. 약 40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연간 생산량은 중왕어촌계에서만 1만3000톤이다. 이런 성과에는 박현규 대표의 추진력이 뒷받침됐다.

어부의 아들로 태어난 박현규 대표는 20대에 서울로 떠나 30대에 바다가 그리워서 돌아온 귀어인이다. 가두리양식을 시작했던 그는 2012년 중왕어촌계장에 선출되며 변화를 이끌었다. 그는 “중왕어촌계의 가장 큰 현안은 고령화”라며 “젊은 어촌을 만들기 위해 귀어인 유입을 위해 노력하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중왕어촌계에서 하는 일은 어촌체험, 특산물 가공, 바지락 공동작업, 축제 등이다. 박현규 대표가 계획한 모든 일이 현실화됐다. 2014년부터 어촌체험마을을 운영하며 일반인에게 어촌을 알릴 수 있는 체험과 관광을 접목했다. “활기찬 마을, 관광어촌, 어린이가 찾아오는 마을로 바꾸어보고 싶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어요. 감태를 아는 사람은 100명 중 2명 정도이니까요.”

젊은 귀어인 유입을 위한 박현규 대표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서산시가 20억원을 들인 청년수산학교는 내년에 건립된다. 또 곧 조성될 항포구정비(19억원)와 감태 특화거리(18억원)도 중왕어촌계의 분위기를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 “해품 감태 특화거리가 조성되면 관광객들을 위한 전통어업 체험, 감태 뜨기 체험, 특산물 요리 만들기, 1박 2일 어촌체험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박 대표가 덧붙였다. “앞으로 3년 내 연 매출 30억원이 목표입니다. 소득만 목표는 아닙니다. 일시적인 귀어정책 효과에 그치지 않기 위해 지속적으로 중왕마을의 매력을 알려 어촌에 활기를 더하고 싶습니다.”

충남 서산의 주요 어촌사업
낙후된 마을은 어느새 매력적인 관광지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감태가 생산되는 충남 서산 중왕마을은 서산 5대 청정 갯벌 중 하나인 가로림만에 자리한 어촌마을이다. 해양수산부의 어촌뉴딜300사업에 선정되며 활기를 찾고 있다. 특히 중왕마을이 자리한 갯벌 일대인 가로림만은 서산시의 해양정원 조성사업과도 맞물려 해양자원을 활용한 관광지로 부상할 예정이다.




※ 중왕항 어촌뉴딜300사업 개요
목적: 낙후된 어촌ㆍ어항을 연계ㆍ통합해 접근성과 정주여건 개선, 수산ㆍ관광 등 산업발전, 주민역량 강화 등을 통해 어촌지역의 활력 도모
위치: 충청남도 서산시 지곡면 중왕리 중왕항
총사업비: 76억원(국비 70%, 도비 9%, 시비 21%) 주요내용: 어항시설 정비, 청년수산학교 신축, 특화거리 조성, 전통어업복원시설 설치, 수산물판매시설 설치, 진입도로 경관 개선, 지역역량 강화 등

※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사업 개요
면적: 159.85㎢(여의도 31배), 둘레: 162㎞
총사업비: 2448억원(국비 63.5%, 지방비 36.5%)
주요내용 [2021.~2025.]
- 환경보전: 해양정원센터, 점박이물범전시홍보관, 갯벌정원 등
- 관광거점: 해양문화예술섬, 등대정원 등
- 지역상생: 가로림만 생태탐방로, 화합의 다리 등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202101호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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