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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로 억만장자가 된 장인과 사위 

 

첨단기술은 차를 안전하게 또 운전하기 쉽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비용을 높여 사고나 고장이 발생했을 때 수리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여기, 그 기회를 포착해서 손상차량 온라인 경매를 누구보다 먼저 시작한 두 남자가 있다.
롱아일랜드 동부, 그러나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햄튼은 아니다. 철로와 자동차 수리점이 늘어선 옆에 광활하게 펼쳐진 39만2545㎡ 부지에서 지게차가 깔끔하게 구획된 폐차장을 누비고 다니며 낡아빠진 픽업트럭부터 새것이나 다름없는 로터스 쿠페 등 다양한 차량을 옮기는 중이다. 외견은 폐차장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폐차장과 다르다. 모든 것이 전자화되어 있다. 지게차 운전수는 태블릿 PC로 공유되는 꼼꼼한 시간표에 따라 작업을 진행한다. 살짝 낡은 BMW나 파손이 심한 도요타를 비롯해 모든 차량의 전면 유리창에는 디지털 숫자 코드가 붙어 있어 온라인으로 차량 식별과 재고 처리, 판매 장소 이동을 진행할 수 있다. 역시 온라인으로 차량을 낙찰받은 고객들은 폐차장 전면에 있는 땅딸막한 1층 건물에서 대기하다가 스마트폰에 저장한 QR코드를 스캔한 후 구매한 차량을 가져간다.

매끈하게 돌아가는 판매 시스템은 미국과 세계 전역에 퍼져 있는 코파트(Copart) 소유 243개 폐차장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댈러스에 본사를 둔 상장사 코파트는 손상차량 처리·재판매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여기서 손상차량이란 보험사가 손실로 상각 처리할 만큼 파손된 차량을 뜻한다. 코파트는 이런 차량을 인수해 처리하는 작업으로 돈을 받는다. 의뢰인은 대부분 보험회사지만, 렌터카 업체나 자동차 영업대리점, 개인도 간혹 있다. 인수한 손상차량은 온라인에서 경매를 통해 재판매되는데, 부품을 필요로 하는 차량 해체 업체나 이를 수리해서 재사용하려는 구매자들이 입찰에 참여한다. 재사용의 경우, 자동차 안전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해외 국가에서 많이 가져간다.

“기존에는 구두로 입찰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주먹구구식이었던 사업을 우리는 경매로만 연 매출 1000억 달러를 올리고 100%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사업으로 바꿔놓았습니다.” 애런 제이 어데어(Aaron Jay Adair, 51) 코파트 CEO가 말했다. 어데어 CEO와 그의 장인이자 창업주인 윌리스 J. 존슨(Willis J. Johnson, 73)을 상대로 한 인터뷰는 줌으로 진행됐다. 존슨이 “폐차장에 사람이 나갈 필요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경매라서 플로리다에 토네이도가 덮쳤다 해도 차는 아무 차질 없이 판매될 수 있습니다.”

수익성도 아주 좋다. 코파트는 7월에 마감되는 2020 회계연도에서 매출 22억 달러 중 순수입 7억 달러를 거두었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수익은 전년 대비 18% 상승했다. 2019년 1월 이후 코파트 주가가 150% 가까이 급등한 덕분에 어데어와 존슨은 둘 다 억만장자가 됐다. 코파트 지분 6%를 보유한 존슨의 추정 재산은 18억 달러이고, 어데어의 경우 11억 달러 재산의 대부분이 회사 지분 4%에서 나온 것이다.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 반대로, 자동차 사고를 줄여주는 첨단기술은 오히려 폐차장 사업에 큰 도움이 됐다. 범퍼에 장착되는 라이다 센서와 오토파일럿 덕분에 사고는 줄었을지 모르지만, 그 결과 자동차가 손상됐을 때 수리를 하느니 폐차를 시키겠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높아졌다. 폐차장에 들어오는 자동차의 상태가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기 때문에 재판매는 훨씬 수월해졌다. 신형 모델에 들어가는 첨단 장비들은 수리하기에는 가격이 아주 비싸(거나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량에 경미한 손상만 있어도 폐차를 결정하는 보험사가 많아졌다. 10년 전만 해도 손쉽게 수리할 수 있었던 가벼운 접촉사고 자동차가 지금은 폐차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된 차량의 경우 정면충돌하면 센서가 들어간 범퍼를 교체해야 한다. 그러면 비용이 전보다 5~6배 높아진다”고 시카고에 본사를 둔 투자은행 배링턴 리서치의 개리 프레스토피노 애널리스트가 말했다. “요즘은 차량에 들어가는 기술이 너무 많아서 비용이 계속 올라가는 중입니다.”

존슨은 1982년 캘리포니아주 발레이오에 있는 소규모 자동차 경매업체의 과반수 지분을 인수하면서 코파트를 창업했다. 1947년 오클라호마주 클린턴에서 태어난 존슨은 고등학교 졸업 6개월 후 베트남전쟁에 징집되어 참전했다가 전투 중 부상을 입어 20살에 미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존슨은 워싱턴주 스포캔에 있는 세이프웨이 식료품점에서 잠깐 일하다가 캘리포니아로 돌아와서 아버지의 폐차장에서 일을 도왔다. 그러고는 새크라멘토 외곽에 있는 폐차장을 인수해서 직접 운영했다. 이후 수년간은 아내, 세 자녀와 함께 폐차장에 있는 트레일러에서 살면서 자동차와 트럭을 해체하는 작업을 했다. 1982년에는 샌프란시스코 북동쪽에서 약 48㎞ 떨어진 베이에어리어에 인접한 발레이오의 자동차 경매장을 인수했고, 이후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더 많은 부지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는 1989년 당시 19살이었던 어데어를 매니저로 영입했다.

1991년 존슨은 빠르게 성장 중이던 회사를 상장하기로 결심했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최대 경쟁업체인 인슈어런스오토옥션(IAA)에서 상장을 계획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코파트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코파트는 3년 뒤 IPO를 진행했고, 존슨은 상장으로 들어온 자금을 모아 미 전역에서 고철 처리장을 계속 인수하기 시작했다.

폭발적 성장의 계기는 1998년에 찾아왔다. 코파트 사장으로 승진한 어데어가 회사의 첫 홈페이지를 개설한지 2년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 온라인 자동차 경매라는 새로운 사업 방식을 시작한 것이다.

어데어는 “과거에는 새로 차를 살 때 내가 살 차의 사진을 보지 못했다. 그걸 처음 시도한 게 우리”라고 말했다. “‘인터넷 입찰이 얼마나 성장할까요?’라는 질문을 받고 ‘우리 물량의 10%까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던 게 기억납니다. 그런데 2003년이 되자 온라인이 100%를 차지하게 됐죠.”

같은 해, 어데어와 존슨은 대면 입찰을 완전히 없애고 코파트 폐차장에 들어온 모든 차량을 전 세계 입찰자에게 공개하기 시작했다. 7년이 지난 2010년, CEO 직에서 내려온 존슨은 사위가 된 어데어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CEO로 취임한 어데어는 브라질과 유럽, 중동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해외 다수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기술적 우위를 갖춘 코파트는 IAA와 양분했던 시장에서 “독보적 우위를 갖기 시작했다”고 베어드(Baird) 소속 애널리스트 크레이크 케니슨이 말했다. 놀랍게도 IAA는 2015년이 되어서야 온라인 경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코파트가 온라인 경매를 시작하고 12년 만이다. “코파트는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손상 차량에 관심을 가진 엄청난 수의 구매자와 만날 수 있었다”고 케니슨은 말했다. “지금은 글로벌 무대에 오른 만큼, 말 그대로 전 세계 곳곳에서 구매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어데어는 코파트가 “불황과 팬데믹에도 끄떡없는” 사업 구조를 가졌다고 강조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잠재 구매객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중고차 가격이 하락한 적이 있다. 그런데 중고차 가격이 하락하면서 보험사들이 파손 정도가 경미한 자동차를 상각하고 폐기처분하는 비용 또한 크게 낮아졌다. 그 결과 코파트 폐차장으로 들어오는 자동차가 많아졌고, 코파트는 폐차 처리 수수료로 매출을 늘릴 수 있었다.

지난봄 팬데믹이 시작됐을 때는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났지만, 코파트는 여기에서도 혜택을 누렸다. 차를 모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자동차 사고 건수가 줄었다. 이는 곧 보험사가 폐기 처리하는 자동차 수가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사고차량 공급이 줄어들면서 코파트는 차량 1대당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그러자 중고차 가격이 올라가면서 수리 가능한 차량을 판매하는 사업에서 오히려 수입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말 괜찮은 사업이 아닌가. 가격이 상승하든 하락하든, 결국 코파트가 이익을 보는 구조다.

차량 집하 부지는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코파트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기간에도 계속 영업을 했고 단 한 명의 직원도 정리해고를 하지 않았다. 대신 부채 회피 성향이 있는 회사가 신용한도에서 11억 달러를 차입해 시설을 재정비하고 롱아일랜드 영업장에 가상 QR코드 대기 게시판을 만드는 등 새로운 온라인 서비스를 도입했다.

“우리 사업은 성격상 리스크 헤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판매가격이 위아래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도 물량으로 보완되는 셈이죠.” 어데어가 말했다. “코로나 때 그랬습니다. 그래서 수익이 더 늘었습니다. 1년 전보다 지금 자동차가 훨씬 높은 가격에 판매되기 때문이죠.” 어데어는 자동차에 들어간 값비싼 신기술 때문에 사고 후 수리하지 않고 그냥 폐차장으로 직행하는 자동차가 5대 중 1대라고 말했다. 그가 일을 시작한 1980년대 말만 해도 손상차량 10대 중 1대만 폐차장으로 보내졌다. 애널리스트들은 앞으로 더 많은 첨단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게 되면서 이 비중이 50%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어데어는 “옛날에는 TV 수리공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TV가 고장 나면 바로 버리죠. 자동차도 점점 그런 방향으로 갈 겁니다. 저희 사업에 가장 유리한 트렌드라고 할 수 있죠”라고 말했다.

※ 중고차 감가상각률

자동차를 구매하거나 리스하려면 해당 차량이 앞으로 어느 정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중고로 자동차를 넘길 때 가격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ISeeCars.com에서는 2015년부터 판매된 자동차 820만여 대를 대상으로 어떤 모델이 가장 많이 가치를 유지하(거나 잃)는지 조사했다. 감가상각률이 낮아서 가치가 많이 보전되는 차 중에는 픽업트럭과 SUV가 많았던 반면, 럭셔리 자동차들은 가치가 수직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상위권과 최하위권을 차지한 모델은 다음과 같다.

※ 고철의 제국 “오늘 자동차 1만2000대를 100% 온라인으로 판매할 겁니다. 100여 개국에서 입찰자들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243개 코파트 폐차장 중 한 곳에서 포즈를 잡은 제이 어데어 코파트 CEO가 말했다.

※ 고철의 정상에서 윌리스 J. 존슨(왼쪽)이 1989년 처음 제이 어데어를 고용했을 때 그의 나이는 19살이었다. 이제 창업주 존슨과 그의 사위 어데어는 둘 다 억만장자가 됐다. 2019년 1월 상장한 코파트의 주가가 150% 가까이 급등한 덕분이다.


※ How To Play It

‘혁명적인 온라인 자동차 경매 사이트’나 ‘최고의 인터넷 자동차 구매 서비스’에 투자해보고 싶은가? 게다가 ‘제2의 아마존’이 될 기업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문구들이 과거에도 있었다는 점을 유념하자. 정확히 말하면, 1999년 화려하게 등장해 투자자들을 사로잡았다가 순식간에 고물로 전락한 홈타운 오토 리테일러(Hometown Auto Retailers)와 오토바이텔닷컴(Autobyte.l.com)이 내걸었던 홍보 문구다. 건망증이 심한 투자자들은 지금 각각 똑같은 비전을 내 건 온라인 자동차 매매업체를 매입하는 중이다. 카구루(Cargurus), 카랏츠(CarLotz), 카즈닷컴(Cars.com), 카바나(Carvana), 시프트 테크놀로지(Shift Technologies), 브룸(Vroom)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몽상가들의 종목은 검증될 때까지 매수를 잠시 미뤄두자.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다면 평범하지만 수익만큼은 착실히 내고 있는 오토네이션(AutoNation)이나 리디아 모터스(Lithia Motors)에 투자하면 된다. 윌리엄 볼드윈은 포브스 투자 전략(Investment Strategies) 칼럼니스트다.

- GIACOMO TOGNINI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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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호 (20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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