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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리포트 | 북한에 부는 ‘한류’ 열풍 - ‘아랫동네 알’(남한 DVD)에 주민도 군인도 푹 빠졌다 

국경 지역에선 한국방송 시청 위해 태양열 발전장비 설치하는 집도 생겨나… 인기 드라마 돌려볼 수 있는 중국산 EVD 플레이어와 태블릿PC 구매도 ‘폭발’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한 주민에게 한국의 대중문화는 외부세계를 내다보는 창이 되어간다. 이 창을 통해 한국을 새롭게 인식하고 간접적이나마 자유를 경험한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한류를 접하게 됐고,한류는 북한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




행사에 동원된 북한 인민군. 인민군 고참 병사 중 일부는 한류 컨텐트를 보기 위해 일부러 휴가를 받기도 한다.
“장마당에서 몰래 팔아요. 맨 처음엔 장마당에서 한국 알을 막 팔았어요. 처음에 한국 알이 들어왔을 때는 아무튼 다 장마당에서 거래가 됐죠. CD알 전문으로 파는 사람들이 있어요. 사람 딱 봐가지고 팔기도 하고, 안 팔기도 하고. 아는 사람들 통해서 왔다갔다하는 거에요. 믿을 만한 사람끼리만 내통하는 거죠. 그리고 간부들이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봐요. 안전원들도 많이 봐요. 단속해서 가져가서는 자기네들끼리 돌려보죠. 윗 대가리들도 많이 썩었지요. 중국에서 사오면 싸요. 한 알당 2천원이라면 북한에 오면 한 만원씩 팔아요. 장마당에서도 팔고, 들고 다니면서 아는 사람들한테 몰래 팔기도 하고. 이윤이 높으니까 막 목숨 걸고 파는 거에요.”

지난 3월 중국의 국경지대 도시에서 만난 탈북자 A씨의 증언이다. 북한에서 남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중국에서 들여온 영상물의 은밀한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일명 ‘아랫동네 알(남한 DVD)’이라 불리는 영상물이다. 남한 드라마들이 담긴 CD나 DVD타이틀, USB등이 대종을 이룬다. 중국에서 대량으로 밀수돼 비공식적으로 판매되는 ‘한국 알’들은 요즘은 장마당에서도 공공연히 거래된다. 단속도 심해졌지만 이들 영상물이 시장에서 큰 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죽기살기로 판매한다.

남한 영상물은 중국과 국경을 맞댄 연선 지역에서부터 유통되기 시작했다. 중국과의 교역이 용이한 함경북도와 양강도의 접경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평양을 비롯한 내륙 지역에서도 광범위하게 판매가 이뤄진다고 한다. 내륙 지역에서는 훨씬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 판매도 늘어났지만 주민들 사이에서 영상물을 돌려보거나 바꿔보는 일도 잦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는 주로 편 단위로 제작되기 때문에 대여업도 성행한다.

탈북자의 증언이 이어진다. “줄이 다 있어요. 몰래 몰래 파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 연결됩니다. 한국 드라마는 CD 두 장에 보통 20편이 담겨 있어요. 너무 비싸기 때문에 돈 주고 빌려보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 걸 들고 다니며 빌려주는 사람이 있는데 일종의 대여점 같은 겁니다. 빌리는 사람은 스무 편이 넘는 것을 이틀 동안 다 봐야 해요. 밤이고 낮이고 문을 딱 채우고 봅니다. 저는 한번 보고 너무 재미나서 또 빌려 봤어요. 사는 것보다 빌려보는 게 낫습니다. 집에 갖고 있어봤자 불편하니까. 그냥 제깍제깍 빌려서 보는 게 나아요. 검열에 걸리면 안되잖습니까?”

장마당에서 ‘한국알’ 공공연히 거래


북한 주민들이 시청하고 있는 <꽃보다 할배> 프랑스편의 한 장면.
하지만 단속에 걸려도 뇌물을 주고 사건을 무마하는 경우가 많다. 단속을 통해 영상물을 압수한 간부들이 그것을 다시 시장에 내다파는 일도 허다하다.

최근에는 중국 업체들의 북한 시장 진출과 중국산 디지털 매체의 대량 유입으로 남한 영상물의 시청 수단도 훨씬 다양해졌다. 중국산 EVD(Enhanced Versatile Disc) 플레이어, 다채널수신 TV(NTSC, PAL 겸용), MP5 등의 매체가 인기가 높다. 일명 ‘노트텔’로 불리는 EVD 플레이어는 비디오 압축기술인 DVD를 대체한 새로운 포맷으로 중국이 개발해낸 새로운 영상기술 방식이다. 2005년부터 생산된 EVD 제품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북한 지역에서도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EVD 플레이어는 DVD 재생은 물론 영상파일을 저장할 수 있는 USB까지 재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번 충전하면 4시간가량 영상시청이 가능하며 녹화기(비디오 재생장치)처럼 텔레비전을 별도로 연결할 필요가 없어 인기가 높다. 휴대하기도 쉽고 단속을 피하기도 용이하다.

노트텔은 영상재생 화소 및 본체 구성에 따라 가격차가 나긴 하지만 중국에서 대략 4만∼5만원 선에 거래된다. 더구나 북한에서 노트텔이 단속 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 세관을 통해 공식적으로 거래된다. 접경지에서 싼 가격에 밀수를 통해 북한으로 대량 유입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노트텔의 확산으로 알판(DVD)보다는 USB 판매가 늘어난다.

중국에서 복제된 한국 영화나 드라마 알판(DVD)은 보통 한화 1천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남한에서 방송된 최신 드라마도 종영된 지 1주일이 채 안 돼 이곳 시장에서 거래될 정도로 빠르다. 보통 20부작 드라마 한 세트를 CD 두 장에 담아서 판매된다.

중국산 ‘노트텔’, ‘손전화’ 인기


북한에서 ‘노트텔’로 불리는 중국산 EVD플레이어(왼쪽)와 휴대전화는 한국의 영상물을 시청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말기다.
노트텔 이외에 최근에는 태블릿 PC의 이용도 늘어난다. 최소 사양을 갖춘 중국산 태블릿PC가 한화 9만원정도에 거래된다. 노트텔은 이미 북한의 내륙 지역에까지 꽤 많이 보급돼 있지만, 테블릿 PC는 일부 밀수업자를 비롯한 접경지역에서 소수가 이용한다고 한다. 마이크로 SD카드를 이용하기 때문에 USB보다 더욱 경량화, 소형화된 파일 저장매체로 인기를 끈다. 그 밖에 일명 ‘엠피오’로 불리는 MP5 플레이어의 사용도 점점 늘어난다. 이 제품은 영상시청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데 초소형의 마이크로 SD카드에 많은 영상물을 저장할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

손전화(휴대폰) 사용도 확산일로에 있다는 점으로 주목할만하다. 일반 유선전화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화기 ‘취급소’까지 가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한다. 북한 내에서 손전화는 간부들이 먼저 사용했지만 요즘은 일반 주민에게도 점점 확산 돼가는 추세다.

북한 주민들이 손전화를 사용하는 용도는 우리와 조금 차이가 난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사람들이라도 장사를 하기 위해 빚을 지고서라도 손전화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젊은층의 경우도 통화용보다는 영상시청이나 음악을 듣기 위해서 손전화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손전화 가격은 사양에 따라 다르지만 중국에서 200∼400달러에 거래된다. 북한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접이식(폴더형)이 300∼400달러이며 슬라이더 방식은 250달러 정도다.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비슷한 터치방식의 손전화도 거래되기 시작했다. 700달러 선에서 거래되는 최고가 상품이다. 필자가 입수한 북한 손전화에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제품으로 문자메시지를 ‘통보문’으로 표시되어 있으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한다. 이들 손전화는 중국에 체류하는 북한 주민들이 도청을 우려하여 북한 내부로 연락할 때도 요긴하게 쓰인다. 중국판 카카오톡이라 할 수 있는 ‘큐큐’나 음성메시지 등을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텔레비전을 통해 남한 방송을 시청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한다. 남한과 가까운 접경지역이나 일부 동해안 지역이다. 북·중 국경지역에서는 중국 방송이 수신되는데 이때 옌볜지역에서 방송하는 한국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은 통상적으로 텔레비전을 구입하면 해당 지역의 보안서에 등록을 하도록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채널을 조선중앙방송 통로로 고정하는 봉인절차를 거친다. 만약 검열과정에서 봉인이 뜯어진 것이 발견되면 텔레비전은 압수조치를 당하게 된다. 그런데 일부 주민은 남한 방송을 보기 위해 등록된 텔레비전 이외에 별도의 수상기를 구비해 놓고 시청하는 경우도 있다. 주민들은 수상기의 불빛이 밖으로 새어나갈까 창문을 모포로 가리고 이불 속에 들어가 몰래 시청하기도 한다.

중국에서 만난 탈북 주민의 증언이다. “조선에서도 웬만한 집에서는 한국 거 보느라고 조그만 텔레비전을 숨겨놓고 봐요. 소형 텔레비전이 단속품이니까 몽땅 다 감춰놔요. 밤 10시 정도가 되면 한국 방송이 수신됩니다. 전기가 없으니까 어떤 때는 전기를 몰래 따와서 보기도 합니다. 병원이나 공장에 들어가는 전기선을 따오는 거지. 검열 나오면 전기선을 거두고, 가면 다시 연결하는 식입니다.”

전기사정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남한 영상물 시청을 위해 중국산 소형 텔레비전을 자동차나 탱크 배터리에 연결해서 보는 사람들도 있다. 가전제품을 가동하기 위해 자가발전 발동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경제적 계층에 따라 전기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다르다. 발동기를 가동하려면 기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소형 태양열 발전기까지 중국에서 들여오는 경우도 있다. 남한의 방송프로그램의 시청열풍이 빚어낸 풍속도다.

남한 영상물 대여점도 암약


북한 모란봉 악단의 신작 발표회. 한류는 북한 악단의 연주 내용과 형식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인들도 외출외박을 나가면 남한 방송을 시청한다는 증언도 있다. 한 인민군 병사 출신 탈북자는 중국 접경지역에서 군생활을 하며 남한 방송이 보고 싶어 자주 외출을 했다고 고백했다. 일과시간에 남한 영상물을 보는 경우도 있었다. 접경지역에는 브로커를 통해 탈북을 시도하려는 주민들이 대기하는 은신처가 있다. 이곳은 남한 영상물이 상영되는 ‘전문점’이기도 하다.

“군에 있을 때니까 외출해서 보았죠. 북한에서는 10년 이상 군 복무하면 중대장·소대장들이랑 나이가 같아지는 경우가 많아요. 남한에서 학번을 보는 것처럼 북한에선 입대 연도를 많이 따지거든요. 분대장이나 부분대장쯤 되면 중대장이나 소대장과 동갑이 되거나 소대장 같은 경우는 아래가 돼요. 그러면 상급부대의 허가 없이도 외출이 쉬워요. 단속만 되지 않는다면 외출시키거든요. 저는 그런 거(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싶어서 많이 나갔습니다. 나가면 그 DVD를 전문으로 보는 집에 들르는 겁니다.”(군인 출신 북한 이탈주민의 최근 증언)

북한 주민들은 ‘한국알’을 보면서 의식변화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와 뉴스 말고도 <생생정보통> <6시내고향>과 같은 생활정보 프로그램을 통해 남한 사회를 간접 경험하게 된다. 여기서 그들은 그동안 교육받았던 남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현실을 목격하기 때문이다. 남한에는 쌀이 남아돌고, 농촌은 기계화되어 있고, 남자뿐 아니라 여자들도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장면 등이 신기하게 다가온다. 주민들은 남한 사회의 발전된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어떻게 발전했을까” 하며 자문하기도 한다. 그러한 질문은 남북한 비교로 이어지고 양 체제에 대한 인식변화 과정의 첫 단추가 된다.

한 북한주민은 남한의 뉴스를 보고 진실을 깨닫게 된 순간을 이렇게 고백했다.

“남조선 뉴스를 보면서 느끼는 게 많았다. 뭐라고 할까, 할말을 다하며 산다고 할까? 숨기지 않고 다 내보내요. 북조선에서는 마음대로 다 말 못해요. 한국이 많이 발전했다는 걸 알게 되요. 민주주의 국가면 다 이렇구나 생각했지요. 뉴스 보니까 한국 사회가 이해가 많이 되더라고요. 우리는 사실 좀 많이 감추지만 한국은 감추는 게 없잖아요. 무슨 사건이 터지든 다 솔직하니 보도하니까요. 북조선은 모두 감춘단 말입니다. 남조선에서야 언론 자유 다 있지만 우리는 자유가 없어요. 우리는 자기 하고픈 말도 못 하고 살죠.”(북한 주민 증언.2014년 3월 중국에서 면접)

‘한국알’은 주민들의 의식변화는 물론 언어와 머리·옷 스타일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남한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스타일을 은연중에 따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말투부터 패션에 이르기까지 나름의 개성을 표현하는 데 남한 풍을 따르게 된다. 북한에서는 이것을 자본주의 퇴폐 문화라는 명목으로 단속하지만 단속이 이들의 욕구를 제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스타일의 변화는 곧 의식의 변화를 가져온다. 남한풍을 따라하는 것은 남한과 북한의 차이를 인식하게 되는 계기다.

탈북자들을 조사한 결과, 남한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이해되지 않는 것 중 하나로 해외유학이 꼽혔다. 얼마나 돈이 많기에 해외로 유학을 보낼까 하는 의문이었다. 북한에서는 아버지가 간부이거나 외교관이 아니라면 외국에 나가는 일조차도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니면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 외국에 가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남한 드라마를 보면 유학도 가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목격하게 된다.

또 하나 신기하게 여긴 것이 남한의 결혼식 장면이다. 북한의 결혼식은 주로 집에서 한다. 평양 등 대도시에 예식장이 있지만 대부분의 주민은 예식장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당연히 남한풍 결혼식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남한 배우의 헤어스타일을 따라 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또 다른 관심거리였다. 미용사 출신 한 탈북자는 드라마뿐 아니라 중국에서 들여온 한국 잡지들을 보면서 “가지각색의”헤어 스타일을 익혔다고 한다. 잡지를 뜯어 미용실에 붙여 놓고 손님이 마음에 들어 하는 헤어 스타일을 선택하도록 했다. 웨이브를 주는 머리는 허락됐지만 염색은 검열 대상이었다. 자연스러운 갈색은 단속되지 않았지만 원래 머리 색에서 많이 벗어난 노란색 머리는 단속대상이다.

주민들 사이에 ‘남조선풍’ 유행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의 장마당에서는 공공연하게 ‘아랫동네 알’이 유통된다.
한류 바람이 거리의 패션도 바꾸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몸매바지’를 꼽을 수 있다. 스키니 바지를 일컫는 ‘몸매바지’에 높이 15㎝나 되는 킬힐이 유행한다고 한다. 립스틱은 빨간색 일색에서 ‘짙은 밤색’ 등으로 늘어간다. 옷의 스타일 변화는 단순히 사회적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의식변화로 확장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예컨대 남한 배우들이 여름에 짧은 치마를 입고 등장하는 모습을 보면 ‘시원하고 좋겠구나,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북한에서는 치마는 무릎 밑으로 내려와야 했고, 어깨를 드러내는 옷 차림새는 단속 대상이었다. 단속원이 가위를 들고 ‘파격적인 옷’을 자르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북한 당국은 법적으로 외부정보의 유입과 유포를 엄격히 통제한다. 북한 형법 제6장은 사회주의 문화를 침해한 범죄를 다루고 있다. 그 내용은 퇴폐적이고 색정적이며 추잡한 내용을 반영한 음악·그림·사진·도서·녹화물과 CD롬과 같은 저장매체를 허가 없이 다른 나라에서 들여왔거나 만들었거나 유포한 죄(193조)를 열거하고 있다. 또한 공화국을 반대하는 방송을 체계적으로 들었거나 삐라·사진·녹화물·인쇄 유인물을 수집·보관·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195조)에 처하도록 정해놓았다.

북한은 ‘자본주의 날라리풍’으로 규정한 외래문화의 확산을 막기 위해 ‘비사회주의그루빠’라는 별도 단속반도 운영한다. 적발되면 노동단련형, 타지 추방이나 교화형 등에 처한다. 당 중앙에서 실시하는 집중 단속기간에 적발이 되면 뇌물을 줘도 피해가기가 어렵다고 한다. 어느 기관의 단속에 적발되느냐에 따라 처벌의 수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안전원의 단속에는 벌금을 내거나 뇌물을 주고 풀려날 수 있지만 ‘비사회주의그루빠’나 당 중앙에서 파견 나온 단속원에게 적발될 경우는 봐주는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현재 북한 사회에서는 단속이 이루어져도 뇌물을 통한 ‘뒤 봐주기 현상’이 만연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장사를 통해 많은 돈을 번 사람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단속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돈을 챙기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 남한 영상물의 확산은 단순히 한류의 전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시장을 확대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북한에서 시장은 단순히 물물거래의 기능보다 정보가 유통되고 북한사회의 폐쇄성을 완화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지역, 계층간의 경계를 허무는 사회적 현상의 변화를 초래한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남북한의 통일은 곧 남북한 주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경제적 통합과 함께 문화적, 인식적, 정서적 통합이 중요한 과제다. 남한 대중문화가 북한 내부에 유통되고 있다는 것은 ‘아랫동네(남한)’ 사람들의 모습을 ‘윗동네(북한)’ 사람들이 속속들이 마주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이 마련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는 북한주민들의 의식 변화는 물론 향후 남북한 주민들의 동질성 확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간이다. 한류가 북한 사회변화를 추동하는 가장 자극적인 매개체가 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에서 북한학을 가르치고 있다. 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정책자문위원. 국무조정실 국정과제평가위원, 민주평통 자문위원을 지냈다. 저서로는 <한류, 북한을 흔들다>(2012년·공저), <모란봉악단, 김정은을 말하다>(2014년) 등이 있다.

201412호 (20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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