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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원 현대차그룹 UAM사업부 사장 

“새로운 차원의 이동수단으로 인류 삶에 기여” 

오승일 기자
현대차그룹이 미국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독립법인명을 공개했다. 지난해 미국에 UAM 사업 관련 법인을 설립하고 전기수직이착륙장치(eVTOL) 개발을 진행해온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법인명 공개를 계기로 글로벌 UAM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복안이다. 현대차그룹의 UAM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신재원 사장을 만나 미국 UAM 독립법인이 갖는 의미와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UAM 생태계 구축 계획을 들어봤다.

▎현대차그룹의 UAM 사업을 이끌고 있는 신재원 사장. 지난 30년간 미 항공우주국에서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UAM 시장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1월 9일,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을 지향하는 현대차그룹이 미국의 도심 항공모빌리티(UAM) 독립법인명 ‘슈퍼널(Supernal)’을 공개했다. ‘천상의’ 혹은 ‘이세상 것이 아닌’이라는 의미를 가진 슈퍼널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Advanced Air Mobility)를 통해 인류의 평화롭고 안전한 삶에 기여하고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설립됐다. 미국 워싱턴 D.C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내년에는 캘리포니아에 연구시설을 개설하는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UAM사업부장 겸 슈퍼널 최고경영자(CEO)인 신재원(62) 사장은 포브스코리아 인터뷰에서 “슈퍼널은 인류를 위해 가장 안전하고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경제적인 UAM 기체를 만들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의지를 담은 이름”이라며 “새로운 차원의 이동수단을 통해 사회가 움직이고, 연결되고, 살아가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만간 현대차그룹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술과 제조 역량을 활용한 제품으로 대중에게 다가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우선 슈퍼널이 갖는 의미와 역할,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설명 바란다.

현대차그룹이 UAM 사업을 추진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고객들에게 이동의 자유로움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현재 전 세계 트렌드로 떠오른 메가시티화(Mega-Urbanization, 인구 1000만 명 이상 도시 확산)로 인해 도시 거주자들의 이동 효율성은 급격히 떨어지고, 물류비 등 사회적 비용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UAM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다. 흔히 PAV(개인항공기) 혹은 eVTOL(전기수직이착륙장치), 에어택시 등으로 불리는 UAM은 항공기와 달리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다시 말해 공중비행으로 교통체증을 유발하지 않을뿐더러 수직 이착륙을 활용하면 활주로 없이도 도심 내 이동이 가능해 자동차와 항공기의 단점을 보완한 혁신적인 이동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법인을 설립한 이유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UAM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에 관련 법인을 설립하고 eVTOL의 연구개발을 진행해왔다. 또 로스앤젤레스시, 도심이동연구소(Urban Movement Lab)와 UAM 공공 참여 로드맵과 정책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는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도록 유관 기관들과 협조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8년에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모델을 내놓고, 2030년대에는 인접한 도시를 연결하는 지역항공모빌리티(RAM) 기체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현대차가 선보인 PAV 콘셉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우리가 지난해 1월 CES에서 최초로 공개한 PAV 콘셉트 ‘S-A1’은 실물 크기의 개인용 비행체다. 전장 10.7m, 날개 15m 사양의 S-A1은 조종사를 포함해 총 5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최고 비행 속력 290㎞/h에 최대 약 100㎞를 날아갈 수 있다. 또 활주로 없이도 비행이 가능한 eVTOL 기능을 탑재했으며, 총 8개의 프로펠러를 장착하고 있다. 상용화 초기에는 조종사가 직접 조종하지만, 자동비행기술이 안정화된 이후부터는 자율비행이 가능하도록 개발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현대차는 KT, 현대건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함께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추진 등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에 대해 자세한 설명 바란다.

UAM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체 개발 못지않게 관련 시스템과 인프라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서울 같은 메가시티에서 UAM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체 개발은 물론 제조, 판매, 운영, 정비를 아우르는 사업 모델을 제대로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대차를 포함한 4개사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UAM 생태계 구축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UAM 시장의 개화를 앞당기기 위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4개사는 K-UAM 로드맵 공동 추진, 이착륙장 건설 등 UAM 산업 기반 구축을 위한 노력을 공동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UAM 시장은 오는 2040년까지 국내 13조원을 포함해 전 세계 73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새롭게 떠오르는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업 간,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이번 4개사 협력이 시너지를 낸다면 한국은 머지않아 UAM 선도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기체 개발에 주력


▎지난해 1월 CES 현대차 미디어 행사장에 마련된 PAV 콘셉트 ‘S-A1’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신재원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 /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UAM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신 사장은 미래항공 연구와 안전 부문의 최고 권위자다. 지난 30년간 미 항공우주국에서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UAM 시장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1989년 미 항공우주국 산하 글렌리서 치센터에 입사해 항공안전과 항법 시스템 연구개발을 담당한 신 사장은 2001년 항공연구본부 본부장으로 승진하며 전문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동양인 최초로 미 항공우주국 최고위직인 항공연구 총괄본부장에 올랐으며, 플라잉카와 무인항공 시스템, 초음속 비행기 등 신개념 미래항공 연구와 전략 방향을 설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저공비행용 교통 시스템 개발을 위해 미 연방항공청(FAA)을 비롯해 구글과 우버, 보잉, GE,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등 UAM 시장을 개척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리더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에서의 활동 외에도 2008~2014년 백악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항공과학기술분과위원회 공동위원장을, 2014~2015년 국제항공연구 포럼(IFAR, International Forum For Aviation Research) 의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 미국 연방정부 고위 공직자에게 수여하는 상 중 최고의 상인 미국 대통령상(Presidential Rank Award)을 2008년과 2016년 두 번 수상한 신 사장은 미국항공우주학회(American Institute of Aeronautics and Astronautics)의 석좌회원이기도 하다.


▎지난해 1월 CES에서 공개한 PAV 콘셉트 ‘S-A1’. 전기수직이착륙장치(eVTOL) 기능을 탑재해 활주로 없이도 비행이 가능하다.
지난 4월 현대차가 항공안전기술원과 체결한 MOU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달라.

UAM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안전 보장이 우선적으로 확보돼야 한다. 국내 유일의 항공안전 전문기관인 항공안전기술원은 UAM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안전과 인증 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파트너다. 민간항공기와 공항, 항행시설의 안전성과 성능에 대한 시험 인증, 항공 안전에 영향을 주는 결함 분석, 첨단 항공기술의 개발과 표준화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 업무협약은 도심항공교통 민관 협의체인 ‘UAM 팀 코리아’에 참여하고 있는 양측의 인력과 기술, 지식재산, 연구시설 같은 자원과 역량을 공유하고 상호 협력함으로써 국내 UAM 산업 발전과 항공분야 신기술에 대한 안전 제도 마련에 기여하기 위해 성사됐다. 특히 우리는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UAM과 무인항공 시스템, 항공용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낼 예정이다.

향후 글로벌 UAM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까지 글로벌 UAM 시장이 1조5000억 달러(1773조75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전 세계에서 200개 넘는 회사가 기체 개발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UAM이 현실화되면 출퇴근을 비롯한 도심 내 이동시간과 택배 등 배송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돼 도심교통 혁명은 물론 기존 자동차와 항공, 물류와 운송 등 산업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지난 100년 이상 발전해온 항공산업과 자동차산업은 물론 도심 교통체계에 완전히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분야가 바로 UAM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UAM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현대차의 중장기 사업계획은 무엇인가.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을 지향하는 현대차는 고객들에게 혁신적인 이동 경험을 제공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UAM 개발에 앞으로도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인간 중심의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을 실현하고 미래 시장을 선점해나갈 예정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이미 지난해 CES에서 안전성(Safe)을 최우선 원칙으로 저소음(Quiet), 경제성과 접근 용이성(Affordable), 승객 중심(Passengercentered) 등 4대 원칙을 바탕으로 개발 중인 UAM 콘셉트 ‘S-A1’을 선보이며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향후 UAM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승객과 화물 운송 시장을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 제품군 구축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2026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화물용 무인항공 시스템(UAS)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며, 2028년에는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 2030년대에는 인접한 도시를 서로 연결하는 지역항공모빌리티 제품을 공개할 계획이다. 또 UAM 생태계 구축을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규모 있는 UAM 시장을 실현하기 위해 관련 기관이나 기업들과 협력하는 것은 물론 관련 제도와 법규를 마련하고 사회적 수용성 확대를 위해서도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UAM 사업 책임자로서 궁극적인 목표를 밝혀달라.

현대차그룹의 발전 과정을 돌아보면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기적을 이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100년 이상 전통을 가진 독일이나 영국의 유수한 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완성차 업체로는 전 세계 톱 5 안에 들 정도로 물량뿐만 아니라 퀄리티와 성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내 바람은 20년 정도 뒤에 현대차그룹이 항공 분야에서도 그렇게 인정을 받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자동차는 물론 UAM 시장에서도 굉장히 책임감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 현대차그룹이 인류의 삶과 행복을 돕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신인섭 기자

202112호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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