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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기업에서 배운다 | 퍼 스테니우스 레달 대표 

북유럽은 어떻게 스타트업 성지가 됐을까 

오늘날 북유럽 국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고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글로벌 브랜드와 혁신을 주도하는 스타트업의 조화로운 성장이 원동력이었다. 핀란드 컨설팅 기업 ‘레달’의 퍼 스테니우스(Per Stenius) 대표에게 북유럽 기업들의 강점을 물었다.

‘여유롭게 일하며 양질의 혜택을 받는 복지 천국’. 북유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아닐까. 실제 핀란드·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아이슬란드는 매년 UN의 ‘행복보고서’ 10위권에 랭크된다(핀란드는 3년 연속 1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북유럽 국가들은 경제 강국이기도 하다. 60여 년 역사를 가진 레고그룹(덴마크), 77년 역사의 이케아와 94년 역사의 볼보(스웨덴, 지금은 중국 기업이 인수),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노키아(핀란드) 등이 모두 북유럽 태생이다.

최근엔 ‘스타트업 성지’란 타이틀까지 더해졌다. 노키아의 위기를 스타트업의 기회로 승화한 나라 핀란드에선 매년 4000개 넘는 스타트업이 만들어진다. 모바일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과 ‘앵그리버드’가 유명하다. 스웨덴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스타트업 강국이다. 서울보다 인구가 적은 작은 나라지만, 유니콘 기업을 9개나 배출했다. 전자상거래 지불 서비스를 제공하는 Klarna,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Spotify, 지금은 Microsoft에 인수됐지만 Skype와 Mojang(Minecraft 제작사)도 스웨덴에서 개발됐다.

퍼 스테니우스 레달 대표는 “북유럽 국가들의 저력은 서로 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핀란드 기업들은 한국처럼 기술과 제품 개발에 역점을 두는 반면 스웨덴, 덴마크는 상대적으로 글로벌 마인드가 강해 강력한 브랜드를 만드는 데 능숙하다”고 설명했다. 스웨덴과 덴마크는 오랜 세월 왕국이었고, 핀란드는 독립 전까지 스웨덴과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적인 사실에서 비롯된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스테니우스 대표는 북유럽 기업들의 강점으로 꼽히는 기업문화·조직문화를 기반으로 기업들에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2010년 레달 창업 당시, 스타트업 열풍이 시작됐던 한국에도 곧바로 진출해 서울사무소를 두고 있다. 스테니우스 대표에게 북유럽 기업에서 배워야 할 교훈 네 가지를 들었다.

1. 경쟁보다 협력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의견을 나누는 직원들과 퍼 스테니우스 대표. / 사진:레달코리아
스테니우스 대표가 북유럽 기업문화의 차별점으로 꼽는 건 ‘협력 마인드’다. 한국은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는 반면 북유럽 국가들은 오히려 협력 방안을 고민한다. “핀란드는 어릴 때부터 ‘탈코트(talkoot, 함께 일하는 것)’ 교육을 받습니다. 기업에서도 협력을 잘하는 사람을 인재로 생각하죠. 협력에 가치를 두고, 협력문화를 발전시켜온 건 어찌 보면 생존본능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북유럽 국가들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잖아요. 우리끼리 뭉쳐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을 습득해온 셈이에요.” 스테니우스 대표는 핀란드가 스타트업 성지가 된 것도 ‘협력’ 마인드의 역할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키아가 몰락하며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고 창업에 뛰어들었다”며 “당시 노키아는 자사가 보유하고 있던 기술 포트폴리오를 창업자들에게 전수해 기반을 마련해줬다”고 말했다.

2. 수직 아닌 수평문화


북유럽 국가들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제공한다. 구성원 모두가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임금격차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대학 교육도 무상으로 제공한다. 이런 문화와 제도는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스테니우스 대표는 “아무리 신입사원이어도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수평적인 문화가 잘 구축돼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핀란드 기업 슈퍼셀은 공식적인 직급이 없는 수평조직으로 유명하다. 직급에 상관없이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그때그때 필요한 팀(셀)을 만들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스웨덴 기업 이케아도 그렇다. 아무리 대표여도 이름을 부르고, 직급이 낮은 직원도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다. “어떤 직위의 직원이라도 평등한 의사결정권을 가진다”며 “대신 신뢰와 책임, 자발적인 참여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스테니우스 대표가 강조했다.

3. 방관보다 참여

“참여를 이끌기 위해선 심리적 안전망을 심어줘야 합니다.” 스테니우스 대표는 자신이 이끄는 기업 레달을 예로 들었다. ‘심리적 안전망’이란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면 조직에서 경청해줄 것이라는 확신, 나아가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안정감이라고 했다. “조직에서 실제 몸담고 있는 직원들이 내는 의견은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는 데 꼭 필요한 자원입니다. 레달도 그 가치를 알기 때문에 글로벌 HR 직원이 주도해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합니다.”

비대면 업무가 일상화된 코로나19 시대, 직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도 고심 중이다. 화상회의만으로도 업무는 충분히 볼 수 있지만, 직원들과 유대감을 형성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스테니우스 대표는 “따로 시간을 내 편안한 주제로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재미있는’ 화상회의 시간을 만들었다”며 “직원들이 업무 도중 잠깐 휴식하며 재충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4. 남녀평등

‘라테파파’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한 손엔 라테를 다른 손으로는 유모차를 끄는 ‘육아휴직 중인 아빠’를 지칭하는 단어다. 스웨덴 외에도 북유럽 국가들에선 라테파파를 흔히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육아휴직 중 경제적인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충분한 급여를 받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경우 부모 양쪽을 합쳐 약 16개월간 육아휴직을 쓸 수 있고 이 중 13개월 동안 통상임금의 77.6%를 받는다. 회사에서 주는 별도의 지원을 합하면 지원금은 임금의 약 90%까지 올라간다. 아빠의 육아휴직이 ‘별일’이 아닌 ‘당연한 일’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테니우스 대표에 따르면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을 예방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북유럽 국가들은 아이를 기르는 부모를 위한 지원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어요. 이를테면 육아를 감당할 수 있는 (적절한) 보육비와 교육비를 지원해주죠. 자녀가 어릴 땐 파트타임 직책을 맡아도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습니다. 부모들이 가족을 돌보면서도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게 되죠. 육아휴직에서 알 수 있듯 북유럽 국가들은 직장 내 모든 직원에게 기회와 복지를 동등하게 제공해요. 의사결정을 할 때도 승진을 시킬 때도 성별은 고려사항이 되지 않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스테니우스 대표는 한국이 글로벌 기업들에 마음을 좀 더 열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많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화를 외치는 데 비해 여전히 해외에서는 한국을 폐쇄적이고 장벽이 높은 나라라고 느낀다고. 그는 “언어와 규제 장벽 외에도 네트워크 중심의 비즈니스 방식이 해외 기업들을 주저하게 한다”며 “글로벌화하기 위해선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과의 상호 협력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스타트업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북유럽 국가들이 경쟁력 있는 브랜드, 스타트업을 만들 수 있었던 건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함께 공략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뛰어난 기술이 있는데도 내수시장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 아쉬워요. 시장에 제한을 두지 않고 처음부터 글로벌로 뻗어나가길 바랍니다.”

※ 레달(Reddal)은?

2010년 핀란드에서 설립된 컨설팅 기업. 비즈니스 개발과 경영 전반에서 솔루션을 서비스한다. 학계, 금융, 컨설팅, 스타트업 등에서 경력을 쌓은 다양한 국적의 팀원으로 구성돼 있다. 핀란드 헬싱키,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한국 서울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2102호 (20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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