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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지자체 카지노 유치전쟁 - 라스베이거스 자본의 유혹에 지자체 본심 ‘흔들’ 

샌즈그룹의 ‘대형 베팅’에 서울시 주춤거리자 부산, 경남, 경기도 화성 등 적극적으로 ‘구애’… 부산은 호텔·쇼핑센터·카지노 등 결합한 싱가포르형 복합리조트 구상 밝혀 

‘21세기 굴뚝 없는 황금산업’으로 불리는 카지노 산업을 놓고 지자체들의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인다. 부산은 오픈카지노 유치를 기대하고, 경남과 경기 화성도 대규모 카지노를 추진할 계획이다. 저마다 고용창출과 내수진작 효과를 거론한다. 라스베이거스의 자본인 샌즈그룹이 불러일으킨 지자체 간 카지노 전쟁의 이해득실을 따져보았다.

사진·중앙포토
9월 16일 경남 창원시 도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도정 질문에 나선 야당도의원과 홍준표 경남도지사 사이에 설전이 오간 것이다. 노동당 여영국 의원은 경남도가 ‘경남 미래 50년 사업’의 하나로 야심하게 추진하는 진해 글로벌 테마파크 내 카지노 사업 유치를 두고 “경남에 사행성 사업인 경륜장과 경마장이 있는데, 카지노 유치로 이미 경륜장이 있는 창원을 도박도시로 만들려고 하느냐”고 홍 지사를 몰아붙였다. 여 의원은 그 자리에서 글로벌 테마파크 등 경남 미래 50년 사업은 진주의료원 폐쇄로 말미암은 여론 악화를 희석시키려는 ‘물타기’ 성격이 짙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 지사는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느냐”며 “진해에 유치하려는 것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로 내국인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으며, 카지노 사업에서 거둔 세금은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또 “글로벌 테마파크는 7개 분야가 있는데, 테마파크 안에 들어갈 6성급 호텔, 수상 스포츠 시설 등은 카지노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며 카지노 가 테마파크 내 주요 시설임을 강조했다.

경남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들어 서울과 부산·인천·제주 등 전국의 주요 지자체가 ‘해외 카지노 자본 유치’에 목을 매는 분위기다. 그동안 미국·일본·중국·동남아 등 해외 카지노 자본들은 한국 내 카지노 사업 진출을 꾸준히 타진해왔다.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해 이전 정권에서는 카지노 사업이 지지부진했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카지노 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할 방침을 밝히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8월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경제를 위해서는 의료·관광·금융·교육 등 서비스업 분야의 외국인 관련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체계적 지원이 미흡한 카지노 복합리조트 개발사업에 대한 애로사항을 원스톱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공론화하지 않았던 카지노 사업을 박 대통령이 정책 육성산업으로 들고 나온 배경은 뭘까? 야권 정치인의 분석은 이렇다. “박 대통령이 국민과 야당이 반대해오던 ‘의료 민영화’와 ‘카지노 허용’ 등을 추진할 수 있는 배경에는 6·4 지방선거에 이어 7·30 재보선에서도 승리한 자신감 때문이다. 특히 정국 주도권을 잡은 이 시기에 밀고 나가야만 ‘의료 법’이나서 ‘ 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을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다 고 판단하는 듯하다. 세월호 특별법으로 내분에 휩싸인 야당을 제외하고도 새누리당 단독으로 통과시킬 자신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울시, 샌즈그룹 10조원 ‘베팅’ 거절


샌즈그룹의 투자 유치에 목을 매는 부산시는 오픈카지노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국내 유일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의 객장. / 사진·중앙포토
정부의 카지노 산업 드라이브 정책은 일부 지자체의 카지노 사업 참여와 해외 카지노 업체들의 국내 러시 현상을 불러왔다. 인천 영종도에는 중국·미국계 합작 카지노 기업인 리포- 시저스 컨소시엄을 비롯해 한국의 파라다이스호텔과 일본 파칭코 회사 세가사미의 합작법인 ‘파라다이스세가사미’, 해외동포들이 설립한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 등 3곳이 카지노 사업을 추진한다. 부산에는 세계 최대 복합리조트 운영업체 ‘라스베이거스 샌즈그룹’(이하 샌즈)와 세가사미, 제주에는 홍콩 부동산개발 업체인 란딩 국제발전유한회사와 싱가포르 겐팅그룹이 신화역사공원에 카지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눈여겨볼 곳이 샌즈그룹이다. 샌즈는 막대한 자본 투자를 명목으로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오픈카지노’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셸든 애덜슨(81) 샌즈그룹 회장은 지난 7월 극비리에 방한해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서울시가 보유한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를 복합리조트(일명 잠실 프로젝트)로 개발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덜슨 회장은 이 자리에서 잠실운동장 126만㎡ 부지에 컨벤션센터와 호텔·카지노·공연장·체육관 등을 건립하는 투자계획을 제시했다. 제시한 총 투자금액만도 106억 달러(약 10조814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샌즈측 관계자는 “서울시가 부지를 현물출자해 공동 개발하거나, 샌즈가 50년간 임대 후 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샌즈측은 이례적으로 국내에서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통해 투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아닌 투자금 전체를 해외에서 직접 조달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샌즈의 ‘잠실 프로젝트’는 1300~7천㎡ 규모의 국제회의장 500개로 구성되는 컨벤션센터와 전체 8200객실 규모의 고급 호텔 3개 동, 4천 석짜리 공연장 3개, 252m 옥상수영장, 2만 석 규모의 체육관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진주를 품고 있는 조개를 형상화한 제1호텔(2600객실)은 규모에서 샌즈가 싱가포르에서 운영 중인 마리나베이샌즈호텔(2560객실)을 능가한다. 샌즈는 이 호텔 건설에만 6조 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개장한 지 30여 년이 지난 잠실야구장에 대해서는 개발 이 무산된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에 8500억 원을 들여 돔구장(3만 석 규모)을 신축해준다는 대안도 내놨다.

하지만 샌즈는 투자 조건으로 ‘오픈카지노’ 개설을 요구한다. 대형 복합리조트의 수익원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박 시장은 그 자리에서 “오픈카지노 문제는 받아들 이기 어렵다”고 부정적인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으로서는 내국인 카지노 출입허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은 샌즈 측의 10조 원 ‘베팅’을 거절했지만, 서울시의 고민은 깊어지는 듯하다. 차기 대선주자로 손꼽히는 박원순 시장에게 정치적 부담을 지을 수는 없다는 쪽과 재선 시장으로서, 대선주자로서 서울시에 굵직한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야권 내 한 관계자는 “카지노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없는 만큼 샌즈그룹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특별한 문제 없이 시정을 이끌고 있지만, 대선주자로서 뚜렷하게 내세울 만한 업적 도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고심하는 사이 부산시가 먼저 샌즈에게 손을 내밀었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전국 지자 체장 가운데 처음으로 오픈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유치 의지를 피력한 것. 서 시장은 최근 지역의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부산에 유치하겠다”며 “샌즈그룹이 부산 북항재개발 지역에 복합리조트를 건설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 투자 기업과 개발 지역까지 거론한 셈이다.

특히 ‘현행 법률상 복합리조트 유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 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 고쳐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까지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 내국인 입장이 가능한 카지노는 강원랜드뿐이다. 서 시장은 7월 취임 직전 서울에서 애덜슨 샌즈그룹 회장을 만나 이 같은 뜻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8월 14일 출범한 ‘부산시 좋은 기업 유치위원회’에 유병곤 복합리조트산업발전포럼 고문이 포함된 것도 복합리조트 부산 유치에 대한 서 시장의 강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사무처장 출신인 유 고문은 샌즈 등 해외 카지노 그룹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 오픈카지노 추진 의사


싱가포르의 랜드마크가 된 복합리조트 마리나베이샌즈. 카지노 등을 갖춘 55층 호텔 3동을 연결한 옥상에는 최고급 수영장이 있다. / 사진·중앙포토
서 시장이 오픈카지노라는 ‘뜨거운 감자’를 안고서라도 복합 리조트 유치 의지를 보인 것은 만성적 침체 국면에 접어든 부산 경제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알려졌다. 서 시장이 시정의 롤 모델로 삼는 싱가포르는 2010년 마리나베이샌즈 등 2개의 복합 리조트가 들어선 뒤, 그해 14.5%의 GDP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중 관광산업 성장률이 20%에 달했고, 관광객의 소비도 49%나 늘어났다.

거기다 수년간 진행돼온 샌즈 측과의 투자유치 협의를 정부의 지원 속에 서둘러 마무리지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높다. 지역 정치권 인사의 설명이다. “샌즈그룹과 부산시의 관계는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허남식 전 시장 시절 샌즈그룹은 ‘오픈카지노’ 도입을 전제로 수차례 부산에 투자 의향을 밝혀왔다. 애덜슨 회장은 당시 부산시 기장군에 조성 중인 동부산 관광단지와 북항재개발 현장을 둘러 보기도 했다. 샌즈그룹은 당시 ‘바다를 끼고 공항과 가까운 대도시’라는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부산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서 시장이 친박 실세이고 정부에서도 카지노 사업 육성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니 ‘때가 됐다’고 판단 했을 것이다.”

애덜슨 회장은 2012년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해 부산 북항일대를 둘러보는 등 부산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고, 지난해 초에는 샌즈그룹 해외개발 상무인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죠지 터네시비치 사장이 부산 출신 의원들을 잇따라 방문, 사업에 관한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산시의 이런 움직임이 샌즈그룹의 전략에 말려든 꼴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역 여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샌즈그룹은 카지노 최적지로 한국을 생각하고 있다. 한류의 진원지이며, 쇼핑·유적지 등 관광자원도 풍부해서다. 부산은 지리적으로 일본과 가까워 중국 관광객뿐만 아니라 일본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부산과 협의를 해오던 샌즈그룹이 서울시에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제안했고, 일본과도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오픈카 지노 추진을 공언하게 만들었을 듯하다.”

서 시장도 오픈카지노를 둘러싼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 일부 수긍하는 눈치다. 그는 “(오픈카지노에 대한) 사행성 조장, 국부유출 등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샌즈 자본 유치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 시장은 북항재개발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도 샌즈의 투자를 받는 것이 ‘필요조건’이라는 판단이다. 부산의 미래를 바꿔놓을 부산항북항재개발 사업의 토지 매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샌즈의 복합리조트가 사업 재추진 동력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항만공사가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는 부지 35만㎡ 중 현재 팔린 땅은 1만 6288㎡(4.7%)에 불과하다. 북항재개발 사업은 2019년까지 부산항북항 일대 육지와 공유수면 매립지 등 153만 2419㎡를 국제해양관광 중심지와 시민 친수공간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정부와 부산항만공사의 기반시설 2조388억 원, 민간사업자의 상부시설 6조4802억 원이 들어간다.


중국 마카오는 지난해 라스베이거스의 7배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각종 카지노 및 호텔 네온사인이 마카오의 밤을 밝히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서 시장은 오픈카지노 추진을 공론화하며 샌즈 자본의 유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갈 길은 멀다. 무엇보다 같은 당 소속인 부산지역 의원들의 설득이 관건이다. 부산 유치를 위해서는 의원입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구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부산 출신의 한 의원은 “내국인 도박 중독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음성화된 도박 산업을 양성화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부산에 싱가포르와 같은 형태의 복합리조트가 들어설 필요가 있다”며 “샌즈의 부산 투자가 성사되면 4만3천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긍정적으로 평가를 내놨다. 또 다른 부산 출신 의원은 “외국인 전용카지노도 환치기, 탈세 등의 부작용이 많은데 내국인까지 허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부산에 오픈카지노를 허용하면 인천 등 다른 시·도도 해달라고 아우 성일 텐데 그러면 전국이 도박판이 되는데 가능하겠느냐”며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샌즈그룹이 25억 달러를 들여 건설한 세계 최대 카지노호텔 ‘베니시안 마카오 리조트 호텔’ 내부의 카지노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정부는 오픈카지노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고 있진 않지만, 새누리당에선 ‘싱가포르식 복합리조트’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새누리당 박창식 의원은 “싱가포르처럼 내국인 출입 횟수와 베팅금액, 블랙리스트 제도 등 관리·감독 시스템을 엄격히 적용하면 일자리 창출과 관광객 유치, 레저 문화 활성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며 복합리조트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10월 7일 “카지노 육성은 증세 없이 경기를 부양하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정부의 카지노 사업 추진에 힘을 보탰다.

제주는 ‘반대’, 경남·경기 화성은 ‘찬성’ 입장


지난 7월 방한한 셸든 애덜슨 샌즈그룹 회장이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잠실 복합리조트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지자체 단체장 가운데 카지노 사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이도 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적극적인 카지노 반대론자 중 한 명이다. 원지사는 카지노 허가와 관련해 얼마 전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도 “임기 중 카지노 신규허가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제주도는 카지노 신규허가권이 도지사에게 있다. 외국 자본 등에 신규 카지노 허가를 적극 내줘야 한다는 정부에 방침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원 지사는 특히 국부 유출에 대한 부작용을 제기했다. 그는 “(카지노) 허가만 해주면 제주에서는 전부 외상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결제는 전부 외국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세금도 못 매기고 사기게임에 대해서 통제도 못할 수 있다” 며 “그런데도 한국이나 제주도는 국제적인 블랙 게임, 탈세, 환치기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8개 카지노도 지금 통제가 안 되는데 먼저 이들에 대한 통제와 감독기구부터 만들고 그 다음에 (신규 카지노 허가) 논의를 해야 하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제주로 몰려드는 중국 자본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내비쳤다. 그는 “마구잡이로 숙박시설을 지어 분양한 뒤 시세차익으로 다른 투자를 하거나 카지노를 가지고 주식시장처럼 이득을 챙기는 것에 대해서는 ‘노땡큐’”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그 대신에 홍콩 부동산개발 업체인 란딩 국제발전유한회사와 싱가포르겐팅그룹이 신화역사공원 3개 지구에 2조4천억 원을 투자해 테마파크와 최고급 호텔 등의 복합 리조트를 조성하는 ‘리조트 월드 제주(Resorts World Jeju)’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 화성과 경남도는 카지노 사업 유치에 찬성 입장이다. 경기 화성이 지역구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은 “경기도 화성 송산그린시티 내 대규모 카지노를 유치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뛴다. 이 지역의 관계자는 “송산그린시티 내 입지하게 될 USKR(유니버셜 스튜디오 코리아)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고, 부지가 공기업인 수자원 공사의 땅이며, 지역 국회의원이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가장 사업성 있고 설득력이 있는 것이 토지무상임대와 카지노 설립이다”고 말했다.

홍준표 경남지사 역시 카지노 사업을 ‘경남 미래 50년 사업’의 핵심 사업으로 선정하고 카지노 자본 유치에 힘을 쏟는다. 홍 지사는 “카지노 유치 시 중국 측에서 크루즈선을 운항하겠다며 크루즈 부두 건설을 요청한다”며 “진해 카지노 사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이 카지노 유치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해외의 성공사례가 크게 작용한 듯하다. 대표적인 곳이 싱가포르다. 2010년 싱가포르에 들어선 마리나베이샌즈는 MICE형 복합 리조트로 호텔·컨벤션·전시·쇼핑·엔터테인먼트·카지노가 결합된 형태다. 샌즈그룹이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58만 1400 ㎡(축구장 54개 크기)에 개발한 이 시설에는 모두 7조 원이 투입됐다. 카지노는 총면적의 3%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마리 나베이샌즈는 9천 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고, 쇼핑 시설에도 4천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특히 싱가포르 전체에서 3만 7천 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전체 계약건의 93%를 싱가포르 기반 기업들과 맺는 등 파급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가 오픈카지노 유치를 추진하는 등 주요 지자체들이 카지노 사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 미단시티에 들어설 3만평 규모의 카지노 부지(왼쪽)와 부산시가 오픈카지노 사업 부지로 예정하고 있는 부산 북항재개발사업 지역.
싱가포르 성공사례에 자극받은 지자체들


박근혜 정부는 카지노 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카지노 산업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비등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8월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죠지 터네시비치 사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제안하는 모델은 수많은 고용을 창출하기 때문에 대규모 인구를 기반으로 국제공항과 접근성이 높은 대도시권에 위치해야 한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한국의 문화와 가치를 반영하고 한국 사회, 상업 및 관광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한국 고유의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일부 동남아 국가의 적극적 카지노 자본 유치도 국내 지자체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하는 이유다. 일본은 2020 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복합리조트 건립하기 위해 카지노 합법화 등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5월 싱가포르 방문 때 가장 먼저 마리 나베이샌즈를 방문해 “복합리조트는 성장전략의 핵심”이라고 공표하면서 카지노 허용 법안을 야심차게 밀어붙이고 있다.

올해 안에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벌써 오사카·홋카이도·오키나와 등 지자체들이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다. 오사카는 이미 150만㎡의 부지를 확보해 아시아 1위 복합리조트를 만들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샌즈는 일본에도 10조 원대 투자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주변 국가들도 카지노 산업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지만 샌즈의 최종 선택은 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레저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샌즈그룹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1978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 부산, 경주호텔 등에 직간접적 영향을 줬고, 이 그룹 부회장인 마이클 레빈은 재미 교포 며느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한류 진원지라는 점에서 카지노의 주 고객인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일본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정부가 8월 12일 투자활성화 대책에 인천 영종도와 제주도 등에 계획 중인 4개 카지노 복합 리조트 조성 지원을 포함시킨 것은 이런 주변국의 움직임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정부는 카지노 복합 리조트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검증이 됐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샌즈그룹 등 해외 카지노 자본이 국내에 경제효과를 가져 올 수 있지만, ‘먹튀’ 방지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를 모은다.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샌즈의 천문학적 투자 배경에는 내국인 카지노라면 매출의 50% 이상을 이익으로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샌즈그룹은 이미 세계 곳곳의 복합리조트에서 이 같은 사업 수완을 발휘해왔다. 카지노 사업을 바탕으로 고수익을 올려 투자 원금을 빠르게 회수한 뒤, 다시 이를 실탄삼아 또 다른 투자에 나서는 ‘문어발식’ 카지노 확장 전략이 샌즈의 사업 모델이다. 겉으로는 복합리조트를 표방하지만 사실상 샌즈의 대부분 수익은 카지노 사업에 집중되고 있는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카지노법’ 제정, ‘먹튀’ 방지책 마련해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샌즈그룹은 카지노 사업에서만 114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그룹 전체 매출의 79%에 달한다. 호텔(10%)과 식음료(5%), 쇼핑몰(3%), 컨벤션센터(3%) 등의 매출 비중은 극히 낮은 편이다. 복합리조트는 ‘카지노의 들러리’ 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카지노 사업은 그룹 성장을 이끌고 있다. 지난 2년간 샌즈그룹의 카지노 사업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26.5%로, 전체 매출 증가율(23.5%)을 상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샌즈는 56억 달러를 투자한 마리나베이 샌즈에서 4년간 104억 2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마카오에서는 카지노 개장 9개월 만에 투자원금을 회수했다”며 “먹튀 방지를 위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아시아 카지노 시장의 청사진은 중국 ‘요우커’들의 소비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시장의 성패가 외부요인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432억 달러, 라스베이거스의 7배)을 기록했던 마카오의 카지노 업계도 중국 정보의 카지노 규제 움직임에 주춤한 상태다. 마카오 도박조사국(GICB)에 따르면 지난달 마카오 카지노 매출액은 전년동월 대비 12% 감소한 256억 파 타카(약 3조4176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것으로, 2009년 6월 이래 월간 기준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카지노를 통한 ‘국부유출’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 카지노 관광을 규제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사행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고,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지난해 발의된 외국인에 한해 선상 카지노를 허용하는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유병곤 복합리조트산업발전포럼 고문은 “싱가포르와 같이 내국인 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세금과 별도로 매출액의 10%를 사회적 기금으로 내도록 하는 것이 카지노 허용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카지노 산업의 문을 열되 통합적인 관리·감독을 할 수 있는 ‘카지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411호 (201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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