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諸葛亮이 농사를 지은 까닭은? 

三顧草廬의 현장을 찾아서 ⑤ 

서울대 朴漢濟 교수




20세기 한국에서 출판된 책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것이 이문열의 “삼국지”라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1988년에 출판된 이 책은 10년간 자그마치 1,130만권이 팔렸고 10년간의 인세만도 40억원쯤 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삼국지”란 도대체 무엇인가? 20년간 가장 많은 독자를 확보한 인기작가인 이문열 때문인가? 그러나 그의 대표작 “젊은 날의 초상” 등은 각 100만권이 팔렸지만, 그의 전공이라고 할 수 없는 “삼국지”는 1,000만권이 넘게 팔렸다니 가공할 판매부수인 것이다. 이런 판매량 뒤에는 대학입학시험에서 논술이 중요해지면서 그 바람을 타고 청소년의 필독서처럼 되었다는 시류 혹은 이문열의 독특한 문체, 즉 설화적인 “삼국지”에 소설적인 그리고 비평을 가미한 그의 능력에 기인하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팔려도 너무 많이 팔렸다. 평생 큰돈 구경 제대로 한번 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이문열에게 내 전공을 빼앗긴 피해의식에 젖어들곤 하여 꼭 섯다판에 곁다리로 끼어든 친구에게 전 재산을 다 잃어버린 사람이 느끼는 것처럼 괘씸하기 짝이 없다. 봉급이라고 해야 병아리 눈물만큼이어서 마누라 덕분에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허울뿐인 서울대 교수직을 집어던지고 나의 전공을 찾아 당장 “박한제 삼국지”를 쓰고 싶으나 가만히 따져보니 그럴 시기가 아닌 것이 분명한 것 같아 참기로 했다. 사람에게는 운때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거작 “박종화 삼국지”가 나온 지 20년만에 “이문열 삼국지”가 나와 10년간이나 그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가만히 따져 보니 그 터울이 20년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독자들이 “이문열 삼국지”에 식상할 시기가 대강 내가 교직에서 정년할 즈음인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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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호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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