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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동수단 하나로 묶는 한국형 마스(MaaS) 리더들] 이강휘 휙고 대표 

“대중교통 연계한 공유 모빌리티로 도시 교통문제 해결” 

오승일 기자
이제 킥보드도 교통카드만 대면 바로 탑승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지난 2018년 설립된 마스(MaaS) 플랫폼 전문기업 휙고가 NFC를 탑재한 공유 모빌리티용 IoT 플랫폼과 단말기의 상용화에 성공한 덕분이다. 대중교통과 공유 모빌리티 간 본격적인 환승 시대를 열고 있는 이강휘 휙고 대표에게 개발 배경과 전망을 들어봤다.

▎지난 10월 12일 서울 중구 휙고 본사에서 만난 이강휘 대표. 클라우드 개발자 출신인 이 대표는 도시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All Range MaaS Platform Provider(모든 영역에서 마스 플랫폼을 제공한다)’를 표방하는 휙고는 택시와 버스, 기차 같은 다양한 대중교통을 하나의 앱으로 통합해 이용할 수 있는 마스 서비스 플랫폼과 전동킥보드·공유자전거 같은 자체 모빌리티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국내 유일의 마스 전문기업이다. 클라우드 개발자 출신인 이강휘(48) 대표가 혁신적인 마스 플랫폼으로 극심한 도시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의기투합해 획기적인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휙고는 자체 개발한 서비스앱으로 공유 모빌리티 이용에 필요한 모든 정보와 기능을 제공한다. 다양한 공유 모빌리티를 연결해 가장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안내하는 것은 물론 우선 점유가 필요한 공유형 이동수단의 예약·호출 기능을 제공하고, 복합이동에 최적화된 공유 모빌리티 구독상품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지하철 환승이 가능한 전동킥보드용 사물인터넷(IoT) 플랫폼과 단말기의 국산화 개발을 완료하고 지난 9월 10일부터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주목을 받고 있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휙고의 이번 서비스 개시가 대중교통과 연계된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의 서막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10월 12일 서울 중구에 있는 휙고 본사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그는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는 기존 교통수단의 대체제가 아니라 버스와 지하철, 택시가 할 수 없는 이동의 빈틈을 채워주는 보완수단”이라며 “교통카드 태깅이 가능한 공유 모빌리티용 IoT 플랫폼은 대중교통과 공유 모빌리티 간 환승 시대를 여는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이번 IoT 모듈을 개발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모빌리티 기기와 운영 서버, 스마트폰과 통신 가능한 IoT 단말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국내 공유 킥보드 업체는 중국산 IoT 단말기를 사용해왔다. 이 때문에 국내 킥보드 사용자 데이터가 중국으로 넘어갈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또 중국산 IoT 단말기는 어린이보호구역 같은 특정 지역에서 속도 제어가 불가능하고, 킥보드에 헬멧 잠금장치를 부착해 헬멧을 제어하는 기능을 제공하기도 어려웠다. 이번에 우리가 국산화에 성공한 제품에는 사용자가 공유 모빌리티에 장착된 IoT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태깅하면 환승 처리가 되는 NFC칩을 탑재했다. 또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헬멧 잠금장치를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은 물론 교통 환경에 맞춰 속도를 원격 제어할 수 있는 기능까지 갖추었다.

IoT 모듈의 향후 운영 계획에 대해 설명해달라.

우리는 IoT 모듈 개발과 함께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들이 손쉽게 운영할 수 있는 플랫폼도 구축했다. IoT 단말기에서 실시간 발생하는 데이터를 한 번에 통합·관리할 수 있는 통합 관제 솔루션을 개발해 공유 모빌리티의 실시간 위치 정보와 배터리 잔량 모니터링, 수요 피크 예측과 알람, 사용자의 주요 동선 통계, 무단 주차와 방치 모니터링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내년부터 지하철 환승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아울러 다른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들에도 이 제품을 저렴하게 제공해 시장을 함께 키워나가는 계기를 마련할 생각이다.

대중교통 환승 가능한 IoT 플랫폼 개발 성공


▎휙고가 자체 개발한 공유 모빌리티용 IoT 모듈. 사용자가 킥보드에 장착된 loT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대면 환승 처리가 되는 NFC칩을 탑재했다. / 사진:휙고
인하대에서 자동화공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코오롱정보통신과 엔키아, 한글과컴퓨터 등을 거친 엔지니어 출신 사업가다. 특히 한글과컴퓨터에서만 10년간 클라우드 사업을 진행했다. 당시 한글과컴퓨터에서는 클라우드 스토리지 공간과 웹오피스 같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통합 오피스 서비스인 넷피스를 출시했다. 이 대표는 클라우드사업부와 해외사업부를 동시에 총괄하며, 기업 생태계가 클라우드 환경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이후 이 대표는 10년간 몸담았던 한글과컴퓨터를 뒤로하고 지난 2015년 플랜그램이라는 태스크 매니지먼트 서비스(TMS)를 창업했다. TMS는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하는 사람들이 서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보기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관리자가 엔지니어들의 업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플랜그램을 운영하며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주관하는 글로벌 SaaS 육성 프로젝트(GSIP) 대상에서 우수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선정, K글로벌 스타트업 공모 선정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둔 이 대표는 마스 관련 기술 스타트업 KST로부터 사업 제안을 받았다. 당시 마카롱 택시를 운영하던 KST는 플랜그램의 IT 기술력이 필요했다. 이 대표는 마카롱 택시의 R&D 센터 역할을 하던 KST인텔리전스(휙고의 전신) 대표에 취임하며 마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됐다.

마스 시장 진출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오늘날 도시의 집중화로 인해 환경과 주거, 교통 등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도시의 도로정체와 주차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교통 문제는 공유경제에 기반한 새로운 패러다임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유에서 공유로 이동하는 교통 패러다임의 전환은 도시 교통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모빌리티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휙고가 제공하는 핵심 서비스를 설명해달라.


▎강릉시 스마트시티챌린지 본사업자에 선정된 휙고의 킥보드와 전기자전거. 올해부터 휙고는 강릉 전역에서 시내버스와 퍼스널 모빌리티 환승할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 사진:휙고
대중교통 이용자들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여러 번 환승을 하게 된다. 서울을 기준으로 버스 환승 시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6분이며,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하기 위해 도보 같은 추가적인 수단을 사용하게 된다. 휙고는 대중교통과 공유형 이동장치 같은 다양한 이동수단이 결합된 멀티 모달(Multi Modal, 여러 가지 형태와 의미로 컴퓨터와 대화하는 환경)을 이용해 신속하고 안전하며 효율적인 방법으로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 경로와 수단을 제공한다. 휙고가 추구하는 마스의 핵심 가치는 심리스(Seamless)이며, 우리 사명에도 녹아 있다. ‘휙고’는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신속해야 한다는 의미의 ‘휙’과 영단어 ‘고(Go)’가 합쳐진 결과물이다. 현재 휙고는 킥보드와 전기자전거로 이루어진 공유형 이동수단과 여행과 골프 같은 특수목적으로 운행되는 인터내셔널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타사와 비교되는 휙고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인가.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의 모든 공유형 이동수단에는 자체 개발한 IoT가 탑재돼 있다. 이를 통해 대중교통과 환승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지난 5월부터 전동킥보드 탑승 시 착용이 의무화된 헬멧이 포함돼 있으며, 킥보드 주정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무선충전형 킥보드 거치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 9월 마포구청과 협약을 맺고 자체 개발한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전용 주차대를 상암동 DMC역 주변 지역에 설치했다.

대표 취임 이후 대표적인 성과는 무엇인가.

휙고가 추구하는 마스의 철학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강릉시 스마트시티챌린지 본사업자 선정이 가장 눈에 띄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업은 휙고가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총사업비 200억원이 투입되는 강릉스마트시티챌린지는 휙고의 마스 서비스와 관광을 결합해 강릉 지역의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지역 소상공인의 수익을 제고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우리는 이미 지난해 6월 강릉시 스마트시티챌린지 예비사업 주관사로 선정돼 스마트 골목과 연결된 통합 스마트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하고, 관광객의 이동편의성을 높여 지역 골목상권을 살릴 수 있는 본사업 추진 가능성을 실증해왔다. 이를 통해 전동킥보드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와 시내 교통, KTX 승차권을 통합해 이용할 수 있는 ‘휙파인패스 모바일앱’을 구축했다. 또 강릉 대표 골목상권인 명주동과 중앙동 78개 매장의 실시간 데이터를 전용 포스(POS) 시스템과 연동해 여행객들이 매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간편하게 확인한 후 예약·방문할 수 있는 플랫폼도 구축했다. 올해부터는 강릉 전역을 대상으로 시내버스와 퍼스널 모빌리티 환승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중교통 간선망 체계를 현대화하는 지능형교통체계(ITS) 사업과도 연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소도시에서도 대도시 수준의 대중교통 편리성을 제공하는 스마트시티 전문 기술기업으로 도약할 예정이다.

휙고의 중장기 사업계획을 밝혀달라.

현재 국내에서는 다양한 플랫폼 기업이 지자체별로 추진하는 마스 사업을 수주해 유사한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 사업에 거대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갈수록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국내 마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도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에 주로 사용되는 결제 시스템을 공유형 이동수단에 적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특수목적형 택시사업을 추가해 다양한 경로와 이동수단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로 성장시켜나갈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대중교통과 연계된 부분에 개발 역량을 더욱 집중할 계획이며, 지하철역 주변과 학교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서울역 2번 출구에서 부산 달맞이 고개의 유명한 복집을 찾아갈 때 휙고앱으로 최적의 경로를 선택하고, 모든 이동수단을 한 번에 결제할 수 있는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형태의 마스를 구현하는 것. 이것이 휙고의 최종 목표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202111호 (202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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