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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매력탐구 | 군복 입은 ‘국민 여동생’ 걸스데이 혜리 - “ 내 생애 가장 길었던 3박4일, 아침에 눈떠보니 유명해졌어요!”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서 솔직한 ‘울보·’ ‘먹보’로 매력 발산… 군인들 사이에선 ‘군통령’이라 불리고, 오빠·삼촌세대에도 인기 대세 


혜리(20·본명 이혜리)는 걸그룹 ‘걸스데이’의 막내다. 2010년 ‘갸우뚱’으로 데뷔한 걸스데이는 소진, 유라, 민아, 혜리로 구성된 4인조 그룹이다. 초반엔 멤버가 교체되는 등 다소 고전했지만 2013년 ‘멜빵춤’으로 유명해진 노래 ‘기대해’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올해 초엔 ‘something’이라는 섹시 콘셉트의 노래로 가요 차트 1위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최근에 혜리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걸스데이도 최고의 걸그룹 자리를 꿰찼다.

혜리에겐 MBC TV의 예능 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이하 진짜 사나이)이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됐다. 이 프로그램에서 연기자 라미란과 김소연, 홍은희, 가수 지나, 개그우먼 맹승지, 쇼트트랙 국가대표 박승희와 함께 여군 부사관이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았다. 실제 부사관 양성교육은 17주(육군훈련소 5주+부사관학교 12주) 동안 이뤄지지만, 이들은 8월 초에 3박4일로 특별 단기과정을 소화했다.

비록 짧은 기간의 훈련이지만, 여자 연예인들이 민낯으로 군복을 입고 고된 훈련을 받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 키와 몸무게 등 여자 연예인에게는 ‘일급비밀’에 가까웠던 부분까지 입소 후 여과 없이 공개되는 바람에 화제가 됐다(혜리는 키 166㎝, 몸무게 51㎏이었다).

출연자 중에서도 특히 혜리는 20세 ‘명랑소녀’ 캐릭터로 힘든 일이 있어도 늘 웃고, 언제든지 잘 먹는 발랄한 평소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방송가에서는 <진짜 사나이>가 여군 특집을 만든 것, 그리고 특히 혜리를 출연시킨 것은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JTBC <썰전>의 개그맨 이윤석 은 방송에서 “<진짜 사나이>는 최근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프로그램 자체가 위기였다. 군 관련 심각한 사건사고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군 특집을 한 건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이었다. 시청자들이 군대라는 상황에 진지하게 빠져들지 않은 채 여자 연예인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지켜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은 최고 시청률이 20%에 이를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다.

<진짜 사나이> 제작진은 프로그램 종영 후 인터뷰에서 “혜리의 씩씩하고 명랑하고 귀여운 모습이 잘 나와서 효과가 컸다. 이렇게 오래 회자될 줄은 몰랐다. 한마디로 혜리 귀여움의 재발견이었다”고 했다.

‘국민 여동생’으로 떠오른 혜리를 방송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인 9월 말에 만났다. 인터뷰 장소인 카페에 나타난 혜리는 <진짜 사나이> 속의 민낯이 아니라 완벽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다. 뭔가 어색하다, 싶은 순간 원피스 아래 받쳐 신은 원색의 알록달록한 운동화가 보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잘 웃고, 그러면서도 귀엽고 엉뚱발랄한 혜리와 왠지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군 생활,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죠”


▎<진짜 사나이>에서 혜리의 애교에 교관이 웃음을 짓고 있다.
<진짜 사나이> 이후로 걸스데이 인기가 더 높아졌다고 들었다. 올가을 대학축제에서는 최고 스타가 됐다던데?

“작년과 비교해 대학축제에 초대된 게 두 배 이상 많아지긴 했다. 이번 가을에만 40~50회 가량 대학축제에 간 것 같다.”

그 정도라면 전국 주요 대학의 축제에 거의 다 간 것 아닌가?

“하하 그런가.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뜨거워서 놀라긴 했다. 우리가 축제 마지막 무대에 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마지막에 걸스데이가 나오면 후반부에 천천히 흩어져가던 관중들이 다시 몰려들어서 우리 무대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경우가 많았다. 소속사에서는 ‘걸스데이 멤버가 각자 최근에 개인 활동이 잘돼서 그렇다. 그중에서도 특히 혜리가 진짜 사나이에서 한 방을 터뜨린 게 컸다’고 좋아하시더라.”(웃음)

군 생활을 직접 해본 소감은 어땠나?

“걸스데이가 ‘군통령(군대+대통령의 합성어로, 군대에서 인기가 높은 여자 연예인을 가리키는 말)’으로 불리며 위문공연을 할 때도 군인들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체험해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천 배는 더 어려웠다. 뼈저리게 실감한 만큼 앞으로 위문공연을 하게 되면 더 멋진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여군 특집 섭외요청이 들어왔을 때 걱정이 되지 않았나?

“출연하기로 결정할 때는 ‘모든 걸 내려놓고 하자’고 생각했다. <진짜 사나이>는 내가 평소에 하는 쇼프로그램처럼 꾸미고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지 않나.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사실 걱정했던 것 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여자 연예인들이 군대에 들어가는 프로그램 콘셉트 때문에 누가 어떤 소지품을 가져갔는가도 화제가 됐다. 지나 씨는 처음 모였을 때 강아지를 데려가기도 했는데 어떤 일이 있었나?

“소지품을 최대한 간소하게 해야 될 것 같아 최대한 줄여서 갔는데, 거기서도 반 이상을 뺏겼다. 사실 여자들은 뷰티 제품이랄지 평소에 쓰는 물건들이 있어야 마음이 편안하다. 그게 없어지자 처음엔 굉장히 불편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니까 신경이 전혀 안 쓰이더라. 썬크림도 못 발랐고, 립밤(입술 트는 걸 막기 위해 바르는 연고) 정도를 챙겨 가긴 했지만 그걸 바르는 것도 눈치를 봐야 했다.”

샤워하는 것도 힘들지 않았나?

“너무 힘들었다. 샤워를 하고 있는데도 밖에서 시간대 별로 ‘3분 29초 남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알려주니까 마음이 너무 급했다.”

훈련소에 입소하기 전에 주변의 남자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나?

“에이트(혼성그룹)의 이현 선배가 ‘너무 못하려고도 하지 말고, 잘하려고도 하지 말고 딱 중간만 가라. 군대는 그래야 한다’고 조언해주더라. 프로그램을 끝낸 후에도 생각 이상으로 군 생활이 몸에 밴 것이 느껴진다. 지나 언니는 프로그램 촬영 모두 끝내고 나서도 소속사 회장님한테 ‘몸은 어떠십니까’, ‘잘 다녀 왔습니다’라고 하면서 ‘다나까’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웃음)



“여자 아닌 군인정신” 일깨워준 ‘마녀 소대장님’


▎혜리는 [진짜 사나이]에서 꾸밈없는 모습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오른쪽 아래는 전지숙 소대장. / 사진제공·MBC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등장 인물은 ‘마녀 소대장’으로 불린 전지숙소대장이었다. 전 소대장은 <진짜 사나이>에 출연한 여자 연예인들을 진짜 훈련병을 다루듯 가혹하게 대했다. 맹승지가 무릎을 굽힌 채 팔굽혀펴기를 하면서 “여자는 이렇게 한단 말입니다”라며 변명하자 전 소대장이 “그건 여자가 그렇게 하는 거지 군인은 그렇게 안 합니다”라고 단칼에 자른 장면이 대표적이다. 각개전투 훈련 중 포복을 하던 혜리가 ‘경로에 밤송이가 많다’고 호소하자 전 소대장은 “밤송이 많으면 전투 안 합니까?”라고 호통치기도 했다. 출연자들이 들고 있는 소총 위치를 바로잡으며 철저하게 ‘FM(야전매뉴얼)’으로 훈련을 시키는가 하면 여자 출연자들이 눈물을 흘려도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전 소대장은 고된 훈련 사이사이에 진심으로 출연자들을 챙겼고, 마지막에 훈련소를 퇴소하는 7명의 후보생에게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노고를 치하하면서도 아쉬운 눈물을 살짝 보였다. 시청자들은 ‘진짜 군인정신을 봤다’며 그를 칭찬했다.

‘마녀 소대장’으로 나온 전지숙 소대장은 어땠나?

“정말 무서웠는데 헤어질 때는 정이 많이 들었다. 진짜 잘 챙겨주셨던 것 같다. 감사했다. 그분이 보시기에 우리가 얼마나 답답했겠나. 근데 무섭긴 하고 혼내긴 하지만 혼내는 속에 애정이 들어있는 느낌이 있다. 사실 나는 촬영 중에 다리가 안 좋았다. 그래도 총을 내려놓고 싶은데도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까 참게 되고, 우리의 한계를 느끼는 동시에 강해진 느낌이다. 이젠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잘해낼 수 있겠다는 그런 자신감이 생겼다.”

초반 에피소드에서 몰래 가져온 꿀빵을 먹다 소대장 한테 들켜서 혼나는 장면을 보았다. 서럽지 않았나?

“그때 너무 무서워서 아예 먹지도 못했다. 라미란 언니가 가져온 꿀빵이었는데, 그때 상황이 이랬다. 사실 입소식을 하기 전에 우리끼리 인사도 하고, 서로 소개도 하는 시간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입소식을 하고 바로 내무반에 들어가게 했다. 촬영 시작하고 처음으로 10분 정도 여유 시간이 생긴 거라서 빨리 먹으면 빵을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순간 저쪽에서 소대장 모자가 스윽 보였다. 그땐 진짜 살벌했다.”

전지숙 소대장이 ‘내 별명이 뭐일것 같은가’라고 출연자한테 묻는 장면이 있었다. 라미란 씨가 용감하게 ‘미친개일 것 같다’해서 소대장이 ‘나랑 지금 장난 하는가?’라고 발끈하는 장면이 정말 재미있었다.

“라미란 언니가 ‘미친개’라고 하는데 정말 큰일 났다 싶었다. 근데 미란 언니는 진심이었다. 장난이었으면 소대장님도 혼냈을 텐데 진심이었다. 미란 언니는 (소대장 자신도 자신의 별명으로) 독한 걸 해야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


▎걸스데이 민아, 소진, 혜리, 유라(왼쪽부터)가 지난 3월 컴백 쇼케이스에 나선 모습. 혜리는 ‘본업’인 가수일 때 무대 위에서 섹시한 카리스마를 뽐낸다. / 사진·중앙포토



“훈련하면서 밥때만 기다려져 나도 놀랐죠”

그 무서운 전지숙 소대장에게 ‘부대 정수기에 붙어 있는 에이핑크(걸그룹) 사진을 걸스데이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는데, 어떤 생각에서 그랬나?

“훈련소 생활 마치고 육군 부사관학교로 이동하면서 간단한 소원성취 시간을 갖겠다고 하길래 전지숙 소대장에게 ‘부대 정수기 옆에 붙어 있는 걸그룹 사진을 걸스데이로 바꿔달라’고 했다. 사실 난 진짜 바꿔 줄지는 몰랐다. 그냥 애교로 한 말인데, 소대장님이 ‘지금 누구 사진으로 돼 있지?’ 하더니 ‘에이 핑크입니다’라고 대답하자 소대장이 ‘바꿔주겠다’고 약속하셨다. 애교였는데 진짜로 바꿔줘서 이거 어떡하지 싶었다. 나중에 걸스데이 사진이 붙어있는 정수기 인증샷이 공개되기도 했다. 군대가 정말 대단한 곳이더라. 놀랐다.”

<진짜 사나이>에는 혜리에게 있어 ‘운명의 한 장면’ 이 나온다. 바로 ‘터미네이터 교관을 웃게 한 혜리의 앙탈’이다. 혜리를 비롯한 출연자들은 훈련소 퇴소식 때 주체 할 수 없을 정도로 울음을 터뜨렸다. 혜리는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흐느껴 울었는데, 그 상황에서도 ‘터미네이터 교관’ 곽지수 분대장이 혜리에게 “말 똑바로 합니다”라며 태도를 지적했다. 그러자 혜리는 교관이 악수하려고 내민 손을 뿌리치면서 ‘이이잉’ 하는 앙탈을 부렸다. 갑자기 터져나온 혜리의 ‘애교 공격’에 얼음장 같던 교관마저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으며 무장해제되고 말았다. 이 장면은 방송 다음날인기 동영상으로 떠올라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점령해버렸다. 순식간에 혜리가 ‘국민 여동생’으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터미네이터 교관에게 앙탈 부리는 영상이 엄청난 화제가 됐는데, 그걸 실감했나?

“상상도 못했다. 미란 언니가 그 장면을 두고 나를 놀리긴 했다. 그 무섭던 분대장이 처음으로 웃었다고 말이다. 나는 그냥 마지막이니까 분대장이 ‘고생했다’ 는 말 정도는 해주실 줄 알았는데 우는 나한테 계속 ‘말 똑바로 합니다’ 이러니까 서운하더라. 정도 들었는데, 그래서 그랬다. 본 방송 보고 이걸 어쩌나 싶어 걱정했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좋아해주셔서 내가 오히려 놀랐다.”




▎혜리는 “진짜 사나이 이후로 뭘 하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 사진·중앙포토 / 사진·중앙포토
“24시간 촬영하니 예뻐야 한다는 강박관념 사라져”

그렇게 위압적으로 누군가에게 지시받고 혼나고 하는 경험이 처음이었지 않나?

“우리 가족은 서로 간섭을 하지 않는 편이다. 내 인생 내가 사는 스타일이라, 솔직히 학교에서도 선생님에게 지적받은 적 없고 회사에서도 그런 적이 없었다. 놔두면 잘하는 애라 늘 혼자 알아서 했는데 이번에는 계속 눈치만 봤다. 특히 먹을 때, ‘한 그릇 더 먹어도 됩니까’ 이러면서 눈치 엄청 봤다.”(웃음)

먹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훈련 첫날부터 엄청 먹더라. ‘먹방 스타’를 일부러 노린 것 아닌가?

“원래 그렇게까진 안 먹는다. 하하. 일단 스타일은 잘 먹는 스타일이긴 하다. 좀 배고프면 밥 언제줘요? 하고 물어본다. 밥을 중요시하고, 뭘 하든 밥이 1번이다. 그런데 훈련을 받았으니 밥이 얼마나 맛이 있었겠나. 그런데 그렇게 쌈을 입에다 욱여넣은지는 몰랐다. 방송 보고 나도 놀랐다. 내가 봐도 진짜 잘 먹더라. 사실 훈련할 때는 밥 시간만 기다려지게 됐다. 놀랐다. 이렇게 한 시간 만에 배가 고플 수 있나?”

잠잘 때 어땠나? 누우면 바로 잠에 곯아떨어지게 되지 않던가?

“불편할 줄 알았는데, 5분만 주면 어디서든 잤다. 나는 잠자리가 좀 불편해도 상관없었는데 예민한 분들은 잘 못 잤다. 홍은희·라미란 언니가 그랬다.”

방송에서 솔직한 모습이 나왔기 때문에 더 사랑받는 것 같다.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24시간 촬영을 하다 보니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되더라(웃음). 민낯이나 몸무게도 공개되고 나니 오히려 속이 편하다. 눈물 젖은 ‘먹방’까지도 사랑을 받으니, 예뻐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도 될 것 같다.”

대한민국 군필자라면 모두가 공감하는 장면은 뭐니뭐니해도 훈련 모습이었을 것이다. 인기 걸그룹 멤버로 ‘군통령’으로까지 불리는 혜리가 각종 군대 훈련을 소화하면서 ‘벅벅 기는’ 모습은 안쓰러우면서도 재미있었다.

눈길이 가는 건 고된 훈련을 소화해낸 출연자들의 이야기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박승희는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답게 웬만한 체력훈련을 거뜬히 소화해냈다. 그런 박승희조차도 에필로그로 방송된 후일담에서 “왜 남자들이 평생 군대 이야기를 하는지 알겠다. 짧은 훈련을 받았지만, 나도 훈련받은 이야기를 계속하고 다닌다”고 했다.

제일 재미있었던 게 제식훈련이었는데, 혜리 씨가 특히 못했던 거 같다.

“아니다. 나는 제대로 했다. 근데 같이 했던 셋이 동작이 다르니까 나까지 못하게 보이는 거다. 그때 정말 말 그대로 잔뜩 ‘쫄아’ 있었다. 지금 다시 보면 저걸 왜 못 했을까, 바보같다는 생각이 든다. 막상 제식훈련 할 때는 너무 긴장이 돼서 걷는 법을 까먹겠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각개전투에서 맹승지 씨가 엄청 혼났다. 프로그램 내내 맹승지가 ‘고문관’(군대에서 어수룩한 사람을 놀림 조로 이르는 말) 캐릭터가 된 것 같았다.

“소대장님이 맹승지 후보생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같이 있어도 승지, 지나 언니에게만 시키고 물어보고 그랬다. 몸이 안 따라주는 상황인데, 관등성명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사격 훈련은 어땠나? 맹승지는 무서워서 눈 감고 쏘다가 남의 표적지에 맞히더라.

“사격술 예비훈련이 더 힘들다고 매니저에게 들었다. 실제로 겪어보니 진짜 그렇더라. 사격훈련할 때는 이미 녹다운된 시기였다. 마음은 있는데, 뭘 할 수가 없더라. ‘아, 한계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다들 울면서 했다. 승지 언니가 남의 표적을 맞힌 건 착각을 해서 다른 표적을 보고 사격했기 때문에 그런 거다. 힘든 와중에도 웃기고 그랬다.”

화생방 훈련을 할 때는 어떤 느낌이 들었나?

“화생방 훈련을 해보니까 ‘죽을 것 같다’가 아니라, 거꾸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내 눈앞에 아무것도 안보였다. 방독면을 하고 있는 게 더 무서웠다. 갑갑하고 답답하고. 방송에는 안 나왔는데 방독면을 쓴 상태에서 좌향좌, 우향우, 차렷 이런 식으로 제식 훈련을 계속 시키는데 몸이 안 따르더라. 더는 못 할 것 같은 훈련이다. 못 한다.”

화생방 훈련 때 콧물, 눈물에 침까지 질질 흘렀는데, 그게 방송에 나오는 게 걱정되지 않았나?

“방송에 보면 내가 계속 카메라만 보면 피해 다닌다. 그 와중에 카메라가 나한테 오는 게 원망스럽더라. 카메라맨이 정말 미웠다.”(웃음)

아무래도 마지막에 유격 훈련이 가장 힘들지 않았나 싶다.

“사실은 제일 재미있었다. 담장 넘기 할 때가 진짜 기억에 남는다. 나랑 맹승지, 김소연 언니가 한 조가 돼서 4.2m짜리 담장을 서로 끌어주며 넘어가는 거였다. 소연 언니가 계속 ‘내 발 밟고 가세요’라고 말하는 데 나는 딱 잘라서 ‘못 버팁니다’라고 했다. 소연 언니가 힘들까 봐 그런 건데, 내가 단호하게 말하니까 속상했을 것이다.(김소연은 프로그램에서 ‘약골’ 캐릭터였다) 나중에 속마음 인터뷰한 걸 보니 소연 언니가 ‘나는 단체로 하는 훈련에서는 불편한 존재’라고 말했던데, 그게 너무 미안했다. 담장 넘기 훈련에서는 승희 언니도 못 올라갔고, 다른 훈련생이나 후보생들도 못 올라갔는데, 유일하게 맹승지 언니만 올라갔다. 영웅이 됐다. 우리 중에서 한 명만 올라가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때가 제일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다같이 울고 나니… 서로 돈독해졌다는 느낌”

몇 번이나 울었나?

“훈련받는 4일 동안 40번은 운 거 같다. 유격훈련할 때는 내내 울었다. 방송엔 하나도 안 나와서 감사했다. 전화 후 훈련이었는데 힘들더라. 언니들 열심히 하는 게 보여서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 언니들이 그동안 방송에서 눈물을 흘린 적이 없는데, 눈물이 난다고 하더라.”

마지막에 퇴소식 할 때 소대장도 눈물을 흘리던데,무슨 얘기를 해주던가?

“화생방 훈련 끝나고 되게 많이 울었다. 많이 힘들었느냐고 소대장님이 한마디 해주는데, 그 말에 계속 울었다. 소대장님은 우리를 아니까. 소대장님이 마음은 짠한데 겉으로는 표현하면 안 되니까 내색하지 않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많이 울었다.”

퇴소식 때는 다같이 눈물바다였는데, 왜 그랬나?

“여기서 힘든 걸 겪으니까 서러움, 그런 울컥하는 느낌을 다같이 느꼈다. 펑펑 울었다. 그 전까지 승희 언니가 한 번도 안 울었는데 그때는 울더라. 우리가 돈독해졌구나라고 느꼈다.”

그 뒤로 생활에서 변화가 생긴 게 있다면?

“사실 그동안 일을 할 때도 진짜 열심히 했다. 근데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이전에는 ‘진짜 이건 하기 싫다’, ‘뭐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는데 이젠 모든게 감사하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인드도 생겼다.”

남자들은 1억원을 줘도 군대에 다시는 안 간다고 한다. 다시 갈 수 있겠나?

“이 질문 많이 받았다. 같은 멤버라면 또 가겠다. 재미있었다.”

201411호 (201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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