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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트라우마 한국 줄기세포 연구 고사(枯死) 위기 

연구인력 해외로 대거 유출 정확한 숫자 파악조차 안 돼… 연구환경 조성, 고급인력 양성 등 질적 인프라 구축해야 경쟁력 확보 가능 

‘줄기세포=황우석’. 한때 전 세계에서 통용되던 공식이었다. 한국은 줄기세포 연구의 대표적인 강국이었다. 그 힘은 물론 우수한 연구인력에서 나왔다. 하지만 ‘황우석 논문조작사건’으로 이 공식이 무너졌다. 한국 줄기세포 연구계도 뒷덜미를 잡협다. 줄기세포 분야 연구원들은 자신의 연구가 한순간에 ‘사기’로 매도되는 쓴맛을 봐야했다. 정부와 민간의 지원이 줄면서 이들이 해외로 발길을 돌린다. 국내 줄기세포 연구인력의 해외 유출 실태를 취재했다.

▎줄기세포 강국이었던 한국은 10년째 ‘황우석 트라우마’에 갇혀 있다. 과학 발전의 근간인 고급 연구인력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간다. 줄기세포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이유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한국은 이제 줄기세포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어요.” 줄기세포 치료 전문병원 산하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이종희(가명·45) 씨의 넋두리 같은 말이다. 이씨는 “황우석 논문조작사건이 국내 줄기세포 연구의 신뢰성을 떨어뜨렸고, 정부의 규제를 강화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연구원들이 해외에 스카우트되는 일이 빈번하다”며 “기술의 핵심은 인력인데 곧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에도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때 줄기세포 강국으로 이름을 떨쳤던 한국이 줄기세포연구의 변방으로 밀려난 이유는? 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이 결정타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황우석 사건으로 정부 규제가 강화돼 연구가 제한되고, 연구가 제한되다 보니 연구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줄기세포 연구소에서 일하는 한 연구원은 “황우석 사태 이후 줄기세포에 대한 정부의 생명윤리법이 엄격해져 연구조차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줄기세포는 미래 바이오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분야지만, 국민의 시각도 부정적으로 바뀌어 연구원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두뇌유출… 돌아오지 않는 인재들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은 국내 줄기세포 연구의 대외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혔다. 황우석 박사가 2009년 10월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줄기세포 관련 연구원들의 해외유출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이 분야의 해외유출에 대한 정확한 통계치는 없다. 하지만 고급두뇌 해외 유출에 대한 국제 통계자료를 보면 심각한 수준인 듯하다.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간행한 세계 경쟁력 연감에 따르면 2013년 한국의 ‘두뇌유출(Brain Drain) 지수’는 4.63으로 조사대상 60개국 중 37위로 나타났다. 2011년엔 59개국 중 44위(3.68), 2012년에는 59개국 중 49위(3.40)였다.

두뇌유출(Brain Drain)이란 고도의 교육을 받은 고급인력이 국외로 유출되는 현상을 뜻한다. 고급인력 유출, 인재유출이라고도 한다. 두뇌유출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고국을 떠나 해외에서 근무하는 인재가 많아 국가경제 피해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10에 가까울수록 인재가 대부분 고국에서 활동하면서 국가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참고로 1990년대 초반에는 한국의 두뇌유출 지수가 7.0이었다.

2013년 기준으로 조사 대상 60개국 중 두뇌유출이 가장 적은 나라는 노르웨이(8.04)였고 스위스(7.6)와 스웨덴(7.51), 핀란드(7.28) 등이 뒤를 이었다. 5위는 미국(7.11)이다. 두뇌유출이 가장 심각한 국가는 불가리아(1.68)로 나타났다. 러시아(2.51)가 56위, 폴란드(2.33) 57위, 헝가리(2.31)와 베네수엘라(1.83)가 각각 58위와 59위를 기록했다.

해외로 유출되는 이들 두뇌의 대부분이 이공계 분야의 인재라는 점이 더욱 심각하다. 이는 고급 인재들을 유인해 국내에 정착시킬 수 있는 연구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최근 국내 이공계 박사 14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7.2%가 해외 취업을 희망하고 있고, 그 이유로 ‘부족한 연구 환경(52.3%)’을 꼽은 것도 무관하지 않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이공계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국인 10명 중 4~5명은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 남는다”며 “대부분 한국에서는 공부한 만큼 빛을 낼 수있는 자리가 부족하고, 사회적 대우도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줄기세포 연구계도 이 같은 추세와 무관치 않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바이오·의학 연구기관이니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암연구소 등 27개 연구소에 박사 학위 연구인력만 4500여 명에 달한다. 이곳에서 연구하는 과학자 중 300명 가량이 한국 과학자다. 그중 줄기세포 연구인력도 20~3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곳에 있는 한 연구원은 “교수의 지시를 받는 한국의 연구환경에 비해 이곳은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갖춰 연구원들이 한국으로 돌아가길 꺼린다”고 말했다.

국내 연구 인력의 해외 바이오업체로의 유출도 적지 않다. 미국의 스템메디컬셀과 바이오하트 등 대기업들이 국내에 연구소를 설립하면서 한국 연구진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연구진은 다양한 수의학적 경험과 핵치환 기술을 갖추고 있어 해외 업체들의 집중적인 타깃이 된다”며 “국내 연구소가 실적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인력유출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도 인력·기술 빼내기 ‘혈안’

중국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줄기세포 관련 인력이나 기술을 빼가는 데 노골적이다. 투자를 빌미로 회사의 기술을 요구하는가 하면 핵심 연구인력을 데려가 비슷한 회사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줄기세포 치료 전문병원으로 유명한 서울 청담동 S의원 박모 원장의 최근 경험담이다. “중국 측 한 제약회사에서 투자를 약속했다. 처음엔 한국 내 연구소를 확장해 연구인력을 확충하려고 했는데 돌연 중국에 R&D 센터를 짓자고 하는 것이었다. 투자금액도 한국 투자액의 몇 배에 달했다. 한동안 고민하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주변에 문의를 해보니 중국에서 연구인력과 기술을 모두 빼앗기고 빈털터리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경고성 전언이 많았다. 실제 주변에서 중국의 투자제안에 현혹됐다가 서브 연구인력을 대거 빼앗기거나, 투자금을 증액하는 방법으로 회사까지 빼앗긴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줄기세포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놨다. 2014년 8월 12일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 ‘제6차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줄기세포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 임상시험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상업용 1상 임상시험을 면제할 수 있는 연구자 임상 인정 범위를 현행 ‘자가 줄기세포 치료제’에서 ‘모든 줄기세포 치료제’로 확대하는 것과 현행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면서 ‘다른 치료법이 없는’ 불치병인 경우에만 허용하던 유전자 치료제 임상시험을 둘 중 하나만 충족해도 되도록 허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상업용 1상 임상시험을 면제하면, 정부는 6개월~1년 정도 국내 시판 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봤다. 정부는 이번 규제 완화의 근거로 “주요국 간 경쟁이 치열한 신약과 신의료 기술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그만큼 줄기세포 시장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줄기세포 기술력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정확한 답을 찾기 어렵지만 통계치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할 수는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이하 생명공학센터)가 줄기세포 관련 논문을 국가별·연도별(2001~2012)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105개 국가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국가 중 미국이 3만5532편의 논문을 발표해 전체 9만7718편의 논문 중 36.36%를 차지하며 가장 앞섰다. 그 뒤를 이어 독일이 1만98편(10.33%), 일본 8016편(8.2%)으로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경우는 미국의 10분의 1에 미치지 못하는 2929편(3.0%)으로 8위를 기록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성체줄기세포 분야의 경우 한국은 131편(2005~2012년)의 논문으로 7위를 기록했다. 이 분야에서도 미국은 1408편으로 한국보다 10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독일(332편), 영국(254편)이 2·3위를 기록했고, 일본은 163편으로 6위를 차지했다. 배아줄기세포 분야에서 한국은 203편(2004~2012년)으로 7위로 나타났다. 이 분야 역시 미국이 2001~2012년까지 2179편으로 가장 많은 논문을 발표했고, 일본(523편), 영국(426편)이 뒤를 이었다. 역분화 줄기세포 분야는 미국(1500편), 일본(505편), 중국(336편)의 순이었다. 한국은 83편으로 8위였다. 역분화 줄기세포(유도만능줄기세포·iPS) 연구는 특히 유럽보다 일본과 중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 논문·특허 건수 글로벌 10위권 안팎


▎한때 세계 줄기세포 시장을 선도하던 국내 줄기세포 기술력은 글로벌 10위권에서 맴돈다. 사진은 관절 내시경을 통해 손상된 연골에 줄기세포를 주입하고 있는 모습.(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주요 선진국이 iPS에 대한 연구에 적극적인 데 반해 한국은 성체줄기세포 위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국제 연구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연구인력도 부족한 탓이라고 지적한다. 바이오업체 대표 A씨의 설명. “배아줄기세포나 iPS는 치료가능질환에 제약이 없고 시장확장성도 높다. 성체줄기세포 연구만으로는 줄기세포 산업의 주도권을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국내엔 iPS 연구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선진국이 iPS의 미래가치에 주목하고 연구력을 집중하는 것과 대조된다.”

2012년 11월 정부가 발표한 ‘줄기세포 기술개발계획’에 따르면 국내 줄기세포 연구투자비는 2008년 387억원에서 2012년 1004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투자 분야의 절반 이상(65%)이 골수나 지방, 탯줄 혈액 등에서 추출한 성체줄기세포에 몰려 있다. 윤리적 논란이 없는 안전한 분야에만 연구개발 투자가 편중돼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활발한 iPS 연구는 특허 건수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10년간 줄기세포 관련 국가별 출원건수는 미국이 38%로 가장 많고, 국제특허 30%(9207건), 유럽 18%(5536건), 한국 8%(2375건), 일본 6%(1955건)의 순이었다. 세포 기술별 특허를 살펴보면 유도만능줄기세포 출원 건수가 주요 출원국가에서 증가하는 추세다.

게다가 한국은 논문 수준에서도 평균 이하의 성적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논문 수준을 파악하는 기준인 피인용 회수 수준지수에서 한국은 0.57로 미국(1.32), 이스라엘 (1.22), 캐나다(1.20), 영국(1.18) 등에 이어 9위로 나타났다. 수준지수는 1.0인 경우 특정 국가가 발표한 논문의 평균 피인용 수가 해당 분야 전체 논문의 평균 피인용 수와 같음을 의미하며, 1.0을 초과하는 경우는 줄기세포 분야 평균 피인용 수에 비해 높음을 나타낸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수준지수가 낮은 것은 세계에서 한국 논문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구 인프라와 연구인력 등이 부족한 것이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황우석 사건’으로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미국·중국·일본·유럽연합(EU) 등은 줄기세포 연구에 집중투자해 세계 줄기세포 연구를 선도한다. 특히 미국은 2004년 캘리포니아 재생의학연구지원재단을 설립해 30억 달러(약 3조3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줄기세포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며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그동안의 보수적 입장을 바꿔 2009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투자 규제를 완화하고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2012년 4월 오바마 정부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연구를 중점과제로 지목하는가 하면 2013년 1월에는 대법원에서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는 최종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인간배아연구가 더욱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10년간 3조원가량을 투자하는 배아줄기세포 관련 공공 프로젝트에 해외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는 등 줄기세포 연구 활성화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국립보건원-재생의학센터(NIH-CRM) 줄기세포은행을 중심으로 역분화줄기세포주 5천 개 수립 및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은 줄기세포 분야의 R&D 강화를 위해 제12차 5개년 계획(2011~2015년) 동안의 ‘줄기세포 국가 중대과학연구 계획’을 수립·발표했다. 중국은 제11차 5개년 계획(2006∼2010년) 동안 줄기세포 기초연구, 핵심 기술 자원 플랫폼 건설을 중점 지원해 세계 최초로 쥐의 유도만능줄기세포의 발육 다능성 입증, 체세포 리프로그래밍 유발 분자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등 우수한 성과 달성했다. 중국은 줄기세포 연구의 본격화 및 임상능력 촉진을 목표로 ▷세포 리프로그래밍 연구 ▷줄기세포 자기 증식, 다능성 유지의 메커니즘 연구, 새로운 생물종의 다능성 줄기세포 구축 ▷줄기세포 정향 유도분화및 제어 메커니즘 연구 ▷줄기세포와 마이크로환경의 상호작용 연구 ▷줄기세포의 임상 연구 ▷식물세포의 전능성 및 기관형성 등 6대 연구분야를 선정해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 주춤하는 사이 미·일·중 ‘약진’


일본은 윤리적인 문제를 피해갈 수 있는 iPS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지키고 있다.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로 노벨상을 받은 게 계기였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는 2006년 다자란 피부세포를 배아와 같은 상태로 되돌려 모든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iPS로 만드는 데 성공하며 줄기세포 연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에 일본은 줄기세포 관련 연구에 10년간 최대 300억 엔(약 4270억원)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편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은 iPSC 실용화 연구에 2013년부터 매년 최대 30억 엔(약 426억원)씩 10년간 총 200억∼300억 엔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과학 연구에 10년 지원을 약속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학계도 적극적인 입장이다. 교토대는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수를 중심으로 iPS 연구소를 2010년 설립했다. 대학 안에 흩어져 있던 18개 연구그룹 120명을 한데 모아 시너지효과를 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1년 일본에서 발표한 iPS 관련 논문은 105편으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또한 일본은 야마나카 교수를 중심으로 역분화줄기세포 수립·분화·생산·평가·뱅킹에 대한 종합시스템을 구축 중이며 2013년 3월부터는 역분화줄기세포 비축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2002년 출범한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이 줄기세포 연구를 주도했다. 40개 연구그룹 총 500명이 참여한 이 연구단은 줄기세포은행을 운영하는 등 연구뿐만 아니라 줄기세포 인프라 등을 구축한 뒤 2014년 사업을 종료했다. 연구 규모는 작지만 iPS 연구도 개별 연구자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승권 고려대 생명공학부 교수팀은 체세포의 역분화를 유도하는 새로운 유전자를 발견했으며 이상훈 한양대 의대 교수팀은 iPS 를 이용해 파킨슨병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울산과기대는 2010년 iPS 연구자들을 한데 모아 한스쉘러줄기세포연구센터를 열기도 했다.

이 밖에 영국, 스페인 등 유럽 국가에서는 줄기세포은행이 줄기세포 치료 대중화에도 큰 역할을 한다. 영국과 스페인 등은 줄기세포은행을 중심으로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주도권을 선점하려 하고 있으며, 최근 동물 난자에 인간체세포핵을 이식하는 연구계획 승인으로 연구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국내 줄기세포 연구는 제자리걸음이지만, 줄기세포 시장규모는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줄기세포 시장은 2012년 39억 달러에서 연평균 7.6%의 성장률을 보이며 2020년 70억 달러 규모로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2012년 줄기세포 치료시장 규모는 15억 달러이고 2020년에는 3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이 전체 줄기세포 시장의 6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은 2012년 9억 달러, 2020년에는 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스페인·스웨덴·독일은 유럽지역에서 각각 연평균 성장률 20%로 추정되며 유럽지역에서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급속 성장하는 줄기세포 시장 선점이 과제


▎전문가들은 의과학 박사 등 질적 인프라 구축으로 고급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차병원그룹 줄기세포연구소 이동률 소장(오른쪽)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해 세포를 배양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2012년 5억4500만 달러, 2020년엔 10억 달러로 규모 확대가 예측된다. 싱가포르는 연평균 성장률 66%로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였고, 그 뒤를 이어 말레이시아가 연평균 성장률 33% 규모로 둘째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줄기세포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국내 줄기세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외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것은 전문인력 양성이다. 기초 연구와 응용연구의 연계를 위해 MD-PhD(의과와 과학의 복합학위 박사; 의과학 박사) 양성등 장기적 인력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동욱 연세대(의과대학·줄기세포기반 신약개발연구단) 교수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줄기세포 연구자들 중 MD-PhD 출신이 눈에 띈다”며 “우리나라에는 MD들이 환자치료를 하느라 기초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돼 있다”고 MD-PhD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줄기세포는 21세기 생명공학의 꽃이라고 불린다. 난치병 치료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 질병의 원인 규명 등 다양한 적용 범위 때문이다. 줄기세포 강국이었던 한국은 지난 10년간 ‘황우석 트라우마’에 갇혀 줄기세포 연구가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다. 연구인력들은 해외로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다. 선진국은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고, 이웃나라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까지 배출했다. 연구환경 조성으로 고급 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고, 그 인력들이 줄기세포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순환구조가 시급하다.

줄기세포란?


‘줄기세포(Stem Cells)’는 말 그대로 인간 생명활동의 근간(줄기)이 되는 세포다. 자기재생능력(self-renewal)과 분화능력(differentiation)을 갖추고 있어 피부·간·신장 등 신체 어느 조직으로든 변화할 수 있다. 즉 줄기세포는 개체를 구성하는 세포나 조직이 되기 위한 원시세포이자 근간세포라고 할 수 있다. 줄기세포를 ‘만능세포’라 부르는 이유다. 줄기세포는 세포기원에 따라 배아(embr yonic)·성체(adult)·역분화(Induced Pluripotent Stem; iPS)로 나뉜다. 배아줄기세포는 발생초기단계의 배반포 내 존재하는 세포 덩어리에서 유래한다. 실험실에서 무한증식이 가능하고 신체 중 모든 부위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식할 때 종양이 생성될 위험이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발달이 끝난 성인 신체의 각 부위(골수·지방·제대혈 등)에서 얻어진다.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면역거부반응이 적지만 분리나 증식은 쉽지 않다. 역분화 유도줄기세포는 특정세포의 유전자를 조작, 세포분화를 거꾸로 돌려 분화를 유도한 줄기세포다. 윤리적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최근 활발히 연구된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인 개발동향은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것이 많다.

201501호 (201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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