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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 패러다임의 체인저 

 


의학이 발전해도 암 치료는 여전히 가혹하다. 칼로 도려내고, 독한 약을 주입하고, 방사선으로 태우기까지. 암세포는 생각보다 똑똑하고 표독스럽다. 치료 이후 잠시 주춤하다가도 전이가 일어나면 순식간에 사람을 무력화한다. 기존 치료법에 대안으로 나온 표적 치료, 맞춤 정밀 치료도 말기암 환자에게는 크게 소용이 없다. 갖가지 치료를 받다 보면 신체적, 재정적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좀 더 안전하고, 약효가 좋고, 값싼 항암제는 없을까.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계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가 바로 항암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573개 신약 파이프라인 중 항암제가 178개나 됐고, 개발 예정인 항암제 파이프라인만 140개가 넘었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신약 개발은 어렵다. 후보 물질 도출부터 임상 1·2·3 상을 넘어 규제 당국의 허가 승인까지 수천억원대 자금이 들고 10년은 족히 걸리는 게 현실이다. 임상 2상 전 파이프라인을 기술수출(라이선싱 아웃)하는 전략으로 선회하는 기업도 나온다.

당연히 글로벌 제약사가 탐낼 정도로 기술이 뛰어나야 한다. 특히 면역 항암제와 바이러스 기반의 항암제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두 가지 약물을 하나의 단백질로 결합한 지아이이노베이션, 암세포 괴멸에 침팬지 독감 바이러스를 이용한 진메디신, 두 기업이 눈에 띈다. 수십 년간 해당 분야를 연구해온 학자가 차린 기업들로, 기초연구가 탄탄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한국 바이오벤처로는 유일하게 수조원대에 달하는 기술이전 계약도 성사시켰고, 진메디신의 경우 코로나19 백신으로 유명한 모더나 설립자가 조력자로 나서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수많은 한국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이 암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202104호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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