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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 성장의 비밀 

 

최근 뉴욕 증시에서 창고형 할인매장 기반의 전통 유통기업 코스트코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온라인 유통 최강자인 아마존을 압도하는 주가 상승률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주가보다 무려 60% 넘게 뛴 것. 코스트코는 무려 40년간 성장을 지속해왔기에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그 비결을 알아보자.

코스트코(Costco Wholesale)는 미국 시애틀 인근에 있는 3만 명 인구의 소도시 이사콰(Issaquah)에 본사를 둔 회원제 유통기업이다. 올해 3월 기준 전 세계 829개 매장이 있으며, 미국에만 573개 매장이 있고, 한국에도 16개 매장이 있다. 현재 코스트코 회원카드 보유자는 전 세계 1억1480만 명(가구 기준 6340만 가구)에 이른다. 2021년 매출액은 1920억 달러(약 220조원, 한국 GDP의 10.7%)이며, 종업원은 28만8000명이다. 2015년 이후 월마트에 이어서 세계 제2위의 유통기업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으며, 포천 500대 기업 12위에 올라 있다.

코스트코는 1985년 12월 5일 주당 10달러로 나스닥에 상장되었는데, 현재 주가는 2022년 4월 14일 종가 기준 590.39달러에 이른다. 코스트코는 무상증자를 1991년에 100%, 1992년에 50%를 실시했기에 상장 시점 보유한 주식 1주(무상증자 이후 3주)를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주당 매입가격은 3.33달러이며,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투자수익률이 무려 1만7630%에 이른다. 이 수익률은 지난 36년 동안 매년 15.5%씩 주가가 상승해야 나올 수 있다. 2021년 주당 10달러 배당금을 지급하는 등 매년 현금을 배당했던 점을 고려하면 코스트코의 기업가치 성장은 실로 역대급이라 하겠다.

지난 40년 동안 놀라운 성장을 이어오고 있는 코스트코는 어떻게 탄생했고 성장했을까? 코스트코는 1983년 짐 시네갈(Jim Sinegal, 1936~)과 제프 브로트먼(Jeff Brotman, 1942~2017)이 시애틀에 첫 매장을 개점하면서 시작되었지만,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 개념을 처음 도입한 솔 프라이스(Sol Price, 1916~2009)를 빼고는 코스트코의 탄생과 성장을 설명할 수 없다. 솔 프라이스는 미국의 유통산업 발전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데, 그가 세계 유통 1위인 월마트(샘스클럽)와 2위인 코스트코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 개념을 실제 비즈니스로 구현한 인물이다.

기업전문 변호사였던 솔 프라이스는 1954년 공무원과 가족을 회원으로 하는 창고형 할인매장 ‘FedMart’를 창업했다. 코스트코의 공동창업자 짐 시네갈은 1955년이 ‘FedMart’에서 식료품을 담는 일부터 시작해서 나중에 부사장까지 오르며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 경영 노하우를 익혔다. 한마디로 짐은 솔의 수제자였던 셈이다.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도 자신의 유통 비즈니스와 관련해서 솔 프라이스의 아이디어를 가장 많이 “훔쳐 왔다”(샘은 “빌려 왔다”라는 표현이 더 좋다고 했지만)고 자서전에서 언급했을 정도였다.

솔 프라이스는 1974년에 아들 로버트 프라이스(Robert Price, 1942~)와 함께 일반인을 회원으로 하는 최초의 창고형 할인매장인 ‘Price Club’을 시작했으며, ‘FedMart’는 매각했다. 짐 시네갈도 ‘Price Club’으로 옮겨 1979년까지 부사장으로 재직했다. 짐 시네갈은 1979년부터 1983년까지 자기 이름으로 유통 중개·대리 회사를 운영했다. 이 시기 제프 브로트먼이 짐을 찾아왔고, 공동창업자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됐다.

제프 브로트먼은 변호사이자 유통사업자였다. 부친 버니 브로트먼은 타코마에서 의류 및 유통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했었는데, 아들 제프에게 솔 프라이스의 ‘Price Club’을 눈여겨보라며, “너도 이런 사업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조언했다고 한다. 솔 프라이스의 수제자였던 짐을 찾아낸 제프는 그와 의기투합하여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 사업을 시작했다.

코스트코 첫 번째 매장은 이렇게 1983년 시애틀에서 문을 열었다. 이후 두 사람은 환상의 콤비를 이루며 코스트코를 성장시켰다. 자신들의 자금으로 1호점을 개점한 이후 이들은 수많은 그림과 문서로 구성된 엄청난 분량의 사업계획서를 만들었고, 주변 친구들과 투자가들을 상대로 단숨에 750만 달러를 유치하여 곧바로 3개 매장을 추가로 개점했다. ‘FedMart’와 ‘Price Club’에서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의 경영 노하우를 쌓은 짐은 주로 매장 운영과 관리를 담당했고, 법률가이며 오랫동안 가업인 유통업에서 부동산 지식을 체득한 제프는 새로운 매장을 어디에 낼 것인지를 담당했다.

두 사람은 코스트코의 핵심적 경영원칙에도 완전히 생각이 같았다. 흔히 코스트코의 성공 요인으로 양질의 제품을 경쟁사에서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경영방침(양질의 소수 제품 선정과 낮은 유통마진 정책)이 언급된다. 그러나 짐과 제프는 낮은 가격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있었다. “고객들에게 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가치를 사도록 해야 한다”라는 원칙이었다. 짐과 제프는 이 원칙을 철저하게 공유하고,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실행했다. 그 방안 중 하나가 종업원에 대한 미국 유통업계 최고의 대우였다. 급여뿐만 아니라 복지 수준도 최고다. 미국 유통업계에서 의료보험을 제공받는 종업원 비율은 평균 60%에 불과하지만, 코스트코는 90%를 넘는다.

코스트코의 성장이 이어지자 1993년 회원제 매장의 원조인 프라이스 클럽으로부터 통합 제안이 들어왔고, 두 회사는 합병했다. 코스트코가 한국에 진출했을 때 프라이스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양평점을 열었던 것도 이에 연유한다. 하지만 프라이스 클럽의 로버트와 코스트코의 짐과 제프의 견해가 달라서 1994년 다시 분사하여 각각 제 갈 길을 가기로 했다.

짐 시네갈은 1983년부터 2011년까지 코스트코 최고 경영자직을 수행했고, 2012년 CEO 자리는 크레이그 옐리네크(Craig Jelinek, 1952~)에게 승계됐다. 크레이그는 ‘FedMart’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1984년 코스트코에 입사해서 오랫동안 짐에게서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그는 누구보다 공동창업자들의 경영원칙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지금도 코스트코를 이끌고 있다.

CEO 자리에서는 내려왔지만 여전히 열정적으로 매장 구석구석을 살피며 조언하던 짐은 2018년에 회사의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이사회에서 회장직을 수행하던 그의 비즈니스 솔메이트 제프가 2017년 수면 중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이후 짐은 이제는 자신도 진정한 휴식의 시간을 갖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짐과 제프가 2017년 보유한 코스트코 주식은 각각 153만 주, 46만 주로 모두 합쳐도 1%가 되지 않는다. 두 사람은 낮은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40대 중반에 함께 창업한 코스트코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어 고객, 종업원, 투자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훌륭한 기업 코스트코라는 큰 유산을 남겼다.

-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202205호 (202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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