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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EAR ESSAY 2024] 다시, 초심(33) 성종화 글로벌머니익스프레스 대표 

이제 두려움은 없다 


▎성종화 글로벌머니익스프레스 대표
30년간의 해외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서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7년이 되어간다. 뒤돌아보면 지금 생각해봐도 참으로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주변에서는 그 나이에 무슨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느냐, 이제는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야 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2016년 말 어수선한 정국에서도 외국환거래법령이 개정되어 건국 이후 최초로 비은행 민간사업자에게 해외송금업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법령과 규정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을 하나하나 숨가쁘게 준비했다.

사업이라는 게 계획만 거창하게 준비한다고 결과가 좋을 리 만무하다. 그러한 다짐으로 차근차근 철저하게 준비를 해나갔다. 외국환거래법령의 세부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외국환거래규정도 2017년 6월에 개정되었다. 이미 우리는 개정되기 이전에 선제적으로 본사와 지점의 위치를 전국을 대상으로 물색했으며, 필요한 전산 인프라와 송금솔루션들을 준비해나갔다. 사업에 필요한 모든 인적·물적 요건을 가이드라인대로 준비했다. 모든 것이 처음 준비하는 것들이다 보니 만만한 것은 없었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다.

소액송금업 등록신청은 신청서 접수 시작일 아침 일찍 제출했고, 몇 번의 보완작업과 실사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2017년 8월 23일 대한민국 건국이래 비금융기관의 해외송금업이 최초로 등록된 역사적인 날이 되었다.

예상치 못했던 난감한 일들이 발생했다. 사실 소액송금업 등록 전부터 메이저 시중은행들과 업무 협의를 시작했고 일부 은행은 ATM 설치 및 외국환 매매와 관련한 협의에 상당히 적극적이기도 했다. 그러나 접촉했던 은행들이 고객으로부터 송금 대금을 집금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실명확인가상계좌에 의한 집금 서비스를 해줄 수 없다고 했다. 또 하나는 송금이 이뤄지기 전 해외 파트너 앞으로 미리 자금을 이체하는 과정에서 은행들의 송금서비스 제공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해외에서는 개인 간 해외송금은 송금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특히 동남아나 유럽, 미국에서도 핀테크 회사를 이용하는 송금방식은 새로운 것도 아니었으나, 은행들은 자금세탁방지에 대하여 의구심을 나타냈으며 테러 관련 자금이 혼입되어 송금되는 경우 국제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어 이러한 위험을 은행이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다급하게 50여 개 외국은행 국내 지점을 모두 접촉하여 결국 외국은행 서울지점을 찾아내었고 한국 대표님의 적극적인 협조로 영업자금의 대외 송금이 가능해졌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결국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결과로 보상 받는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깨달았다.

고객의 송금대금 집금 과정에서의 은행 역할에 대해서는 당시 금융계 지인을 통하여 지방은행과 접촉했다. 처음에는 부정적이었으나 해외로의 송금은 별도로 진행한다는 조건으로 논의가 되어 서비스제공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이러한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두 달 이상이 소요되었다. 이렇게 어렵게 개척자로서 길을 열어감으로써 다른 송금업체들에게도 길이 되었음에 지금도 자부심을 느낀다. 이렇게 2017년 10월 10일 대한민국 최초로 소액해외송금업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경험하며 고객들의 입을 통해 삽시간에 전파되었고 날이 갈수록 거래건수와 금액이 증가했다. 특히 앱을 기반으로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자신의 급여를 본국으로 송금할 수 있고, 기존 송금 비용의 십분의 일에 불과할 정도의 싼 비용과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될 수 있는 장점은 고객들에게는 거의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재무적으로는 각고의 노력 끝에 2020년 드디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3년 연속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사업 시작 6년 만에 자매회사를 포함하여 직원수 200여 명, 해외송금액 약 2조원, 포브스코리아 선정 대한민국 핀테크 50의 송금결제 분야에 포함되는 등 많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해왔다.

현재 국제간 지급결제 대행서비스를 위한 플랫폼 개발도 2023년도 말 완성되어 2024년에는 본격적인 B2B 사업을 영위하게 되었다. 2024년 1/4분기에는 MVNO 사업을 새롭게 시작한다. 이미 관련 통신업 등록은 물론 파트너와의 계약, 시스템준비에 한창이다.

사실상 2024년은 우리에게는 창업이나 다름없다. 제2의 창업이다. 새해에도 기업 환경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 초기에 겪은 어려움들은 당시 모든 것을 극복하여 현재에 이르게 했고, 지금 나에게 강인한 기업가정신을 다시금 가슴에 새기게 해주었다. 이제 두려움은 없다.

202401호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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