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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런 디그넌 『Brave New Work』 저자 

유연하고 평등한 인간 중심의 작업방식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을 나타내는 약어인 ‘VUCA(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에 대한 구글 검색은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1000% 증가했다. 이제 모든 기업 경영진에게 VUCA 상황에 대한 대응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포브스코리아는 세상이 새롭게 작동하는 방식, 즉 우리가 조직하고 협력하는 방식의 변화에 대해 서술한 책 『Brave New Work』의 저자 애런 디그넌에게 새로운 조직문화가 나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

▎ 사진:The Ready
작가 애런 디그넌(Aaron Dignan)은 전 세계 조직들이 급변하는 환경에 맞게 운영체제(조직문화를 형성하는 기본 원칙 및 관행)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의 저서 『Brave New Work』는 조직이 예측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계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조직문화는 다양한 이슈가 벌어질 수 있는 잠재성으로 가득한 복잡한 인간 시스템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그의 저서에서는 ‘하향식 명령이 아니라 자율성, 신뢰성, 투명성을 기반으로 작업 방식을 재구성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다음은 디그넌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저서 『Brave New Work』에서 지적한, 조직에서 가치를 저해하는 전형적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Brave New Work』는 말 그대로 과감히 수용해야 할 새로운 사고 및 업무 방식을 말합니다. 이 책에서는 관료주의와 불필요한 계층구조를 거부하고 이를 더 유연하고 평등한 인간 중심의 작업 방식으로 대체할 것을 강조합니다. 모든 산업의 다양한 조직이 너무 많은 회의, 너무 많은 이메일 의사소통, 의사결정 지체, 신뢰 부족, 팀 간 사일로 현상(부서이기주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하는 방식은 100여 년 전 공장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연히 21세기의 도전과 기회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현재 많은 경영진이 미래에 일하는 방식을 자세히 알고 싶어 합니다. 저서에서 새로운 일하는 방식의 두 가지 상위가치인 ‘인간성의 장점(People Positive)’과 ‘복잡성의 인식(Complexity Conscious)’이란 원칙을 언급했는데 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대부분의 새로운 일하는 방식 추진 방향은 ‘자기주도 업무’와 ‘민첩성’이란 두 가지 심플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보고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의 연구에서 이 점은 매우 명확합니다. 첫 번째 아이디어는 모든 직원이 일반적으로 신뢰와 존경을 받을 가치가 있고, 당근과 채찍이 아닌 자율성, 숙련도, 목적에 의해 동기가 부여돼야 하며, 직원들은 몸담고 있는 시스템에 의해 이런 동기가 발현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성의 장점’ 개념입니다. 조직과 리더가 인간 본성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 개념은 세상은 기계처럼 예측하거나 제어할 수 없는, 살아 있는 복잡한 시스템이라는 점입니다 . 복잡한 시스템은 계획과 헌신적 실행보다는 실험을 기반으로 한 테스트와 학습 과정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것이 ‘복잡성의 인식’의 본질입니다.

‘실행은 조직 구성원 모두가 기본 원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경우에만 가치가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추진에서 조직은 결국 ‘극장현상(theater phenomena)’*을 겪는다’고 언급했는데, 극장현상은 무엇이며 이를 피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입니까.

리더나 관리자가 외부에서 받은 영감을 조직 내로 가져오는 일은 흔하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앞으로 일하는 방식에 있어 민첩성(Agile)을 높이겠다”고 말할 수 있죠. 그러나 조직원들은 단순히 상사가 내리는 명령에 따라 업무를 추진하지만 그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칸반 보드(Kanban board, 업무 단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보드)를 통해 작업을 추적하는 것도 좋지만, 제약조건이론*을 이해하는 팀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전체 시스템의 성과를 결정하는 가장 취약한 부문을 이해하면 팀은 정해진 원칙에 따라 새로운 방법론을 실험하기 시작하고 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그들 스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와 상황을 논의하며 개선점을 찾아나갑니다.

조직문화를 재구성한 사례를 들려주세요.


『Brave New Work』를 위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나는 기본 관행보다 더 적응력을 갖추고, 인간성을 위해 전통적인 플레이북*을 버리는 여러 글로벌 기업의 사례에 주목했습니다. 공식 예산이 없는 은행, 관리자가 없는 의료 기업, 수백 종류의 손익계산서를 운용하는 가전제조사 등 그들의 새로운 시도는 과거 관념에 비춰볼 때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기업들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조직의 사고방식이었습니다. 그들에겐 기존 조직이 갖고 있는, 단순화하고 경계를 구분짓는 선과 묶음이 없었습니다. 대신 그들은 있는 그대로의 얽히고 설킨, 풍성하고도 복잡함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들은 인간성과 본성을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시스템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다른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조직은 우리가 튜닝하고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톱니바퀴, 기어의 조합이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조직에 대한 이런 정의가 잘못됐다면 어떨까요? 실제 세상과 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면 조직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책에서 제시한 ‘지속적 참여 변화(Continuous Participatory Change)’ 개념과 이를 강화하고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소개해주세요.

대부분의 조직변화 관리는 일반적으로 간트차트*에 따라 18개월 동안 전사적으로 해야 하는 의무방식으로 추진됩니다. 하지만 이런 주기적인 조직관리의 문제점은 조직원 모두 고통스럽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조직원들은 이에 거부감을 갖거나 귀찮게 여기며 수용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충실히 조직변화 드라이브에 참여하더라도 결과가 무의미하거나 방향성이 틀릴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 참여 변화’는 초대, 참여, 반복 과정을 기반으로 일관성을 강조합니다. 몇 년에 한 번이 아니라 항상 작은 방식으로 변화하도록 팀을 학습시킵니다. 조직원들에게 ‘무엇을 바꿔야 한다’고 전하기보다는 ‘당신이 인생 최고의 일을 하는 데 방해하는 것들은 무엇인가’를 물어봐야 합니다. 그 답이 무엇이든 우리는 조직원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일을 추진하기 위해 실험을 시도할 수 있도록 안전한 설계를 도울 수 있습니다.

한국 및 아시아 기업의 조직문화를 어떻게 진단하며,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모든 조직문화는 미래의 업무 방식에 대해 강점과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조직문화는 매우 투명하고 솔직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수동적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조직문화는 합의와 포용이 일반적인 한편 매우 독재적이고 하향식인 문화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기업문화가 현재 순간의 본질과 어떻게 일치하는지 또는 그렇지 않은지 인식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직원들이 감독하지 않아도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라고 신뢰합니까? 각자 하는 일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최고의 아이디어가 어디에서나 나올 수 있다고 봅니까? 스스로를 알아야 합니다. 당신이 속한 조직문화를 정확히 진단해보십시오. 그런 다음 끊임없는 변화의 세상에서 여러 특성이 어떻게 당신의 조직에 도움이 될지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조직문화 진단에서 찾은 약점을 보완하려면 어떤 방법론이 필요할까요.

현재의 조직문화 특성 중 무엇을 유지할지 무엇을 바꿔야 할지 취사선택하십시오. 조직문화에서 한 특성을 바꾸려 하면 다른 특성이 희생되는 양자 간 관계(tradeoff)인 경우는 유지하십시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취사선택과 의사결정에 조직원 전부가 관여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 조직이 지향하는 모습은 무엇인지, 우리 조직이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현재 방식에 어떤 질문을 제기하고 무엇을 변경해야 할지를 함께 논의하십시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비즈니스 환경과 일하는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통찰력으로 볼 때, 가까운 장래에 나타날 주요 변화는 무엇일까요.

원격근무의 확산은 물론 그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자율성, 자치성, 유연성이 요구되고 나타날 것입니다. 전염병의 확산은 우리 모두가 현재 일하는 방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바꿔가고 해결해야 할지를 알게 했습니다. 그다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원격근무가 가능해졌다면 새로운 방식의 예산 책정, 의사결정, 채용 등을 검토해볼 것을 권합니다.

*극장현상(Theater phenomena): 브로드웨이 쇼처럼 화려하고 우수한 생산기법처럼 보이지만 실제 작동하는 않는 가치를 말한다. 리더가 단지 새로운 경영기법을 극장의 쇼처럼 보여주기식에 투자하는 문제를 일컫는다.

*제약조건이론(Theory of Constraints): 시스템의 목적 달성을 저해하는 제약조건(constraint)을 찾아내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스템 개선 기법.

*플레이북(Playbook): 스포츠 경기에서 쓰이는 전략과 전술을 담은 공략집을 일컫지만 경영에서는 주요 전략을 의미함.

*간트차트(Gantt chart): 미국의 헨리 간트(H. L. Gant)가 1919년 창안한 관리 도표로 작업계획과 작업 실적을 비교해 작업 진도를 관리·통제하는 진척 관리에 이용.


※ 애런 디그넌은 ··· 디지털 커머스사 ‘언더커런트(Undercurrent)’ 전 CEO이자 미국 콜로라도 소재 혁신 조직문화 컨설팅사 ‘더레디(The ready)’ 창업자. 존슨앤존슨, 찰스슈왑, 캐플란, 마이크로소프트, 로이드은행, 씨티은행, 에델만, 에어B&B 등의 조직문화 및 일하는 방식 설계에 참여했고 GE, 아메리칸익스프레스, 펩시코의 디지털 자문 이사회 이사이다. 저서로는 『Brave New Work』, 『게임 프레임, 이제 게임이 세상을 바꾼다』가 있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202102호 (20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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