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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패트롤 | ‘오염과의 전쟁 20년’ 안산 시화호의 변신 - 죽음의 호수가 철새 노니는 생명의 요람으로 

생명이 떠난 시화호 물길 트고 인공습지 만들어 생태계 복원… 생태관광지로도 인기, 국내 인공습지 중 첫 람사르습지 지정 추진 


저어새가 날아들고 숭어가 뛰논다. 오염된 갯벌에서 죽은 조개 껍데기 무덤 위로 생명이 움텄다. 죽음의 호수였던 시화호가 생태의 보고로 거듭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뉘엿뉘엿 해가 질 무렵, 석양에 물든 황금빛 물결이 호수 위에 잔잔한 너울을 그리며 뭍으로 몰려든다. 물결은 수평선 너머 먼 바다에서 시작해 물길을 가로막은 거대한 둑을 바람을 타고 넘어 파동을 이어간다. 둑을 넘은 물결은 호수에 이르러서야 시야에 닿는다. 잔잔히 밀려온 물결은 물가에 이르러 좌우로 요동치며 절정을 맞는다. 물결의 정체는 갈대의 군무다. 한바탕 춤사위가 끝난 갈대 숲으로 바람이 실어온 바다의 비릿한 공기를 들이마신 뒤에야 비로소 이곳이 민물 호수가 아니라 바다의 일부임을 깨닫는다.


2003년 미국의 인공위성이 한반도 상공 705㎞에서 촬영한 시화호. 방조제 안의 검은색 물이 이곳에 생명이 살 수 없음을 보여준다. / 사진·중앙포토
지방의 이름난 관광지의 풍경이 아니다. 서울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경기도 안산 시화호 갈대습지의 풍경이다. 시화호 갈대습지가 생긴 건 올해로 10년이 됐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이면 족히 닿을 거리에 있는데 비교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죽음의 호수’로 여겨졌던 시화호의 악몽이 채 가시지 않은 탓이다. 오염에 떠밀려 시화호를 떠났던 각종 철새와 수생종이 늘어나면서 생태계도 빠르게 복원되고 있다. 되살아난 생태계는 다시 사람들을 호수로 불러 모았다. 개발을 포기한 대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관광 자원을 얻은 셈이다.

‘동양 최대 간척사업’에 드리운 재앙의 그늘


시화호 갈대습지에는 해마다 수십만 마리의 철새 떼가 날아든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황새가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 사진·뉴시스
안산시는 시화호 갈대습지를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할 계획이다. 이곳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면 인공습지로는 국내에서 첫 번째 사례가 된다. 시화호가 죽음의 호수에서 생태계 복원의 모범 사례로 명예회복하기까지의 과정이 주는 교훈은 ‘공존’이다.

시화호의 본래 이름은 ‘군자만’. 안산 대부도와 시흥 오이도 사이에 말발굽처럼 움푹 들어간 해안가로 어족자원이 풍부한 바다였다. 갯벌이 광활해 전국에서 손꼽히는 소금 생산지였고, 바다와 농경지가 맞닿아 농·어업과 대중국 교역이 성했다. 임오군란 이후 청나라로 압송된 흥선대원군이 배에 오른 마산포가 이곳에 있었다. 불과 30~40년 전의 시화호 일대는 여느 바닷가 마을과 다름없는 어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시화호방조제를 건설한 뒤 자취를 감췄던 참게가 올해 20년 만에 처음으로 관찰됐다. / 사진·중앙포토
지금의 시화호는 옛 정취를 찾아보기 어렵다. 갈대와 염생식물이 군락을 이뤘던 갯벌에는 7천 개가 넘는 공장이 들어선 산업단지가 들어섰다. 1970년대 후반부터 불어 닥친 개발의 열풍이 군자만의 지도를 바꾼 탓이다. 당시 국내에는 중동의 건설 경기가 쇠퇴하면서 철수한 건설장비들을 활용할 방안이 마땅치 않았다. 기업들은 건설 경기가 국내에서 계속 이어지길 바랐다. 이런 요구는 정부의 공업단지 육성, 국토확장 개발 정책과 일맥상통했다. 정부는 수도권 서해안지역을 우선 개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육상운송이 쉽고 인천항을 통한 해상운송도 유리한 곳, 군자만이 개발의 적지였다. 농업진흥공사(현 농촌공사)와 산업기지개발공사(현 수자원공사)가 경쟁적으로 간척사업 주장에 힘을 실었다. 정부는 반월과 시화에 서울의 중소 제조업종을 흡수할 대형 공업단지를 조성했다. 지금의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다. 또 대규모 간척 농지도 만들었다.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것도 당대의 중요한 정책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간척지에 생길 공장과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려면 큰 호수 가 필요했다. 안산 지역은 큰 하천이 없어 공업용수를 공급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지도상으로 군자만 바깥을 둑으로 막으면 더없이 훌륭한 천혜의 저수조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시흥 오이도와 화성 대부도(현재 안산시 관할구역)를 잇는 12.7㎞의 시화방조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1987년 6월 시화방조제 공사가 시작됐다. ‘동양 최대 간척 사업’, ‘국토 확장의 꿈’이란 구호와 대대적인 홍보가 환경오염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짓눌렀다. 방조제가 건설되면 군자만은 4600만 평의 거대한 호수가 될 터였다. 바닷물을 빼내고 소하천에서 흘러드는 민물로 호수를 채울 계획이었다. 불과 6 년 만에 방조제 건설공사가 마무리됐다. 새로 생긴 호수에는 시흥과 화성의 앞 글자를 따서 시‘화(始華)’란 이름이 붙었다.

1994년 1월 방조제 건설을 마치고 마지막 물막이공사가 끝나자 본래 기대한 것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거대한 인공 호수의 수질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 것이다. 공단과 도심지의 오·폐수가 정화시설을 거치지 않고 시화호로 흘러들었다. 물은 간장처럼 짙은 암갈색으로 변했고 거품이 물 위를 덮었다. 호수로 유입되는 담수량이 턱없이 적어 자체 정화를 기대할 수도 없었다. 죽어서 밀려온 조개와 어류가 무덤처럼 쌓였고 악취가 진동했다. 환경운동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당시 시화호 수질은 농업용수 기준인 화학적산소요구량(COD) 8ppm을 훨씬 초과해 평균 17.4ppm에 달했다. 일부 지점은 50ppm이 넘는 곳도 있었다. 방조제를 건설하기 전 수질은 COD 3~4ppm 수준이었다.

시화호의 오염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자 정부는 배수 갑문을 막은 지 1년 만에 갑문을 열어 물길을 텄다. 감사원의 대대적인 감사가 이어졌고, 환경영향평가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 10여 명의 공무원 이 징계를 받았다. 1998년 11월 정부는 시화호 담수화를 포기했다. 한 달 뒤 농림부도시화호를 농업용수로 쓰지 않기로 했고, 해양수산부가 관리하는 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됐다. 2001년 2월 정부가 시화호를 해수호로 공식 인정하면서 시화호 담수화 계획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

물길 트자 자연 스스로 되살아나


지난 3월 방사된 삵은 갈대습지공원에 터전을 잡고 시화호의 최상위 포식자로 안착했다. / 사진제공·안산시
한번 죽은 환경을 되살리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야 했다. 1996년부터 2011년까지 시화호 수질개선에 들어간 비용은 방조제 건설비(6200억 원)의 두 배에 해당하는 1조 2488억 원이 들었다. 시화호를 살린 건 인간의 노력보다 자연의 자정작용 덕분이었다. 배수갑문을 개방한 지 1년 만에 수질이 빠르게 좋아졌다. 1999년에는 COD 기준 4~5ppm 수준으로 회복됐다. 갑문 개방과 더불어 호수 상류인 안산시 사동·본오동과 화성시비봉면·송산면 일대의 공유수면에는 인 공갈대 습지를 만들었다. 시화호의 자정능력을 키우려면 습지가 반드시 필요했다. 100만㎡가 넘는 크기에 330억 원을 들여 인공갈대습지를 만들었다.

습지가 자리를 잡자 시화호를 떠났던 생명체들이 하나둘씩 제자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20년 전 방조제에 물길이 막혀 자취를 감췄던 참게 떼가 갈대습지에서 서식하는 게 올해 처음 확인됐다. 지난 3월에 생태계 복원을 위해 서울동물원에서 데려온 삵 다섯 마리 중 두 마리가 살아남아 숭어와 쥐를 사냥하며 시화호의 최고 포식자로 자리 잡았다. 멸종위기종 2급인 맹꽁이와 금개구리가 돌아왔고, 고라니와 너구리들이 습지를 보금자리삼아 사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떠났던 희귀 조류도 다수 목격되고 있다. 안산시가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시화호와 갈대습지 일대의 생태계 조사를 벌인 결과 원앙(천연 기념물 제327호)과 황조롱이(천연 기념물 제323호)·저어새(천연 기념물 제206호)·참매(천연 기념물 제32호)·뜸부기(천연 기념물 제446호)·수리부엉이(천연 기념물 제324호)와 같은 천연 기념물 11종과 멸종위기종 9종 등 총 111종 2929개체의 조류가 관찰됐다.


시화호 상류에 인공으로 조성한 갈대습지공원은 수질정화기능뿐만 아니라 해마다 20만 명이 찾는 생태관광지가 됐다. 가을이 되면 30만 평이 넘는 공원에서 갈대의 군무가 장관을 이룬다. 안산시는 인공습지로 국내 처음으로 람사르습지 지정을 신청했다. / 사진제공·안산시
국내 첫 인공 람사르습지 지정 추진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시화호의 인공습지 조성 사업은 일단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수많은 야생동물의 서식지로 자리 잡은 것은 물론 수질개선에도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생태 관광자원으로도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갈대습지공원은 연간 20만 명의 탐방객들이 찾는 안산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떠올랐다.

안산시는 대부도 해솔길·노적봉폭포·다문화거리·시화호 조력발전소·구봉도 낙조·동주염전·탄도 바닷길·풍도 야생화 등 기존의 안산 8경에다 갈대 습지공원을 안산의 가볼 만한 관광지 9경으로 지정했다. 갈대 습지를 보존하려는 노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안산시는 정부에 갈대 습지공원과 시화호 간척지인 대송단지 일대의 자연습지 두 곳을 습지보호지역 지정과 람사르습지로 등록하는 데 지원을 요청했다. 습지 보호지역 지정은 환경부가 한다. 람사르습지 등록은 국제 람 사르협약 사무국의 심사를 거친다. 시는 등록 기준 9개 항목 중 4개 항목이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람사르습지 지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람사르습지는 람사르협회가 ‘물새 서식지로서 중요한 습지보호에 관한 협약(람사르협약)’에 따라 독특한 생물 지리학적 특징을 가진 곳이나 희귀동식물종의 서식지, 또는 물새 서식지로서 중요성을 가진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다. 우리나라에는 우포늡·신안 장도습지·순천만 등 19곳이 등록돼 있다. 안산시 관계자는 “인공갈대습지는 시화호 개발 실패의 역사를 반성하는 교훈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노력과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생태계를 되살릴 수 있다는 점을 인공갈대습지가 증명하는 만큼 람사르습지로 등재하는 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제2의 시화호’ 여전히 남은 과제들


2011년에 완공된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시설 용량 25만4천㎾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조력발전소는 물이 순환하는 관문의 역할도 한다. / 사진·중앙포토
시화호의 악몽과 부활은 개발만능주의에 경종을 울린 일대 사건으로 기록됐다. 지역의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부각된 인 공 갈대습지를 통해 환경의 경제적 가치도 입증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화호에 버금가는 대형 간척사업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제2의 시화호 재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개발압력도 만만치 않다.

수년째 담수화를 두고 결정을 못하고 있는 화성호가 대표적이다.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일대에 조성한 인공 해수호인 화성호는 시화호와 가깝고 개발 방식이 비슷하다. 궁평항에서 우정읍 매향리까지 9.8㎞에 걸친 갯벌을 방조제로 막아 생긴 인공 해수호다. 여의도(8.4㎢)의 두 배가 넘는 17.3㎢의 거대한 크기다. 화성호 주변은 새만금과 시화호에 이어 국내에서 셋째로 큰 간척지(44.82㎢)가 있다. 1991년부터 한국농어촌공사가 대체농지 확보를 위해 22년째 개발 중이다. 총사업비 8755억 원으로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화성호 수질은 매일 7시간씩 배수갑문을 열어 관리하고 있다. 당초 계획은 2015년부터 배수갑문을 폐쇄해 해수 유통을 막을 계획이었다. 2 년간 담수화 과정을 거친 뒤 2017년부터 간척지에 농업용수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화성시와 경기도가 수질 악화를 이유로 담수화를 반대하고 있다. 화성호로 유입되는 하천이 적어 오염물을 자체 정화할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화성시의 수질모델링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수 유통을 막을 경우 농업용수로 사용 가능한 목표 수질등급(4등급)을 달성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촌공사는 수질정화 처리시설을 보강하고 인공습지와 저류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새 간척지를 친환경 농축산단지로 활용할 계획도 세웠다. 서해 경기만 일대에는 이처럼 간척 농지에 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조성한 인공 호수가 여럿 있다. 남양호·평택호·삽교호·석문호·대호호 등이다.

간척지 개발의 당초 목적인 농지로 활용하려면 화성호를 담수화해야 한다. 그러나 시화호에서 보듯 담수화가 반드시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 20여 년 전의 활용계획을 시대가 변한 지금도 고집할 명분도 약해 보인다. 화성호와 탄도호 담수화 타당성을 연구한 송미영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과거 10년 동안 화성호 일대 인구는 두 배, 축산과 폐수발생량은 각각 네 배 늘었다. 앞으로도 비슷한 패턴으로 오염원이 증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해수 유통이 중단되면 농업용 수로도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되는 게 연구 결과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고인 물은 반드시 썩는다’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인터뷰ㅣ친환경 생태도시 일구는 제종길 안산시장 - “개발보다 생태가 더 중요한 자원이 됐다”


제종길 안산시장은 환경문제 전문가답게 안산을 도시·사람·자연이 공존하는 생태도시로 만들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가고 있다. / 사진·지미연
사무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화이트보드가 깨알 같은 메모로 가득하다. 다른 벽은 책과 잘 분류된 서류 파일들이 차지했다. 화려하지 않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작은 도서관에 온 듯한 느낌이다. 제종길(59) 안산시장의 집무실 풍경이다.

제 시장의 집무실엔 여느 단체장 집무실에 흔히 있는 원탁이 없다. 대신 1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좁고 긴 탁자를 놓았다. 시청 간부들과 회의할 때 거리감을 없애고 머리를 맞대기 위해서라고 한다. 벽에 붙어 있는 화이트보드에는 대충 그려놓은 그림이 눈에 띈다. 제 시장은 안 산에 있는 폐채석장 활용방안을 고민하다 인공폭포를 만들면 어떨까 싶어서 그려놓은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이 그림은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시정 방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제 시장은 환경 전문가다. 서울대 대학원 해양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도시와 자연연구소장을 지냈다. 17대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기 전까진 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과 한국생태관광협회 대표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그럼에도 그는 정책의 세밀한 부분을 일일이 코치하지 않는다. 큰 틀에서 정책의 방향을 세우고 그걸 채울 내용은 공무원들에게 맡기는 편이다.

“내가 하나하나 참견하면 그건 환경과장이지 시장이 아니잖은가? 가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같이 고민하는 정도다.”

최근 5년간 희귀 조류들 점점 늘어나

제 시장은 취임 후 ‘친환경 생태도시’를 안산시의 슬로건으로 정했다. 안산의 풍부한 해양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물론 그가 말하는 ‘활용’은 ‘개발’과 다른 의미다. 시화호 갈대습지를 람사르 습지로 지정 신청한 것도 이런 의미를 품고 있다. 9월 29일 안산시청 집무실에서 직접 제 시장을 만났다.

안산시청에는 노란색 바탕에 리본이 그려진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실종자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것이다. 안산시는 아직도 세월호 사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세월호 사고를 언급하는 제 시장의 표정도 침통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안산시는 거의 모든 게 마비상태다. 지역경제와 분위기도 침체돼 있고, 행정도 사실상 거의 중단됐다. 다른 시정 업무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고 수습이 길어지면서 행정 공백의 차질이 심각해지고 있다. 사고 수습은 그것대로 계속 힘을 쏟아야 하겠지만 이제 행정도 어느 정도 돌아가야 한다. 침체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방안도 빨리 만들어 실행해야 한다.”

지역 경제를 정상으로 되돌릴 복안이 있나?

“관광 활성화가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안산에는 서해안의 해양관광자원이 풍부하다. 특히 가을에 나들이하기에 참 좋은 곳이 많다. 관광객을 불러 모으면 지역 경제도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다.”

관광 활성화는 시화호 일대에 람사르습지 등재를 추진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해 보인다. 안산시는 갈대습지와 대송습지의 조류 조사결과를 갖고 람사르습지 등록을 위한 환경부 검토 요청을 했다..

제 시장은 “시화호 일대는 사람의 간섭이 적고 야생 조류들의 먹이가 풍부해 철새의 중간 기착지로 최적지”라고 말했다. 그는 “시화호 주변 습지의 생태학적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고 각종 개발행위로부터 훼손을 예방하는 동시에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해선 람사르습지 등록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발 압력이 만만치 않을 텐데 람사르습지 지정이 가능하겠나?

“송도 등 인근 지역 개발이 이뤄지면서 시화호 일대에는 최근 5년 동안 희귀 조류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등 수 많은 희귀동물의 서식지로 수도권에서 이만한 곳이 없다. 생태적 가치가 월등해 지정을 안 할 이유가 없다.”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려면 보존만 능사는 아니지 않을까?

“시화호 일대를 개발했던 때에는 개발만 하면 돈이 되고 사람이 살기 좋아질 줄 알았다. 그런데 개발을 해보니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땅과 물이 죽으면 결국 사람도 살 수 없다. 그걸 회복하는 비용이 개발로 얻는 이익보다 더 들었다. 인공갈대습지에 생명체가 깃들면서 이걸 보러 오는 사람이 늘었다. 지금은 연간 20만 명이 넘는다. 생태는 앞으로 더 중요한 관광자원이 될 거라 확신한다.”

화성호를 비롯해 국토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형 간척사업에 대해 환경 전문가로서 제 시장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답변하는 데 다소 신중했다.

“거대한 호수를 담수화하는 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게 시화호로 이 미 증명됐다. 먹을 게 부족했던 과거에는 농지를 만들어 식량을 생산하는 게 첫째 목표가 될 수 있었겠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변화에 맞춰 용도도 바뀌어야 한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보이는 대로, 겪어본 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도시와 사람, 자연, 생명은 결코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고, 조화로운 공존이 가능한 명제들이다. 긴 안목을 갖고 만들어가야 할 과제다.”

201411호 (201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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