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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가스파리니 브랭섬홀 아시아 중학교 교장 겸 전략개발 교감 

“융합교육으로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키운다” 

이진원 기자
제주도에 자리한 브랭섬홀 아시아 국제학교가 대대적인 변화를 맞는다. 여학생 중심의 브랭섬홀 아시아는 2023년 8월 남학생 중학교를 설립하고 순차적으로 남녀공학으로 전환한다. 브랭섬홀 아시아의 이번 전환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존 가스파리니(John Gasparini) 브랭섬홀 아시아 중학교 교장 겸 전략개발 교감에게 그 배경과 구체적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브랭섬홀 아시아는 캐나다 명문 여자 사립학교 브랭섬홀의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과정을 도입해 지난 2012년 제주도에 개교했다. 현재 유/초등과정부터 고등과정까지 1000명 넘는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현재 주니어스쿨(초등과정) 5학년까지는 남녀공학이지만, 6~12학년의 중고교 과정은 여학생만으로 구성됐다. 가스파리니 교장은 “주니어스쿨을 졸업한 남학생들이 브랭섬홀 아시아의 상급학교로 진학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남학생과 학부모가 브랭섬홀 아시아에서 계속 수학하기를 원했고 이들의 요청을 반영해 남학생을 위한 중고교 과정 설립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브랭섬홀 아시아의 남녀공학 전환 계획에 따르면 2023년부터 남중생, 2026년부터 남고생 신입생을 받을 예정이다.

“남녀공학 전환은 브랭섬홀 아시아 설립 때부터 논의해왔어요. 그리고 지난 2년 동안 재학생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동의을 얻는 등 차근차근 준비해왔습니다. 여학교의 장점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도 존중해야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주니어스쿨과 시니어스쿨은 남녀합반이지만 학업적·사회적 성장이 중요한 시기인 중등과정은 남학교와 여학교를 분리해 운영하는 다이아몬드 모델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전환 계획에 따라 브랭섬홀 아시아 캠퍼스에는 남자 중학교인 하이랜드 보이즈 미들스쿨(Highland Boys Middle School)이 2023년 8월 개교하고 신입생을 맞는다. 쉽게 말해 ‘학교 안의 학교’ 형태다. 그리고 3년 후 이 남학생들은 브랭섬홀 아시아 시니어스쿨에 진학하며 고등과정에서 남녀합반이 단계별로 진행된다.

현재 중등과정에는 여학생 340여 명이 재학하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표에 따라 교과별로 정해진 교실을 찾아 수업을 받는다. 언어, 인문학, 과학, 수학, 테크놀로지, 디자인, 예술 등에 전문성을 갖춘 교사들의 지도 아래, 실습 및 융합 교육 중심의 수업을 받고 있다.

“중등과정을 남녀 학교로 분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시기에 환경과 미디어에 의해 학생들의 성 고정관념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여자는 생물, 예술, 언어를, 남자는 물리, 화학 등을 공부해야 한다는 식이죠. 브랭섬홀 아시아의 학풍은 이런 성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여학생도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영역을 충분히 경험하고 지식을 쌓게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심 영역을 찾아 선택하고 리더십을 키울 수 있도록 중등과정에서 남녀 학생을 분리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중학교는 남녀로 분리된 형태지만 브랭섬홀 아시아의 IB 중등과정인 MYP(Middle Years Program) 커리큘럼은 동일하게 운영된다. 가스파리니 교장은 “양질의 교육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순 암기보다는 배운 지식에 대해 말하고 쓰고 발표하며, 더 나아가 주제에 대해 다양한 방식의 도전과 이해력을 평가하는 방식은 남녀 학교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전 학년 대상으로 자문 교사 시스템(Advisory Program)을 도입해 남녀 학생의 각기 다른 요구에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랭섬홀 아시아의 자문 교사 시스템은 각 교사가 학생 10~12명을 집중적으로 지도, 관리하는 형태다. 교사와 상담사는 담당한 학생들을 살피고 도우면서 학생들이 잘 적응하고 있는지, 교우관계에 문제가 없는지,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는지를 살핀다. 특히 중등과정은 기술을 활용한 수업이 많아서 학생이 잘 따라가고 있는지 등을 교사가 살핀다. 이 시스템은 모든 교사가 학생들을 잘 이해하고 그들의 안녕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성장과정에 따라 초등과정에서는 남녀가 함께 놀이를 할 때 상호관계가 중요해요. 하지만 5학년 이후에는 2차성징이 나타나고 정신적·신체적 변화가 크죠. 더불어 학문적으로도 남녀의 특성이 나타나요.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중장기 레이스를 시작하는 중등과정에서 남녀 각각 일종의 독립양성소(Shelter)에서 기본적인 학문적 경험을 키운 후, 고등과정에서 다시 모여 의견, 차이점, 리더십을 상호작용하며 대학과정을 준비하는 것이죠. 실제로 저도 남자 중고교만 다니다가 대학에 진학해 여학생들과 교류하는 게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요.”

과목 간 경계를 넘어 창의력 훈련


▎과학 교사 출신의 존 가스파리니 브랭섬홀 아시아 중학교 교장이 풍력터빈 제작 수업에서 학생들과 전기발생량을 검토하고 있다. / 사진:branksome hall asia
브랭섬홀 아시아 MYP의 가장 강력한 특장점은 융합교육(Interdisciplinary Learning)이다. 6~9학년은 드라마, 디자인, 기술, 과학을 포함한 10~11개의 다양한 분야에서 수업을 듣는다. 융합교육은 과목 간 경계를 넘어 학습하는 방법론으로, 이질적인 분야에 학습 내용을 적용해보는 창의력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과학적·수학적 분석 방법을 문학에 적용하거나 사회적 문제와 고민을 과학적 디자인에 적용하는 것이다. 가스파리니 교장은 풍력발전기 제작을 융합교육의 좋은 예로 설명했다.

“제주도의 탄소제로 풍력발전 계획에 따라 우리 학생들은 일정 기간 동안 집중해서 풍력발전기를 제작하는 과업을 합니다. 풍력발전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발전 시스템, 공기역학, 수학적 계산, 날개의 디자인공학 등 학습한 내용을 총동원해요. 더불어 얼마나 경제적 효과가 있는지도 살펴봅니다. 중학교 4년 동안 매년 주제가 다르지만 같은 방식으로 진행해요. 학문 영역을 초월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개선 방법을 찾는 것이 융합교육의 핵심입니다.”

브랭섬홀 아시아의 중등교사들은 이 사회와 글로벌 세계를 ‘지속가능’하게 변화시킬 수 있도록 융합교육의 목표를 ‘지속가능성’으로 정했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변화를 이끌어낼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발전 외에도 경제 모델, 문화적 이해,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야가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가스파리니 교장은 “우리 학교의 융합교육은 IB에 기반하면서도 우리만의 독창성을 띠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6학년 때는 생물 다양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이 어떤 메시지를 개발할 수 있는지 수업시간에 논의합니다. 학생들은 언어, 연극(드라마), 과학, 문화 수업과 관련된 지식들을 통합한 프로젝트에 참여해요. 다음 학년인 7학년에서는 소셜미디어라는 구체적인 채널을 활용하여 사람들의 행동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 고민해요. 여기에는 미디어를 포함한 예술, 연극 및 음악, 개인과 사회, 과학 수업이 포함되죠. 8학년때는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려면 시장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대해 학습하며 인문학을 비롯한 디자인, 비즈니스 모델까지도 고려해 통합적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주문받아요. 9학년 학생들은 앞서 언급했듯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풍력터빈 날개를 제작해봅니다. 이러한 과정으로 진행되는 융합수업은 학생들의 리서치 및 협업 능력과 더불어 창의력과 문제의식을 향상하도록 설계됐습니다.”

가스파리니 교장에게 IB 과정이 생소할 수 있는 국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실질적인 조언을 부탁했다. 브랭섬홀 아시아는 어떤 인재들이 지원해주길 바라며 국내에서 일반 공교육을 받고 성장한 학생들의 경우 지원하기 전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우리 학교 과정은 지식의 암기를 넘어 매일매일 도전적이며 때로는 고된 수련이 될 수 있어요. 그러나 이를 슬기롭게 자양분으로 소화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해요. 즉, 배움에 대한 열린 자세만 갖추고 있다면 더 높은 사고력과 창의성에 집중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겪는 좌절도 이겨낼 수 있죠. 이를 위해 우리는 경쟁 대신 협력을 강조합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함께해서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권장합니다. 그래서 수학 실력, 영어 문법보다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갖춰야 해요. 특히 영어로 읽기, 쓰기, 발표는 그 기반이 되므로 실용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만큼 준비되어 있다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어요. 만일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학교에 지원 프로그램이 많아요. 브랭섬홀 아시아에서는 책상 앞에 앉아서 혼자 공부하는 방식과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고 지원해주길 바라요.”

[박스기사] IB 과정과 융합교육


1968년 스위스에서 외교관 자녀의 교육을 위해 고안된 IB 교육 프로그램은 학생 중심의 토론·발표형 수업과 논술·서술형 평가, 현실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방식이다. 이는 자기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탐구학습 태도를 키우며 학생들이 배움을 즐기고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협력을 강조하는 브랭섬홀의 학풍에 따라 학생들은 자유롭게 서로 논의하며 다양한 프로젝트에 협력한다.

평가는 단순한 암기 실력을 테스트한다기보다는 학생들의 이해력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더욱 현실적인 교육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배운 지식에 대해 말하고, 쓰고, 발표하고, 더 나아가 주제에 대한 새로운 도전 방식을 입체적으로 평가받는다. 중등과정(MYP)에서 이런 훈련을 거쳐 IB 교육과정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IBDP(디플로마 프로그램) 고등과정으로 넘어간다. IBDP 과정에서는 이미 학업적으로 우수하다고 입증된 학생들에게도 매우 고난도 평가가 이뤄진다. 내부 평가(IA)와 대외 IB 시험은 물론이고,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려면 대학 수준에 버금하는 실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부 평가에서는 창의적인 도전이 돋보일수록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암기와 반복학습을 넘어 자신만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

브랭섬홀 아시아 교사들은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서 문학평론이나 과학실험 보고서 등을 자신만의 독창성과 순수성으로 완성해본 적이 얼마나 되는가?”라고 묻는다. 이는 대학생이나 연구자들에게도 어려운 과정이며 독창성과 창의성은 결국 미래 경쟁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브랭섬홀 아시아의 IB 교육은 리더십과 자율성을 통한 학생들의 역량 강화를 강조한다. 학생들은 특정 사안에 대해 자신과 또래를 이끌 수 있는 자유가 많은 편이다. 브랭섬홀 아시아 교사들은 중고교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한을 부여하며, 이는 곧 학생들의 역량을 기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권한 부여는 학생들이 학교 활동과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주도적인 참여를 위해 수업 방식과 관심 분야에 대해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토론하며 신뢰를 얻는다. 그리고 교사와 학생의 신뢰관계 형성은 뛰어난 학습 성과로 귀결된다. 가스파리니 교장은 “결국 수업을 이끄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신선한 아이디어는 학생들에게서 나오며, 학생들이 흥미와 지적 자극을 느껴야만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공부한다”고 강조한다.

※ 존 가스파리니 교장은… 코넬대 생물학과 졸업, 네브라스카주립대 링컨캠퍼스 생물학 석사. 유럽, 아시아, 북미의 학교에서 과학 교사 경력을 갖고 있으며 2014년 브랭섬홀 아시아의 중고교과정 과학 교사로 합류. 2016년 이후 브랭섬홀 아시아 중학교 교장이자 전략개발 교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제주도에서 여가에 배를 제작해 제주도 인근 무인도인 형제섬까지 항해에 성공했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2201호 (20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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