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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의 생각 여행(16) 

 

미래의 나라 태국과 글로벌 인재

▎에메랄드 부다를 모신 그랜드 팰리스의 너무도 아름답고 멋진 황금색 파고다. 가까이서 보면 조그만 황금색 모자이크 타일로 표면을 처리했다.
동남아시아의 스콜 같은 폭우가 쏟아져 내린다. 인천공항에서 폭우를 피하기 위해 몇 시간 기다리다 비행기에 오른다. 태국으로 가는 출장길이다. 오래전부터 동남아를 여러 번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미래를 주도할 나라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풍부한 자원, 많은 인구, 전통문화, 겨울이 없는 기후 등 유리한 조건이 많다. 동남아를 여행하다 보면 우리나라의 1960~1980년대까지가 혼합되어 어우러진 듯한 느낌이 든다.

실제로 태국에선 우리나라 경제발전 단계와 비슷한 상황이 현재진행형이다. 미래지향적인 리더십 아래 우리나라 같은 발전 경로를 따라온다면 20~30년 후에는 엄청나게 성장한 선진 국가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태국 여행에서는 새로운 사업 파트너들을 방문하고 방콕을 대표하는 새벽 사원과 에메랄드 부다가 있는 그랜드 팰리스, 짐 톰슨 하우스 뮤지엄을 찾기로 했다.

경제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동남아시아


▎그랜드 팰리스의 웅장한 건축물 벽에 장식된 화려한 문양과 정교한 황금색 조형물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1970년대 후반 태국이나 동남아를 방문했을 때 택시를 타면 에어컨이나 라디오가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것도 없이 구멍이 뻥뻥 뚫려서 깜짝 놀라곤 했다. 좌석이 있는 택시 내부에는 파리를 잡는 끈끈이가 천장에 달려 있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옛날이야기다. 요즘 태국의 경제성장 속도는 무척 빠르다. 도시는 메가시티가 되어 고층 건물이 들어섰고, 깨끗하고 좋은 자동차도 많다. 고속도로도 멋지게 건설됐고 휴게소도 우리나라처럼 깨끗하다.

새벽 사원이라고 불리는 왓 아룬(Wat Arun)은 태국 방콕의 짜오프라야강 인근에 있다. 아름다운 건축미로 매우 유명한 사원 중 하나다. 또 여러 왕조에 걸친 역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기도 하다. 새벽 사원에 들어서면 탑과 사원의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탑 표면과 사원 외벽이 다양한 색상의 자기 타일로 되어 있고, 탑을 받치고 있는 수많은 조형물도 자기 모자이크 타일로 아름답게 처리돼 있다. 우리나라 사찰에 있는 사천왕처럼 무섭게 생긴 수호신 같은 동물들이 탑을 받치고 있고 그 주변에는 각양각색 꽃 장식들이 아름답게 정리되어 있다. 수호신 동물들은 손으로 탑을 떠받치고 있고 재미있는 다리 동작으로 밑을 지탱하고 있다.

여러 계단을 오르며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탑 정상을 보면 밑부분에 힌두신이 보인다. 아주 높이 서 있는 탑 꼭대기에 하늘 구름이 어우러져서 더욱 신비함을 느낄 수 있었다. 경사가 심한 탑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사진도 찍었다. 다음에 방콕을 다시 방문할 때는 새벽에 나와서 햇빛이 비치는 새벽 사원의 아름다움을 보고 강 건너에서 야경도 보고 싶다. 그리고 좀 더 긴 시간 동안 역사와 건축미, 절정의 석탑 기술을 감상하고 싶다. 참고로 새벽 사원을 방문할 때는 핫팬츠, 민소매, 반바지 등을 금하는 복장 규제가 있다.


▎신비함을 느끼게 하는 새벽 사원의 파고다는 정교한 조각과 조형물 그리고 가파른 계단으로 건축되었다.
이튿날 방콕에서 태국의 동해안을 향해서 두세 시간 정도 차를 몰아 석유화학공업이 중심인 공단을 찾았다. 방문한 회사의 입구에 들어서면서 무척 놀랐는데, 미국이나 유럽에 준하는 수준의 쇼룸과 사무실, 공장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기업이 발전하고 있고 모든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 심지어는 생수병에도 회사 브랜드와 로고를 넣어서 손님에게 내놓았다. 회의를 진행하면서 가까운 미래에 큰 성장과 발전을 이룰 것이라는 느낌을 다시 한번 강렬하게 받았다. 앞으로 한국과 태국을 연결하면 많은 협업이 가능하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방콕에 돌아와서는 시내에 있는 중견 그룹사 회장과 회의를 했다. 사옥 로비에는 이 회사를 상징하는 마스코트가 재미있게 전시되어 있어서 기념 촬영을 했다. 그런데 회장이 미소를 지으며 통역해줄 자신의 딸을 불렀다. 통역에 나선 그녀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에 깜짝 놀랐다. 어디서 한국말을 이렇게 잘 배웠는가 물었더니 서울에 있는 대학에 유학해 한국어를 전공했다고 한다. 바로 이 점이다. 우리나라도 세계 각국에 학생이나 젊은이들을 파견해서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 전통을 습득하게 지역 전문가를 배출해야 한다. 오래전 삼성그룹에서 지역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며 많은 노력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현재는 답보 상태에 있는지 이런 소식이 잘 들리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무대에서 큰 활약을 하기 위해서는 세계의 중요한 파트너 국가들에서 많은 지역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십 년 후에 이들이 우리나라에 가져올 국부 창출은 엄청난 수준이 될 것이다. 우리 일행도 한국말 잘하고 K-팝을 좋아하는 태국 여성의 통역 덕에 많은 분야에 대해 폭넓게 논의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중요 행선지인 에메랄드 부다(Emerald Buddha)가 있는 그랜드 팰리스(Grand Palace)를 방문했다. 워낙 유명한 곳이다 보니 방문객이 엄청 많았다. 먼저 눈에 확 띄는 황금색 파고다를 찾아 눈앞에 마주했다. 아주 조그만 황금색 모자이크 타일을 붙여서 완성한 눈부신 황금탑이다. 아름다운 건축물과 파고다들을 지나서 가장 중요한 에메랄드 부다가 있는 사원을 찾았다. 에메랄드 부다는 사원의 중심 제단 위에 위엄 있게 자리하고 있고 한 피스의 통옥으로 만들어졌으며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황금옷을 입고 있다. 역사가들은 에메랄드 부다의 소유권을 두고 수많은 군대와 왕국이 전쟁을 벌였다고 전한다. 아시아 여러 지역으로 에메랄드 부다가 여행했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에메랄드 부다를 소유한 나라에 번영과 행운이 찾아온다는 굳은 믿음 때문이다. 이곳은 태국에서 신성시하는 사원이자 가장 귀한 종교적 아이콘이다.

글로벌 인재의 역량이 국가 성패 가른다


▎방콕 상공에서 촬영한 평야. 주변을 뱀 모양의 강이 굽이굽이 흐른다.
이번에는 태국에서 인기 있는 관광 상품 중 하나인 실크로 유명한 짐 톰슨 하우스 뮤지엄을 방문했다. 태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미국 사람 이름이라 신기하고 의아해 짐 톰슨 하우스를 찾았다. 태국 실크를 전 세계에 알린 사람인 미국인 짐 톰슨은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미국 CIA 전신이었던 조직에 속해 전 세계 여러나라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그는 1945년 전쟁이 끝나자 군용기 편으로 태국에 도착했다. 1947년에는 손으로 짜는 실크를 뉴욕에 보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했는데, 영향력 있는 잡지나 사업가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태국의 실크 산업을 육성한 짐 톰슨은 1967년 3월 26일 말레이시아 캐머런 고원에서 실종됐다. 대대적인 수색작업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고, 현재까지 그의 실종에 대해 납치, 암살, 호랑이 습격 등 수많은 의혹만 남아 있는 상태다.

그의 사후에 짐 톰슨 이름으로 재단이 설립됐고, 태국 전통 가옥인 짐 톰슨 하우스는 소장품들을 갖추고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박물관은 가이드 투어를 통해서 상세히 돌아볼 수 있다. 짐 톰슨 하우스에서는 아름다운 태국 실크 제품을 쇼핑할 수 있고, 공항 면세점에서도 쿠션 커버 같은 다양한 열대풍 디자인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현대의 경제적 경쟁은 글로벌 인재 확보 전쟁에서 시작된다. 펌프 산업에서 전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인 덴마크 그런포스 그룹도 역사가 깊어짐에 따라 약 15년 전부터 글로벌 인재 프로그램(Global Talent Program)을 가동했고 현재 사업 발전에 이들의 활약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태국 기업을 방문 했을 때 짜임새 있게 정리된 쇼룸.
그런포스 그룹은 처음으로 글로벌 인재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진행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각국 CEO급에 해당되는 경영자 약 30명을 코펜하겐에 모은 적이 있다. 열흘 정도 숙식을 하며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코펜하겐 비즈니스 스쿨에서 이 분야에 정통한 대학 교수들과 영국 컨설팅 회사가 같이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글로벌 인재들을 위해 인상 깊고 중요한 내용을 ‘글로벌 인재의 역량(Global Talent’s Competence)’이라는 제목으로 정리해보았다.

우선 사람별로 각기 다른 특성을 고려해 글로벌 인재의 유형을 리더형 인재, 혁신가형 인재, 스페셜리스트형 인재로 나눈다. 이렇게 세 가지 유형의 인재를 3개 원으로 그려서 유형별 인재가 갖추어야 할 10가지 역량을 설계했다. 그리고 두 가지 인재 유형에 공통으로 필요한 역량과 3개 원의 중심에 있는 세 가지 유형의 인재가 모두 필요로 하는 역량을 표기했다.

리더형 인재의 역량은 두 가지다. 첫째, 부하 직원들을 개발해주고 성장시켜주는 역량(Developing Others)과 감동적인 리더십(Inspiring Leadership) 역량이다. 혁신가형 인재는 창의성(Creativity)을 역량으로 선정했다. 스페셜리스트형 인재는 지식에 대한 탐구(Thirst for Knowledge)를 주요 역량으로 채택했다. 리더형 인재와 혁신가형 인재가 공통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변화를 포용(Embracing Change)하는 역량과 전략적 사고(Strategic Focus) 역량이다. 또 혁신가형 인재와 스페셜리스트형 인재가 공통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네트워킹을 확장(Influencing & Networking)하는 역량이다.

마지막으로 세 가지 유형의 인재가 반드시 공통적으로 가져야 하는 역량을 3개 원의 중심에 배치하고 가장 중요한 역량들로 평가했다. 첫째는 효과적인 의사소통(Communicating Effectively), 둘째는 사업 감각(Business Acumen), 셋째는 탁월한 실적 창출(Delivering Outstanding Results) 역량이다. 이 세 가지 역량을 글로벌 인재로 채택되는 필수 조건으로 선정했다. 60개국에 분포되어 있는 83개 자회사에서 선발된 각국의 글로벌 인재 후보자들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미주 지역, 여러 유럽 지역 등에서 경쟁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덴마크에 있는 글로벌 평가 센터(Global Assessment Center)로 보내진다.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온 평가자(Assessor)에 의해 3~4일 동안 하루 종일 최종 평가 과정을 거쳐서 글로벌 인재로 선발된다.

이렇게 치열한 과정을 거쳐서 선발된 글로벌 인재들은 각 분야에서 중요한 후계자의 일원으로서 중요 보직에서 근무하며 그룹의 미래를 책임지게 된다. 아울러 빠른 경로(Fast Track)의 진급 혜택도 받으면서 세계 각 지역에 파견되어 글로벌 역량을 갖추도록 훈련받는 기회를 갖는다. 이런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은 기업이나 공공조직의 미래를 대비한 후계자 양성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주변을 돌아보면 평소에 후계자 양성 계획을 구축하고 이에 맞춰 인재를 양성하는 노력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향후 많은 국제 지역 전문가를 비롯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해 미래를 대비한다면 우리의 미래도 희망적인 발전을 보장받을 것이다.

※ 이강호 회장은… PMG, 프런티어 코리아 회장. 덴마크에서 창립한 세계 최대 펌프제조기업 그런포스의 한국법인 CEO 등 37년간 글로벌 기업의 CEO로 활동해왔다. 2014년 PI 인성경영 및 HR 컨설팅 회사인 PMG를 창립했다. 연세대학교와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다수 기업체, 2세 경영자 및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영과 리더십 코칭을 하고 있다. 은탑산업훈장과 덴마크왕실훈장을 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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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호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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