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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성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 

지속가능한 산업 혁신 

여경미 기자
다쏘시스템은 제조, 항공, 자동차,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에서 설계, 모델링, 시뮬레이션을 제공하는 3D 솔루션 분야의 선두 주자다.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3DEXPERIENCE Platform) 기반인 가상과 현실을 순환형 루프 방식으로 연결해 모든 가능성과 시나리오를 탐색한다. 정운성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를 만나 디지털전환을 바탕으로 한국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망해봤다.

▎정운성 대표는 19년간 다쏘시스템코리아에서 서비스, 프리세일즈, 다이렉트 세일즈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경험한 후 대표로 취임했다. 정 대표는 “글로벌기업인 다쏘시스템이 국내 상황에 딱 맞는 솔루션을 제시하도록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노동력 기반 산업은 인력 감소, 인건비 상승 등 여러 이유로 생산 자동화 전환의 기로에 섰다. 한정된 시간, 제한된 인력을 바탕으로 기술적 리더십을 발휘하면서도 ESG 요구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등 삼중고, 사중고를 겪는다. 정운성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는 “이런 상황에 놓인 노동력 기반 산업에는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해답이다”라고 제안한다.

디지털전환은 기업활동의 모든 영역에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조직 운영과 문제해결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을 간소화하면서 기준에 맞게 품질을 관리한다. 또 제품의 연구개발과 생산 등 업무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생산 부문에서 큰 효용을 낸다. 제조기업은 막대한 초기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설계했을 때의 예상치와 실제 생산했을 때의 모습이 아주 미세하게 달라도 생산라인 가동이 멈추는 등 막대한 손해를 입기 때문이다.

이런 손해를 줄이기 위한 해결책으로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이 부각되고 있다. 다쏘시스템은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에서 기업들이 제품 설계, 생산, 운영을 혁신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며, 제조·항공·자동차·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의 디지털전환을 주도하는 국내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플랫폼의 핵심 기술은 ‘버추얼 트윈(Virtual Twins)’이다. 버추얼 트윈은 가상 세계와 실제 세계를 순환형 루프 방식으로 연결해 모든 가능성과 시나리오를 탐색한다.

“디지털전환을 추진하는 다양한 목적에 따라 적용 방식도 달라집니다. 다쏘시스템이 추구하는 디지털전환은, 사람이 더 고차원적이고 창의적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제품, 설비, 공장 등 물리적 대상과 프로세스, 서비스, 공급망 등 무형의 대상을 모델링하고 시뮬레이션해 데이터를 분석하여 기업이 더욱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작년 2월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로 취임한 정운성 대표는 19년간 서비스, 프리세일즈, 다이렉트 세일즈 등 주요 리더 보직을 두루 경험한, 그야말로 베테랑이다. 정 대표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국내 산업 발전을 위해 다쏘시스템코리아가 해야 할 일을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알고, 프랑스 벨리지에 본사를 둔 글로벌기업인 다쏘시스템이 국내 상황에 딱 맞는 솔루션을 제시하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국내 기업에 디지털전환 맞춤 지원

정 대표가 다쏘시스템코리아를 이끌어가는 운영 철학 중 하나는 ‘산업별 맞춤 솔루션 제안’을 통한 지속가능한 산업 혁신이다. 우선 항공산업은 다쏘시스템의 시작부터 함께해온 중점 사업 분야다. 1981년 다쏘시스템을 설립한 세르지 다쏘는 다쏘항공의 창업자 마르셀 다쏘의 아들이기도 하다. 1995년 보잉이 다쏘시스템의 솔루션 카티아(CATIA)를 이용해 100% 디지털 방식으로 보잉 777을 설계하면서 다쏘시스템의 이름이 알려졌다. 카티아는 제품 초기 아이디어 기획 단계부터 설계, 분석, 조립에 이르기까지 제품 개발 전 과정을 3D로 제작해 디지털 모크업(Mockup)을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1988년에는 자동차 3D 디자인 시장 선점에 성공했고, 현재는 자동차·모빌리티, 항공, 산업 장비, 조선·해양, 하이테크, 헬스케어 등 12개 산업군에 솔루션을 제공한다.

국내에 들어온 글로벌기업 중에서 국내 실정에 맞게 가장 현지화를 잘한 기업이기도 하다. 현재 2만2000여개 고객사를 확보한 다쏘시스템코리아는 국내 기업들이 디지털전환을 하려는 상황에서 다수의 성공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자동차산업 등 제조업에서는 이제 디지털전환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추는데 필수 조건이 됐다. 특히 자동차산업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자율주행차로 전환되면서 기계 부품보다 소프트웨어 비중이 더 높아지는 등 제조 방식의 전면적 변혁 요구 앞에 서 있다. 그만큼 디지털전환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 다쏘시스템코리아는 이런 흐름에 기민하게 움직였다. 2022년 현대자동차와 카티아 공급·유지보수 계약을 연장 체결했다. 이에 앞서 다쏘시스템코리아는 지난 30년 동안 카티아와 기술 지원을 현대차에 제공해왔다. 공정을 간소화하면서도 기준에 맞게 품질을 관리하는 카티아는 차량 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해 비용 절감에 기여했다. 현재 전 세계 현대차그룹 글로벌 기술연구소에서 카티아를 사용한다.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자 고객 주문에 따라 맞춤 생산되는 조선업 현장도 디지털전환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정 대표는 “조선업은 우리가 집중하는 분야”라며 “HD현대중공업과 HD한국조선해양에 버추얼트윈 기반 설계·생산 일관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전략적 협업을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선박 건조 일정 단축과 비용 절감, 건조 효율성 달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도 데이터 관리와 활용이 중요해진 소비재산업에서도 다쏘시스템의 솔루션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동서식품, 애경산업, 삼성웰스토리 등이 버추얼 트윈을 이용한 대표 사례들이다. 동서식품은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 기반 포장규격통합관리시스템(PIMS, Packaging Integrated Management System)을 구축했다.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은 포장 규격 관련 데이터 축적과 검색 활용, 포장 규격 DB화를 통한 추적과 재활용성을 증대했다. 애경산업은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 기반 제품수명주기(PLM, Product Lifecycle Management) 시스템을 구축해 신제품 프로세스와 프로젝트 관리, 제품 정보와 포뮬레이션 통합 등을 할 계획이다. 다쏘시스템은 식음료 기업인 삼성웰스토리에도 PLM 솔루션을 구축했다.

“오늘날 기업의 디지털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디지털전환은 제품의 연구개발과 생산 등 업무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제품의 데이터를 구축해도, 이것이 단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관리되지 않는다면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신속하게 반응할 수 없습니다. 기업의 신제품 기획부터 제품의 연구개발과 생산, 상품 출시까지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해 개선된 업무 효율성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사회문제 해결하는 미래도시 건립


▎자동차산업은 기계 부품보다 소프트웨어 비중이 더 높아지는 등 제조 방식의 변환으로, 디지털전환은 필수 조건이 됐다. 다쏘시스템코리아는 공정을 간소화하면서도 기준에 맞게 품질을 관리하는 카티아 솔루션을 제공한다. / 사진:다쏘시스템코리아
다쏘시스템코리아가 최근 주목하는 산업 분야 중 하나가 미래도시 건설이다. 지난 2021년, 다쏘시스템코리아는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추진하는 영월군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서 신규 사업자로 선정됐다. 다쏘시스템코리아는 영월군과 협력해 건물 건축 전 가능 여부를 가상 공간에서 확인하고 있다. 또 영월군 내 낙후된 공간의 도시재생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광산업과 관련한 건물을 새롭게 건설 중이다.

“버추얼 트윈 기술이 도시재생사업 활성화에 활용된 이유는 친환경 에너지, 서비스형 모빌리티, 재생가능한 자재, 도시농업 등 미래도시의 모습을 시각화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입니다.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로 도시지역에서 생길 수 있는 일들을 가상으로 구현해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여름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파리 올림픽은 3D 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을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다쏘시스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인 ‘시뮬리아’를 통해 실외온도 대비 선수 전용 숙소 내부온도 분석 등 건물 내부의 쾌적성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제공했다.

미래도시 설계를 위한 대표적인 사례로 2018년에 완성된 ‘버추얼 싱가포르’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버추얼 싱가포르는 다쏘시스템의 3D 시뮬레이션이었습니다. ‘3D익스피리언시티’ 플랫폼에 교통정보, 전력, 땅값, 풍향, 나무, 인구, 차량, 건물 옥상에 설치된 태양열발전 기기 등 싱가포르 도시의 각종 데이터를 담아 현실 모습과 동일한 가상 도시를 건설했습니다. 이 시뮬레이션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차량 흐름, 소음, 각종 고층 건물이나 도로망을 건설할 때 주위에 미칠 영향 등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정 대표의 설명처럼 3D익스피리언시티를 통해 온실가스 권고 기준에 맞춰 에너지 사용을 관리하고 미래 저탄소 경제에 맞도록 운영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또 버추얼 싱가포르에서 가장 호응을 얻었던 점 중 하나는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을 활용해 실물자산을 가상으로 구현하고 도시의 가상 모델을 구현해 데이터를 집계하면 다른 구역으로 어떻게 이동하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행안부에서 전국 89개 지자체를 인구감소 도시로 발표했습니다. 도시재생에 필요한 ‘입지 조건, 물류·교통 여건, 근로자 주거 여건’ 등을 조성하기 위해 솔루션을 제공하려 합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생활인구, 정주인구 등 인구 흐름을 예측해 기업의 목표를 설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또 스마트시티 조성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리라 기대합니다. 다쏘시스템이 보유한 기술이야말로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할 원동력이자 사회적인 변화를 이끌어갈 것입니다.”

디지털 휴먼 분야에서도 게임체인저 되고파

다쏘시스템은 신약 개발, 디지털 휴먼 분야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 다쏘시스템은 투석실 내 바이러스 입자 순환을 버추얼 트윈으로 시뮬레이션해 의료 전문가들의 위험 인식을 개선하고 의료 분야 전반에서 광범위한 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신약 개발에서 동물권 보호 등을 이유로 동물실험이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다쏘시스템은 파리 생루이 병원 AP-HP 투석실의 버추얼 트윈을 구현한 바 있습니다.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을 사용해 버추얼 트윈 환경을 구축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투석실 공기 내 바이러스 입자가 순환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시각화했습니다. 병원 관계자들이 바이러스의 호흡기 전파를 더 잘 이해하고 환자 치료를 최적화할 것으로 예상하며, 앞으로는 버추얼 트윈을 활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AI와 버추얼 트윈의 만남도 예상된다. 다만 다쏘시스템은 B2B 기반인 만큼, 일반적으로 알려진 생성형 AI와 차별화된 접근을 모색하고 있다. 일반적인 AI가 텍스트나 음성 기반인 것과 달리, 다쏘시스템은 3D 기반의 시각적 결과물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또 AI 출력물 오류를 제로(0%)에 가깝게 하기 위해 데이터 정제와 구조화가 필수다. 기업이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일까. 정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 더 나아가 산업이 기술 혁신을 이루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국내 기업 중에는 아직 디지털전환을 이루지 못한 기업이 많습니다. 다쏘시스템 솔루션으로 성공적인 디지털전환을 이룩한 사례들을 적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다쏘시스템코리아가 해야 할 주요 업무인 것 같습니다. 다쏘시스템코리아 설립 26주년을 맞아 서울 삼성동에 있는 3D익스피리언스 이그제큐티브 센터를 리뉴얼했습니다. 이곳에서 다쏘시스템 버추얼 트윈 기반 혁신을 도모하는 고객들에게 더 만족스러운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 경험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은 대한민국 산업의 디지털전환을 주도하는 하나의 경쟁력을 선사할 것입니다.”

- 여경미 기자 yeo.kyeongmi@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

202410호 (20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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