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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의 혁신오피스 | CBRE 코리아 ‘Workplace360’ 

업무 성격 따라 맞춤형 환경 구현 

정치학에는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있다. ‘주민이 지역 공동체의 살림살이에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변화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여론을 반영하는 제도’다. 오피스 설계에 직원들의 의견을 100% 수렴한 이곳은 세계 최대 부동산 컨설팅 업체 CBRE다.

▎CBRE코리아 오피스 ‘Workplace360’은 둥근 형태로 업무 공간을 다양하게 배치했다. ‘카페그린’은 캐주얼한 미팅이나 행사를 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도 활용한다. / 사진:CBRE코리아
2019년 1월 7일 오피스를 이전한 CBRE코리아가 자체 조사한 직원 만족도는 28%에서 88%로 3배 이상 늘었다. 2019년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효율적인 업무방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지난해 코로나19로 재택·원격근무가 확산되며 기존 오피스 환경에 고민이 많아진 기업들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CBRE 그룹은 세계 최대 부동산 컨설팅 업체다. 현재 10만 명 넘는 임직원이 전 세계 530여 개 사무실에서 부동산 투자자와 임차인에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요 서비스는 투자자문, 임대차 자문, 자산 관리, 기업통합 솔루션, 오피스컨설팅 등이다. 1999년 설립한 CBRE코리아도 부동산 전문가 350여 명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BRE코리아는 자체적으로 진행한 오피스 리모델링으로 실험에 나섰다. 유연한 부동산 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 CBRE코리아는 자사의 경험을 토대로 오피스 혁신은 물론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모델하우스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으로서는 새로운 시도다. 오피스 리모델링을 거쳐 탄생한 CBRE코리아 업무 공간은 실제 성과, 업무 만족도, 비용 절감까지 직원들이 경험하며 고객들에게 선례를 제시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 부동산 컨설팅 기업이 자리한 서울 종각역 건물이 조선시대 의금부(현재 검찰청)가 있던 자리라는 점도 흥미롭다. 평소 상업용 부동산 자문을 할 때 ‘풍수지리’적 조언을 하느냐는 질문에 임동수 CBRE코리아 대표는 “상식적으로 산수 근처, 역세권, 교통의 요지 등으로 꼽는 ‘좋은 지역’의 모든 조건이 풍수지리에 속한다”며 “중국 투자자들을 비롯해 아시아권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요소이긴 하다”고 답했다.

연면적 1388㎡(420평) 규모의 CBRE코리아 오피스 이름은 ‘Workplace360’이다. ABW(Activity Based Working, 활동 기반 업무 환경)라는 개념을 도입한 오피스다. ABW란 임직원들이 그날 업무 성격에 따라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업무를 할지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아시아에서는 CBRE 일본과 한국이 선제적으로 도입한 이후 씨티은행, 하나은행, SK, 대웅제약 등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오피스 설계는 CBRE코리아의 신설 조직인 ‘업무환경전략팀(Workplace Strategy)’의 주관으로 탄생했다. CBRE의 부동산 컨설팅 업무에서 ‘오피스 컨설팅’ 조직을 강화하며 만든 팀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업무 공간을 설계하고 자사의 변화관리 프로그램을 적용해 고객사의 업무 방식 개선을 자문하고 있다. 다소 낯선 이 부서는 이미 글로벌 기업 페이스북, 구글에서는 안정적으로 정착한 보편 서비스다.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가 확산되며 업무 방식을 개선하려는 많은 기업이 의뢰하고 있다. 김형주 업무환경전략팀 팀장은 “업종별, 사업부별로 창의력이 필요한 곳, 위계질서가 필요한 곳이 있어 업무 환경이 다 다르다”며 “기업문화나 시스템 업무 프로세스, 가치관 등이 달라서 실제 연구 조사를 실시해 기업과 구성원의 성향, 가치관, 업무 방식의 다양성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설팀의 자신감은 CBRE코리아 오피스를 구현하는 모든 과정에서 겪은 경험이 바탕이 됐다. 이미 ‘Workplace360’은 CBRE네덜란드에서 구현했고 성과가 입증된 터였다. 임동수 대표는 “실제 전 세계 CBRE에서는 좋은 인재 유치, 생산성, 협업, 집중도 향상 등 긍정적인 결과가 정성적, 정량적으로 나타나 이를 전 세계 주요 도시 업무 환경에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 국내 전체 노동인구 중 밀레니엘 세대(20~39세)의 증가(통계청: 2020년 기준 50%), 스마트오피스나 공유좌석과 다른 개념의 업무환경 니즈 등이 국내 오피스 환경 변화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앞서 오피스 리모델링을 마친 일본 CBRE가 한국 오피스 설계 조사에 동참했다. 즉, 공간의 유연성과 지역 특성을 반영한 지금의 오피스는 “CBRE코리아 직원들의 업무 활동량과 업무 집중도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에서 시작됐다.

100% 직원 설문조사로 이뤄져


▎각자 일할 수 있는 공간과 회의실을 함께 사용할 수 있게 구현했다. / 사진:CBRE코리아
조선시대 창호를 떠올리게 하는 자동문이 열리면 360도 형태로 둘러싼 큰 원형 기둥을 중심에 둔 채 탁 트인 인왕산 전망을 마주하게 된다. 직원들이 사용하는 공용 라운지 ‘카페그린’이다. 전면 채광을 택해 조망권을 확보했고 레일형 조명, 바 형태의 카페테리아도 곡선형으로 휘게 만들었다. 여기에 감각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가구와 컬러감으로 생동감을 살렸다. 때에 따라 로비에는 캐럴, 클래식, 재즈 음악 등이 흘러나와 ‘전망 좋은 호텔 라운지’를 연상하게 한다.

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좁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정면 통창과 양 날개로 이어진 공간 활용 덕분이다. 기둥 안쪽으로도 좌석을 확보해 1인부터 소그룹, 100명까지 수용할 수 있어 대형 행사도 가능하다. 캐주얼한 미팅을 위해 마련한 원형 소파 뒤로는 막힌 벽을 뚫어 안마의자를 둔 휴식 공간, 작은 폰 부스까지 마련했다.

오피스 설계의 핵심은 100% 직원 설문조사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업무 형태를 분석하기 위해 몇 개월에 걸쳐 관찰과 조사를 진행해 업무에 따라 직원들이 공간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예쁘고 멋지게 꾸민 오피스에서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생겨나게 되면 업무 환경 분석에 실패한 것”이라고 말한 김형주 팀장은 “ABW 업무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공간의 형태와 개수를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오피스 면적, 가용 좌석과 미팅룸 개수, 사이즈 등이다. 그가 덧붙였다. “CBRE코리아는 직원 규모에 맞게 일하는 방식과 의견, 실제 공간 점유율을 분석해 미래 업무 환경에 반영했습니다. 특히 이 조사로 비효율적인 공간(dead space)을 파악해 축소하거나 재 배치했습니다.”


▎스탠딩 좌석부터 다양한 형태로 좌석을 배치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 사진:CBRE코리아
오피스 가구 쇼룸을 열어 가구 색이나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투표하고, 커피 테이스팅 세션으로 가장 맛있어 하는 커피 원두를 도입, 옷장도 흡연자와 비흡연자 공간을 분리해 제공하는 등 직원들의 세부적인 요구를 반영한 흔적도 엿보인다.

형태별 공간 유연성은 집중(concentrate), 연결(connect), 협업(collaborate) 방식으로 마련했다. 오피스 전체에 자율 좌석제를 도입해 스탠딩이 되는 듀얼모니터 좌석을 선택할 수도 있고, 집중할 수 있는 포커스 룸, 방음이 되는 폰 부스, 항공기 퍼스트 클래스와 같은 베드형 의자, 형태에 따라 다른 협업 공간 등으로 이뤄져 있다. 대신 좌석은 2시간을 비워두면 다시 신청해야 하도록 룰을 마련했다. 김형주 팀장은 “공간이 단조로우면 권력의 위계가 생기는데 형태의 다양성을 반영해 한국 실정과 CBRE 업무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업무 공간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둥근 형태의 중심 기둥 안쪽은 시그니처 미팅룸 ‘서울’. / 사진:CBRE코리아
로비 안쪽은 방음을 강화한 업무 공간으로 분리했다.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좌석제 키오스크가 마련돼 있다. 대학 도서관 열람실과 비슷하다. 각 사물함에는 IT기기와 사무용품을 담은 초록색 패키지 가방이 지급돼 업무에 필요한 짐만 옮길 수 있다. CBRE코리아의 시그니처 ‘서울(SEOUL)’ 미팅룸은 ‘Workplace 360’의 중심인 원형 기둥 안에 설치돼 있다.

신기술도 적극 도입했다. 미팅룸은 핸드폰, 노트북 컴퓨터, walk-in 방식으로 예약할 수 있고, 내외부 회의 시 ‘Clickshare’라는 업무 툴을 이용해 서로의 화면을 모니터에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이 기술은 인쇄 문서량을 70%나 줄였다.


▎긴밀한 대화를 주고받는 직원들의 요청으로 방음이 되는 폰 부스를 중앙에 배치했다. / 사진:CBRE코리아
ABW 오피스 도입 후 성과는 가시적으로 드러났다. CBRE코리아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직률은 40% 감소, 워라밸 만족도 40% 증가, 업무 생산성 26% 증가로 이어졌다. 88%로 껑충 뛴 직원 만족도가 반영된 결과물은 CBRE코리아의 클라이언트 설득에도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업무환경전략팀은 신설한 지 2년밖에 안 됐지만, 지난해 10월까지 15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국내 기업 4곳의 컨설팅도 진행했다. 특히 CBRE코리아는 지난해 2020-2021 아시아 태평양 프로퍼티 어워즈에서 ‘최고의 부동산 컨설팅 기업’으로 선정됐다. 임동수 CBRE코리아 대표는 “회사 운영뿐 아니라 회사 성장에도 오피스의 역할이 컸다”며 “업무 형태별로 부서 간 시너지를 낸 사례가 잇따르고, 직원 협업을 통한 수주 성공이 이어지는 등 새로운 ‘협업문화’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단순한 오피스 쇼룸으로서가 아니라 직원들에 대한 투자로 이어져 업무 향상에 크게 기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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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호 (20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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