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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1천3백리에 아리랑을 띄우고  

 

글/사진·이향지 시인·우리산맥연구가 ;




장백산맥을 넘어 조금 더 와서 들쭉열매 따러온 여자들을 만났고, 조금 더 와서 원지(圓池)로 들어가는 길을 발견했다. 우리가 달려온 길도 좁지만 원지로 들어가는 길목은 더 좁고 나뭇가지들이 불쑥불쑥 내밀었다. 원지는 두만강 수계 중 가장 상류에 위치한 천연호수다. 그러나 원지가 두만강의 발원지(池)는 아니다. 늪지 식물들이 호수 주변을 빽빽이 메웠다. 촘촘하게 심어진 잎갈나무숲은 멀찍이 둘러서서 둥그스럼한 병풍을 만들었다. 고요하고도 아늑하다. 그러나 ‘톈뉘위궁스’(天女浴躬池)라 쓰인 넓적한 표석은 늪지의 아름다움을 반감시킨다. 우리 발음으로 읽으면 ‘천녀욕궁지’. 오녀봉의 경우처럼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 갈 길이 바쁘지 않더라도 이내 돌아서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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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호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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