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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범 바른손랩스 대표 

폐쇄적인 문화예술 생태계, 블록체인이 바꾼다 

김민수 기자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인에게 뜨거운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서 K-콘텐트 산업이 한국의 대표 수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성공 뒤에는 열악한 제작 환경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해온 젊은 창작자들의 땀과 눈물이 있다. 영화 콘텐트 제작 및 신기술에 투자하고 있는 강신범 대표는 “이들이 과연 공정한 평가를 받으며 자신에게 마땅히 돌아가야 할 몫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 우리 사회가 답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신범 대표는 2017년 바른손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영화와 게임 등 콘텐트 제작과 가상현실, 메타버스 등 신기술에 투자해왔다. 국내 최초의 인터넷뱅킹 시스템 개발자인 그는 암호화 알고리즘과 보안 프로토콜 전문가이도 하다. 그가 콘텐트 제작과 투자에 몸담으며 알게 된 것은 “영화산업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게임의 룰이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 현실”이었다. 이런 문제의식은 “블록체인이 갖고 있는 탈중앙화, 즉 권위로부터의 탈출에 매력을 느끼는 젊은 세대가 자신의 몫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열겠다”는 비전으로 이어졌다.

그의 비전을 실현할 재료는 블록체인 기술과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그는 “문화 예술 창작물들이 정당한 평가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블록체인 기술과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새로운 경제·사회·문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가 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바른손의 자회사 바른손랩스는 ‘좋은 기술이 좋은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슬로건을 기반으로 기술과 문화를 하나로 융합할 수 있는 사업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포브스코리아는 그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해 블록체인과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기술이 문화콘텐트 시장의 생태계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다음은 강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NFT 기술이 가져올 ‘새로운 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신사업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바른손랩스가 신기술을 활용해 추구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새로운 문화가 출현한다. MZ 세대가 주축이 될 사회에서는 오늘날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문화나 시스템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바른손랩스는 문화예술 창작물들이 정당한 평가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블록체인 기술과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새로운 경제·사회·문화 공간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최근 NFT 마켓 ‘엔플라넷’을 선보였다. 엔플라넷은 NFT 기술을 활용해 원본 증명을 통한 실물 작품 및 디지털 작품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플랫폼이라고 들었다. 기존 사업들과 어떤 시너지를 기대하는지 운영 계획을 들려달라.

엔플라넷은 바른손의 문화예술 사업 노하우를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위에 올려내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가지고 있는 탈중앙화, 투명성과 같은 기술적 요소들을 개발자가 아닌 일반 사용자들도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으로 서비스를 오픈하게 됐다. 기존 서비스들은 블록체인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데 집중하지만, 우리는 사용자와 크리에이터가 직접 소통하고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대부분의 사람은 기존 NFT 기술이 적용된 예술품들의 경매나 전시 뉴스를 접하게 되면 상당한 괴리감을 느낀다. 내 주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듯한 느낌이랄까. 우리는 이런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엔플라넷 오픈에 맞춰 NFT 아트페어를 오프라인으로 선보였다. 기존 갤러리들이 가지고 있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작품을 직접 눈으로 감상하면서 원하는 작품을 원하는 만큼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NFT 기술을 매개로 바른손과 크리에이터들 사이에 만들어지는 건전한 에코시스템이란 어떤 모습일까.

NFT 기술을 활용해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창작물을 소비자들로부터 직접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시장은 크리에이터와 소비자 사이에서 그들의 창작물을 평가하는 주체에게 과도한 권위가 주어져 있고 매우 경직된 구조로 운영되는 시스템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엔플라넷에서는 크리에이터들에 대한 기본적인 확인 사항만 검증되고 나면 자신의 작품을 직접 사용자들에게 평가받을 수 있다. 또 NFT 상품을 구매해 자신이 지지하는 크리에이터에게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 크리에이터들과 사용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다.

엔플라넷에서 얻어지는 수익은 어떻게 배분되나.

엔플라넷에서 판매된 NFT 수익은 원작자인 크리에이터들에게 배분된다. 창작물의 전시나 판매를 위해 사용된 비용 등은 판매된 금액, 작품의 특성에 따라 NFT 상품 등록 시에 결정된다. 구매한 NFT 상품은 엔플라넷에서 다시 판매할 수 있고, 사용자들 간에 거래가 발생하면 판매자에게 거래수수료가 청구된다.

엔플라넷에서는 NFT 검토위원회가 미술품, 영화 시나리오 라이선스 등 NFT 아이템의 진품 여부를 인증한 뒤에 NFT를 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품이 걸러지지 않을 가능성은 없나.

엔플라넷에 등록되는 크리에이터들은 실제 작품 창작 활동의 경험이 인정되었거나 이미 아트페어나 전시회를 통해 창작물에 대한 검증을 마친 분들이다. 물론 새롭게 도전하는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지원 시스템도 마련되어 있다. 우수한 교육기관들의 졸업작품전 등에 큐레이터를 파견해 젊은 크리에이터들을 발굴하고 있고, 장르와 상관없이 엔플라넷을 통해 등단하고 싶은 이들은 누구나 분야별 콘텐트 전문가들과 상담할 수 있다. 이러한 지원책은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이 흉내 낼 수 없다. 문화예술 콘텐트의 제작, 투자, 유통과 같은 영역은 일반 IT 기술기업들이 쉽게 이해하거나 따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기존 NFT 마켓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기존 NFT 마켓들의 문제점은 “과연 이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콘텐트가 크리에이터들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아직 전혀 결과물을 내지 못하는 백서만으로도 코인을 상장해 이익을 편취하던 잘못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오해와 피해가 있었는지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NFT 마켓들이 이러한 악순환을 되풀이한다면 절대 사용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다.

NFT 거래가 영화산업을 어떻게 혁신할 것으로 보나.

바른손은 영화 제작, 투자, 유통 과정을 모두 블록체인과 NFT 기술을 통해 개방형 생태계로 바꿔가고 있다. 엔플라넷은 예비 감독들의 작품들을 검토하고 결과물을 저작권 NFT 형태로 판매함으로써 제작 투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제 더는 감독들이 시나리오를 들고 충무로를 전전하며 제작비를 구하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 대신 더 좋은 작품을 위한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고, 작품을 응원해주는 지지자들도 얻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소비자들도 만들어진 영화 콘텐트를 소비하고 끝나는 일회성 행위에서 나아가 제작 준비 과정부터 동참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수익을 나눌 수 있게 될 것이다.

바른손이 프렌즈게임즈, 갈라랩과 공동 개발 중인 소셜 메타버스 플랫폼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3사가 공동 개발 중인 ‘PROJECT DL’은 사용자들이 직접 도시를 설계하고 만들어가며 경제·사회·문화 활동을 영위하는 다중접속 온라인 가상세계를 지향한다. 사용자들에게 각자의 행성이 제공되며 개발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메타버스 안에서 3D 콘텐트를 만들 수 있게 제작툴도 제공할 예정이다. 사용자가 직접 만든 콘텐트는 엔플라넷에서 사고팔면서 자신만의 행성을 꾸밀 수 있다. PC와 모바일 환경에서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자체 엔진을 제작했고, 다른 어떤 메타버스 앱보다 가볍고 최적화되어 작동할 것이다. 2022년 1월 중 세부 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서비스 오픈 시기를 공개하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젊은 친구들이 어느 때보다 불공정한 시대를 살고 있다고 느끼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노력과 상관없이 자신의 것이 자신에게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좌절감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가 가로채 간 자신의 몫을 바라보면서 허탈감을 느끼고 있을 그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지금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기업인으로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몫을 찾아갈 수 있고 서로 지지하며 모두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열겠다. 우리는 지구가 오염되어 살 수 없는 곳이 된다면 인류가 이주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 이사를 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화성이 너무 춥거나 뜨겁고 산소가 없어 살기 힘들 것 같으면 대형 돔을 만들어 그 안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상상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젊은 세대들의 생각은 어떤가? 돔에 갇혀 생존하는 인류 대신 화성을 인간이 숨 쉴 수 있는 곳으로 바꾸는 행성 개조 작업(Terraforming)을 추진하자는 칼 세이건의 제안에 더 공감하고 있지 않나? 나 역시 그쪽에 서겠다.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김경빈 기자

202112호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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