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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준민 센터피스 대표 

코스메틱과 바이오 다 잡은 청년 CEO 

장진원 기자
리얼 후기가 난무하는 온라인 시장에서 뛰어난 품질과 가성비로 대박을 친 화장품이 화제다. 선준민 센터피스 대표가 선보인 아이멜리 브랜드다. 선 대표는 코스메틱에 이어 국내외 바이오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될 준비를 마쳤다고 말한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국내외 산업 경쟁력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 ‘K-뷰티’로 불리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한국 화장품 업계도 팬데믹이 불러온 풍파에 신음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청년 CEO가 창업한 화장품·바이오 스타트업이 눈에 띄는 성과로 주목받고 있다. 선준민 센터피스 대표다. 2019년 ‘아이멜리(I’mele)’ 브랜드를 선보이며 뷰티업계에 도전장을 내민 센터피스는 창업 첫해 기록한 10억원 매출이 이듬해 40억원으로 뛰어오르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선 대표가 기록한 1년간 400% 성장은 코로나19 쇼크 가운데 거둔 성적이라 더 의미가 깊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4월 기준, 국내 월별 화장품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23%나 감소했다. 팬데믹 장기화는 화장품업계 실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8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온라인쇼핑에서 이뤄진 화장품 거래액은 9170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15% 넘게 감소한 수치다. 반면 센터피스는 지난해 고속 성장에 이어 올해 매출액 100억원 돌파를 자신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1년 새 400% 성장

미국과 한국에서 생물학과 화학을 전공한 선 대표는 의료계에 종사한 부모님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코스메틱 사업에 뛰어들었다. 주로 병원 등에서 활용하는 코슈메슈티컬과 파마슈티컬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하며 화장품 제조 역량을 키웠고, 본격적으로 B2C 비즈니스를 전개하기 위해 센터피스 창업에 나섰다.

아이멜리 화장품은 현재 네이버, G마켓, 쿠팡, 무신사 등 국내 메이저 온라인 채널은 물론, 롯데백화점 본점과 면세점에 독점 납품하는 등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시장의 뉴커머로 부상하고 있다. 수백 대 일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면세점 입점을 창업 3년 차인 신생기업이 뚫어낸 것 자체가 이례적인 성과다. 선 대표는 “백화점과 면세점 등 고급 유통 채널의 경우 자체 테스트를 거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뿐 아니라 중국의 대형 유통 플랫폼과 계약을 맺어 11월 광군제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신생 브랜드인 아이멜리가 흥행몰이에 성공한 건 제품 자체의 경쟁력 덕분이라는 게 선 대표의 설명이다. 선 대표는 “후각(향)과 촉각(텍스처), 시각(디자인)을 디테일하게 녹인 소비자 맞춤형 화장품”이라고 소개했다. 로즈, 블루, 그린으로 라인업을 세분화하고 연령대별로 피부 타입, 기능, 원료 등을 차별화해 맞춤형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도 아이멜리의 강점이다.

선 대표는 무엇보다 완제품을 만드는 원료 자체의 우수성과 안정성을 강조했다. 아이멜리는 인체줄기세포 배양액이라는 고기능성 원료로 만든 제품이다. 인체줄기세포 배양액은 줄기세포를 대량으로 증식하기 위한 핵심 에너지원 역할을 하는데, 이를 피부에 적용하면 세포 활성, 피부 기능 활성화에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 줄기세포 배양액이 화장품업계에서 고가의 고기능성 원료로 꼽히는 이유다.

“인체줄기세포 배양액은 원료 자체가 굉장히 고가이고 원하는 방향으로 가공하는 기술도 까다롭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를 화장품 원료로 활용하는 곳도 대기업이 많고 제품도 메디컬 라인 위주죠. 크림 하나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제품도 있는데, 아이멜리는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을 3만~4만원대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가성비로는 당할 수가 없죠.”

합리적인 가격대의 고기능성 제품은 입소문을 타고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선 대표는 “아이멜리의 반품률이 0.02%에 불과하다”며 “그마저도 대부분이 제품 자체보다 용기 불량이 원인인 경우”라고 밝혔다. 선 대표는 이어 “일반적으로 화장품업계에서 재구매율이 20% 이상이면 ‘초대박’으로 분류하는데, 아이멜리는 50%가 넘는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대기업 못지않은 제품 경쟁력은 물론 합리적인 가격대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건 자체 기술 개발과 생산 능력 덕이다. 센터피스의 바이오테크 사업부문은 지난 8월 국내 최초로 순수 국내 기술로 ‘무혈청’ 줄기세포 배지를 개발해 특허등록을 완료했다. 줄기세포의 대량 증식을 위해 꼭 필요한 배지는 그동안 거의 대부분의 기업에서 동물 혈청 배지를 사용해왔다. 우태아혈청(우혈청), 즉 임신한 소의 태아에서 혈청을 얻는 방식이다. 우태아 혈청 확보를 위해 미국에서만 연간 약 50만 마리의 소(태아)가 희생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 학대 방지와 윤리를 주장하는 NGO에서 우태아혈청 사업을 반대하고 비난하는 배경이다.

무혈청 줄기세포 배지 국내 최초 개발

센터피스가 개발한 무혈청 배지는 말 그대로 동물성 혈청이 전혀 첨가되지 않은 화학적 배지다. 소 도살을 피해 윤리적 이슈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동물성 혈청 배지에 비해 안정성과 경제성도 뛰어나다. 동물성 혈청은 배양액에 여러 가지 유해 성분이 함유되기 쉽다. 동물의 병원균이 배아 줄기세포에 감염을 일으킬 위험성이 잠재한다는 뜻이다. 이 밖에도 조직 변이 가능성, 세포 표면의 변형 유발 가능성 등도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동일 로트에서 제조되지 않은 배지를 사용할 경우 세포 배양 및 실험 시에도 결과물이 조금씩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우리가 개발한 무혈청 배지는 무기이온, 유기이온, 호르몬, 비타민 등의 조성물질로 생물학적 이슈를 방지하면서도 우수한 세포분화율과 특성 유지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무혈청 배지는 우혈청 배지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기존 동물성 혈청 배지에선 어려웠던 퀄리티 컨트롤(QC)도 가능하죠. 현재 국내 대부분의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하이클론이나 론자 같은 해외 기업에서 동물성 혈청 배지를 수입해 쓰고 있어요. 효과나 가격경쟁력 면에서 무혈청 배지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선 대표는 특히 국산화 의지를 강조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국내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준 사례에서 보듯, 무혈청 배지 국산화가 국가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생력을 갖추게 하는 데 훌륭한 무기가 될 거란 설명이다.

선 대표는 최근 면역항암제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자연살해세포(NK세포)’ 배양 배지 개발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 중이다. NK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면역세포를 말한다. 선 대표는 “줄기세포 배양 배지와 마찬가지로 NK세포를 배양하는 무혈청 배지 개발에 착수했고 연구개발(R&D)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선 대표는 NK세포의 활성도를 기존 수준보다 대폭 끌어올리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암 치료는 시간 싸움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암세포를 공격해야 하는데, 기존 NK세포로 효과를 보려면 2주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 걸리죠. 이에 비해 센터피스는 이를 하루 정도로 단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암 환자를 위한 NK세포 원데이 플랫폼이 가능해진 것이죠. 현재 녹십자 등과 관련 연구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모더나 같은 세계적인 바이오 스타트업이 나오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선 대표는 바이오 화장품과 바이오 비즈니스에 이어 면역식품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내년 초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메디컬 식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국내 바이오업계는 너무 완제품과 결과물에만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원료 같은 베이스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죠. 반도체라는 완제품만 중시하고 ‘소부장’은 챙기지 못하다가 일본이 기초원료 수출을 금지했을 때 어려움을 겪지 않았습니까. 바이오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센터피스가 국내 바이오업계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습니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사진 박종근 기자

202111호 (202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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