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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토로굿 레고그룹 크리에이티브 플레이랩 혁신 부사장 단독 인터뷰 

유니버설뮤직과 선보인 레고판 AR ‘뮤직비디YO’ 

레고는 ‘브릭으로 상상하는 세계는 다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모토로 삼고 있다. 오죽하면 ‘누구든지 자신만의 레고 스토리를 갖고 있다(Everyone has their Lego story)’는 말이 있을까. 이번엔 AR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음악 창작가 이야기로 쌓아 올리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포브스코리아는 윌리엄 토로굿 레고그룹 크리에이티브 플레이랩 혁신 부사장을 단독 인터뷰했다.

# 캐릭터 브릭을 조립해 큐브 브릭만 한 상자를 완성했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QR코드를 인식하듯 장난감을 스캔하면 갑자기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캐릭터가 화면 안에 튀어나와 달려나간다. 주차장이건, 테이블 위 건, 강아지 등 위, 아빠 머리 위까지 장소는 상관없다. 캐릭터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플라스틱 레고 브릭은 마치 ‘생명을 불어넣은 듯’ 활기차게 뛰며 ‘당신만의 연예인’이 된다.

AR 기반의 ‘레고 비디요(VIDIYO)’ 시리즈가 3월 1일 출시한다. 증강현실(AR) 게임에 확실한 도전장을 내민 제품으로, 완전히 새로운 놀이방식을 제안하기 위해 유니버설뮤직그룹과 손을 잡았다.

3년 전 전국을 휩쓴 ‘포켓몬GO’의 열풍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잔디밭이건 강변 근처 건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대면 그 자리에 포켓몬이 튀어나와 잡는 게임을 할 수 있었다.

레고 비디요(이하 비디요)는 레고 브릭에 증강현실(AR) 기술을 결합해 캐릭터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틱톡처럼 앱 내에서 전 세계 이용자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기존 레고 시리즈와 차별화한 점이다. 브릭 완전체로 조립된 캐릭터를 앱으로 스캔하면 동일한 3D 피겨가 일상 화면 안으로 들어와서 춤을 춘다. 가상 피겨는 크기를 조정할 수 있어, 미니(4cm), 미디엄(1.2m), 메가(5m) 등 크기별로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앨범 커버를 떠올리게 하는 성인 손톱만 한 크기의 비트비츠 브릭은 DJ효과를 부른다. 종류만 130여 가지다. 번개를 맞거나, 목소리가 쥐 소리로 변조되기도 하고, 잔망스럽게 탭댄스를 추거나, 무대에서 불을 쏘아 올리고 게에 물리는 등 유머러스한 효과 장치를 다양하게 배치했다. 업로드 영상 길이는 5초부터 20초 단위까지 짧은 클립으로 편집해 공유할 수 있다. ‘레고, 펭수, 포켓몬GO, 틱톡’ 기능을 한 번에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셈이다.

뮤직비디오에 활용하는 음악은 유니버설뮤직그룹이 제공하는 음원을 사용할 수 있다. 비디요 내에선 저작권도 자유롭다. 유니버설뮤직은 아리아나 그란데, 드레이크, 저스틴 비버, 에미넴, 샘 스미스, 조성진, 리처드 용재 오닐, 테일러 스위프트 등의 음원 저작권을 갖고 있다. K-pop 시장을 겨냥해 블랙핑크 음원도 준비했다. 음원은 주기적으로 바뀐다.

1932년 덴마크에서 설립된 레고그룹은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플라스틱 블록에서 급진적으로 벗어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아날로그 장난감 매출 감소로 타격을 입은 뒤, 디지털 트렌드에 본격 합류했다. 특히 2016년 크리에이티브 혁신 부서를 신설한 뒤로 디지털화된 레고 포트폴리오를 쏟아내고 있다. 현재 레고그룹의 브랜드 가치는 75억7100만 달러(약 8조8000억원)이고 직원 수는 1만7000명을 상회한다. 매출은 51억6000만 유로(한화 6조8878억원, 2019년 기준)로 꾸준히 상승세다. 2020년 상반기에도 호실적을 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 판매는 14% 증가했고 매출은 7%(157억 덴마크 크로네, 한화 2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11%로 디지털 혁신과 함께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신제품이 주목받는 이유도 레고의 본격적인 ‘디지털화’를 엿볼 수 있어서다. 비디요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불리는 7~10세 어린이를 유입하기 위해 물리적인 레고 놀이와 디지털의 세계를 매끄럽게 혼합했다. 어린 시절부터 팝 음악, 소셜미디어, 비디오 게임을 모두 접한 연결고리를 엮어 레고의 세계로 이끌고자 하는 영리한 전략이다. 오히려 게임과 인터넷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지는 아이를 걱정하는 부모들에게 비디요는 ‘재미’와 ‘교육’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

“아주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어요. 레고와 음악을 어떤 식으로든 결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죠. 팀원 중 한 명이 어느 날 커피를 마시면서 던지듯이 한 말이었어요. 한 장짜리 페이퍼로 시작했죠. 집에서 샤워를 하면서 아,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 싶어서 이튿날 팀원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갔어요. 짜릿했습니다. 신기한 건 시간을 들여 수정과 보완 작업을 다 거쳤는데도 처음 아이디어와 콘셉트는 아주 그대로라는 거예요.”

윌리엄 토로굿(William Thorogood) 레고그룹 크리에이티브 플레이랩 혁신 부사장은 2월 1일 진행한 포브스코리아 단독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디요 제작을 총괄한 그는 2003년 레고그룹 인턴부터 시작해 현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는 레고코리아 사무실에서 화상으로 진행했다.


▎레고 비디요 캐릭터 파티라마는 L.L.A.M.A.라는 아티스트로 실제 활동을 시작했다. 신곡 ‘Shake’는 가수 니요(Ne-yo)와 카르멘(Carmen)이 피처링했다.
비디요는 무슨 뜻인가.

비디요(VIDIYO)는 비디오를 장난스럽게 바꾼 단어로 재미있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 있다는 의지를 담았다.

음악과 접목한 이유는.

물리적인 레고 브릭을 쌓아서 작품을 만드는 레고와 노트, 톤, 비트와 효과 등을 섞으면 무한한 방법으로 작곡가가 상상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레고와 음악은 닮았다. 또 전 세계 어린이들이 레고와 음악을 사랑한다는 점까지 완전히 딱 들어맞는다.

프로젝트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3년 전부터 유니버설뮤직그룹과 손잡았다. 음악과 레고의 접점을 찾고 정체성을 정립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것 같다. 오히려 비디요 콘셉트가 정해진 뒤로는 디지털 미니 피겨를 실제 일상에 끌어들이고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보완 과정으로 연결했기 때문에 순탄했다. 결과물이 만들어지기 전에 음악과 레고의 결합이라는 막연한 아이디어만 있을 때가 더 힘들었던 것 같다.

AR 기술을 구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우리는 AR 기술을 몇 년 전부터 개발했고, LEGO Hidden Side 등을 론칭하면서 친숙했다. 하지만 모든 시도가 도전이듯 전 세계 아주 다양한 지역에 사는 어린이들이 AR 기술을 활용해 비디오를 만들 수 있도록, 환경적 조건에 제한이 없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레고 기존의 모듈(조립) 방식은 유지했다.

우리는 오리지널 레고의 핵심 요소를 포착한 장난감을 만들고 싶었다. 레고의 다른 테마에서도 볼 수 있듯 브릭을 시스템적으로 조립하고 무한한 방식으로 호환할 수 있다. 비디요도 캐릭터, 배경, 음악, 특수효과를 선택해 매번 다른 뮤직비디오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은 레고 체험의 핵심이다.

레고의 비전과 비디요 시리즈가 만나는 접점은.

창의성이다. 어린이들은 언제나 새로운 시도와 실험으로 창의적인 세계관을 확장해 나간다. 음악은 창의성과 조화를 이뤄 아이들의 발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불리는 어린 친구들이 전 세계 음악을 통해 자신감을 찾고 새로운 소리를 발견하며 영감을 받을 것이라 믿는다.


▎비디요 앱에서 구현한 실제 모습(위)과 비디요 시리즈 제품.
레고 밴드 미니 피겨들은 캐릭터가 다 다르다.

6개 메인 캐릭터와 12개 서브캐릭터 밴드메이트로 각자 개성이 다르다. 음악 장르도 다양하다. 팝 음악을 하는 인어공주 ‘캔디 머메이드’, 펑크 뮤직을 담은 ‘펑키 해적’, 전자음악을 담은 ‘에일리언 DJ’, 열대지방 콘셉트 ‘파티라마’, 그 외에도 ‘유니콘 DJ’, ‘힙합로봇’ 등 메인 캐릭터와 솜사탕 치어리더, 상어 가수, 토끼, DJ 치타 등 12개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밴드 메이트다. 완전히 겹치는 부분이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캐릭터를 구분하고 자신만의 팬덤을 만들어간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는 무엇인가.

파티라마(Party Llama). 열대지방을 상상하게 하고 파티를 좋아하고 햇살과 어울리는 신나고 친숙한 느낌이 좋다. 특히 이 곳 덴마크는 현재 기온이 영하라 아주 추운데 코로나19로 여행을 못 가는 이 시기에 대리만족을 주는 캐릭터다.

레고그룹에서도 메인 캐릭터를 라마로 지정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라마인가.

처음에 레고 디자이너들은 정말 수백 개 캐릭터를 준비했다. 과연 어떤 캐릭터에 어린이들이 열광할까 고민하며 전 세계에서 1500가정을 조사했는데, 라마는 호불호 없이 모두가 좋아할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제작 과정에서 즐겁고,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을 상징할 수 있는 캐릭터로 적절했다.

음악 활동 계획은.

파티라마는 레고의 미니 피겨에 그치지 않는다. 3D로 볼 수 있는 걸 넘어 진짜 휴먼 아티스트로 가수 활동을 할 예정이다. ‘L.L.A.M.A.’라는 아티스트 이름은 ‘Love, Laughter And Music Always’의 준말이다. 정말 멋지지 않나? 신곡을 미리 들어봤는데 정말 신나는 음악이다. 기대해도 좋다.

L.L.A.M.A.는 2월 19일 싱글 곡 ‘쉐이크(Shake)’를 선보였다. 그래미 어워드에서만 세 번 수상한 가수 니요(Ne-Yo)와 신인가수 카르멘 드레온(Carmen DeLeon)이 피처링했다. 파티라마 탈을 쓴 아티스트가 똑같이 가수 활동을 한다. 한국의 캐릭터 ‘펭수’와 흡사하지만 머리에만 탈을 썼다는 점에서는 ‘복면가왕’에 가까운 듯하다.

조만간 빌보드 차트에서 볼 수도 있겠다.

물론이다.(웃음)

한국 시장에서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

우리는 각 국가의 레고 팀과 긴밀하게 연결고리를 갖고 전략을 짜왔다. 레고코리아팀이 훌륭한 일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디요가 한국 시장에서 중요한 이유는 K-POP 등 한국이 이끄는 음악 수요와 인기가 굉장하기 때문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한국 시장과 손잡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제품 출시 이후에도 한국에서의 반응을 꼼꼼히 살피며 활동 저변을 넓혀갈 계획이다.

새로운 시도 중 또 하나는 레고가 앱에 SNS 기능을 넣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외부 다른 SNS에 공유하거나 저장할 수는 없다. 특히 화면에 사람이 노출되면 그 영상은 공유가 차단된다. 텍스트 댓글은 쓸 수 없고 무조건 이모티콘으로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다소 폐쇄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중요한 이유가 있다. 어린이의 안전을 위해서다. 레고는 비디요 SNS 플랫폼의 콘텐트 안전성을 위해 자체적으로 유해성을 검사하고, 검수 기준을 통과한 콘텐트만 공개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어린이들이 유해한 환경을 접하지 않도록 장치도 해놨다는데.

이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다. 다른 SNS에 공유하면서 아이들이 유해한 환경에 노출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비디요 앱은 개인식별 가능 정보를 포함하지 않도록 조정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앱에서 문자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다양한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언어 장벽도 없애주고, 어린이들이 다양한 글로벌 친구들과 공통된 언어로 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실패한 경험은 없나.

매일 경험한다.(웃음) 하지만 만약 사람들이 계획하거나 기대한 대로 살아간다면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거나 경계를 밀어내려는 시도도 절대 안 할 거라고 믿는다. 나는 오히려 실패하기를 원하고, 우리 팀도 그러면 좋겠다. 실패를 빨리 경험하고 거기에서 배우고 적응해 더 나은 걸 위해 기회를 찾는다면 불가능하다고 했던 걸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 본다.

레고의 어떤 기업문화가 이런 생각을 심어주나.

실험 문화다. 브릭을 쌓고 부수는 과정에서는 실패도 극복할 수 있다는 놀이 철학이 있다. 레고그룹도 모든 걸 시도해볼 수 있기 때문에 실패와 극복이 빠른 환경이다. 무엇보다 실패를 통해 배운 경험은 더 크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준다.

언제부터 레고를 얼마나 좋아했나.

레고를 접한 건 내가 기억하기도 전인 어린 시절부터였다. 듀플로 브릭을 처음 만났으니 2살 남짓 됐을 때부터 ‘어둠의 시기’인 청소년기 전까지는 매일 레고를 조립했다.(웃음) 운이 좋게도 나는 20대 초에 다시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때부터 레고와 함께했다.

일할 때 레고를 자주 하나.

당연하다. (뒤를 보여주며) 내가 작업한 것들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는 브릭을 조립하는 과정을 경험해야 한다. 주말에는 9살, 5살 자녀와 브릭을 함께 만든다. 침대, 부엌 할 것 없이 잔뜩 브릭으로 어질러져 있다. 지루한 적이 있냐고? 절대 없다.(웃음)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202103호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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