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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진화해야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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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이 진단하는 샐러리맨의 종말 

사진■이찬원 월간중앙 사진팀 차장 [leon@joongang.co.kr]
미국 發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전 세계적 불황이 대한민국 샐러리맨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샐러리맨의 종말은 이미 지난 IMF 외환위기 때 ‘샐러리맨=안정적 삶’의 공식이 깨지며 예견됐다. 문명사적으로는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 전환하는 변곡점에서 산업시대의 대표적 산물인 샐러리맨은 발 붙일 곳이 좁아진 처량한 처지가 됐다. 과거 직장에서 ‘안정된 삶’을 누리던 샐러리맨은 이제 어떻게 변해야 하나?

“샐러리맨의 위기는 지식사회로 이행하는 문명사적 전환의 결과"
‘샐러리맨 = 안정된 삶’ 공식 깨져… 살아남기 위해서는 ‘브랜드 사원’ 돼라


IMF 외환위기 때 직격탄을 맞았던 샐러리맨이 11년 만에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기업 구조조정의 칼날이 샐러리맨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푼 안 되는 월급을 받기 위해 기꺼이 프로메테우스가 되는 샐러리맨. 이들은 누구이고, 또 이번 불황을 넘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변신해야 할까?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 이어령 고문으로부터 샐러리맨의 유래와 어원, 불황기 샐러리맨이 살아남는 법 등에 대해 들었다.


전세계를 강타한 경제위기 한파 속에서 샐러리맨이 불안에 떨고 있다. 경제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감원 소식 때문이다. 샐러리맨은 회사에 소속돼 신분을 보장받는 대신 봉급을 받는 지식노동자를 가리키는 말.

지난 한 세기 동안 샐러리맨은 봉급생활자로서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는 대표 직종이었다. 그러나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 넘어가는 기로에서 ‘샐러리맨=안정된 생활’이라는 등식이 급격히 깨지고 있다.

불행하게도 세밑 한파 속에 불어 닥친 샐러리맨의 불안이 일시적이거나 국지적인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은 “안정된 삶으로 대표되는 현대인의 생활양식으로서의 샐러리맨이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352만6,000명(2008년 11월 현재, 통계청)의 대한민국 샐러리맨은 문명 전환의 변곡점에서 맞은 이 위기를 어떻게 넘겨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을 듣기 위해 이어령 고문을 만났다.

-샐러리맨들이 IMF 외환위기에 이어 11년 만에 또다시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11월 현재 샐러리맨, 즉 사무 종사자가 352만6,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체 취업자의 약 15%에 달하는 수인데요. 이러한 샐러리맨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샐러리맨은 원래 일본말입니다. 영어에는 샐러리맨이라는 말이 없어요. 굳이 표현하자면 ‘a salaried man’, 그러니까 봉급을 받는 사람 정도가 되겠죠. 요즘에는 샐러리맨이라는 말이 냉소적·부정적으로 쓰이면서 봉급생활자를 ‘비즈니스맨’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즈니스맨은 정확히 자영업자 또는 CEO, 회사 중역을 가리키는 말이죠. 전문직도 우리가 소위 말하는 샐러리맨의 정의에는 안 들어갑니다. 블루칼라 노동자도 안 들어가고요. 그러니까 화이트칼라, 즉 노동자 중에서도 지식노동자에 속하는 사람으로 고정급을 받으며 안정되게 살아가는 사람을 샐러리맨으로 규정해야 합니다.”

이 고문은 “샐러리맨의 본뜻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원을 이해해야 한다”며 샐러리맨의 어원에 대한 설명으로 말을 이었다.

“샐러리(salary)는 라틴어의 소금(salt)에서 유래했습니다. 화폐경제가 발달하지 않았던 고대 로마시대에는 군인에게 봉급 대신 소금을 지급했기 때문이죠. 이는 당시까지만 해도 직접노동의 대가로 봉급을 받는 직업이 군인밖에 없었다는 말도 됩니다. 근대 이전까지는 몇 천~몇 만 명 단위의 조직은 군대가 유일했습니다. 근대 이전까지는 회사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오늘날의 회사는 근대 자본주의와 산업주의가 생기면서 자영업자 같은 소규모 상인들이 군대 조직을 모방해 만든 것입니다. 때문에 회사 조직을 들여다보면 군대 조직과 유사점이 많습니다. 사장을 총수라고 하는 것이나 기획실이니 전략실이니 하는 것도 모두 군대의 참모 조직을 모방한 말들이지요. 신병은 신입사원이고, 보초는 수위가 되는 것이지요.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월급은 군대 조직에서 제일 먼저 시작돼 근대에 와서 군대 조직을 모방한 회사 조직이 생겨나면서 샐러리맨의 삶이 현대인의 보편적 삶의 양식으로 굳어지게 된 것이죠.

우리나라만 해도 개화기 이전에는 회사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상점이나 가게는 있었지만 회사(會社) 같은 네트워크 조직은 없었어요. ‘회사’라는 말은 일본에서 개화기 때 등장한 단어입니다. 그것도 처음에는 사회(社會)라고 했어요. ‘사회’라는 말을 뒤집어 ‘회사’라고 한 것입니다.”


“샐러리맨은 산업사회의 산물”

-샐러리맨이 현대사회를 대표하는 삶의 양식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은 비록 전체 취업자의 15%밖에 안 되지만, 현대인이 가장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직종이 샐러리맨이라는 말씀 같습니다. 현대인이 샐러리맨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안정성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왜 유치원 때부터 교육문제로 떠들썩하느냐? 결국 좋은 학교에 들어가야 좋은 회사에 취직해 샐러리맨이 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거든요. 회사원은 ‘대박’을 터뜨리지는 못해도 기복이 심하지 않은 인생을 살 확률이 높습니다. 대단한 미래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확실히 미래를 보장받는 것이 월급쟁이라는 말이죠.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도 결국 샐러리맨이 되기 위한 경쟁입니다.

‘봉급생활자=안정된 생활’은 벤처와 정반대되는 개념입니다. 큰돈을 벌려면 사업을 해야 합니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그 예죠. 하지만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는 100만 명이나 1,000만 명 가운데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예입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들처럼 1,000만 분의 1의 확률에 인생을 걸기보다 확실히 안정된 길인 대기업의 샐러리맨에 몰리는 것이죠.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이 아니라 ‘저위험 저수익(low risk, low return)’, 즉 이익은 적지만 위험부담이 없는 쪽을 택하는 것이죠.

매슬로의 ‘욕구3단계설’에 따르면 첫째가 생리의 욕구, 둘째가 안정의 욕구, 셋째가 소속의 욕구, 넷째가 남에게 인정을 받는 존경 욕구, 다섯째가 자아실현의 욕구입니다. 샐러리맨이 된다는 것은 아래의 세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이고, 잘해서 승진하면 넷째 단계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회사에 속한다는 것 자체가 소속감과 자기정체성을 줄 뿐 아니라 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꼬박꼬박 월급을 받을 수 있죠. 때문에 어쩌면 한꺼번에 노다지가 쏟아질 수 있는 벤처의 길을 두고 안전한 길을 택하는 사람이 샐러리맨이죠.”

이 대목에서 이 고문은 샐러리맨의 애환을 빗댄 일본 유머 하나를 소개했다. 샐러리맨이란 첫째,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회사를 위해 사는 존재다. 독립적으로 자기의 꿈을 좇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 들어가 자신의 지식을 노동으로서 제공하는 점을 빗댄 말이다. 둘째는 은행을 위해 사는 존재다.

샐러리맨은 목돈을 만질 수 없기 때문에 집을 장만하려면 은행에서 대출해야 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노동의 대가인 월급을 결국 은행에 바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셋째는 국가에 세금 바치기 위해 사는 존재다. 샐러리맨들은 한 푼도 누락 없이 갑근세를 낸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샐러리맨은 내가 하고 싶은, 나를 위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배운 지식을 남을 위해 쓰는 존재라는 것이다.

‘low risk, low return’의 삶


-방금 일본 샐러리맨의 특성을 말씀하셨는데, 샐러리맨에도 국가별 특징이 있나요?

“크게 일본형과 대만형이 있습니다. 일본형 회사원은 자신의 모든 것을 회사에 바치는, 소위 집단주의적 특징을 보이죠. 반면, 대만형은 언젠가 기회만 있으면 전직하거나 창업하겠다는 개인주의적 유형입니다.

한국은 그 중간형이고요. 한국 샐러리맨은 정년퇴직 혹은 정리해고 등을 당한 뒤 창업하는 경우는 있어도 잘나갈 때는 어지간해서는 회사를 나와 창업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전직도 다른 나라에 비해 드문 편이고요. 한국 샐러리맨이 가장 자기정체성이 모호하다고도 할 수 있죠.”

-앞에서도 말씀하셨지만, 샐러리맨의 가장 큰 특징은 안정성입니다. ‘대박’이 없는 대신 ‘쪽박’도 없는 삶이 샐러리맨의 전형이었죠. 하지만 근래 구조조정이 상시화하면서 ‘샐러리맨 = 안정적 삶’의 등식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을 듯합니다.

“영어에서 ‘회사(company)’라는 단어는 ‘함께(come) 빵(pany)을 먹는다’는 뜻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한솥밥을 먹는다’는 것이지요. 이런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시스템이 일본 기업의 ‘종신고용제’이고요. 이에 반대되는 개념이 서양 기업의 ‘계약 시스템’입니다.

서양의 샐러리맨은 고용이 불안하기 때문에 쫓겨나지 않기 위해 부단히 자기계발을 합니다. 반면 일본 샐러리맨은 평생고용이 보장되기 때문에 무경쟁 시스템이었어요. 오히려 경쟁력보다 충성심이 더 중요하죠.

종신고용 시스템에서 회사와 회사원의 관계는 가족과 비슷합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는 아들이 조금 모자란다고 해서 ‘오늘부터 구조조정해야겠다. 너 나가거라!’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무경쟁 시스템 회사들은 지식사회의 도래 이후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망할 수밖에 없었죠. 일본에서 지난 10년의 불황기에 종신고용 시스템이 붕괴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종신고용이라고 해도 회사가 망하면 종업원이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잖아요? 결국 샐러리맨 입장에서는 회사가 망하기 전에 쫓겨나느냐, 회사와 함께 죽느냐의 시간문제이니 구조조정, 즉 정리해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것이 오늘날 지식노동자들이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된 배경입니다. 더 이상 회사가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죠.”


“미국 發 금융위기 최대 피해자는 샐러리맨”


-회사뿐만 아니라 회사에 대한 샐러리맨의 자세도 변한 것 같은데요.

“회사가 더 이상 나의 행복을 보장해주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회사와의 일체감이 무너진 것이죠. 샐러리맨의 위기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문명의 전환에서 오는 구조적인 것입니다. 지식정보사회에 이르면 소위 ‘널리지 워커(Knowledge Worker)’들이 늘어날 것 같지만, 산업사회의 기계화가 육체노동자를 몰아낸 것처럼 정보사회에서는 컴퓨터와 웹이 중간층 지식노동자를 몰아내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지요.

그래서 오늘날 봉급쟁이는 1년은커녕 한 달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시대에 처했습니다. 기업문화 자체가 바뀌면서 동료와의 관계도 평생 같이하는 동지가 아니라 그때그때 프로젝트만 같이하는 치열한 경쟁자로 바뀌었죠. 과거 종신고용 시대에는 신분이 안정돼 있었기 때문에 동료와의 관계가 정으로 묶였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무한경쟁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동료와의 관계도 자영업자들 사이의 관계와 비슷해졌죠. 샐러리맨의 한 특징이 사라진 것입니다. 그럼에도 샐러리맨들한테는 ‘그래도 회사에 붙어있으면 월급은 나오니 장사하는 것보다 안전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남아있었는데, 그런 생각마저 올해 다시 직격탄을 맞은 것이죠.”

-과거의 샐러리맨과 오늘날의 샐러리맨의 생활에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우선, 샐러리맨이 자기 봉급만으로는 못 살게 됐어요. 미국의 경우 1930년대까지만 해도 남자가 혼자 벌어 세 식구를 먹여 살렸습니다. 가정주부는 집에서 편하게 가사노동만 하면 됐죠. 그런데 남자의 월급만으로는 가족 부양이 힘들어지면서 맞벌이가 보편화합니다. 결과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은 높아졌지만 오히려 사는 것은 1930년대 남자 혼자 벌 때보다 못 살게 되는 이상한 세월이 온 것이죠.

월급쟁이들이 월급만으로 살지 못하게 되면서 파생한 또 다른 변화는 재테크를 하게 된 것입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든 인터넷에 들어가 ‘투자’라고 쳐 보세요. 샐러리맨을 위한 재테크 가이드, 부업 안내가 우수수 뜹니다. 맞벌이를 해도 안 되니 샐러리맨들이 재테크에 나서고, 직업을 두 개씩 갖는 ‘투잡족’도 생겨난 것이죠.”

-이 같이 비참한 현실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자영업자보다 샐러리맨을 더 대우합니다. 왜 그런 것입니까?

“우리나라는 근대화가 늦은 만큼 샐러리맨의 등장도 상대적으로 늦었습니다. 때문에 샐러리맨이라는 직종이 등장하자마자 선망의 대상이 됐죠.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직격탄을 맞기는 했지만, 그 동안 샐러리맨의 애환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했던 것은 한국인들이 기본적으로 가정적이고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 온순한 기질의 영향도 있습니다.

선비사상도 한 몫 거들어 지식숭배의 덤도 있었죠. 그래서 조직에 순응해 넥타이를 매는 대신 중산층에 편입해 크지 않은 꿈을 꾸며 사는 소시민적 삶에 대한 불만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이죠.”
-샐러리맨 문제가 최근 부각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샐러리맨들은 정신노동자로, 머리를 많이 씁니다. 육체노동으로 인한 피로는 휴식을 취하면 곧 풀리지만, 뇌의 과열을 방지하고 휴식하는 유일한 방법은 수면뿐이라는 데 있지요. 그리고 뇌의 유일한 에너지원은 포도당뿐이고요.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과중한 노동을 해도 스트레스 지수는 높지 않지만, 뇌 그것도 좌뇌만 혹사하는 샐러리맨들은 뇌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축적돼 불면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래서 피로의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또 1930년대 샐러리맨은 ‘실존’의 문제를 고민한 데 반해 오늘날의 샐러리맨은 ‘생존’의 문제를 고민합니다. 지난 연말 금융파동이 나기 전까지만 해도 샐러리맨에게는 희망이 있었어요. 미국 발 금융 쓰나미는 결국 월급쟁이들이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으로 투자해 최대 봉급의 10배, 20배의 수익을 올리려다 망한 거잖아요? 그 여파로 투자금 날리고 또 구조조정으로 감원당하고…. 2중, 3중의 고통을 지금 샐러리맨들이 겪고 있죠.”

-이런 위기의 시대에 샐러리맨이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전처럼 어물쩍 조직에 편승해 상사한테나 잘 보여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연차가 차면 일률적으로 승진하고, 회사에 오래 머무르면 자동으로 대우받던 시대는 이미 사라졌죠. 경쟁의 벌판에서 한 사람 한 사람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예전 샐러리맨들은 시간이 남으면 취미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요즘 샐러리맨은 취미생활을 할 시간이 없습니다. 대신 시간이 나면 공부를 하죠. 현재의 직장에서 언제 잘릴지 모르니 다시 직장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샐러리맨의 풍토를 빗댄 신조어가 ‘샐러리맨’과 ‘학생’의 합성어인 ‘샐러던트(Salardent)’입니다.”


‘only one’이 돼라

- 실력을 갖춘다…. 말은 쉬운데 구체적으로 어떤 실력을 어떻게 갖춰야 하는지 난감합니다.

“우선 조직에서 ‘오직 한 사람(only one)’이 돼야 합니다. 비록 의사니 변호사니 하는 전문직은 아니지만, 조직 내에서 나 아니면 못하는 일을 하는 것이 계장이나 과장으로 승진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월급쟁이가 불황의 위기 속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전문직처럼 되는 것이죠. 또 회사 업무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 외에 별도의 기술을 하나 정도 갖추는 것이 좋죠. 자격증을 따는 것입니다. 자격증이 있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둘째, 자기 브랜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요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문직이든 샐러리맨이든 수천 명 가운데 자기를 확실히 차별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회사원은 수천 명의 사원 중에서 사원 누구, 계장 누구, 과장 누구로 기억될 것이 아니라 홍길동이면 홍길동, 김삼돌이면 김삼돌이라는 이름 석 자로 기억돼야죠.

또 어느 직장이나 부서에서든 부속품으로서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독창적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업무를 개척해야 합니다. 자신만의 업무영역을 개척하고 스스로 브랜드화하면 어떤 회사, 어떤 부서에서든 전방위적으로 업무가 가능해 전직이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승진 여부와 상관없이 일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게 되죠.

회사 이름보다 자신의 이름 석 자가 더 유명한 ‘브랜드 사원’은 구조조정에서도 절대 잘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회사에 충성할 것이 아니라 일에 충성해야 합니다. 셋째는 자기 특허 또는 지적재산권을 만드는 것입니다. 회사를 자신의 파트너로 삼는 것이죠. 즉, 회사에 예속돼 봉급을 받았지만, 회사에 많은 부를 벌어주는 파트너가 되면 아무도 못 건드리죠. 요즘 샐러리맨들은 최소한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인데 막상 취직해서 써먹는 지식수준은 고등학교 수준밖에 안 돼요.

회사에 다니며 박사 학위를 받든 독학을 하든, 어떤 식으로든 샐러던트가 돼서 지적재산권을 하나쯤 만들어 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본에는 샐러리맨이나 심지어 주부 중에서도 지적재산권을 소유한 사람이 많아요. 한 가정주부는 미용실 드라이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속옷건조기를 만들어 특허를 받아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린 예도 있죠.

샐러리맨이 이런 지적재산권을 하나쯤 갖게 되면 언제 잘리더라도 최소한 보험 하나는 들어둔 셈이 됩니다. 일단 실직자가 되면 이런 지적재산권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려워요. 당장 먹고 살 벌이가 없기 때문에 불안해서 장기간이 소요되는 작업에 매달릴 수 없죠. 반면 회사원은 잘리기 전까지는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죠.

이 세 가지를 못한다고 해도 최소한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야 합니다. 최소한 취미생활이라도요. 취미로 배운 것이 언젠가 직업이 될 수 있는 세상이니까요. 직장에서 잘리기 전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 못해본 것이 있으면 빨리 해보십시오. 회사에서 지금 하는 일 외에, 세상에서 내가 무엇을 하면 가장 보람을 느낄 수 있을지 숨은 재능과 취미를 찾아 그쪽을 계발하는 것이죠. 그렇게 하면 회사 눈치 안 보고도 당당히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런 사람, 이런 회사를 ‘비저너리(Visionary)’라고 합니다.”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법을 말씀하셨는데, 반대로 고문께서 사장이라면 어떤 사람을 자르시겠습니까?

“일에 대한 열정이 없는 사람들이죠. 금세 구분됩니다. 그런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답답해요. 열정적인 사람은 매사를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합니다. 그렇게 관찰하다 보면 관심이 생기고, 그러면서 동료·상사·회사와 관계가 형성되죠. 그러면 내가 비록 사원일지라도 이 회사가 어떻게 가야 할지, 이 회사의 잘못된 점은 무엇인지 지적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사원은 절대 안 잘립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잘리죠.

또 하나는 잘리기도 전에 “아이고, 나 잘렸어” 하는 사람들입니다. 구조조정 대상이 발표되기도 전에 자포자기하는 사람들이죠. 자신만만하게 일해도 잘릴 판인데, 이런 자기암시에 빠진 사람은 틀림없이 잘립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장미 가시에 한번 찔렸다고 장미 전체를 증오한다’는 속담에 속하는 사람들이죠.

일하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고, 또 상사한테 혼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것을 툭툭 털고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지, 한번 야단맞은 것을 과장하고 정치화하는 사람은 조직에서 낙오하고 맙니다. 또 회사에서 제일 미움을 받는 사원은 가만히 있으면 평가받을 것을 제 공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입니다. 때문에 절대로 공을 내세워서는 안 되고, 또 절대로 실패를 자기 몸 속에 두어서도 안 됩니다.”


추운 겨울 종종걸음으로 출근하는 샐러리맨(왼쪽)과 지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길의 샐러리맨.

“박지성 같은 샐러리맨 돼야”

-미래사회에서 샐러리맨은 결국 어떻게 자리매김하게 될까요?

“외롭지만 혼자 사는 세상이 왔습니다. 또 조직이 개인에게 아무런 보호망이 돼주지 못하는 대신 개인 스스로 자신의 삶을 재단하는 주인이 되는 보람 있는 세상이 왔다고 할 수 있어요. 남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적응하는 인간이 아니라 스스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창조적 인간을 요구하는 시대죠.

즉, 과거에는 샐러리맨도 시스템에 적응하느냐 못 하느냐가 관건이었다면, 지금은 어떤 조직에 속해 있느냐와 상관없이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냐 아니냐로 가치를 평가받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평사원이 사장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이 고문은 샐러리맨을 오케스트라의 단원과 비교했다.

“교향악단을 하나의 회사로 봤을 때 단원 한 명 한 명은 회사원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악기에 대한 전문가로서 책임지고 자신이 맡은 악기를 다루죠. 자기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면 오디션에서 떨어져 낙오할 수밖에 없고요. 이를 하나의 앙상블로 만들어 화음을 내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지휘자, 즉 사장입니다.

그런데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바이올리니스트에게 비올라를, 트럼펫 연주자에게 플루트를 연주하라고 하면 그 오케스트라가 되겠어요?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회사원의 80% 이상이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사장의 중요한 업무죠.

회사원 역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오케스트라를 하나의 발판으로 삼아 얼마든지 솔로리스트로 활동하듯, 회사를 발판으로 자신의 잠재적 역량을 키운 스타 샐러리맨이 돼야 합니다. 히딩크 팀의 박지성처럼 팀 전체를 위해 뛰는 것이 곧 자신을 위해 뛰는 것이 되게 만들어야죠. 이런 마음을 갖게 되면 취미와 일이 분리되지 않고, 내 정체성과 일의 정체성이 일치하면서 회사는 물론 개인도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게 됩니다.

과거 샐러리맨의 인생관으로는 이제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우연히 안 잘리더라도 보잘것없는 인생에 그치고 맙니다. 겨우 연명하는 수준의 인생밖에 안 되는 것이죠. 하지만 ‘어떻게 벌 것인가(How to earn)’가 아니라 ‘어떻게 배울 것인가(How to learn)’를 고민하면 이번 불황도 거뜬히 넘길 수 있을 것입니다.”

200902호 (2009.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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