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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 치료’ 대가 묘심화 스님이 본 한국사회 상류층 - “부잣집 사람들이 빙의가 더 심하더라” 

로열패밀리일수록 정신세계가 공허하거나 심지어 무너질 가능성 높아… 2012년 대선 당시 기업인들도 대선 결과에 촉각 곤두세워 

글 박성현 월간중앙 취재팀장 사진 전민규 기자

서울 구기동 자비정사에서 빙의 퇴치 의식을 선보이는 묘심화 스님이 혼령을 향해 팥을 던지고 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이 빙의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한다.

자비정사 주지 묘심화 스님은 이른바 ‘빙의 치료’의 대가다. 빙의(憑依)란 사람의 정신과 몸에 다른 영혼이 옮겨 붙었다는 뜻이다. 어떤 강력한 힘의 영향으로 전혀 다른 새로운 인격이 등장하면서 평소와 판이한 행동을 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묘심화 스님은 2003년 2월 인기 드라마 <전원일기>의 ‘일용엄니’로 잘 알려진 탤런트 김수미 씨의 빙의를 치료해 전국적 유명세를 탔다. 나중에 그가 빙의를 치료하는 장면은 영국 방송 BBC가 취재해 방영하기도 했다. 이쯤에서 그쳤다면 그는 단순히 ‘빙의 치료의 대가’, ‘퇴마 의식의 전문가’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2002년 1월 펴낸 저서 <빙의>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인연을 맺는 가교가 된다. 이 책에서 여성이 청와대에 입성해야 나라가 태평성대를 누릴 거라는 의견을 밝혔다.

16대 대통령 선거가 있던 그해 ‘여미륵’이란 바로 ‘여성 대통령’을 뜻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도 서울 구기동 자비정사의 묘심화 스님을 찾는다. 자비정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영정과 위폐를 봉안하고 천도재(薦度齋, 세상을 떠난 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고자 치르는 불교의식)를 거행한다. 당시 박근혜 의원도 천도재에 참석했다고 알려져 있다.

나아가 묘심화 스님은 2006년 펴낸 <대한민국과 결혼한 박근혜>에서 대한민국이 위기에서 벗어나 세계 일류국가가 되기 위해선 여성인 박근혜 의원이 새 대통령으로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탄생한다. 대선직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박근혜 당선인은 제왕적 대통령이라기보다는 어머니와 같이 따듯한 양기의 기운을 가지고도 능히 북악산 기운을 누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예측했다. 또 “권위주의적이고 패권적 남성시대가 지나고 포용과 관용, 마음이 천하를 얻는 여성 대통령 시대 즉 지천태(地天泰, 땅이 하늘이 되는) 시대가 열렸다”며 반겼다.

빙의 치료와 방송 출연, 대선 예측 등으로 숱한 일화를 남긴 묘심화 스님의 서울 구기동 자비정사에는 재벌가 자제를 포함한 기업인·정치인·관료·연예인들이 발길이 이어진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이들은 마음의 치료를 받거나 정치적 거취, 가정폭력, 재산 분할 등 사적인 고민을 털어놓는다.

자비정사는 정치인도 많이 찾는다고 알려졌는데 요즘도 그런가?

“지난해부터는 대외 활동을 많이 줄였다. 찾아오는 분들을 마다하지는 않지만 가급적이면 접촉을 삼가는 편이다. 꾸준하게 오는 정치인은 9명가량 된다. 6명이 현역 국회의원이고 3명은 원외다.”

“다음 대통령은 충청 이북에서”

스님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관심사는 주로 뭔가?

“정치생명이다. 나갈 때와 물러날 때도 궁금해 한다. 중진 의원들은 정치를 접는 시점을 상의해온다. 반대로 40대의 젊은 정치인도 한두 명 있는데 웅지를 펼칠 그때가 언제인가를 묻기도 한다.”

정치인들이 자비정사를 찾기 시작한 건 언제, 어떤 계기인가?

“2002년 <빙의>가 베스트셀러가 되고부터다. 여성 대통령이 나와야 이 나라가 빙의에서 벗어난다고 했고, 청와대를 옮겨야 한다고 했다. 당시 여의도 식당가에 점심때만 되면 <빙의>와 내 얘기가 심심찮게 화제에 올랐다고 한다. 자신의 미래를 궁금해 하는 건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 아닌가? 정치인일수록 그런 걸 더 궁금해 한다.”

어떤 신비로운 면이나 예지력 같은 것을 기대하고 오는 건가?

“나는 영적으로 열리면 얘기를 거침없이 하는 편이다. 상대방이 감추는 과거를 짚어주기도 한다. 당사자만 아는 일들이 갑자기 내 입에서 튀어나오면 깜짝 놀란다. 모 중진 의원은 대통령에게 밉보이는 바람에 정치생명이 끝나는 줄 알고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다. 그게 몇 월인지 콕 찍어 말하니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람의 운명을 읽는 방법이 궁금하다.

“첫 번째로 사주를 본다. 생년월일 말이다. 그 다음 보는 게 얼굴, 관상(觀相)이다. ‘이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즉 심상(心相)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성명을 본다. 기본적으로 이 네 가지에다 영적인 측면을 가미해 몇 마디 해주는 정도다.”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는 정치권에서 많이 달려 왔나?

“총선이든, 대선이든 내가 보는 대로 얘기를 해준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도 대선주자 반열에 있는 분이 가까운 사람을 통해 자신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나는 ‘그 사람은 안 될 분’이라고 얘기해줬다. 섭섭했겠지만 안 되는 걸 어떻게 하겠나. 또 어디에다 줄을 서야 할지 고민하는 정치인도 많았다. 기업인들도 대선 결과를 많이 궁금해 했다. 줄을 잘못 섰다가는 혼쭐이 나니까.”

어느 선까지 답을 주나?

“나름대로 상세하게 말해준다. 예를 들면 박근혜 대통령은 사주에 불(火)이 전혀 없다. 그래서 보완하는 차원에서 빨간색 계통의 옷을 입는 게 좋다. 새누리당이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당 로고를 빨간색으로 바꾼 것도 그런 사정과 무관치는 않다고 본다. 총선 훨씬 전에 새누리당에 그런 얘기를 했다.”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 쪽에서는 연락이 없었나?

“내가 <대한민국과 결혼한 박근혜>를 쓴 사람인데 문 후보 쪽에서 찾아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문 후보의 생년월일을 모른다. 한번은 누가 알아봐주겠다고 했는데 그후 연락이 없었다.”

좀 이르긴 하지만 2017년 대선과 관련해 염두에 두는 인물이 있나?

“한 사람이 있긴 하다. 참 괜찮은 분인데 사람이 너무 좋다. 그런데 인품 가지고 대통령 되는 세상은 아니지 않나? 그 사람이 보이기는 하는데 꼭 대통령이 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충청 이북에서 나오면 될 사람이 있기는 한데 그가 과연 대선에 나올지는 미지수다.”

묘심화 스님은 우리 사회 상류층 가정을 들여다볼 기회도 자주 가진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은 곪아 터진 집안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남의 눈을 의식해 내색은 하지 않아도 가정 와해 일보직전까지 간 경우도 있다. 로열패밀리에 속할수록 정신세계가 공허하거나 심지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상류층 가정의 주된 고민은 뭔가?

“주로 자식 문제다. 부모는 자식에게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 대신 기대 수준이 높다. 거기에 미달하는 자녀들은 옆길로 새기 일쑤다. 마약을 하거나, 여자에 빠지거나, 게임에 중독되더라. 급기야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고 폭력적 반응까지 보이는 집안이 의외로 많았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이 약하다.”

우월한 성장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도 그런가?

“너무 풍부해서 부족함 없이 자라면 나약해진다. 소소한 기쁨, 작은 것의 소중함을 모른다. ‘재산 걱정 없이 살겠지’라는 생각이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하더라. 스트레스 없이 사는 게 아이들에게는 큰 스트레스다. 외국 가서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우울증에 빠지고 성격 파탄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빙의는 결국 부처님의 법력으로 다스린다고 묘심화 스님은 말한다. 다급하고 절박한 영혼이 사람의 몸으로 들어온다는 얘기도 있다.

재벌가에서도 그런 일이 있던가?

“20위 권에 드는 재벌가가 그랬다. 아들이 고가의 외제 스포츠카·오토바이 수집광이다. 부모가 말려도 듣지 않고, 한번은 큰 사고도 냈다. 유학을 보냈더니 마약에 빠져 거의 폐인이 돼서 돌아왔다. 부모에게 폭언을 퍼붓는 등 인성이 거의 무너진 상태였다. 이런 것도 하나의 빙의다. 대외적으로 알려져서 안 되므로 내게 의뢰가 왔다.”

상담과 치료는 잘됐나?

“부모를 내보내고 아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마음에 한(恨) 같은 게 맺혀 있었다. 가업을 이을 후계자의 준비는 전혀 안돼있고 자기는 다른 일을 하고 싶은데 부모는 자기 마음을 몰라주고…. 집안의 기대치에 못 미치니까 유학을 가서는 마약에 쉽게 빠졌다. 아버지는 반복해서 한국 재벌의 아들로 살아가야 한다는 걸 주지시켰고, 아들은 마치 세뇌당하는 기분이었다. 아들 입장에서는 사는 게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두어 시간 아이의 고민을 들어주고 이해하면서 마음의 문을 열게 됐다. 힘들었던지 울기도 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가업을 잇지는 않고 자기 길을 간다는 입장이다.”

묘심화 스님은 2002년 <빙의>를 출판한 이래 대기업 자제2명, 중소기업 자제 30명 정도를 상담하고 치료했다고 한다.당사자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우리사회 곳곳에서 벌어진다고 했다. 결혼한 아들이 아버지에게 재산 분할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의절하는 경우에서부터 심한 경우 자해 협박을 하며 의사를 관철하려는 부잣집 도령까지 각양각색의 유형을 다 접했다고 한다. 그는 나라가 걱정된다고 했다. 빙의가 줄어들기는커녕 갈수록 난폭하고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든다고 경고했다.

“상류층은 스트레스 없는 게 스트레스”

빙의 환자가 증가하나?

“현대인은 누구도 빙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은 바로 ‘게임 빙의’가 되는 것이다. 과도한 교육 스트레스가 주는 빙의, 인성교육이 무너진 경쟁사회에서 자라난 학생이 군대에 가서 남을 괴롭히는 빙의, 학교폭력을 가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무서운 아이들 등등. 이런 추세를 우려해 펴낸 이 2004년 <빙의가 당신을 공격한다>다.”

그런데 빙의는 원래 그런 뜻이 아니지 않나?

“빙(憑)자는 삼 수(氵) 변에 말 마(馬), 마음 심(心)으로 이뤄진다. 얼음 위를 달리는 말을 탄 사람의 마음처럼 불안하단 말이다. 불안하니까 사람의 옷을 자꾸 붙잡으려는 심리가 나타난다. 귀신이 있고 없고를 떠나 우리가 존재하는 이 세상의 힘든 고통 때문에 음습한 기운이 들어오는 것이 바로 빙의다.”

빙의 환자의 특징은?

“우선 사람 눈빛을 제대로 못 본다. 사람의 눈빛을 피하고 아래만 쳐다본다. 빙의에 걸린 사람들은 자신감이 결여돼 있다. 빙의에 걸리는 사람의 공통점을 추려보면 매사에 부정적이며 소심하고 내성적이다. 또 완벽을 추구하면서 마음이 여린 사람들이다. 남에게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또 머리가 좋은 사람들에게 간혹 빙의가 나타난다. 왜 이런 말도 있지 않나? 귀신도 도둑·사기꾼·살인마 이런 데는 더러워서도 안 들어간다고. 이들은 그냥 범죄자일 뿐이다.”


자비정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영정과 위폐를 봉안하고 천도재를 거행했다.

“여린데 완벽을 추구하면 빙의 잘 걸려”

탤런트 김수미 씨의 경우는 어땠나?

“김수미는 시어머니의 교통사고로 연기자 생활이 힘들었고 빙의에 휩싸여 자살 충동을 겪는 등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는 2003년 출간한 에세이집 <그해 봄, 나는 중이 되고 싶었다>에서 급발진 사고로 자기 차에 치여 숨진 시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으로 심각한 우울증세에 빠져 자살을 기도했음도 토로했다. 김씨는 기도로 자살 충동을 억누르고 빙의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일상으로 돌아와 현재 건강한 몸으로 대스타가 됐다.”

묘심화 스님은 어릴 때부터 보통사람과는 다른 예민한 체질과 영적 능력으로 인해 하루에도 몇 번씩 이상한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여고 3학년 수업 도중 정신을 잃어버리거나 길을 가다가도 온몸에 힘이 빠져 어지럼증에 시달렸다. 길거리에서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지는 일도 잦았다. 젊은 날 그는 정신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며 정신질환이 뭔가를 체험했다. 도봉산 산사의 큰스님으로부터 부처님께 출가해야 할 몸이 인간에게 출가해서 생사의 병고를 넘나든다는 가르침을 받은 후 곧바로 출가를 결심했다고 2004년 펴낸 저서 <빙의가 당신을 공격한다>에서 밝혔다. 출가해서 불제자의 길로 들어선 계기도 끊임없이 괴롭히는 원인 없는 병고 때문이었다.

가장 최근에 스님에게 빙의 치료한 유명인의 사례를 든다면?

“얼마 전이니까 한 달도 안 됐다. 유학을 다녀온 20대 중반의 여성이 찾아왔다. 경제력이 있는 집안이라 초등학교 때부터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했는데 혼자 있으면서 우울증에 걸린 거지.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착한 데다 머리 좋은 아이들에게는 영적인 에너지가 잘 들어와. 현지에서 교우 관계가 원만치 않고 남자관계까지 꼬이면서 귀신을 보게 됐다. 순수한 사람일수록 빙의에 더 잘 걸린다. 딸애가 계속 귀신 얘기를 하니까 실은 정신병원으로 가야 하는데도 차마 그럴 수는 없어 자비정사를 찾아왔다고 하더라.”

우리가 알 만한 또 다른 사람도 있었나?

“더러 찾아 온다. 지난해엔 유명 연예기획사에서 전화를 걸어와 비밀리에 퇴마 의식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기획사 소속의 제법 유명한 30대 초반 여성 연예인이 귀신이 씌었는지 사람도 못 알아보고 마구 욕설을 해댄다는 것이다. 얘기를 들어본 즉 음식을 먹는 족족 토하고, 불면에 시달리는가 하면 칼로 자해 소동까지 벌이는 등 한마디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옆에 있는 사람의 목을 조르기도 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쟤 목을 졸라 떨어뜨려!’라는 소리에 따라 자기도 모르게 손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촬영장에서도 그런 이상증세를 보여 부모들도 기겁을 했었지. 예전에 단군을 모신 조상이 자기 몸에 들어왔다고도 하고, 초콜릿은 상자째로 끼고 앉아 먹는 등 기행은 말도 못한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

“만나 보니 폐인이 따로 없었다. 퇴마의식을 거행하고 한 달 뒤쯤 증상이 사라졌다. 지금은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고 보니 재작년 4월인가엔 아이돌 스타도 한 명 찾아 왔었네. 평범한 가정의 아들로 유명한 아이돌 그룹의 일원이었다. 곡을 녹음하거나 안무 연습을 할 때면 귀신이 자기하고 똑같은 노래와 동작을 한다는 거야. 옆에서 귀신이 따라 하는데 춤이나 노래가 되겠나? 동남아 등 외국 공연을 가도 항상 옆에 붙는다니 힘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소리쳐보기도 하고 욕을 퍼붓기도 하는데 이게 어디 떨어져야 말이지. 나중에는 잘 먹지도 못하고 피골이 상접해 체중이 10㎏이나 줄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멤버에서 빠질 수도 없고 해서 내색 않고활동은 활동대로 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그런 증세가 한두 달 지속되면서 나를 찾아왔다. 자칫 정신병원 치료를 받다가 소문이라도 나면 낭패인 연예인들이 종종 빙의 제거 기도를 받으러 온다.”




경내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는 묘심화 스님. 그는 자비정사를 외부인들이 와서 편히 쉬었다 가는 사랑방으로 운영하고자 한다.

김수미 씨를 구병시식이라는 의식으로 치료했다는데 그게 뭔가?

“구병시식(救病施食)은 병자에게 들린 귀신에게 공양을 바쳐 배고픔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부처님의 법문을 통해 자연스럽게 떠나게 하는 의식을 말한다. 스님이 행하는 의식 중에 가장 힘든 의식이 구병시식이다. 몸에 붙은 영혼을 내쫓는 일인데 쫓겨나는 귀신 심정이 어떠하겠나? 내쫓긴 귀신이 내게 해코지를 하거나 환자에게 고통을 주기도 한다. 환자가 의식 도중에 발작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것도 그런 연유다. 부처님의 법력과 불공의 힘으로 다스려 내보낸다고 보면 된다. 사람 몸에 든 귀신도 처지가 고달프다. 그를 달래고 이해해주면 달라지기 시작한다.”

귀신과 함께 춤춘 아이돌 스타

스님이 당선을 예견한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 반이 지났다. 기대만큼 잘하고 있다고 보나?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의 국정 철학인 ‘창조 경제’, ‘규제개혁’,‘통일 정책’은 21세기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북한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 확대와 북한 경제 재건을 위한 인프라 건설 지원, 경제협력 등을 통한 구상인 ‘드레스텐 구상’은 우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향한 반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에 직접 만나보니 박 대통령은 어떤 분이었나?

“원래 말씀 잘하는 달변가는 아니다. 진심으로 말하고 작게 말하는 분이다. 그래서 한번 얘기할 때는 초점을 딱 잡아서 가슴에 확 와 닿는 그런 말을 한다. 너무 솔직해서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순수함도 있다. 그러나 마음이 편치 않으면 얼굴이 금세 굳어버린다. 대통령이 된 지금 좀 더 대담하고, 여유로워져야 한다. 때로는 감정도 숨기고. 그래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사람을 끌어안는 유머감각도 필요하다.”

박 대통령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어지면 판단이 흐려지고 독선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제왕적 대통령으로 가서는 안 되지 않겠나. 나는 여성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여성마저 그런 제왕적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 국민은 희망을 걸 데가 없어진다.”

10년 전에 대통령 당선인을 예언했는데 다음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 바람직하다고 보나?

“인도에 통치의 수레바퀴를 굴려 세계를 통치하는 이상적 제왕인 전륜성왕(轉輪聖王)의 예를 들고자 한다. 그는 권력을 획득하는 능력과 권력을 본래 목적에 알맞게 사용하는 능력을 갖췄다. 전륜성왕의 덕목으로는 첫째 생명을 살리는 무한한 자비심, 둘째 정당한 재산 형성, 셋째 적절한 언어 사용, 넷째 천박하거나 비난받지 않을 행위, 다섯째 명철한 사리판단 능력을 들 수 있다. 이는 불가에서 말하는 오계(五戒)와도 상통한다.”

묘심화 스님의 자가용 승용차 번호판은 ‘5160’이다. 우연히 그 번호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를 ‘516공(0)화국’이라 부를 정도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흠모한다.

201410호 (201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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