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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취재 | 민자역사는 철피아(철도공사 마피아)들의 놀이터? 

코레일 고위 퇴직자 올해만도 22명 민자역사·자회사 임원으로 재취업… 부실투성이 민자역사 임원 연봉이 1억~3억원, ‘신의 직장’ 부럽지 않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민간업체와 결탁한 고위 관료 출신을 지칭하는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공언했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계속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퇴직자들의 민자역사 재취업 실태는 ‘철피아’들의 민낯을 보여준다.

코레일이 투자해놓고도 배당금을 한푼도 받지 못하는 민자역사가 수두룩하다. 의정부민자역사도 그중 하나다. / 사진·뉴시스
국정감사가 한창인 가운데 베일 속에 가려져있던 관피아의 실체가 하나둘씩 공개됐다. 한국전력공사에 대한 국감에서는 ‘전(電)피아’가 화제가 됐다. 최근 5년 동안 산업부 산하기관 17곳의 퇴직자 180명이 ‘신의 직장’이라는 한전과 한전의 자회사인 5개 발전회사 등에 재취업한 ‘낙하산’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국도로공사 국감에서는 도로공사가 퇴직자에게 고속도로 영업소를 수의계약하는 특혜를 준 것이 드러나 관피아 못지않은 공기업 마피아인 ‘도(道)피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전국 335개 고속도로 영업소 중 무려 264개소가 도로공사 퇴직자가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나 국민의 분노를 샀다.

“관피아 위에 철도공사 마피아”


코레일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관피아 척결을 공언했는데도 퇴직자들을 자회사에 재취업시키는 낙하산 인사와 억대 연봉을 지급하는 등 경영부실이 여전하다. 사진은 코레일의 경영정상화를 촉구하는 시위 장면.
도피아나 전피아에 절대 뒤지지 않는 게 바로 ‘철(鐵)피아’다. 최근 검찰이 5개월 동안 철피아 관련 수사를 벌인 끝에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 등 20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이번 검찰 수사는 철도 분야 민관유착 비리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실제 철피아들의 ‘놀이터’는 민자역사를 비롯한 코레일의 자회사들이다.

코레일(사장 최연혜)은 만성적인 재무 적자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공기업 가운데 하나다. 코레일의 부채는 14.3조(2012년 말 기준)에 달하지만 경영이 방만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코레일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6700만 원이고, 20년 이상 근속한 기관사가 1억 원의 연봉을 받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하지만 정작 코레일의 고위직원들이 애지중지하는 노른자위는 따로 있다. 바로 민자역사(民資驛舍) 등 산하 자회사들이다. 특히 민자역사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노후 보장책이다. 이런 사실을 증명해줄 흥미로운 자료가 하나 있다. 코레일 퇴직자 재취업 현황을 분석한 최신 자료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올해 7월까지 5년간 철도공사의 1급 이상 고위직 퇴직자 가운데 52명이 13곳의 민자역사·자회사·출자회사 등 관계사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아이파크몰(용산역)과 수원애경역사㈜ 등 민자역사 13곳에 37명이 재취업했고, 코레 일공항철도㈜ 등 자회사계열 6곳에 12명이 들어갔다. ㈜에스알, ㈜의왕ICD 등 기타 출자회사 2곳에도 3명이 임원으로 재취업했다.


최근 5년간 코레일 출신 퇴직자의 재취업 기관 현황 (2010~2014년 8월 기준)
특히 올해는 관피아 논란으로 고위 공무원들의 공기업 취업이 예전 같지 않았는데도 무려 22명이나 민자역사와 자회사에 재취업했다. 퇴직한 당일에 자회사 대표로 취임한 ‘간 큰’ 고위직도 있다. 코레일 경영총괄본부 상임이사 김모 씨는 3월 31일 퇴직과 동시에 수도권고속철도인 ㈜에스알 대표이사로 재취업했다. ‘관료 마피아 위에 철도공사 마피아’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민자역사는 코레일 퇴직자의 ‘신의 직장’


세월호 참사(4·16) 이후 코레일 퇴직자의 출자회사 재취업 현황
코레일 퇴직자들은 본부장(18명), 역장(13명), 지사장(3명) 등으로 있다가 코레일 자회사와 민자역사의 대표이사(5명), 이사(33명), 감사(14명) 등 고위직에 재취업했다. 퇴직 직전 직급은 사무 1급이 26명으로 전체의 50%를 차지했고, 상임이사 9명, 기술 1급 7명, 차량 1급·전통 1급 각 3명, 1급 갑 2명, 토목 1급 1명이었다. 이들은 코레일에서 평균 36.2년을 근무해 억대 연봉을 받았고, 퇴직 후 6개월도 안돼 자회사의 임원으로 재취업하는 특권을 누렸다. 재취업 후 가장 오랫동안 근무한 기간은 1년 7개월이나 됐다.

이들 52명의 재취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철도공사 상임이사를 2년 8개월 남짓 지낸 심모 부사장은 2011년 8월 4일 퇴직 후 그해 12월 1일에 코레일공항철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52명 중 절반에 가까운 25명이 퇴직 후 100일 이내에 재취업했다.

관피아 척결의지를 천명한 정부의 조치를 비웃기라도 하듯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코레일 퇴직자들의 재취업은 계속됐다. 코레일 연구원 원장이었던 반모 씨는 지난 6월 9일 퇴직하고 나서 한 달도 지나지 않은 6월 25일에 롯데 역사㈜ 이사로 취임했다. 38년을 근무하고 정보기술단장으로 있던 신모 씨도 같은 날 퇴직하고 나서 일주일만인 6월 16일에 수원애경역사㈜ 감사로 자리를 옮겼다.


코레일 운영 민자역사 임원 연봉 / 2012년 기준(단위:만원)
코레일에서 30 년간 근속하며 대전충남본부 기술1급으로 있던 박모 소장도 6월 16일 퇴직한 뒤 6월 27일 ㈜현대아이파크몰 감사에 재취업했다. 세월호참사 이후 코레일 퇴직자 가운데 출자회사에 재취업한 간 큰 퇴직자만 6명이다.

코레일 퇴직자들은 사회 전반의 경기침체에도 지난 5년간 꾸준히 출자회사에 재취업하는 특권을 과시했다. 퇴직 직전에는 팀장부터 부사장까지 다양한 직위였지만 재취업 후에는 무조건 감사, 이사 등 최고위직으로 임명되는 영전을 누렸다.

코레일에 따르면,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퇴직자들의 재취업은 수십 년간의 경험과 전문지식을 경영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는 그럴듯한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코레일의 주장과 달리 대부분의 자회사와 민자역사들은 자본잠식상태가 지속되고 배당액이 한푼도 없는 등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3개중 8개 민자역사가 자본잠식, 배당 한푼 없어

민자역사는 코레일이 경영개선을 목적으로 ‘국유철도의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민간 자본을 유치해 역사를 현대화 하는 사업이다. 민간 사업자는 자본을 투자해 신축한 역사를 코레일에 제공하는 대신 복합 상업시설을 운영해 수익을 얻는다. 보통 백화점 자본이 직접 민자역사를 짓거나, 컨소시엄 등의 형태로 쇼핑몰과 할인점이 입점하는 형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대개 백화점과 역을 통합해 영화관, 대형마트, 레스토랑 등 쇼핑과 문화시설이 입점한다. 롯데백화점의 자본으로 지어져 1990년에 완공된 영등포역이 그 시초다. 서울역 민자역사나 용산역, 왕십리역, 경기도 평택역, 수원역 등이 대표적인 민자역사로 꼽힌다.

코레일 입장에서는 민자역사는 잘만 되면 꿩 먹고 알 먹고다. 건설비를 민간자본으로 충당하는 대신 역무시설을 무상으로 귀속받을 수 있다. 민간사업자로부터 토지 점용료와 이익배당 등을 받게 되므로 철도경영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대외적으로 경영개선 효과를 홍보하기에는 그만이다. 이 때문에 코레일은 출자지분만큼 배당금을 받는 방식으로 민자역사를 운영하고 있다. 대개 민자역사마다 10~20%를 출자하지만 배당금을 높이기 위해 30~46%의 지분을 소유 한 경우도 있다.

실제 도심 한복판에 있거나 유동인구가 많은 민자역사는 이익을 많이 내기도 한다. 영등포역을 운영하는 롯데역사㈜나 수원역사가 그런 경우다. 하지만 적자운영으로 단 한푼의 배당조차 받지 못하는 민자역사가 더 많다. 이 때문에 코레일의 민자역사에 대한 투자 부실은 매년 국감 때마다 여야 의원들이 지적하는 단골메뉴가 될 정도로 지적을 받았다.

2011년 코레일 국정감사 때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코레일이 10~29%의 지분을 소유해 운영하는 민자역사 12곳 중 절반인 6곳에서는 부채가 자본을 앞서 330억 원의 자본이 잠식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코레일의 부실투자를 질타했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동인천역사, 부평역사, 신촌역사, 현대아이파크 몰(용산), 비트플렉스(왕십리), 평택역사 등이 자본잠식상태였다. 올해는 부실이 더 심해졌다. 기존의 6개 민자역사에서 동인천역사㈜가 제외됐지만 신세계의정부역㈜·산본역㈜ 등 2개 민자역사가 추가돼 모두 7개 민자역사가 자본잠식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은 이처럼 모두 13개 민자역사에 557억 5900만 원을 출자해놓고도 절반이 넘는 7개 민자역사에서는 단 한푼의 배당도 받지 못하고 있다.

코레일이 배당을 받는 민자역사는 서울 영등포와 대구역사를 운영하는 롯데역사㈜, 서울역과 청량리역을 운영하는 한화역사㈜, 수원애경역사㈜, 동인천역사㈜, 부천역사㈜, 안양역사㈜ 등 6개 민자역사 뿐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민자역사의 경영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데는 구조적인 요인도 있다. 민자역사가 들어선 철도부지의 경우 대부분 코레일이 아닌 한국철도시설공단(이사장 강영일) 소유로 민자역사 점용료는 대부분 한국철도시설공단에 귀속되는 이유도 있다.

코레일이 민간사업자의 파워에 휘둘리거나 사업 추진 당시 체결한 계약 자체가 부실하다는 것도 경영부실을 초래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부천역사㈜ 대표이사 연봉이 3억원


민자역사는 코레일 고위 퇴직자들의 노른자위 재취업 직장이다. 사진은 정재계 유명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2010년 화려하게 개장한 청량리 민자역사 준공식. / 사진·뉴시스
코레일의 경영부실을 매년 지적해온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코레일이 출자한 13개 민자역사의 배당률을 살펴보면 일정한 기준이 없고 제각각”이라며 “심지어 이익이 많이 나는 곳의 배당금이 더 작은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목 좋은 위치에서 영업하는 대기업의 민자역사들이 막대한 영업이익을 올리고도 코레일에 배당을 적게 주는 방식으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와 대구역사를 운영하는 롯데역사㈜의 경우 2011년 7384억 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도 15억 원만 코레일에 배당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이 779억 원인 수원 애경역사㈜는 76억원을 지급했다. 누가 보더라도 롯데역사㈜가 이익에 비해 배당을 적게 한 것이다.

하지만 민자역사의 배당 결정은 상법상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결의에 따르기 때문에 배당금이 불합리하게 작더라도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특히 영등포 롯데역사의 경우 2017년에 점용기간이 만료돼 민간사업자를 교체할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관련 법 규정이 미비해 재계약 공개경쟁입찰에서 배제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같은 논리로 서울 도심에 위치한 용산역을 운영하는 ㈜현대아이파크몰(코레일 지분 9.9%)과 왕십리역을 운영하는 ㈜비트플렉스(코레일 지분 23.8%)가 무배당에 그치고 있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민자역사의 재무구조는 부실투성이고 들쭉날쭉하지만 민자역사의 임원 자리는 퇴직을 앞둔 코레일 고위직들이 놓칠 수 없는 신의 직장이다. 2012년 10월에 코레일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민자역사의 대표이사 평균 연봉은 1억 7천만 원이었다. 행정부처 장관(1억 5천만여 원)보다 많다.

도심에 있는 규모가 큰 민자역사의 대표이사는 3억 원, 중 소도시의 민자역사 대표이사는 2억 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다. 서울역과 청량리역을 관리하는 한화역사㈜의 대표이사 연봉은 3억 1200만 원, 부천역사㈜의 대표이사 연봉은 3억 원 이었다. 서울 한복판에 자리잡은 롯데 역사㈜ 대표이사 연봉은 롯데쇼핑㈜에서 직접 지급하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3억 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수원애경역사㈜ 대표이사는 애경그룹 임원을 겸임하고 있어 연봉이 국회 국정감사 때 공개 되지 않지만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민자역사마다 위치한 환경이 다르고 경영여건이 다른데도 영업실적이나 당기순이익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경기도 부천에 소재한 부천역사㈜는 2011년에 107억 5200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해 대표이사가 3억 원의 연봉을 받았지만 서울역과 청량리역을 관리하는 한화역사㈜는 부천역사㈜보다 적은 76억 5200만 원의 이익을 냈는데도 대표이사 연봉은 그보다 더 높은 3억 1200만 원을 받았다.

매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부실 민자역사도 임원들은 1억 원 이상을 받는다. 경기도 평택역사㈜의 경우 손실액이 159억 원이나 됐지만 대표이사의 연봉은 1억 7천만 원, 상임이사는 1억 700만 원이었다. 용산민자역사를 운영하는 현대 아이파크몰㈜ 역시 손실액이 167억 3600만 원이었지만 대표 이사 연봉은 2억 300만 원에 달했다.

코레일, 수색 역세권 민자역사 추진


코레일 최연혜 사장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수색 역세권 개발과 민자역사를 추진 중이지만 새누리당은 민자역사가 코레일 퇴직직원의 재취업 창구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민자역사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 사진·뉴시스
이 같은 신의 직장을 코레일이 포기할 리 만무하다. 역대 코레일 사장들은 민자역사를 포기하기는커녕 틈만 나면 사업을 적극 밀어붙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발탁한 최연혜 코레일 사장도 수색역 민자역사 개발을 적극 추진 중이다.

수색 역세권 개발사업은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부터 경의선 수색역까지 20만 201㎡의 터를 업무, 상업, 문화 시설을 고루 갖춘 대규모 복합단지로 개발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최 사장은 연초 “코레일의 경영 개선을 위해서라도 역세권 개발은 꼭 필요하다”며 수색역 등 핵심 역세권 개발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특히 올해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의 일환으로 공기업마다 부채감축을 채근하자 최 사장은 2007년(15만 3503㎡) 당시 계획보다 규모를 키웠다. 하지만 아쉽게도 최근 1차 사업자 공모에서는 사업자를 찾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시행사 관계자는 “코레일의 요구대로 복합시설을 한꺼번에 짓기에는 수색역 일대가 그렇게 목 좋은 지역이 아니다”며 사업성이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고 한다.

코레일은 개발규모를 줄여 재공모한다는 방침이지만 앞서 부실투성이 민자역사의 사례를 볼 때 민자역사의 졸속 추진은 코레일의 부실투자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실제 코레일이 신중한 검토 없이 민자역사를 유치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도 허다하다. 건설 중인 서울 창동민자역사와 노량진민자역사는 소송에 휘말려 공사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서울 성북역사도 사업추진이 수년째 미뤄져 현재까지 건축허가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민자역사는 선거 때마다 자치단체장 입후보자들의 단골 공약이 돼왔지만 사업기간이 길고 부동산경기와 연동되기 때문에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때문에 코레일이 과거처럼 부채감소 등 경영개선을 내세워 민자역사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오히려 코레일의 부채만 늘리는 민자역사 투자지분을 청산하는 게 낫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특히 여의도 정치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당(黨) 내에 태스크포스인 ‘경제혁신특별위원회’(위원장 이한구)를 통해 강도 높은 공기업 개혁안을 마련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코레일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장기적으로 코레일이 운영하는 14개 민자역사 중 11개 민자 역사와 역세권 개발 관련 자회사들을 민간에 매각해 부채를 상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재 새누리당 공공개혁분과 위원장은 “코레일 등 부채가 많은 일부 공기업의 경우에 지분을 증시에 상장해서 부채를 상환하고 하면 오히려 공기업이 튼튼해진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민자역사 매각 검토에 코레일 긴장

새누리당은 코레일의 민자역사 등 공기업들의 자회사가 모회사 퇴직직원의 재취업 창구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앞으로 퇴직자 자리보전용 자회사 신설은 원천 봉쇄하기로 했다. 퇴직직원이 자회사 임원으로 직행하지 못하도록 공기업 임원의 자격요건을 명확히 규정해 공기업 마피아를 척결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도로나 철도 등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분야에서 정부나 공공기관간의 유착이 문제가 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공직자의 퇴직 후 보임을 불허하는 방법으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코레일로서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이한구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공기업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의 뇌리에 ‘철밥통’, ‘신의 직장’ 등의 단어가 떠오르는 것이 현실”이라며 연일 공기업 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공공기관들이 나랏돈을 쉽게 쓰는 행위는 이제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공기업 임직원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새누리당이 최근 공청회를 통해 발표한 공기업 개혁안을 들여다보면 한전, LH공사, 코레일 등 만성적인 적자경영을 보이고 있는 7대 공기업이 우선 대상이다. 이들 7대 공기업은 한마디로 ‘시범 케이스’다. 현재 코레일의 부채는 14.3조로 LH공사(138.1조 원), 한전(95.1조 원)보다는 적지만 석유공사(18조), 철도시설관리공단 (16조 원)와는 비슷한 규모다. 새누리당은 부채 규모를 줄이기 위해 코레일 정원을 10% 이상 감축하는 인력 구조조정안과 함께 ‘고연봉’에 정년까지 보장되는 호봉제를 성과 연봉제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코레일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극약처방으로 일반철도 등 적자노선에 대해 민간 사업자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새누리당의 공기업 개혁분과 외부전문가로 활동한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정책기술본부장은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검토하는 것은 코레일 노조가 우려하는 것처럼 정부의 민영화 추진 의도가 아니라 공기업의 환경에 경쟁을 도입하자는 것”이라며 코레일의 혁신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새누리당은 조만간 정부와 협의를 거쳐 코레일 등 공기업 개혁 최종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코레일 안팎에서는 새누리당의 개혁안에 대한 반발 기류가 읽힌다. 이 같은 고강도 개혁안이 공기업이 가진 공공성을 지나치게 약화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와 여당이 공공부문 민영화의 의도를 갖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관피아를 능가하는 철도마피아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다른 공기업들은 정부의 서슬 퍼런 관피아 척결의지에 호응하는 시늉이라도 했지만 코레일의 경우 별다른 조치없이 자회사들에 대한 낙하산 취업이 대거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상황이다. 공기업 퇴직자들의 자회사 재취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코레일 같은 ‘간 큰’ 재취업 사례는 많지 않다. 코레일 임직원들이 변화의 대열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철피아’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411호 (201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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