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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화제 | JTBC <비정상회담>의 훈남 4인방, 한국·한국인을 말하다 

“꼭 술을 마셔야 친해지나요?” “ 나이 어리다고 무시하는 것도 좀 그래요!” 

글 안신정 월간중앙 인턴기자, 사진 지미연 기자
터키인 에네스 카야, 벨기에인 줄리안 퀸타르트, 미국인 타일러 라쉬, 일본인 데라다 타쿠야의 ‘좌충우돌’ 방송 체험기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패널로 출연 중인 네 명의 외국인 청년. 유창한 한국어와 개성 넘치는 발언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은다.
11개 나라의 젊은 남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치열한 토론을 벌이는 JTBC <국경 없는 청년회-비정상회담>(이하 <비정상회담>)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첫 방송이 있는 7월 7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더니 한 달여 만에 큰 인기를 누리며 JTBC의 간판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첫방 1.8%를 기록한 시청률도 매회 기록을 경신하면서 급상승해 8월 11일 6회 방송은 4.4%를 나타냈다.

4년 전 방영된 KBS2 <미녀들의 수다>의 인기에 편승한 ‘꽃미남편’이라고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지만 <비정상회담>은 여타 방송의 외국인 예능프로와 확실한 차별화를 통해 승승장구한다. 특히 자녀의 독립, 혼전동거 문제 등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의 공통 관심사를 주제로 삼아 자유분방한 토론을 이끌어내면서 젊은층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토론은 한국어로 진행된다. 유창한 한국어로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는 과정에서 각 나라 간의 가치관의 차이가 가감없이 드러난다.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의 호응도 커져 출연자들에게는 별명과 캐릭터가 생겨났을 정도다.

이슬람 문화에 기반을 둔 보수적인 사상을 가진 에네스 카야(30·터키·이하 에네스)는 ‘터키 유생(儒生)’으로 불린다. 모델부터 연기까지 섭렵한 멀티테이너 줄리안 퀸타르트(26·벨기에·이하 줄리안)는 활발한 성격과 개방적인 말투로 ‘벨기에 전현무’라는 별명이 붙었다. 미국 명문대를 졸업하고 현재는 서울대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타일러 라쉬(25·미국·이하 타일러)는 한국인 MC들과의 사자성어 대결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실력을 발휘해 ‘척척박사’라는 별명이 생겼다. 다국적 아이돌 그룹 ‘크로스진’의 멤버인 데라다 타쿠야(22·일본·이하 타쿠야)도 11명 중 두 명뿐인 아시아 대표로 색다른 매력을 뽐내면서 인기를 끈다.

6회분 촬영이 끝난 7월 27일 11명의 비정상 중에 ‘G4(미국·벨기에·일본·터키)’로 꼽히는 이들이 만나 그들만의 한국생활과 방송 출연 후 겪게 된 후일담을 말한다. 스튜디오 밖에서도 그들은 유창한 한국어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쏟아내 토론을 위해 태어난 이들이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내 생각 말했을 뿐인데 연예인이 됐네요”


한국생활 10년째인 벨기에 출신의 줄리안 퀸타르트는 모델과 방송인으로 활동한다. 매회 토론에서 한국인의 시각과는 다르게 다소 급진적인 의견을 피력해 강한 인상을 남긴다.
첫 촬영 때와 비교해서, 6번째 촬영을 한 오늘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줄리안_ “처음에는 다들 욕심이 있어서 경쟁하는 분위기였는데, 서로 편해지면서 분위기가 더 좋아졌어요. 말할 기회도 많이 생기고요. 그런데 토론 프로그램이라, 서로 의견이 갈려 부딪치다 보니 네 편 내 편이 생겨나고 있어요. 저와 에네스는 처음엔 친했었는데 촬영이 거듭할수록 자주 부딪치다 보니 감정이 생긴 것 같아요. 그렇다고 사이가 나빠진 건 아니에요.”(웃음)

에네스_ “가끔은 외로워요. 제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생각이 비슷하면 서로 지지하면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는데 너무 저 혼자 보수적인 이미지로 나가다 보니까….”

타쿠야_ “그래도 에네스 형이 안 흔들리고 반대편에서 중심을 잡아주니 토론이 더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것 같아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패널로 참여한 여러분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죠? 인기를 실감하나요?


미국인 유학생 타일러 라쉬는 한국생활 3년째이지만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뽐낸다. 최근에는 완벽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갖춘 그의 SNS 글이 화제를 불러 모으기도 했다.
타쿠야_ “아직 없어요. 좀 알아봐줬으면 좋겠어요. 연예인병 걸려보고 싶어요.”

줄리안_ “밖에 안 돌아다녀서 그래. 지하철도 타고 버스 타봐. 장난 아닐 걸.”

타일러_ “저는 지하철이랑 버스를 많이 타고 다녀요. 외부 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캠퍼스를 벗어날 경우가 많거든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사람들이 말을 걸어와요. 어제는 반가워하면서 껴안는 분도 있었어요. 깜짝 놀랐죠.”

에네스_ “그럴 때는 그냥 꼭 안아줘.”(웃음)

타일러_ “안아드리기는 하는데, 처음이라 적응하기 어려웠죠. 특히 지하철 타고 갈 때 말을 걸어오시면 내릴 곳을 놓치기도 해요.”

에네스_ “그렇게 전철에서 이야기하다가도 그냥 ‘저 내릴게요, 감사합니다’ 하고 가면 돼. 한국 사람들은 적당한 선을 지키기 때문에 뒤에서 욕하지는 않거든.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그분 집까지 가는 수가 있어.”(일동 웃음)

4인4색 ‘좌충우돌’ 한국 정착기

각 나라의 ‘대표’ 자격으로 출연하면서 부담감은 없었나요?

에네스_ “사실 우리가 11개 나라 대표로 참여했지만 ‘우리나라 전체가 다 이렇다’는 건 아니거든요. 내가 살아왔던 환경이 이랬고 나는 이런 환경에서 이런 마인드로 자라서 지금의 내가 됐다는 전제 하에 내 생각을 말하는 거예요. 그런데 조심할 것은, 시청자 분들은 ‘에네스가 이렇구나’ 하고 보지 않고 ‘저번에 방송에서 터키사람을 봤는데, 이런 얘길 하더라’는 식으로 인지한다는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터키를 대표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시청자들은 저를 ‘에네스’가 아닌 ‘터키인’으로 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해요. 제가 행동 한 번 잘못했다간 터키가 욕먹는 수가 있으니까요.”

줄리안_ “솔직히 내 나라 전부를 대표할 수는 없잖아요. 벨기에에도 양 극단의 사람들이 있거든요. 어느 정도 일반화해서 보여주려고 하지만 제 입장도 무시할 수는 없어요. (저보다) 좀 더 보수적인 사람도 나와서 ‘유럽 사람들이 다 개방적이지는 않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타일러_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도 많지만 대표로 나왔기 때문에 다 할 수는 없어요. 방송이다 보니 말 한마디가 큰 영향력을 미치잖아요. 제 말이 미국의 이미지를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조심스럽고 어렵긴 하죠.”

타쿠야_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개인의 생각과 대표로서의 발언을 가르는 선을 지키기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전 세계에 많은 나라 중 한국을 택해서 온 이유가 궁금해요.

에네스_ “(터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능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유학 갈래?’라고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가겠다고 대답했는데, 일주일 후에 한국에 와 있는 거예요. 한국에서 일하셨던 아버지가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나 한국은 터키를 ‘형제의 나라’로 생각해서 우리나라 사람에게 잘해준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 한국으로 유학을 오는 데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줄리안_ “어릴 때부터 아시아에 관심이 많았죠. 그런데 어느 날 한국계 혼혈인 친구에게서 한국인은 ‘아시아의 라틴족’이라고 불릴 만큼 정 많고 재미있고 잘 논다는 이야기를 듣고 흥미가 생겼어요. 그리고 한글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였어요. 처음 한국에 온게 2004년이었는데, 그때는 한류가 퍼지기 전이라 한국에 관한 정보가 많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몰랐지만 그래도 가보고 싶었어요.”

타쿠야_ “케이팝 때문에 왔어요. 일본 TV에서 한국 아이돌 가수들을 보고 나서 케이팝의 매력에 빠지게 됐어요. 한국 아이돌은 일본 아이돌보다 퍼포먼스 부문에서 훨씬 퀄리티가 높아요. 한국 아이돌의 ‘칼군무’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한국에 오게 됐고 지금은 가수 활동을 하고 있어요.”

타일러_ “저는 국제학을 전공했는데, 외국어를 하나 골라서 배워야 했어요. 아버지는 프랑스어를 배우길 바라셨는데, 저는 뭔가 새로운 걸 배우고 싶었어요. 제 시각이 너무 유럽 중심으로 치우쳐 있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때, 중국어를 배우던 친구가 아시아 언어를 배워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서점에 가서 아시아 언어 책을 찾아봤는데, 쉽게 나와 있는 책은 한국어밖에 없었어요. 그 책으로 독학한 짧은 한국어로 ‘유투브’에서 제 전공과 관련된 ‘북한, 김정일’ 같은 걸 검색해봤더니 ‘북한 이탈주민, 인권 분쟁, 난민’ 같은 제가 몰랐던 부분이 나왔어요. 그때 ‘이 언어, 지역을 통해서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한국에 오게 됐어요.”

네 분 모두 한국어가 유창한데요. 나만의 한국어 학습비법이 있다면요?

타일러_ “한국생활 3년째인데, 한국 와서 2년 동안은 영어 할 줄 아는 사람들은 다 피했어요. 미국인·유럽인 친구 말고 한국말만 하는 친구들을 사귀었어요. 그런 환경을 만들고 나서는 웹진 활동을 하면서 글쓰기를 많이 했어요.”

줄리안_ “많은 사람이 여자친구를 만나면 늘 거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에요. 왜냐하면 처음에 서로 대화하려고 영어랑 한국말 섞이면서 본인들만의 언어가 생기거든요. 늘기는커녕 이상한 말로 하게 되요. 여자친구를 자꾸 바꾸면 늘겠지만요.(웃음) 그런 것보다 저는 말을 엄청 많이 했어요. 지하철을 타서도 친구들이랑 휴대폰 메시지로 대화 나누다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옆 사람에게 물어보고 이야기했어요.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한국어로 직접 번역하면서 공부했던 것도 1년 만에 한국어가 유창해진 비법인 것 같아요.”

타쿠야_ “주변에 일본 사람이 없어서 자연스럽게 늘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 와서 배우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안녕하세요’ 말고는 아무 말도 못했어요. 그런데 주변에 한국인밖에 없으니까 한국말로 해야 하잖아요. 서툴지만 제스처까지 동원해서 제 의사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던 게 제일 도움이 됐어요. 그리고 일본에 가 있을 땐 한국어로 일기를 써요. 일기를 쓰면 모르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게 되니까 단어실력, 작문실력이 늘어요.”

에네스_ “저도 말을 엄청 많이 했어요. 어학당을 다닐 땐 집에서 책가방을 열어본 적도 없어요. 대신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모든 사람에게 말을 걸었어요. 그래서 6개월 정도 지나고 나서는 학생들 사이에 ‘우리학교에 아무한테나 말 걸고 다니는 웬 정신 나간 터키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어요.(웃음) 외국인이 한국말로 말 걸어주면 좋아해주고 대답해주는 게 재미있었죠. 그래서 말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그때 사람들이 ‘말 잘하네, 얼마나 했어요?’ 하면 ‘6개월밖에 안 됐어요’라고 대답하는 거 자체가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정’이 넘치는 한국이 좋았어요”


실제 국가 원수들의 정상회담장처럼 꾸며놓은 <비정상회담>의 세트장.
한국에 관광 온 외국인들은 보통 한국을 둘러보고 ‘배달의 민족’, ‘24시간 문화’, ‘저렴한 교통비’ 등을 장점으로 꼽는다. 하지만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비정상회담’ 4인방은 한국의 장점으로 사회 곳곳에서 흘러 넘치는 ‘정’을 꼽았다. 벨기에 대표 줄리안은 “장소가 나의 인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가 함께 하느냐가 인생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은 이러한 제 인생관에 딱 맞는 나라”라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터키 유생’으로 불리는 에네스 카야는 토론때마다 출연진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생각을 피력한다. 직설적인 화법으로 때로 출연진을 놀라게 하기도 하며 자유분방한 사고를 가진 줄리안과 대립각을 세운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보다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것이 있나요?

에네스_ “한국은 외국인이 살기에 굉장히 좋은 나라라고 생각해요.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굉장히 안전해요. 다른 나라에서 공부하거나 일할 때는 ‘여기서 무슨 문제가 생기면 난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고민을 한국에서보다 더 많이 했던 거 같아요. 한국은 무슨 일이 생기면 주변 사람들이 더 잘 챙겨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안정감이 있어요. 그게 한국의 ‘정’이라는 거죠.”

줄리안_ “사실 별다른 기대를 안 하고 와서 그런지 한국의 모든 것이 놀라웠어요. 특히 한국 사람들이 좋아요. 저는 한국이 관광하기 제일 좋은 이유가 한국인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한국이 유럽보다 관광지가 풍부하진 않지만 사람들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친구들에게도 한국에 오면 ‘어딜 보러 가자’가 아니라 사‘ 람들과 같이 놀자’고 말하곤 해요.”


훈훈한 비주얼의 일본출신 아이돌 가수 테라다 타쿠야는 첫회부터 무반주 댄스를 선보이며 2% 부족한 허당 매력을 뽐냈다.
타쿠야_ “저는 와이파이요. 한국에는 어딜 가나 와이파이가 있잖아요. 그 점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물론 외국인을 굉장히 환영해주는 점도 좋아요. 외국인 할인도 있잖아요.”(웃음)

한국 와서 적응하기 힘들었던 부분도 물론 있었겠죠?

에네스_ “한국 사람들은 터키 사람들이 물 마시는 것보다 술을 더 많이 마셔요. 더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건 술을 마셔야지 친해지고, 일이 진행되는 한국의 술자리 문화였어요. 대학을 졸업할 때 동기가 98명이었는데 그중 저랑 친한 사람이 많아야 12명 정도밖에 안됐어요. 제가 종교 때문에 술을 못 먹어서 술자리를 일부러 안 갔거든요. 그래서 친해질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처음엔 술을 안 마시면 사회생활이 어렵다는 점을 몰랐으니까요. 만약에 그걸 알았더라면 술자리는 무조건 갔을 거예요.”

타일러_ “적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건 ‘사생활’에 대한 부분이에요. 어학당에 다닐 때 수업시간에 ‘결혼을 언제하고 싶어요?’, ‘결혼 했어요?’ 같은 질문을 돌아가면서 하는 거예요. 우리 문화에서는 친해도 잘 알려주지 않는 부분인데 너무 직접적으로 물어보니 당황스러웠어요. 미국과 달리 개인공간과 공적 공간의 구분이 모호해서 어려웠어요.”

줄리안_ “형·동생 문화요. 그런 호칭 때문에 거리감이 느껴지더라고요. 특히 형이라는 이유로 어린 사람을 무시하기도 하잖아요. 나이 많은 사람들을 존경하는 건 좋은데, 반대로 어린 사람을 무시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특히 제가 어릴 때 와서 더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 ‘내가 형이니까 더 안다’면서 막 대하곤 했거든요. 아직까지는 잘 적응이 안 돼요. 동생의 얘기도 잘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좋은 말씀인 거 같아요. 혹시 다른 분들도 형·동생 문화를 접했을 때 부담스러운 적이 있었어요?

타쿠야_ “전 형·동생 문화를 처음 접했을 때 친근한 느낌이 들어 좋았어요. 일본엔 ‘형’이라는 말이 없거든요. 그냥 ‘씨’같은 거 붙여요. 전 형·동생 문화가 일본에도 있으면 좋겠다고 느꼈어요. ‘형’한테서 편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형이니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형들이 잘 챙겨주기도 하고요.”

에네스_“줄리안이 이상한 형들을 만나서 그래. 안 챙겨주는 형들만 사귀어서….”(일동 웃음)

줄리안_ “안 챙겨주는 건 절대 아니에요. 제 말은 아랫사람을 챙겨주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어색해요. ‘나한테 왜 아빠 역할을 하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도 같은 사람인데 형이라고 챙겨주는 거 싫거든요. 우리는 다 똑같이 평등해요. 비슷하게 오래 살아왔잖아요.”

에네스_ “저도 외국 사람이 형이라고 부르면 조금 이상한 것 같아요. 외국인한테 들으면 뭔가 어색해요. 외국 사람들끼리는 존댓말, 반말 잘 안 따지잖아요. 저도 저보다 나이 많은 외국인한테 형이라고 하기엔 뭔가 이상할 것 같아요.”

줄리안_ “또 한 가지 독특한 게, 가끔씩 다른 동생한테 형이라고 하지 말고 편하게 대하라고 하면, 말을 너무 놓는다는 거예요. 형이라고 하지 말랬다고 갑자기 ‘밥 먹었냐?’같이 말하면 당황스러워요. 적당한 선은 지켜야 하잖아요. ‘형’ 소리 듣긴 싫은데 어린 사람한테 동생취급 받는 것도 싫거든요. 선을 지키면서 친구처럼 지내고 싶은데, 한국어는 존경의 의미를 담은 ‘습니다’나 ‘요’를 쓰거나 아니면 아예 반말 하거나 둘 중 하나여서 중간지점을 찾기 어려워요.”

타일러_ “오히려 가끔씩 한국 사람들에게 호칭 때문에 조금 기분 나쁜 경우가 있어요. 저를 처음 봤는데 갑자기 ‘타일러!’라고 호칭을 빼고 제 이름만 부르면 기분이 좀 묘해요. 저는 한국말로 얘기하고 있고 그 상황에 맞는 문법적인 예의도 있는데 말이죠.”

줄리안_ “좋은 마음으로 했어도 가끔씩은 ‘나를 존경하지 않는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외국에서도 그렇게 안 하거든요. 처음 만난 사람한테 ‘요~ 왓스 업?(Yo~ What’s up?)’ 이렇게 말하지 않아요. 무작정 이름만 부르는 건 서양식 예의범절에도 어긋나요.”

한국에 살면서 피부색 혹은 나라에 따른 ‘차별대우’를 경험하신 적은 있나요?

줄리안_ “백인을 조금 더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건 있어요. 그런데 외국 여자들을 좀 쉽게 보는 경향도 있어요. 남자는 그렇지 않은데, 외국 여자들은 다 그냥 ‘원나잇’ 같은 것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줄 알아요. 오해가 조금 있더라고요. 외국 여자들은 적극적이고 쿨하다는 생각들이요. 꼭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에네스_ “백인이면 1등, 동양인이면 2등, 중동이면 3등 이런 순서는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터키 사람은 조금 예외에요. 터키는 ‘형제의 나라’라고 하면서 양 국가 간의 우정이나 정이 있으니까요. 제가 한국에 처음 와서 택시 탔는데 기사님이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봤어요. 형제의 나라라고 대답 하니까 터키사람이냐고 하면서 빵·주스·껌 꺼내주시고 요금도 반은 안 받으셨어요. 우리에게 정말 고마운 나라라고 잘 대접해줬던 기억이 남아요.”

타쿠야_ “일본과 한국 간에 정치적인 문제는 많지만 제가 한국에 살면서 그것 때문에 차별을 느낀 적은 없어요. 오히려 얼굴 생김새도 비슷하고 같은 아시아라 문화도 비슷하다 보니 더 잘 해주는 것 같아요.”

“한국에는 토론문화가 너무 부족해요”

평소에도 <비정상회담>처럼 여럿이 모여 토론하는 자리를 자주 가지는 편인가요

줄리안_ “프랑스나 벨기에에선 여러 나라 사람이 모여서 토론하는 것에 굉장히 익숙해요. 차이가 하나 있다면 <비정상회담>은 한국말로, 꽤 높은 수준의 대화를 한다는 거예요. 11개국 사람이 서로의 차이점을 말하면서 한국과의 차이도 덧붙여서 더 재미있어요. 우리 문화에 대해 제가 직접 설명해주기도 하고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타국에 대한 오해도 풀게 돼서 좋아요.”

타일러_ “미국은 술자리에서 토론을 해요. 그게 일반적이에요. 그런데 한국 친구들끼리 모여서 토론하려고 하면 ‘왜 그런 이야기를 해, 게임을 해야지’라고 말해요. 이것도 적응하기 어려운 점 중에 한 가지였던것 같아요. 저희는 다른 사람하고 토론을 함으로써 그 사람을 더 알아가는데 그런 분위기가 없고 술 마시고 게임을 하니까요. 그럼 어떻게 친해지지? 하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에네스_ “그래서 우리 프로그램이 더 성공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은 토론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고 깊은 대화를 하는 건 진지한 사람들이거나 정치인뿐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친구들끼리 만났을 때 ‘동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같은 진지한 이야기를 하지 않잖아요. 생각은 있어도 말은 하지 않아요. 그 대신에 우리가 얘기해주는 거예요.”

줄리안_ “저는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다가 친구들에게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자연스럽게 토론으로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한국은 너무 토론문화가 없어요. 우리나라에 ‘밤새도록 세상을 다시 만들었다’는 말이 있는데, 밤을 새며 세상에 관련된 모든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토론문화에서 나온 말이에요. 한국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토론하는 문화가 조금이라도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대화한다고 생각이 바뀌지는 않지만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니까요.”

타쿠야_ “일본에도 토론문화가 많이 없어요. 그래서 <비정상회담> 같은 프로그램은 일본에서도 해야 할 것 같아요.”(웃음)

201409호 (201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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