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토 에세이 - 간월재 억새평원의 은빛물결 

파란 하늘과 붉은 단풍, 황금들녘이 삼위일체 이루는 ‘가을본색’… 억새 사잇길을 뛰듯이 걷는 등산객도 가을에 취해 춤을 추는 듯 

글·사진 주기중 월간중앙 기자

늦은 오후 간월재를 오르는 등산객. 노을 빛에 물든 억새의 색감이 따듯해 보인다.
가지산(1241m), 운문산(1188m), 천황산(재약산:1189m), 신불산(1159m), 영축산(1081m), 고헌산(1034m), 간월산(1069m).

높이 1천m가 넘는 7개 고봉이 울산·밀양·청도에 걸쳐 잇따라 우뚝 솟아있다. ‘영남알프스’라고 불리는 이곳은 울창한 숲과 깊은 계곡, 기묘한 바위와 억새평원이 펼쳐져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가을이면 신불산 억새평원과 간월재 해맞이는 그중 으뜸의 절경을 자랑한다.

해돋이를 보려고 이른 새벽 어둠을 뚫고 간월재(해발 900m)에 올랐다. 여명이 밝아온다. 계곡과 계곡, 산과 산 사이에 드리워진 운해가 멋들어진 산수화 한 폭을 그려낸다. 짙게 드리워진 안개 사이로 마을과 도시의 불빛들이 번진다. 자연의 빛과 인공의 빛이 어우러진 간월재의 일출은 특별하다.


간월재 억새길에 아침 빛이 비치고 있다. 이 길을 따라 한 시간을 오르면 신불산 정상이다.
해가 뜨자 빛이 어둠을 벗기며 산을 타고 올라와 서쪽 사면의 억새 군락을 비춘다. 밤새 이슬을 머금고 숨죽이던 억새가 빛을 받아 반짝인다. 간월재 억새평원에 은빛물결이 넘실댄다.

억새평원을 가로질러 신불산으로 향한다. 능선을 타고 오르는 산행의 참 맛은 전망이 좋다는 것이다. 사방 어느 곳으로 눈을 돌려도 한 폭의 그림 같다. 파란 하늘과 붉은 단풍, 황금들녘이 삼위일체를 이룬다. 빨·노·파의 삼원색, 이른바 ‘가을본색’이다.

신불산 정상에서 섰다. 영남알프스의 준봉들과 산과 산 사이에 자리 잡은 농촌마을과 황금들녘이 조화롭다. 평화로운 가을풍경이다. 고개를 돌려 취서 산 쪽을 바라보니 600만 평에 이른다는 광활한 억새평원이 펼쳐진다. 바람이 불자 억새가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춤을 춘다. 억새 사잇길을 뛰듯 걷는 등산객들도 가을에 취해 춤을 추는 듯하다.


억새평원에서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는 연인들(왼쪽).이슬을 머금은 구절초가 수줍게 아침 빛을 받고 있다(오른쪽).



신불산 북사면의 단풍은 한껏 물이 올랐다. 뒤로 울주군 일대의 황금들녘이 보인다(왼쪽 위). 간월재에서 아침 해를 맞는 등산객들(왼쪽 아래). 파란 하늘을 아로새긴 양털구름이 가을산의 정취를 더한다(오른쪽).


201411호 (201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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