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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화제 | JTBC ‘뉴스룸’의 새로운 도전 - 100분 편성, 직격 인터뷰 뉴스도 다를 수 있다 

파격 형식·손석희 앵커 무게감 앞세운 뉴스쇼로 방송계에 새로운 화두 던져… 신뢰감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 잡기, ‘포스트 손석희’ 만들어내기는 과제 


방송 콘텐트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부문을 꼽으라면 역시 뉴스일 것이다. 지난 50여 년 동안 한국의 방송 콘텐트는 ‘상전벽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편집에서 큰 변화를 거듭해왔다. 그러나 방송사의 저녁 메인뉴스는 오랜 기간 변함이 없었다. 시보와 함께 나오는 뉴스 로고, 그리고 정치·사회·경제 순으로 이어지는 보도 순서, 여기에 마지막으로 스포츠뉴스와 날씨가 나오는 형식은 반 세기가 넘는 동안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JTBC의 ‘뉴스룸’이 특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9월 22일 시작한 ‘뉴스룸’은 형식적인 면에서 혁명에 가까운 변화를 시도했다. ‘뉴스룸’은 매일 10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방송된다. 한국의 방송사 저녁 메인뉴스가 100분간 와이드 고정 편성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뉴스룸’은 1부에서 기존 형식과 같은 주요 뉴스를 전한 후 2부에서는 좀 더 긴 호흡의 심층리포트와 인터뷰를 진행한다. 눈에 띄는 점이 또 있다. 한국 방송사상 가장 파격적인 메인뉴스가 지상파 메인 뉴스와 정면대결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가에서는 흥미진진해 하는 매치업이다.

뉴스에서 만나는 화제의 인물


▎‘뉴스룸’ 인터뷰에 나온 손연재 선수(왼쪽), 가수 서태지.
유세경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JTBC 뉴스룸이 100분의 파격적인 편성을 할 수 있었던 건 종편이라는 특수성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 교수는 “지상파 채널에서는 메인 시간대에 100분 짜리 뉴스를 편성하기 쉽지 않다. 시청률이 보장되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이 있지 않나? 반면 종편 채널은 지상파에 비해 보도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래서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종편이 보도 프로그램 시간을 늘린 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모두 있는데, 가장 긍정적인 부분을 꼽자면 인터뷰에서 당사자를 직접 출연시켜서 그가 하는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뉴스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코너는 인터뷰다. 취재원의 말을 필요한 부분만 편집해서 리포트로 만드는 게 아니라 앵커가 묻고 답하는 모든 과정을 보여준다. ‘뉴스룸’ 인터뷰의 경쟁력은 바로 생방송에 나오길 꺼리는 인물을 스튜디오로 끌어내는 섭외 능력이다. 10월 21일 인터뷰 코너에 나온 가수 서태지 편은 큰 화제를 불러왔다. 1990년대 ‘문화대통령’으로 불리던 서태지가 생방송 뉴스 인터뷰에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인천아시안게임 직후에는 리듬체조 금메달리스트 손연재 선수가 이 코너에 등장했다. ‘뉴스룸’의 손석희 앵커는 손연재 선수와 같은 손씨라는 점을 강조하며 “집안의 어른이라 생각하고 뉴스룸을 자주 시청해달라”며 부드럽게 인터뷰를 이끌어갔다. 최근 영화<제보자>가 개봉해 과거 황우석 사건이 다시 회자되자 ‘뉴스룸’은 황우석 사건의 실제 제보자였던 류영준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출연시켜 인터뷰했다. 또 천주교회 의장인 강우일 주교와의 인터뷰에서 천주교가 동성애를 바라보는 입장에 대해 직접 묻기도 했다.

‘뉴스룸’의 섭외력은 베테랑 작가팀에서 나온다. JTBC 보도국의 이현상 부국장은 “인터뷰 섭외를 담당하는 뉴스룸의 작가팀이 네 명으로 구성돼 있다. 인터뷰 섭외가 쉬운 과정은 아니다. 하지만 노련한 작가들의 노하우도 있고, 또 손석희 앵커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돼서 인터뷰가 성사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뉴스룸’이 가장 힘들게 섭외한 인터뷰이는 누구일까. 작가팀은 김종인 가천대 석좌교수를 꼽았다. 그는 박근혜 대선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등 현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지만, 정권 출범 이후 칩거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김 교수는 대선 이후 처음으로 ‘뉴스룸’과 방송 인터뷰를 했고, 현 정부의 갈팡질팡하는 정책을 냉정하게 비판했다. 손석희 앵커가 김 교수에게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박근혜 정부의 성공 가능성은 없다’는 말을 했는데 너무 섣부른 판단 아닌가”라고 묻자 김 교수는 “내가 보기엔 지금 1년 반 동안 이 정권이 행한 걸 놓고 봐서는 이런 상태로 임기까지 가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인터뷰의 파장은 컸다. JTBC 작가팀은 김종인 교수의 섭외에 대해 “삼고초려가 아니라 십고초려를 했다. 몇 달 동안 공을 들여 섭외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한 단계 더 들어가는 ‘팩트체크’


▎손석희 앵커의 ‘브랜드 파워’는 JTBC ‘뉴스룸’의 힘이다.
‘뉴스룸’이 내놓는 새로운 형식의 심층취재 코너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게 ‘팩트체크’다. 요즘 방송 뉴스 리포트는 보통 한 꼭지당 1분30초 안팎이다. 그런데 ‘팩트체크’는 정반대로 간다. 리포트가 무려 10분여 동안 이어진다.

이 코너에서는 시청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이슈를 파고들어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가수 신해철 씨의 죽음으로 인해 가수의 음원 수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팩트체크’에서는 ‘신해철 전곡 구매해도 저작권자 수익은 5500원?’이란 주제로 리포트를 했다. 한 네티즌이 이런 내용을 올린 게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됐는데, 이를 기자가 직접 확인해봤다. 그 결과 음원을 패키지 상품으로 사면 매우 싼값에 고(故) 신해철 씨의 전곡을 살 수 있고, 그런 경우 저작권자 수익은 5500원 미만이었다. 기자는 음원 수익 구조의 문제점을 다시 짚어준다. 말 그대로 ‘팩트체크’다.

‘팩트체크’에서는 시청자의 실생활과 밀접한 뉴스를 자주 다루기 때문에 더 눈길이 간다. ‘수입맥주가 국산맥주보다 더 싼 이유는?’, ‘해외 직구(직접구매)로 차를 사면 얼마나 더 싼가?’, ‘하루에 우유 세 잔 이상을 마시면 정말 위험한가?’ 등이 주제로 다뤄졌다.

10월 16일에 방송된 ‘전세 살이, 장관의 인식… 악화되지 않았다?’ 편을 보면 ‘팩트체크’가 생활 밀착형 주제를 다루는 생생하면서도 날카로운 방식을 알 수있다. 손석희 앵커가 첫 질문으로 “김필규 기자도 전세 삽니까”라고 묻자 기자는 이렇게 답한다. “저 역시 올해 전세 재계약을 했는데 충격과 공포에 사로잡혔습니다.”

이어지는 리포트에서는 ‘작년에 비해 전셋값 상승률이 덜하다’는 정부의 해명에 어떤 허점이 있는지 짚어낸다. 전셋값은 지난 5년간 꾸준히 상승했고, 대부분의 세입자가 2년 단위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전년도 대비 상승률은 무의미하다는 점이다. ‘집값 올려 전셋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말이 왜 공허한지도 확인 해준다. 마지막으로 서승환 국토부장관이 국감에서 “임차인들의 웰페어(복지)가 나빠졌다고 볼 수 없다”고 한 말을 되짚는다. 그리고 서 장관이 교수 자격으로 2010년 한 신문에 기고한 ‘전세난민을 위하여’란 칼럼을 소개한다. 기자가 “어떻습니까? 그때에 비해서 지금 전세난 좀 나아졌나요? 과연 세입자들의 웰페어 좋아졌습니까? 4년 전 느낌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셔도 좋을 것 같아서 그때 칼럼 이렇게 다시 가져와봤습니다”라고 말하자 손석희 앵커는 “오늘 마지막은 서승환 장관의 반전이군요”라고 마무리한다.

100분간 이어지는 뉴스쇼 형식의 ‘뉴스룸’이 탄생 하기까지 JTBC 내부에서도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현상 JTBC 부국장은 “파격적인 형식의 메인 뉴스를 하기까지 왜 우여곡절이 없었겠나. 하지만 뉴스룸이 탄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손석희 앵커가 갖고 있는 브랜드 파워에 있다”고 설명했다.

9월 ‘뉴스룸’이 첫 방송을 시작했을 때 기자협회보, PD저널 등 언론전문매체들은 일제히 “새로운 시도이긴 하나 분량이 긴 인터뷰나 심층보도 코너가 자리하고 있는 2부는 다소 처지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짧은 영상물에 익숙한 시청자 앞에서 한 가지 주제로 긴 시간 이야기를 하면 금세 채널이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였다. 그런데 시청률은 1부에 비해 2부가 근소하게 더 높게 나타났다.

‘손석희’라는 브랜드의 힘


▎JTBC ‘뉴스룸’ 2부의 심층보도 코너인 ‘팩트체크’.
‘뉴스룸’ 1부가 시작하는 저녁 8시라는 시간대는 지상파 MBC와 SBS의 메인 뉴스 시간과 겹치는 ‘뉴스격전지’라서 시청률 경쟁이 치열하다. 오히려 지상파 뉴스를 보고 난 시청자들이 심층 뉴스를 추가로 보기 위해 ‘뉴스룸’ 2부로 채널을 돌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뉴스룸’ 1부에 비해 2부에 손석희 앵커가 개입하는 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손석희’라는 브랜드를 찾아서 채널을 돌리는 시청층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

JTBC 보도국의 오광춘 기자는 “지상파를 포함한 타사 기자들도 손석희 앵커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뉴스룸을 주목한다. 뉴스룸의 내용이 어렵다는 반응도 있지만, 다른 방송에선 다루지 않는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더라”고 전했다.

‘뉴스룸’ 2부의 막을 여는 코너는 손 앵커가 진행하는 ‘앵커 브리핑’이다. 손 앵커가 그날의 키워드를 선정해서 그와 관련한 논평 혹은 설명을 짧게 덧붙인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난 지 6개월이 됐던 지난 10월 16일 ‘앵커 브리핑’에서 손 앵커는 “이제는 세월호를 잊어버리고 싶으시다면 지금부터 2분 동안은 고개를 돌리셔도 됩니다”라는 말과 함께 영상과 음악, 짧은 글로 정리한 지난 6개월을 보여줬다. 다른 뉴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형식이다. ‘손석희’라는 브랜드가 아니라면 이처럼 파격적인 ‘앵커 브리핑’ 코너를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다.

손석희 앵커는 한국 방송뉴스에서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는 현재 JTBC의 보도부문 사장을 맡고 있는데, 임원실이 아닌 보도국으로 출근한다. 보도국 막내기자에게 자신을 ‘손 사장’이 아닌 ‘손 선배’라고 부를 것을 주문하고, 30여 년 동안 뉴스와 라디오 시사전문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현장을 지켜왔다. ‘뉴스룸’은 오전 데스크 회의 후에 손 앵커가 직접 참여하는 낮 회의와 저녁 회의를 두 차례 추가로 진행한다.

‘뉴스룸’ 방송을 처음 시작할 때 손 앵커는 “한 걸음 더 들어가 진실에 접근하되 사실을 공정하고 품위 있게 다루겠다”고 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뉴스 앵커의 말이 이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얻지 못했을 것이고, 무게가 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손석희 브랜드파워’는 ‘뉴스룸’의 가장 큰 강점이지만,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 ‘손석희 앵커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 ‘손석희 앵커가 없어도 뉴스룸이 유지가 되겠느냐’는 반문 역시 끊임 없이 나온다. 손 앵커는 올해 1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이 나오자 “나도 언젠가는 물러난다. 그때까지는 매일 최선을 다할 거다.(과거 JTBC 뉴스9에서 손 앵커의 클로징 멘트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였다) 그런데 그 주체를 늘 ‘저희 JTBC 기자들은’이라고 붙인다. 나만 노력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 노력하고 있다. 그 이상의 대답이 있을까 싶다”고 했다.

언젠가 손 앵커가 물러난 뒤에 그의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 JTBC ‘뉴스룸’의 숙제다. 그것은 ‘제2의 손석희’를 만들어내는 방식, 혹은 손 앵커가 없더라도 ‘뉴스룸’의 콘텐트를 믿고 볼 수 있을 정도로 JTBC 뉴스 자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JTBC 관계자는 “손석희 앵커로 인해 JTBC 뉴스가 신뢰감을 얻으면서 내부 기자들도 ‘우리가 신뢰를 받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됐다. 이런 자긍심이 언젠가 손석희 앵커를 넘어서는 언론인을 키워낼 수 있는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룸의 숙제와 희망


▎JTBC ‘뉴스룸’은 ‘진실이 뉴스가 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JTBC 뉴스가 진보 혹은 좌편향으로 치우친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손 앵커는 이에 대해 “그런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뉴스를 그런 프레임에 넣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정론의 저널리즘을 실천하려고 할 뿐이다”고 말했다. 언론이 감시자(watchdog)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게 민주체제를 공격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뉴스룸’의 전국시청률은 2%를 오르내리는 답보 상태다. 같은 시간대의 KBS(16.4%) SBS(9.4%) MBC(8.0%·이상 10월 각사 메인뉴스 평균시청률)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주목할 만한 것은 온라인 시청자다. ‘뉴스룸’은 온라인 접속자가 하루 평균 25만명에 이른다. ‘뉴스룸’이 시작한 9월 22일 이후 일주일 동안의 인터넷 ‘뉴스룸’ 영상 조회수는 147만2천명을 넘겼다. SBS ‘8시뉴스’ 인터넷 조회수의 약 3.5배, MBC ‘뉴스데스크’보다는 50배 가량 많았다.

이현상 JTBC 부국장은 “시청률은 만족할 만한 수치가 아니다. 그러나 이슈를 끌어내는 능력, 다음 날 까지 화제가 되는 파급력 면에서 볼 때 ‘뉴스룸’이 가진 힘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손석희 앵커는 ‘뉴스룸’이 출범할 때 “시청률에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지만, 본질적으로 최선을 다해 뉴스를 만들고, 그것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준다면 뉴스룸은 성공했다고 말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스룸’은 ‘진실이 뉴스가 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건다. 뉴스 소비자들이 뉴스를 믿지 않는 불신의 시대에 던지는 슬로건이다. 상업방송으로서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뉴스의 ‘원론’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참고가 될지 모른다. 유세경 이화여대 교수의 말이다. “한국 사회의 뉴스 소비자들은 자신의 가치와 다른 뉴스는 무조건 불신하는 성향이 강하다. 사회가 분열되니까 뉴스 불신시대가 온 것이다. 이런 와중에 뉴스는 팩트만을 보도해야 하는데, 일부 뉴스는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팩트에 가치를 더해서 보도하고, 사회 분열을 부추기기도 한다. 뉴스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뉴스는 재미 없는 게 맞다.”

201412호 (20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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