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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규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회장 

KSEA, 한미 간 스타트업 지원 나선다 

지난 1971년 미국 워싱턴D.C에서 한인 과학자 69명이 모여 설립한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orean American Scientists and Engineers Association, 이하 재미과기협)가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재미과기협은 한미 양국의 과학기술 발전 협력을 지원하는 데 기여해왔다. 이제 재미과기협은 학계를 넘어 기업가정신을 반영하며 한국의 기업 및 공공기관과 협력 확대에 나섰다. 포브스코리아는 방한 중인 재미과기협 50대 회장 박병규 버지니아대학교 엔지니어링 시스템 및 환경학과 교수를 만났다.

▎지난 7월 14일 박병규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회장이 방한 중 포브스코리아 사무실에 들러 인터뷰를 했다.
“한국 기업들이 재미과기협과 가까워지면 좋겠어요. 미국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는 젊은 과학자들은 한국 기업에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고 싶어 해요. 그리고 미국 굴지의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활약하는 한인 전문가들도 늘 마음속에 한국을 두고 있죠. 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하고 있는데 재미과기협이 도움을 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박 회장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국경의 개념이 사라지는 시대에 한국에서 재미과기협에 관심을 갖고 연계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면서 앞으로는 한미 간 과학기술 교류와 협력에 재미과기협이 더욱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한국에서 산업화가 진행되던 1960~70년대 유학생으로 미국에 건너온 재미과기협 회원들은 모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선진 과학기술을 전수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시작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의 건립과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재미과기협 회원들이 총장, 학장, 교수, 자문 등으로 역할을 해왔다.

현재 재미과기협에는 미국에서 과학기술, 의학을 전공하는 학부생부터 석사, 박사, 박사후과정의 젊은 과학자와 미국 내 연구소, 대학, 정부기관, 기업체 등에서 근무하는 과학기술 전문가, 은퇴 과학기술자 등 7000여 명이 소속돼 있다. 재미과기협 네트워크는 미국 각 주에 70개 지부, 각 대학에 있는 22개 차세대 지부, 31개 과학기술 관련 전문단체(KSEA Affiliated Professional Society)로 구성돼 있으며 본부는 버지니아주 비엔나에 있다.

재미과기협의 가장 큰 행사는 과학, 기술, 기업가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한미 학술대회(US Korea Conference, 이하 UKC)다. 한미 간 최대 규모의 과학기술 콘퍼런스로 지난 1991년 이래 매년 3박 4일간 열렸다. 행사에는 세계적 석학, 글로벌 기업 최고기술책임자, 과학기술전문가, 한미 정부 관계자, 차세대 과학기술 전공자 등이 참석한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UKC를 온라인으로 개최했어요. UKC의 큰 이점이 인적 교류인데 아무래도 온라인 행사는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올해는 한미 양국의 백신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오는 12월 15~18일에 LA에서 오프라인으로 개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올해 콘퍼런스 주제는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해 ‘세계 보건과 지속가능한 성장 추구’다. 코로나19와 관련해 과학 및 정책 포럼과 탄소중립 등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박 회장은 “올해 기조연설은 최근 삼성호암상 의학상을 수여한 이대열 존스홉킨스대 특훈교수”라며 “이 교수는 영장류의 뇌기능 실험 연구에 경제학적 이론을 접목해 뇌 안의 의사결정 매커니즘을 규명한 신경과학계의 권위자”라고 소개했다.

UKC 스페셜 세션에는 연구자들이 어떻게 좋은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지와 더불어 연구비 펀딩 노하우, 산업계 리더들이 들려주는 성공 비결을 공유하는 시간 등으로 구성됐다.

한미 창업팀의 조인트 벤처 지원 나서


최근 한미과기협은 기존 학계 중심에서 벗어나 기업가정신을 수용하며 한미 간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아이디어만 있다면 한미과기협과 한국의 창업진흥원이 함께 조성한 벤처캐피털(VC)의 지원 아래 특허, 멘토링, 네트워킹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스타트업이 5년간 생존할 확률이 매우 낮아요. 아무래도 정보와 네트워크가 약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미과기협이 이들에게 힘을 보태려 합니다. 지난해부터 준비해 올해 스타트업 선정 작업을 마쳤습니다. 선정된 스타트업에는 재미과기협이 1만 달러, 창업진흥원이 9000만원의 매칭 펀드를 제공하고 창업과 성장을 지원해요. 선정된 스타트업의 지분 3% 이하를 재미과기협이 보유하므로 협회 차원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올해 선정된 스타트업은 바이오, 인공지능(AI) 교육 분야의 4개사로 ▶휴메드생명과학(융합형 치과용 임플란트) ▶도우닷존(머신러닝 연구 및 교육) ▶파트리지 시스템즈(빅데이터/자율주행차량 부품의 가상화) ▶뉴란주식회사(AI 기반 캠퍼스 안전시스템)다. 박 회장은 “시행 첫해 아쉬운 점은 한국 국적자로 한국에서 창업해야 한다는 제한이 있어 일부 유망한 미래 사업가가 선정된 후 포기해야 했다”며 “이런 제한에 얽매이지 않고 좋은 기업가를 발굴할 수 있도록 창업진흥원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세대 과학기술자의 발굴 및 지원은 재미과기협의 주요 미션 중 하나다. 재미과기협의 젊은 회원들이 미국을 넘어 한국 차세대 리더들과 교류할 수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대표적 사업이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KOFST YG’이다. 한미 양국의 젊은 과학자들이 서로 만나 네트워킹하고 멘토들과 그룹별로 토의한다. 또 전 세계의 재외과기협에서 선발된 차세대 과학자들은 매년 한국에 모여 1주일간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미래 리더십을 구축하고 있다.

지능형 교통시스템의 권위자

박 회장은 한양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석사를 거쳐 텍사스 A&M대에서 토목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 국립통계과학원 연구원을 역임한 뒤 현재 버지니아대학의 엔지니어링 시스템 및 환경학과 교수로 학내 교통운영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독일 PTV그룹,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등이 수여하는 우수논문상 수상 실적을 보유한 지능형 교통시스템 연구의 권위자다.

박 회장은 “교통 문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물류 비용을 개선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도시에 도로를 넓히거나 추가하려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하므로, 그는 교통시스템의 지능화를 통해 솔루션을 찾고 있다.

“많은 도시가 교통의 과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최적화 공식만으로는 풀 수 없다. 그래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신호체계의 수많은 경우의 수를 조합하며 솔루션을 찾는 노력을 했고 이 논문이 학계에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는 최근 자율주행과 관련해 군집주행(platooning)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군집주행은 자율자동차 기술만으로는 교통 안전을 완전히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에 더욱 획기적인 모빌리티 향상을 위해 차량들끼리 통신을 연결하는 상호협력적 주행이라는 개념이다. 박 회장은 이와 관련된 연구를 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리서치그룹과 함께하고 있다.

“무선차량통행으로 가속과 감속을 동시에 하게 되면 여러 차량이 기차처럼 주행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면, 서로 통신이 연결된 자율주행차들이 감응식 연계 크루즈 컨트롤(CACC)*로 협력 주행하게 되면 차량 시간 간격을 0.6초까지 줄일 수 있어서, 감응식 크루즈 컨트롤(Adaptive Cruise Control, ACC)에 필요한 1.1초에 비해 이동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습니다.”

그는 “디지털 모빌리티와 관련해 연결성(connected), 자율주행, 전기차, 공유시대로 바뀌고 있는 트렌드는 지속될 것”이라며 “ 특히 플라잉 카(Flying Car/Taxi)는 파괴적 기술로 주목받고 있고 아직 거리당 비용이 비싸지만 수요가 개발을 견인해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구나 재미과기협에서의 역할에서 현안에 대한 워킹그룹 리더가 모여 해결책을 찾고 제안하는 방법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상관없이 다양한 과학기술자와 만나 의견과 고민을 공유하고 있어요. 분야별로 사일로 현상(분야 내 고립주의)에 대한 이슈가 많은데, 각 사일로를 군집(Cluster)화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가며 정기적으로 논의를 계속한다면 획기적인 솔루션을 찾을 수 있어요. 많은 이슈에 대해 이런 방법론을 적용해 해결책에 접근해갈 수 있다는 점을 많은 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감응식 연계 크루즈 컨트롤(Cooperative Adaptive Cruise Control) - 해당 차량이 다른 차량이나 기반 시설로부터 정보를 입력받는 장치를 설치하고 운행하는 시스템. 네덜란드의 커넥트 앤드 드라이브(Dutch Connect & Drive) 프로젝트는 2009~2010년에 토요타 프리우스 차량 7대에 CACC를 구현한 바 있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사진 박종근 기자

202108호 (202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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