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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준 노다멘 대표 & 박승조 서보미술문화재단 이사장 

디지털 기술 융합으로 미술 대중화에 나서다 

비대면 미술 전문 스타트업과 대한민국 미술 거장이 협업해 한국미술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는 뜻깊은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한 미술 대중화를 위해 의기투합한 이원준 노다멘 대표와 박승조 서보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을 만나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봤다.

▎지난 6월 7일, 서울 마포의 서보미술문화재단에서 만난 이원준 노다멘 대표와 박승조 서보미술문화재단 이사장. 디지털 기술 융합으로 미술 대중화에 나선 퍼스트 무버들이다.
지난 2017년 설립된 노다멘(NODAMEN)은 비대면 미술 분야 전문 스타트업이다. 비대면 미술 전시 서비스 파트론(patron.digital)을 통해 온택트 시대의 새로운 미술 향유 방식을 제안한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비즈니스 모델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잠재력 덕분에 2019년에는 삼성전자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삼성전자C랩아웃사이더’에 선정된 데 이어 올해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중소벤처기업부가 국내 스타트업 6개사를 선정해 글로벌 서비스 지원을 하는 ‘창업도약패키지’에도 선정됐다.

최근 노다멘은 서보미술문화재단과 함께 한국미술의 새로운 방향성을 찾는 신선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대한민국 추상미술을 이끌고 있는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의 작품에 디지털 기술을 입혀 좀 더 많은 사람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다. 노다멘의 성공을 주도하고 있는 이원준 대표는 “파트론 서비스는 과도한 정보와 업무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미술작품을 통한 휴식과 힐링을 제공하기 위해 시작됐다”면서 “국내 유명 미술작가들을 전 세계에 알리고 K콘텐트로서의 가능성을 열어나가기 위한 목적도 갖고 있는데 서보미술문화재단과의 협업은 그 구체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먼저 두 사람이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원준(이하 이): 우리의 미술 전문 감상 플랫폼인 파트론을 준비하면서 박서보 화백의 작품을 디지털로 소개해보고 싶었다. 박승조 이사장의 동생과 우리 회사 이사가 선후배 사이인 것을 계기로 제안하게 됐다.

박승조(이하 박): 사실 서보미술문화재단도 디지털화를 위해 지난 몇 년 동안 준비를 해왔다. 작품의 고해상 촬영이나 아카이빙 같은 준비를 해왔는데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 소프트웨어 개발이었고, 이를 해결할 적임자가 바로 노다멘이었다. 2019년 가을에 처음 이 대표를 만났는데 디지털을 통한 미술 대중화에 대해 똑같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이를 사업적 모델로 만들어나가기 위해 꾸준히 의견을 나누면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협업 방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이: 큰 틀에서 보면 콘텐트는 서보미술문화재단이 맡고, 우리는 IT 서비스나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이번 파트론 디지털 전시가 첫 번째 공식적인 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박서보 화백의 작품을 고해상도로 촬영한 디지털 콘텐트를 제공받아 파트론 플랫폼에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파트론은 미술작품 전시를 위한 서비스인지라 기왕이면 스마트 TV로 감상할 것을 추천한다. 삼성전자 스마트 TV 앱 ‘파트론’이나 KT 기가지니의 ‘우리집 갤러리’ 서비스에 접속하면 박서보 화백의 고해상도 디지털 작품을 음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미술작품을 TV로 감상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을 듯하다.

박: 보통 예술의 대중화라 하면 작품이 갖고 있는 고유한 예술성이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급성장한 디지털 기술 덕분에 원화의 감동을 그대로, 또는 그 이상 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원화에 가까운 정확한 색 재현력과 고해상도의 세부 묘사는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눈으로는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작가의 예술관이나 철학관을 재해석하고 구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미 2018년부터 우리 재단은 디지털 기술의 30배 해상도를 얻기 위해 3차원 삼각대를 개발하고, 부드러운 자연채광 장비,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를 통해 최상의 자연스러움을 구현한 초고해상도 원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또 이러한 디지털화 과정을 거쳐 얻어낸 최종 이미지를 다양한 방식의 디지털 콘텐트로 제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집 거실에는 빨간색 묘법 작품이 걸려 있는데 아침 태양광을 받을 때와 석양이 질 때의 느낌이 전혀 다르다. 이같이 원작이 시시각각 다채롭게 변화하는 화면을 타임랩스로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박서보 화백의 작업 특징 중 하나는 그린 흔적 위에 다시 그림으로써 지우고 덮어가길 거듭한다는 것인데 이 흔적들이 겹겹이 쌓인 것을 엑스레이 촬영으로 보여주는 방법도 고안 중이다. 이처럼 작가의 예술관을 글이나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눈으로 볼 수 있는 디지털아트는 미술 감상의 저변을 대중적으로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기술로 재탄생한 작품들의 유통 방식도 궁금하다.

이: 박서보 화백의 디지털아트 작품들은 감상과 거래라는 큰 틀에서 보급할 계획이다. 특히 박 이사장이 앞서 언급한 타임랩스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원작을 담은 영상처럼 수준 높은 기술과 다양한 노력이 담긴 디지털 작품은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토큰)를 이용해 원작 거래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고해상으로 촬영한 2D 이미지들은 일반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파트론 플랫폼에서 음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전시 콘텐트로 기본적으로 보급되고, 추후 IPTV에서 일반 대중이 음악이나 영상 콘텐트처럼 월정액을 지불하고 감상할 수 있게 할 생각이다.

수준 높은 기술로 원화 이상의 감동 재현


▎비대면 미술 전시 서비스 파트론을 통해 박서보 화백의 단색화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
미술 대중화를 위한 수단이 디지털에만 치중된다는 느낌이다.

박: 우리도 그 부분에 대해 고민 중이다. 디지털 작품 보급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일환으로 대중적인 보급을 위한 에디션 사업과 해외 전시, 미술관 건립 등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박서보 화백의 원작은 일반 사람들이 만나기도 힘들고, 자신만의 공간에 걸어두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원작을 기반으로 한 아트프린트를 대중이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로 보급한다면 많은 사람이 박서보 화백의 작품을 알게 되고, 왜 이 작품이 좋은지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첫 번째 오프라인 프로젝트는 가장 대중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홈쇼핑에서 아트프린트를 공개할 계획이다.

홈쇼핑에서 박서보 화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파격적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이: 홈쇼핑에서는 박서보 화백의 아트프린트와 디지털 에디션 감상권을 함께 판매할 계획이다. 다시 말해 아트프린트 액자와 함께 박서보 화백의 디지털 작품 4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전시 1년 감상권을 NFT 형태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단순히 아트프린트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에디션 형태로 박서보 화백의 작품을 일반 대중이 쉽게 구입하고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전 세계 미술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박서보 화백이 굳이 이렇게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유가 뭔가.

박: 끊임없는 도전으로 한계를 넘고자 하는 것은 아무래도 박서보 화백의 숙명인 것 같다. 박서보 화백은 1960~70년대 한국 추상미술을 개척한 주역이다. 그런 그가 60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미술 대중화를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다. 사실 박서보 화백 개인으로 보면 굳이 이런 도전을 할 필요가 없다. 다만 젊은 후배 작가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강하다. 미술 분야가 다른 예술 영역인 영화나 음악처럼 시장도 확대되지 않고 발전이 안 돼 작가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제 미술도 다른 장르처럼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시장도 확대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도전과 시도를 거듭한다면 미술도 K아트로서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미술이 더는 과거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기술과 융합을 통해 다양한 길을 제시하고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미술관 건립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프로젝트가 미술관에도 반영되는지 궁금하다.

박: 미술관 건립은 현재 경북 예천과 서울 종로에서 논의 중이다. 우선 예천 미술관은 박서보 화백의 원작을 중심으로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주요 작품 120여 점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예천 미술관에서 박서보 화백의 원화를 대거 볼 수 있다면, 종로구 구기동에 건립될 미술관은 새로운 미래형 미술관으로서 방향을 제시하는 거점지로 기획하고 있다. 다시 말해 미술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는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할 예정이다. 아울러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작업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회화와 미디어, 설치, 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협업하면서 한국미술의 새로운 지향점을 만들어가는 공간이 될 예정이다. 또 일반 대중이 미술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명상이나 교육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미술관으로 탄생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원동현 객원기자

202107호 (20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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