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Home>포브스>Management

함기호 AWS코리아 대표 

막 오른 한국 ‘디지털 혁신’ 

김영문 기자
코로나19로 기업들이 ‘클라우드’에 본격적으로 눈뜨기 시작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제품·서비스를 더욱 빠르게 재창조하는 일, 바로 ‘디지털 혁신’이다. 한국 기업은 클라우드의 힘을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으며, AWS코리아는 이들을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함기호 AWS코리아 대표는 “한국에서 클라우드는 ‘디지털 혁신’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며 “5G, IoT(사물인터넷) 등 혁신 기술을 연결하고, 산업별 기업들과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비즈니스 혁신을 돕겠다”고 말했다.
“우리 회사 데이터를 회사 밖에 두어도 될까?”(보안에 대한 우려)
“지금도 잘 굴러가는데 굳이 왜?”(전환에 따른 번거로움)


예고 없이 닥친 코로나 19는 정부·대기업이 클라우드를 두고 끙끙 앓던 고민을 일거에 날려버렸다. 클라우드란 정보를 처리할 때 자신의 컴퓨터가 아닌 가상공간에 연결된 다른 컴퓨터에 저장·처리하는 기술이다. 그냥 거대한 가상 저장장치로만 알고 있던 클라우드 컴퓨팅이 전 세계 업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아마존(AWS)·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 정보기술(IT) 대기업이 꾸린 ‘클라우드 세상’에서는 누구나 막대한 저장 용량과 엄청난 처리 속도를 갖춘 컴퓨터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빌려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글로벌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규모는 2020년 3138억5300만 달러(약 371조원)에서 2022년 4821억55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도 마찬가지로 매년 15%씩 성장해 벌써 2021년 3조원을 훌쩍 넘겼다. 업계도 코로나19 이후 클라우드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 모델이 쏟아질 거라 단언하는 이유다.

“2006년 AWS가 스토리지(S3), 컴퓨팅(EC2)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만 해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외면했죠.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미국 스타트업이 쓰고 그들이 거대해지자 자연스레 엔터프라이즈 분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매일 100조 개 넘는 오브젝트가 S3에 저장되고, 6000만 개 넘는 새로운 인스턴스(클라우드상의 가상 서버)가 출시됩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데이터베이스, 네트워킹, 애널리틱스, 인공지능(AI), 머신러닝(ML), 사물인터넷(IoT), 모바일 등에서 거의 모든 기술 분야의 토대로 자리 잡아가고 있죠.”

지난 12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에서 만난 함기호(60) 아마존웹서비스(AWS)코리아 대표가 한 말이다. 그는 “실제 삼성, LG, SK, 롯데, CJ, 신세계, 아모레퍼시픽, 대한항공 등을 비롯해 금융권, 인터넷 기반 플랫폼 기업들까지 AWS와 머리를 맞대고 있다”며 “특히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도 클라우드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다. 이에 AWS는 클라우드 전환을 위한 전담사업개발팀과 기술지원팀까지 구축해 한국 기업의 혁신을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함 대표는 기업의 생리, 특히 한국 기업의 구조적 특성에 정통한 인물로 통한다.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나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사), 카네기멜론대(석사)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했다. 이후 LG산전을 거쳐 27살부터 8년간 삼익악기 계열 우성기계 CEO를 역임했다. 한국HP와 연을 맺고 2011년 지사장에 올라서는 IT 인프라 고도화에 매달렸던 국내 대기업을 상대했다. 2020년 10월부터 AWS코리아에서는 클라우드 문화를 설파하며 ‘혁신’을 모토로 삼는 기업들을 마주하고 있다. 30여 년간 한국 전통 제조업에서 IT 도입과 혁신에 이르는 과정을 온몸으로 받아낸 셈이다. 그는 “중소기업 CEO를 일찍 경험한 덕분에 HP에서 기업 고객을 상대하며 그들의 마음을 더 잘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이제 한국 기업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움직이고 있다. 마치 아마존·구글·메타 같은 기업이 인터넷을 무기로 전 세계를 무대로 삼았듯, 한국 기업도 ‘디지털 혁신’의 무기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 대표는 그 ‘무기’가 클라우드 도입·활용임을 암시했다.

AWS는 이런 변화의 조짐에 대비해왔다. 2016년에 두 개의 가용영역(AZ)으로 서울에 리전(Region)을 개설하고,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가용영역을 확장·운영했다. 미국, 호주, 캐나다, 인도 등 전 세계 26개 리전 가운데 서울이 아시아·태평양의 주요 거점으로 올라섰다. 그만큼 AWS가 한국 시장을 클라우드를 제대로 활용할 고객이 많은, 주요 거점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함 대표는 “서울 리전이 단순히 한국 기업의 클라우드 활용을 돕는 역할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을 잇는 통로가 될 수 있다”며 “클라우드로 ‘새로운 무언가’를 재창조하려는 움직임에 이어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시작하거나 바꾸려는 기업도 점차 늘어날 것”ㅍ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2021년 대한항공이 세계 대형 항공사 최초로 회사의 모든 IT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대한항공의 클라우드 전환이 화제다.


2018년 11월부터 대한항공, AWS코리아 임직원이 발로 뛴 성과다. 대한항공 내부에 ‘AWS 이노베이션빌더 프로그램’까지 꾸려 클라우드와 AI 기술을 교육하며 양사 직원이 장장 3년간 머리를 맞댔다. 이제 대한항공은 AWS 클라우드상의 AI 머신러닝(ML), 데이터분석 기능 등으로 항공 수요를 예측하고, 여객 서비스, 예약·시스템 편의성, 기상 예측 정확도까지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최근 항공화물이 폭증하고 있는데, 국내외 130여 개 화물지점에서 클라우드 플랫폼 기반의 ‘차세대 항공화물 시스템(i-Cargo)’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정교한 항로 관리로 운항 비용을 최소화하고, AI 기반의 화물 수익관리 시스템(RMS) 솔루션까지 갖춰 수익성도 강화한다고 들었다. 역사상 단시간에 이뤄낸 가장 큰 규모의 IT 혁신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제부터가 시작 아닌가.

그렇다. 모든 IT 시스템을 AWS 클라우드로 이관했다고 끝이 아니다. 클라우드상에서 기존 시스템을 어떻게 엮고 덜어내야 할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로 어떤 효용 가치와 성과를 낼 것인지 찾아야 한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을 접목하면 놓쳤던 데이터를 발굴할 수 있고, 데이터분석 역량이 강화되면 이를 토대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개발할 수 있다.

특별히 준비하는 게 있나.

전담사업개발팀과 기술지원팀을 별도로 꾸렸다. 대한항공 사례처럼 클라우드 전환을 고민하는 기업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가겠다는 뜻이다. 디지털 혁신 과제를 함께 고민하는 일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일부 애플리케이션만 클라우드상에서 현대화해보겠다는 시도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다.

올해 여는 ‘AWS코리아 SaaS 원스톱 센터’도 지원책의 일환인가.

그렇다. SaaS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서비스 형태로 배포되는 소프트웨어(SW)다. 별도의 설치 없이 웹에서 곧바로 출력되는 화상회의, 동영상 스트리밍 등이 대표적인 예다. 기업이 클라우드상에서 쓰는 오피스 프로그램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쓰는 도구 역시 SaaS라고 이해하면 된다. 사실 원스톱 센터는 한국에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국내 기업의 SaaS 구축부터 시장 진입까지 기술지원과 비즈니스 안착을 한 번에 돕는다.

한국 특화 서비스라는 게 인상적이다. 대체로 한국 기업 고객이 까다롭지 않나.

한국 대기업의 눈높이와 기대 수준이 매우 높은 건 사실이다. 그만큼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연한 결과지만,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면서 판단 기준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 200여 개 가까운 서비스를 죽 펼쳐놓는 ‘가판식’ 비즈니스도 통하지 않는다. 철저히 고객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비즈니스에 활용할 방법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 맞춤형 서비스 개발을 위해 파트너 관계까지 맺고 달려드는 이유다. 이렇게 구축된 서비스가 업계에 안착하면 업은 한 단계 진화하고, 새로운 수요가 생겨난다. 일종의 ‘윈윈(Win-Win)’ 전략이다.

이미 많은 한국 기업이 AWS와 일하고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이미 많은 국내 기업과 일하고 있다. 삼성, LG, 현대기아차, SK, 롯데, CJ, 신세계, 아모레퍼시픽, 대한항공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금융권도 우리 고객이다. 쿠팡, 우아한형제들, 마켓컬리 같은 클라우드 네이티브 플랫폼이나 예전부터 글로벌 서비스에 나섰던 게임업체 다수가 시작부터 함께해온 고객들이다. 클라우드에 대한 그들의 열정도 더 커졌다. 2021년 말 코로나19 펜데믹이 여전한 가운데 국내 기업 관계자 1000여 명과 개발진이 AWS 기술 콘퍼런스인 ‘AWS 리인벤트 2021’에 참석했다. 특히 이번 ‘한국어 세션’에 삼성전자, LG CNS, 11번가, 현대자동차, 야놀자, 비트코퍼레이션 등 총 6개 기업 사례가 소개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비용 때문에 도입을 망설이는 국내 기업이 많다.

이 부분은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비싼 게 아니다. 전제를 다시 설정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보통 클라우드 도입을 따질 때 연간 IT 인프라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염두에 두고 이 기준을 넘어서면 ‘비싸다’는 꼬리표를 붙인다. 정확하게 비교 평가하고 싶다면 현재 기업 내 IT 인프라 구축에 들어간 비용과 연간 유지비, 전환을 고민하는 비효율을 정량평가한 기회비용도 포함해야 한다. 클라우드 도입은 단순히 시스템을 갈아타는 게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의지에서 출발한다. 클라우드 위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꿈꾼다면 비용이 아니라 투자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AWS도 대중화를 위해 가격을 수없이 낮췄다. 2006년 론칭 이후 111번 가격을 내렸다고 알고 있다.

‘쓴 만큼 낸다’는 점도 장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코로나19로 확산된 원격 ‘수업’이 있다. 온라인 동시 접속 가능 인원이 500만, 1000만 명에 이르는데 평소 가능 인원이 100만 명에 불과했다. 당장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수 없었던 정부는 2~3주 동안 클라우드 인프라를 빌려 해결했다. 온라인 수업 과정이 끝나면 클라우드 서비스를 반납하면 된다. 기업 입장에서도 클라우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테스트해볼 최적의 공간이 아닐까 싶다.

국내 스타트업 지원에 신경 쓰고 있다고 들었다.

AWS는 원래 스타트업과 함께 커왔다. 지금 글로벌을 주름잡는 IT 플랫폼은 거의 모두 우리와 함께 해왔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클라우드 도입에 매우 호의적이다. 플랫폼상에 쌓은 데이터를 분석하겠다고 먼저 나설 정도로 ‘클라우드 네이티브’에 적극적이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AI, ML, 사물인터넷(IoT), 서버리스 컴퓨팅 등 고급 기술을 손쉽게 접할 수 있으니 클라우드 도입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AWS도 2013년부터 ‘AWS 액티베이트(Activate) 프로그램’으로 클라우드 기반 기술에 대한 시설, 교육, 멘토링 등을 지원하고, 유수의 벤처캐피털(VC)과 협력해 투자 유치도 돕고 있다.

소개하고픈 스타트업이 있나.

세계 최초로 로봇 카페를 상용화한 비트 코퍼레이션이다. AWS 리인벤트 2021에서 혁신사례로도 선정됐다. 인프라를 관리하지 않고도 다량의 IoT 디바이스를 연결하고, 메세지를 AWS 서비스에 라우팅할 수 있게 해주는 ‘AWS IoT코어’와 엣지 디바이스에 로컬 컴퓨팅, 메시징, 데이터 관리, 동기화 및 ML 추론 기능을 제공하는 ‘AWS IoT 그린그라스 v2’를 통해 효과적인 매장 운영을 위한 데이터의 수집과 응용이 가능해졌다. AWS 센터필드 사무실에도 이 로봇 카페를 설치 중이다.

2022년엔 AWS코리아가 훨씬 더 바빠지겠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줄곧 고객의 관점에서 시작하자는 ‘거꾸로 일하기(working backwards)’를 강조해왔다. 고객 만족을 먼저 설계한 뒤 역순으로 그에 적합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라는 것이다. 우리를 찾는 고객이 많아지고, 우리와 ‘새로운 무언가’ 만들고 싶어 하는 기업이 늘어날수록 더 바빠지는 건 당연지사다. 아마존 아이디어 회의에서는 파워포인트 발표 대신 6쪽짜리 완성된 보도자료 형태로 글을 쓴다. 제품도 출시하지 않았는데 보도자료라니 순서가 잘못된 게 아닌가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이 보도자료를 아이디어 회의뿐만 아니라 고객에게도 공유한다. 보도자료에는 우리와 손잡고 3년 후 내놓은 서비스와 그로 인한 결과물에 대한 얘기가 담겨 있다. 여기에 예상되는 질문에 대한 답(FAQ)까지 미리 작성해준다. 결과적으로 구성원의 내부적 관점에서 고객 관점으로 돌리게 된 것이다. 실제 국내 기업 고객들이 매우 만족해한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중요한 일이 너무 많아 고민이다.(웃음) 아마도 2022년은 고객의 관점에서 ‘디지털 혁신’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일하는 AWS코리아 임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원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다. 최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내부 익명 커뮤니티 방을 만들어 소통하고 있다. 100명 이상의 공감을 얻은 의견에는 회사가 공식적으로 답을 내놔야 한다. 부서별 권한도 강화해 현장에서 고객들과 좀 더 유연하게 소통하고, 나를 비롯한 모든 임직원이 책임감을 갖고 일할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202201호 (2021.12.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