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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몰래 즐기던 록 음악에 지적 정당성 부여해 준 책 

나를 감동시킨 이 한권의 책-록, 그 폭발하는 젊음의 미학 

김갑수/시인




대학시절 내내 노동야학의 교사로 활동했다. 그때 쓰던 말로 투철한 의식화 분자는 못되었지만 일종의 종교집단 같은 열정이 지배하는 그 산동네 교실에서 저녁시간 대부분을 보냈다. 당시가 1970년대 말기, 내게는 드러내기 난감한 곤란이 하나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인이 배겨 도저히 떼어놓을 수 없도록 음악을 사랑한다는 사실이었다. 청바지와 운동화 대신 가죽부츠를 신고 온 여자동료가 지탄의 대상이 되는 분위기 속에서 매판, 제국주의 같은 용어와 동일시되던 ‘서양’의 음악을 애호한다는 사실은 잘못을 저지른 어린이의 심정에 빠지기에 족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자의식의 분열을 맛보면서 혼자 듣는 음악은 나의 이중생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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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호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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