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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정보 | 세계는 넓고 일자리는 많다 - 미국 인턴십으로 E-3 비자 시대 맞이하라 

청년 취업난으로 해외 취업, 해외 인턴십 관심 높아져… 2008년 한미 양국 합의한 ‘웨스트 프로그램’이 새로운 출구 제공 


▎2010년 정부 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1기 ‘한 미 대학생 연수취업 프로그램 ’ 출범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 300명의 학생이 18개월간 미국 내 기업체에 머물며 인턴십에 참여했다.
대학 졸업생의 취업난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졸업과 동시에 초등학교 교단에 설 수 있었던 교대 출신자의 임용경쟁도 치열하다. 지난해 서울지역 임용경쟁률은 2.88대 1까지 치솟았다. 취업난 무풍 지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국내 고용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해외 취업이나 해외 인턴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트라(KOTRA)가 매년 개최하는 ‘글로벌 취업상담회’ 에는 수만 명의 학생이 몰려들고 있다. 리츠 칼튼(Ritz- Carlton)과 같은 글로벌 호텔을 비롯해 건축·기계·ICT 등 다양한 업종 100개 이상의 해외 기업이 매년 한국의 인재를 향해 손짓을 한다.

한때 크게 유행했던 워킹홀리데이는 조정국면을 맞고 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만 18~30세 젊은이들이 1년 동안 외국에서 취업과 어학연수를 병행할 수 있는 일종의 관광취업 비자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의 경우 어학능력의 제한이 없어 워킹홀리데이 참가자의 80%가 호주를 선택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한국은 최근 수년 동안 영국에 이어 2위 자리를 고수할 정도로 호주에 워킹홀리데이 참가자를 많이 보내는 국가였지만 올해는 그 수가 급감하는 추세다. 어학능력이 부족한 ‘워홀 러’들은 주로 육가공 공장이나 농장 등 험한 업종에서 일하게 된다. 이런 패키지형 호주 ‘워홀’ 경험이 캐리어나 스펙 관리 측면에서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워킹홀리데이를 대체할 해외 취업의 방안으로 미국 인턴십제도가 주목받는다. 그 계기는 2008년 10월 한미 양국 정부가 합의한 ‘웨스트(WEST: Work, English Study and Travel, 한국 대학생 연수취업) 프로그램’이다. 웨스트 프로그램은 한국의 우수한 인재가 미국 정부로부터 교환 연수 비자를 받고 18개월간 미국에 체류하면서 5개월간의 어학연수, 12개월간의 인턴십 프로그램 참가, 그리고 1개월의 여행을 통해 미국을 체험하는 제도다. 특히 인턴십은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제도와 비교해서도 훨씬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웨스트 프로그램 제10기로 2013년 미국 동부의 한 IT 회사에 인턴사원으로 근무했던 김윤지(숙명여대 경영학과) 씨는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미국의 업무 환경을 제대로 체감해본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고 말했다.

토익 점수 700점 이상이면 무난히 통과

대학 졸업생이 미국 J-1(문화교환방문)비자를 받게 되면 18개월간 머물며 인턴십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현지 기업과 J-1 비자 심사기관, 미국 대사관 등에서 세 번의 인터뷰를 통과하면 비자가 나온다. 현지 기업과 J-1 비자 심사기관과는 전화 인터뷰, 대사관에서는 대면 인터뷰가 필요하다. 보통은 이 과정을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토익 점수 700점 이상이면 무난히 통과할 수 있는 절차다.

유급인턴제를 실시하는 한국계 기업과의 연계가 탄탄한 전문 ‘잡 매칭’ 회사를 찾아 문의해보는 일도 중요하다. 미국 로컬 기업은 인턴사원에게는 봉급을 지불하지 않는다. 유급인턴을 원한다면 보통 한국인 사장이 운영하는 기업에 취업해야 한다. 보통 1300달러에서 1600달러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 현지에서 생활하기에 충분하지는 않지만 절약하면 미국 생활이 얼마든지 가능한 액수다.

무급인턴의 경우 유엔대표부나 미국이민자연맹, 의회 상하원 사무실, 오페라하우스, 아트 갤러리 등이 좋은 일자리로 꼽힌다. 돈을 벌 수는 없지만 100% 영어만 사용하며 전문적인 경력과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기회다. 유엔대표부 인턴근무는 뉴욕에 본사를 둔 전문 중개회사 ‘챌린지 투 USA21’이 유일한 창구다.

무급인턴의 장점도 적지 않다. 무급이기 때문에 보통 오후 3시가 되면 업무가 끝나 저녁시간에 별도의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 팁 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만 꾸준히 해도 한 달 기본 생활비 정도는 충분히 벌 수 있다.

인천대를 졸업한 박보람(26) 씨가 무급인턴제의 장점을 잘 활용한 경우다. 박씨는 미국이민자연맹에 무급인턴으로 근무하며 전문지식을 쌓았다. 오후 3시에 퇴근해 저녁 5시부터 10시까지 음식점에서 일하며 월 2천 달러를 벌어 생활했다. 그는 현재 H-1B 비자를 신청하고 국내에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박씨는 “직장에서 100% 영어로만 소통했기 때문에 1년 만에 영어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미국 인턴십은 E-3 비자로 들어가는 관문

J-1 비자를 받고 인턴 일을 마치면 H-1B 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H-1B 비자는 전문직 취업 비자를 말한다. 보통 변호사에 의뢰해 H-IB 비자를 받는데, 인턴을 한 회사 대표가 보증을 하면 H-1B 비자를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관건은 전공에 걸맞은 회사를 선택해서 인턴을 했느냐다. H-1B 비자가 나오기까지는 보통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므로 이때는 귀국해서 대기하게 된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웨이버 신청’을 해서 그 기간 동안 현지체류도 가능하다. 미국 정부는 H-1B 비자로 미국에 취업한 전문직 종사자에게 5만 달러 이상의 연봉지급을 의무화하고 있다.

기본적인 언어 소양과 함께 전공에 맞는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법학도는 보통 로펌에, 비즈니스 전공자는 마케팅 회사에, 디자인 전공자는 패션 회사에 취업하는 식이다. 미국 인턴십 제도에 나이 제한은 없다. 졸업 후 몇 년간 취업하지 못한 사람에게도 미국 인턴십은 하나의 출구가 될 수 있다.

매년 1만 5천 명이 할당되는 미국 E-3비자(한국인 전용 취업비자) 쿼터 관련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발의 준비 중인 상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3 비자 문제는 한미 FTA 협상 때 논의됐지만 협정 체결 시 제외됐던 것으로 정부가 다시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FTA를 맺은 각국은 현재 특별 취업비자를 할당받고 있어 한국만 차별을 받는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칠레와 싱가포르는 H-1B 전문직 취업비자에서 6800개를 할당받아 사용하고 있고, 호주 출신에게는 1만 5천 개의 E-3 비자가 발급된다. E-3 한국비자가 시행되면 한국인의 미국 취업문호가 훨씬 넓어지고 미주 한인사회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상 E-3 비자 쿼터 시행의 의미는 대단히 크다. 협상 여하에 따라 2만 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 미국 한인사회에서는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고, 1∼2년 안에 그 제도가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E-3 비자의 장점은 배우자의 합법적인 취업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E-3 비자 시대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미국 인턴십 제도의 활용”이라고 말한다. 미국 기업에 인턴으로 들어가 성실하게 일해 실력을 인정받게 되면 E-3 비자를 얻어 미국 전문직에도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창욱 ‘챌린지 투 USA21’ 대표 - “미국 인턴십은 역동적 삶의 계기”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챌린지 투 USA21’의 김창욱(62) 대표. 그는 한국 대학생의 미국 현지기업 인턴십을 돕는 ‘잡 매칭’ 전문가다. 2004년부터 약 4 년간 미주 중앙일보 뉴욕지사장을 지냈다. 지사장 시절 쌓은 풍부한 현지 기업 인맥을 활용해, 지난 5년간 탄탄한 ‘잡 매칭’ 전문회사를 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는 “미국 문화를 익히고 영어를 배우는 데 인턴십 제도의 활용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챌린지 투 USA21’이 미국 기업에 소개한 국내 대학 출신 인턴은 300여 명. 그중 10% 정도가 현재는 미국 현지 기업에 정식으로 채용돼 근무하고 있다. 가장 큰 관건은 자신의 전공과 부합하는 회사를 선택해 성실한 태도로 근무하는 것이다. 최대 6년까지 체류할 수 있는 H-1B 비자를 얻는 데 가장 크게 작용하는 요소다. 김 대표는 미국 인턴십의 키포인트를 ‘배움’이라고 정의한다.

“인턴은 일만 하라는 게 아니다. 배우라는 것이다. 인턴십을 통해 미국 문화 전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인턴십이 끝나고 한 달 정도 미국 전역을 여행하기를 권하고 있다. 역동적인 삶의 추구라는 관점에서도 미국 인턴십은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201411호 (201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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