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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셰프의 낭만적 음식기행 | 일부러 찾아 먹어본 세계의 최강 ‘괴식(怪食)’ 

 

박찬일 이태원 ‘인스턴트 펑크’의 주방장
일본의 구사야, 중국 옌볜의 개발바닥 요리, 이탈리아 사르데냐산 치즈,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 필리핀의 발롯…이방인의 오감을 긴장케 하는 향토색 강한 ‘혐오식품’은?

괴식은 현지에서는 정상적인 요리지만, 다른 문화권에서는 괴이하게 여기는 요리를 말한다. 태국식 꽁치카레(왼쪽)와 고등어 오픈샌드위치.
요즘 괴식 먹는 유행이 있다. 이른바 ‘오타쿠’(마니아를 뜻하는 일본말) 문화와 인터넷의 ‘혼자놀기’ 문화가 공동으로 불을 지폈다. 남과 다른 각별한 개성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마당을 펼치면, 네티즌들이 열광한다. 오레오 쿠키(미국산 검은색의 초콜릿 과자)를 오렌지주스에 말아 먹거나 라면을 생크림에 찍어먹거나 박카스에 즉석밥을 말아먹는 ‘자양강장제 밥’ 같은 식이다.

이런 문화는 일종의 ‘잉여 컬처’에 의해 양산된다. 청년실업으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일부 청년들이 남는(?) 시간에 ‘저렴한’ 놀이에 열중하면서 이것을 인터넷에 올리고, 확대재생산을 통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잉여문화는 매뉴얼을 중시하고 변화를 싫어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조롱과 비난을 바탕에 깔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더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게 마련인데, 이것이 먹는 문화에도 번져나가는 것이다.

청년들의 오타쿠 문화가 만들어낸 ‘잉여 컬처’

이 ‘놀이’의 한 갈래에는 이른바 ‘면식’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루 종일 인터넷 놀이에 매달린 ‘잉여’들이 라면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것을 뜻하는 ‘면식수행(麵食修行)’은 이제 인터넷을 다루는 청년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용어가 됐다. 라면을 주식으로 하다 보니, 다채로운 해체와 조합을 통해 새로운 요리가 탄생하게 된다. 이를 테면, 군대식의 ‘뽀글이’(국물이 거의 없이 걸쭉하게 끓이는 라면)에 엠엔엠즈(m&ms)라는 상표의 초콜릿캔디를 넣어 먹거나, 라면을 잘게 부숴 요구르트에 비벼 먹는 것 등의 파격적인 요리(?)가 등장한다.

괴식은 원래 세계 여행자들이 현지에서 먹는 별나고 희한한 요리를 뜻하는 말이다. 현지에서는 정상적인 요리이지만, 다른 문화권에서 볼 때 괴이하게 여겨지는 요리를 말한다.

지금은 필수 음식이 될 정도로 인기지만, 배낭여행 초창기에 터키의 고등어 샌드위치는 혐오와 애호의 두 갈래 길에서 헤매던 음식이었다. 샌드위치는 외래음식으로 베이컨과 햄 등이 들어가야 맞다고 생각하던 한국인에게 고등어는 충격이었던 것이다. 숯불에 고등어를 굽고 빵에 끼워주는 이 요리는 생각보다 아주 맛있다. 필자가 한때 식당에서 메뉴로 팔았지만 실패했다.

터키에서야 여행자의 호기심으로 먹어볼 만한 요리겠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굳이 먹을 생각을 안 했던 것 같다. 그래도 기회가 되면 한번 꼭 드셔보길 바란다. 터키여행이 아니라도 한국에서 만들 수 있다. 고등어포(자반고등어도 좋다)를 구운 후 양파를 듬뿍 얹어 그냥 바게트빵에 끼워서 먹으면 된다. 생각보다 맛있다.

터키 하면 양고기 요리를 빼놓을 수 없다. 유럽이나 다른 지방에서 터키식의 케밥을 먹고 터키 음식을 먹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현지의 요리는 꽤 화려하고 다채롭다. 특히 양고기 요리는 케밥의 중심이다. 양머리 요리도 변두리 서민식당에서 만날 수 있다. 양머리를 푹 끓여 수프처럼 만들어 내온다. 살점을 뜯어먹고 국물에는 쌀밥을 비벼먹거나 빵을 찍어먹기 좋다. 어린 양이라 생각보다 머리가 작았다. 또렷한 검은 눈이 그대로 보인다는 것이 맹점(?)이다.

일본은 초밥이나 가이세키 요리 같은 깔끔한 음식만 먹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터프한 요리도 많다. 돼지조림을 빵에 끼운 중국식 요리도 있고, 한국식의 족발요리도 술집에서 제법 인기다. 그중에서 구사야라는 요리는 압권이다. 태평양을 면한 이즈반도의 특산요리다. 이곳의 한 민숙(싼 민박집)에서 이 요리를 먹어봤다. 방값에 저녁이 포함돼 있었는데, 주인 할머니에게 지역 특산요리를 청하자 구사야를 먹어보겠느냐고 했다. 그녀가 약간 웃으면서 말해 필자는 어느 정도 감은 잡았다.

구사야에 대한 악명(?)을 익히 들어봤기 때문이었다. 구사야는 말린 갈고등어로서 발효시켰기 때문에 아주 냄새가 지독하다는 정도의 정보는 알고 있었다. 식사시간이 가까워지고, 부엌에서 뭔가 냄새가 났다. 뭐랄까, 군대에서 맡아본 냄새와 비슷했다. 군대에서 겨울에 야간근무를 마치고 젖은 양말을 난로에 말리면 아주 지독한 냄새가 나는데, 상당히 흡사했다. 홍어에 단련된 한국인의 코로 “이 정도를 못 참겠는가” 했는데 생각보다 점점 심한 냄새가 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구사야는 갈고등어를 발효시켜서 나는 냄새라기보다 원액에서 비롯했다. 전갱이(아지)를 젓갈처럼 푹 삭힌 후 그 액에 갈고등어를 담근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갈고등어보다 등푸른 생선인 전갱이 젓갈이 냄새의 진원지인 셈이다. 발효액은 날 것일 때는 그런대로 견딜 만한데, 익히면 아주 냄새가 심해진다. 예를 들어 멸치젓은 냄새가 고만고만한데, 달이면 온 동네에 퍼지는 것과 같다.

제주에서 고깃집에 가면 고기 타는 냄새보다 ‘멜젓’ 냄새가 더 심하게 난다. 고기를 찍어먹도록 멸치젓을 불판 위에 올려서 지글지글 끓여가며 먹기 때문이다. 이런 이치와 비슷한 게 바로 갈고등어, 구사야 요리다. 푹 삭힌 전갱이 원액에 담근 갈고등어를 꺼내 팬에 구워내는 이 요리는 정말 냄새가 고통스럽다. 정작 갈고등어 자체는 먹을 만하고, 냄새가 심하지 않다. 이미 그 냄새에 코가 마비됐기 때문일까.

제주도와 오키나와 흑돼지 요리는 닮은꼴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돼지 귀와 머리 요리가 유명하다. 돼지머리 전체를 훈제하거나 삶아서 내놓는 ‘치라가’는 포장돼서 팔린다.
오키나와는 일본 열도에서 멀리 떨어져 전혀 다른 식생을 가진 태평양의 섬이다. 일본이 서기 7세기 일왕 덴무 이후 고기를 먹지 않는 나라가 된 후 19세기 메이지 유신을 통해 다시 유럽형으로 고기를 먹게 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유럽식 음식, 즉 고기를 먹지 않으면 근대국가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정부에서 육식을 권장하면서 오랫동안 금기였던 육식이 활발해졌다.

그런데 오키나와는 오랫동안 돼지고기를 먹어왔다. 태평양지역의 흑돼지 먹는 문화는 여러 연구(한국은 주강현 박사)에 의하면 상당히 비슷하다. 제주도와 오키나와의 섭식과 문화가 그러하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요즘은 개량된 요크셔 품종도 많이 기르지만, 흑돼지로 만든 여러 가지 요리를 오키나와에서 맛볼 수 있다. 그중에 귀와 머리 요리는 유명세를 타고 있다. ‘미미가’라고 부르는 귀 요리는 양념해 고들고들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중국도 귀를 삶아서 새콤하게 요리하는 것이 있는데, 비슷한 맛이다.

한국은 따로 귀 요리를 내는 경우는 없고 대개 순대 머릿고기를 시키면 두어 점씩 곁들여준다. 아예 얼굴 전체를 훈제하거나 삶아서 내놓는 ‘치라가’도 있다. 기념품점에서 많이 파는데, 약간 그로데스크하다. 돼지 얼굴이 그대로 도려진 듯 포장돼 있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이 요리를 시키면 얼굴이 통째로 나오지는 않는다. 썰어서 부드럽고 쫄깃한 맛을 내도록 하여 나온다.

도쿄의 오키니와 전문식당에서 이 요리를 시켜본 적도 있는데, 다행히(?) 얼굴로 만든 것인지 몰랐다. 가늘게 썰어서 차갑게 나왔다. 술안주로 그만이다. 혹시 오키나와를 여행할 일이 있으면 꼭 먹어보길 권한다. 물론 우리의 순대 머릿고기에서 먹어보던 부위이므로 더 각별하거나 어색한 맛은 아니다. 좀 달다.

중국은 이른바 엽기요리의 총본산이다. 진부하지만 ‘테이블과 비행기 빼놓고 다리 달린 것과 날 것은 다 먹는다’는 말이 나온 곳이 중국(원래는 요리문화가 다채로운 광둥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아닌가. 모기 눈알 스프, 제비집, 샥스핀 같은 요리가 유명하고 원숭이골(산채로 먹는다는) 요리도 예전에는 팔렸다고 하는 동네다. 뱀과 각종 곤충 요리도 물론 많다.


엽기요리의 전시장은 역시 중국이다. 중국 야시장에는 뱀과 각종 곤충 요리 등 괴이한 먹거리가 가득하다.
‘엽기요리’의 총본산은 역시 중국

그중에서 필자는 개발바닥 요리가 생각난다. 1994년 아직 중국이 적성국가일 때, 옌볜은 정말 시골이었다. 공항이 생기기도 전이니까 말이다. 베이징에서 기차를 타고 가야 했는데 객차 안에서 온갖 냄새에 시달렸던 생각이 난다. 장시간 타는 게 보통이라(10시간 정도는 짧은 여행이다) 음식을 다 갖고 탄다.

남중국에서는 당시에 기차가 정차하면 창문 밖에서 동네 소년들과 아낙들이 토기에 든 도시락을 팔았다. 그걸 먹고 그대로 밖으로 던져버렸다. 워낙 토기 만드는 공임이 쌌기 때문이리라. 도시락 값이 고작 당시 돈으로 3원(500원 정도)이었다. 옌볜도 아주 물가가 쌌다. 거리 식당의 냉면이 3~4원,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았는데 고작 5원이었다. 그때 한 식당에서 이것 저것 김치도 사먹고 요리를 먹었다.

‘상밥’이라고 부르는 백반도 있었다. 이미 그때 조선족 요리는 조선식과 중국식이 섞여가고 있었다. 개장국을 팔기도 했는데, 주인 남자가 별미를 먹어보겠느냐고 했다. 곰발바닥보다 더 맛있는 개발바닥이라고 했다. 일행의 요청으로 나온 요리는 중국식이었다.

오향을 넣고 개발바닥 대여섯 개를 삶고 쪘다. 맛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식감으로 먹는 요리였다. 쫄깃한 것이 아주 특이했다. 당시 옌볜에서는 개혀, 개갈비 등 다채롭게 요리해서 먹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여전히 단고기(개장국)는 인기가 있다고 한다.

중국의 혐오식품(?) 중에 빼놓지 않는 것이 취두부다. 이른바 썩힌 두부다. 당연히 썩은 것은 아니고 발효식품이다. 한국의 중국식품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매운맛을 낸 것이 있고, 그냥 시커멓게 발효시킨 것이 있다. 뭐랄까, 음식에겐 미안하지만 하수구 냄새가 난다. 대만 여행 중에 야시장에서 먹어봤을 법도 하다. 꼬치에 꿰어 굽거나 튀긴 것이 팔린다. 대만 김치에 곁들여서 약간 향을 중화시키면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이것에 중독되면 한국에서도 일부러 찾아다닌다고 하는데, 글쎄 필자는 그렇게까지는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놀랍게도 한국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파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값은 싸다. 중간짜리 병조림제품이 5천 원 미만. 두붓값이라는 게 뻔하니까. 조선족들 사이에서도 현지에서 “인이 박히는 음식”이라고 한다. 한국에 와서도 찾아먹는 이들이 많고, 잔치에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발효식품은 확실히 대단한 흡인력이 있게 마련이다. 이것을 밥에 비벼 먹는 조선족도 봤다. 어떤 맛일지 상상만 해도…. 하긴 그들은 홍어를 보고 거의 질색을 하니까. 비슷한 발효식품인데도 외국 것은 쉽게 접근이 안 되는 건 아무래도 발효시킬 때 종균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최근 한국에 번역된 책 중에 <치즈와 구더기>가 있다. 이태리 출신의 역사학자 카를로 긴즈부르그의 저서다. 치즈 속 구더기가 신의 섭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다가 종교재판에 회부돼 화형된 16세기의 방앗간 주인의 이야기다. 치즈 속에 구더기가 생기는 것은 당연히 자연스러운 행위인데, 이것조차 신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믿었던 당시 세계관을 엿보게 하는 책이다. 치즈는 아주 맛있는 물질이고, 이는 파리에게도 마찬가지다. 단백질과 지방이 많으니 구더기가 좋아할 수밖에 없다. 치즈에 구더기가 생기는 건 자연의 이치다.

이태리 사람들은 치즈를 아주 많이 먹고 좋아한다. 우리에게도 유명한 파르메산 치즈뿐 아니라 100여 종 안팎의 치즈를 먹고 즐긴다. 전국적으로는 500~600종 이상의 치즈가 생산되는데, 대개 지역산 치즈를 중심으로 먹는다. 그런데 치즈는 원래 ‘살아 있는’ 것이다. 김치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태리에선 치즈를 고온으로 살균하는 경우는 드물다. 맛과 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열하지 않은 생우유로 치즈를 만들고 살균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더 맛이 들고 유통기한도 오래간다. 그런데 이런 치즈도 보관을 잘못하면 상한다.

치즈 숙성 과정에서 일부러 구더기를 양생?


유럽의 치즈는 종류만큼이나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이태리 사르데냐산 치즈는 숙성 과정에서 일부러 구더기를 슬게 해 발효시킨다. 유럽의 한 시장에 다양한 치즈가 진열돼 있다.
이태리의 한 식당에서 일할 때 한번은 치즈 보관 냉장고(온도가 10도 내외로 저장되어 풍미를 살릴 수 있도록 조절된다)에 넣어둔 치즈가 다 상한 적이 있었다. 주말에 청소를 하다가 콘센트를 빼놓고는 잊고서 월요일 저녁까지 그대로 방치했던 것이다. 연질 치즈에 곰팡이가 슬고 작은 벌레가 기어 다녔다.

놀랍게도 이태리 주방장은 치즈를 모두 버리지 않고 멀쩡해 보이는 부위를 잘라서 먹었다. 급속 숙성이 되어 맛있다는 것이었다. 필자도 조금 얻어먹었는데, 홍어 삭힌 냄새가 났다. 이른바 ‘살아 있는’ 치즈여서 가능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오래된 김치찌개를 먹으면 큰일난다. 그러나 오래된 김치는 상하기 전이라면 먹어도 된다. 발효와 부패는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효과를 낸다.

특이하게도 일부 치즈는 구더기가 생겨도 먹는다. 아니, 일부러 구더기가 슬도록 하여 맛을 더 좋게 만들기도 한다. 이태리 반도의 왼쪽 바다에 있는 거대한 섬인 사르데냐산 카스 마르주라는 치즈가 그것이다. 이태리에서 일할 때 동료 중에 사르데냐 사람이 있어서 고향에서 가져온 것을 먹어본 적이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금지 식품이어서 유통이 안 되는데, 지역에선 알음알음으로 만들어먹는 것이다. 색깔은 약간 갈색과 노란색을 띠는데, 냄새가 아주 강렬하다. 보통 프랑스의 에푸아스·묑스테르 치즈 등을 냄새가 세다고들 한다(한국에서도 백화점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니 한번 시식해보시기 바란다). 그런데 이들 치즈보다 카스 마르주의 냄새가 서너 배 심하다. 치즈 냄새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괴롭거나 그렇지는 않다. 견딜 만한 정도다.

맛은 톡 쏘고 찌르는 듯하다. 파리를 치즈에 넣어서 구더기가 슬게 만들고, 그 구더기 배설물이 치즈를 특이하게 발효시킨다고 한다. 녹여서 파스타와 뇨키를 만들어먹기도 하고 빵에도 발라 먹는다. 독한 그라파의 안주로도 걸맞는다. 그라파는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 압착한 찌꺼기를 이용한 증류주다. 아주 드라이한데, 이 치즈에 궁합이 좋다. 인간이 별 걸 다 먹지만, 참으로 대단한 치즈가 아닐 수 없다.

스웨덴은 수르스트뢰밍이 널리 알려져 있다. 스웨덴의 국민음식으로까지 소개되고 있다. 그래서 일부러 취재를 간 적이 있다. 스톡홀름의 중앙시장(시내 지하에 있다)에서 이것을 찾았다. 그런데 상인들에게서 좀 놀라운 반응이 있었다. 이것을 왜 찾느냐, 먹고 싶으냐는 반문이 돌아온 것이다.

국민음식이라던데? 그러자 그들이 웃는다. 누군가 와보지도 않고 기사를 썼나 보다. 이제는 잘 안 먹는다. 원한다면 구해줄 수 있다. 구해달라고 하자, 통조림 식품을 전문으로 파는 상점의 잘생긴 청년이 어디론가 다녀왔다. 유통기한은 많이 남았지만–짜고 통조림이므로–생산한 지 좀 된 통조림이었다. 군데군데 녹이 슬었다. 이제는 별로 먹지 않는다는 말이 맞았다.

귀국길에 1㎏짜리 그 캔을 들고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데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다. 세관원이 이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내가 스‘ 웨덴 홍어’라고 하자 그가 웃었다. 식당에 와서 따자마자 폭발하는 냄새가 났다. 안에는 약간 달착지근한 국물에 담긴 염장 청어가 들어 있었다. 굳이 구해서 먹을 맛이라고는 생각이 안 들었다. 상당히 짜고 달며 퀴퀴한 냄새가 났다. 염기를 씻어내고 샐러드를 만들자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현지의 레시피를 참고해서 생 양파를 뿌려먹으니 제법 괜찮았다. 값은 상당히 싸다(1㎏에 2만원 정도). 청어가 비싼 생선이 아니기 때문에 아마도 손질하는 비용이 거의 전부일 듯한 식품이다.

네덜란드 등에서 먹는 청어절임과 비슷한 맛인데, 톡 쏘는 구린 향과 맛이 더해진다고 보면 된다. 마침 가게 단골 중에 스웨덴인 친구가 있다고 해서 초청했다. 현지에서 사온 검은 비스킷에 올려서 내니까 놀랍게도 아주 맛있게 먹는 것아 아닌가. 현지에서는 이제 잘 안 먹는 음식 아니냐고 묻자, 그래도 고향음식 아니냐고 했다. 역시 고향의 맛이란 타지에서 반가운 법이다.


1. 스웨덴의 국민음식인 수르스트뢰밍은 염장 청어 통조림이다. 퀴퀴한 냄새 때문에 다른 문화권에서는 ‘혐오식품’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2. 제주의 향토음식인 애저회. 어린 돼지를 믹서에 통째로 넣어서 간 뒤 갖은 양념을 넣어 내놓는다. 제주 동문시장에서 애저회를 파는 식당은 한 곳만 남았다.
수르스트뢰밍, 발롯, 애저회는 음식의 극한체험

뭐든 잘 먹고 비위도 강한 필자가 도저히 힘든 것이 위에 거론한 어떤 식품도 아닌 필리핀 발롯이다. 필자는 한국에서도 지방 장터에서 곧잘 팔리는 부화란(곤계란)을 제법 먹는다. 일부러 먹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도대체 어떤 맛인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곤계란도 정도가 있는데, 어떤 것은 털이 거의 숭숭 보인다. 이 정도이면 거의 먹기 힘든 엽기가 된다. 그래서 적당히, 살짝 병아리의 모습이 보이는 정도의 것이라면 먹어보는 것이다. 별다른 맛은 아니다.

약간 발효된 맛이 나고, 계란과 달리 씹히는 맛이 있다. 소금을 푹 찍어서 간간한 맛에 얼른 삼키게 된다. 그런데 이런 한국의 곤계란과 비교할 수 없는 ‘혐오식품’이 있다. 필리핀 여행 가서나, 아니면 대학로에서 열리는 필리핀 일요시장에서 먹어본 사람이 있을 것 같다. 부화 중인 오리가 바로 발롯이다. 필리핀에서 이것이 정력음식이라고 알려져 있다고 한다. 심한 경우는 눈 감고 있는 오리 머리와 물갈퀴도 보인다. 이것을 천연덕스럽게 씹어먹는다.

제주도에서 최근 기막힌 음식을 먹었다. 애저회다. 필자는 애저회라고 해서, 그저 남도에서 먹는 애저탕이나 찜 정도로 생각했다. 어린 돼지를 먹는 건 세계적인 풍습이므로 그다지 뭐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주 공항에 도착해 문제(?)의 애저회를 파는 동문시장에 도착할 즈음, 같이 간 친구가 말했다.

“애저회가 뭔지 알아?” “응. 어린 돼지 숙회 아니냐?” “하하, 놀라게 될 걸?” 이제 애저회를 파는 식당도 거의 없다. 제주도도 변하는 것이다. 동문시장에서 딱 하나 남았다고 한다. 시장 구석의 식당에 가니, 주인 아주머니가 뭘 믹서에 갈고 있었다. 거기에 갖은 양념을 넣는다. 그리고는 그릇에 쏟는다. “먹어봐, 이게 애저회여.” 아아, 그러니까 믹서에서 돌던 것이 새끼돼지였던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새끼돼지가 아니라 태중의 돼지다. 별로 구해지질 않아 선약을 해놔야 얻어 먹는다.

돼지를 통째로 간다. 뼈고 뭐고 그냥 간다. 거기에 고춧가루·미나리·마늘·설탕 등을 넣어 양념한다. 그리고는 그냥 퍼먹는다. 뭐랄까, 생고기 육즙이랄까. 그 정도의 맛이다. 자극적인 양념이 가리고 있지만 희미한 돼지 살코기 맛이 전해진다. 이 재료를 파는 집도 그 넓은 동문시장 내 정육점 딱 한 군데만 남았다. 물어 물어 가봤다.

이제는 사육환경이 달라져서 태중의 돼지가 유통되지 않아 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간혹 물건이 생기면 식당에 납품하는 정도다. 언젠가 <포브스>지에 세계 10대 혐오식품이 나왔다. 그들이 알았다면 당연히 포함시켰을 것이 분명한 제주의 향토음식이다. 혐오는 사실 틀린 생각이다. 문화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듯, 음식도 마찬가지다. 누가 누구더러 그들의 음식을 손가락질할 수 있겠는가.

201409호 (201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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