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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매력탐구 | 모델 이현이 - ‘엄친딸’ 톱모델 예능에서 ‘포텐’ 터졌다. 

JTBC <속사정쌀롱> MC로 본격 방송 입문… 거침없는 입담 ‘모델계 김구라’로 화제 만발 

글·박지현 월간중앙 기자 사진·오상민 기자

‘패션모델’. ‘이화여대 졸업’. ‘고급 레스토랑 운영’, ‘대기업 다니는 훈남 남편’. 한 사람에게 붙기에는 공평하지 않아 보이는 스펙이다. 톱모델 이현이 이야기다. 12월 7일 <속사정쌀롱>에 MC로 합류하며 며칠 동안 포털 검색어 상위에 올랐던이다. 국제 패션쇼에서도 톱모델로 활동하던 그가 이화여대 경제학과 출신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단숨에 ‘모델계 엄친딸’이란 수식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2005년 패션모델로 데뷔한 그는 2011년 조인성과 함께 찍은 CF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2012년 10월에는 일반 대기업에 다니는 남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리면서 ‘품절’로 소문이 났다.

다시금 그가 주목을 받은 건 평론가 허지웅과 JTBC <속사정쌀롱>에 새 MC로 합류하면서다. <속사정쌀롱>은 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인간의 다양한 심리를 파헤치는 심리토크쇼다. 기존 MC 윤종신, 진중권, 장동민, 강남이 진행하다가 5회부터 이현이와 허지웅을 공동 진행자로 전격 캐스팅했다. 이현이는 거침없는 입담으로 토크에 밀도를 더한다. 진행자 가운데 홍일점인 그는 177㎝의 큰 키를 뽐내며 첫 방송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실제 만나서도 그랬다. 그가 속사정살롱에 출연한 뒤 두 번째 녹화를 앞둔 12월 6일. 영하권으로 뚝 떨어진 바깥날씨에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차가운 공기가 채 가시지 않은 스튜디오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활짝 웃는 이현이의 얼굴엔 장난기가 가득해 보였다. 카리스마를 품어대는 무대에서의 표정과는 사뭇 다르다. 전날 방송 스케줄로 잠을 제대로 못 잤다면서도 그는 명랑모드로 인터뷰에 응했다.

TV 화면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수수해 보이는데요.

“하하,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모델 활동하면서 보여준 이미지 때문에 그런지 첫 만남에선 경계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모델이란 직업에서 개인의 성격이 드러나기는 쉽지 않잖아요. 하지만 막상 만나보면 수수하다 못해 허술하다는 말까지 듣는다니까요.”(웃음)

도도한 이미지로 비치는데 불만은 없나요?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도도해 보이고 차가워 보여서 손해 볼 일은 없는 것 같아요. 단지, 헌팅은 없었다는 것?(웃음) 그래도 괜찮아요. 물러 보이고 쉬워 보이는 것보다 낫잖아요.”

요즘 패션쇼, 매거진을 넘어서 방송까지 접수한 거 같아요. 어떻게 지내나요?

“제 인생에서 가장 바쁜 12월을 보내고 있어요. 원래 패션업계는 12월이 전 세계적으로 휴식기간이거든요. 패션 캐피탈(수도)로 불리는 뉴욕이 크리스마스 전후 2주를 쉬거든요. 그런 일상 속에서 연말에는 늘 여유로웠는데 올 연말에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네요.”

최근 그의 방송활동을 두고 예능에 눈을 떴다는 평가를 받는다. <속사정살롱>에 출연하기 전에 예능 리얼리티<오늘부터 출근(tvN)>에 출연한 데 이어 <냉장고를 부탁해(JTBC)> <마녀사냥(JTBC)>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KBS)> 등에 게스트로 출연해왔다.

방송계에서 ‘예능계 블루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데, 본격적으로 예능에 욕심을 내는 건가요?

“에이, 아직까지 ‘ 블루칩’은 과하다. 예능 욕심이라기보다는 관심은 굉장히 많죠. 예능 프로그램들은 정말 많이 챙겨보는 편이거든요. 재미있고 웃긴 걸 좋아해요. 하지만 예능을 보는 것과 직접 하는 것은 정말 달라요. 심지어 직장인으로 출연한 <오늘부터 출근>에서는 담당 PD가 ‘넌 예능인데 진짜로 일만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답답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바보학원’이라도 다니라고 하더라고요. 아직 예능은 새로운 세계라고 봐야죠.”

지난주에 <속사정쌀롱> 첫 녹화를 마쳤는데 예능 MC로는 첫 방송이죠? 어떤 기분이었나요?

“정말 긴장 많이 됐어요. 예능으로는 처음이기도 하고 함께하는 다섯 명의 MC분이 쟁쟁하잖아요. 너무 초조했죠. 먼저 인사부터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동분서주했어요. 다행히 녹화는 재미있게 끝난 거같아요.”

<속사정쌀롱> 첫 방송에서 혹독한(?) 신고식


▎이현이는 JTBC <속사정쌀롱> MC에 합류한 첫 방송부터 ‘모델계 김구라’라는 별명을 증명하듯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하며 솔직하고 소탈한 매력을 뽐냈다. <속사정쌀롱> 5회 중 한 장면.
사실 토크쇼 MC로 첫 도전인 이현이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12월 7일 방송된 <속사정쌀롱> 6회는 실험카메라로 기존에 가진 호감도가 처음 만난후 어떻게 바뀌는지를 묻는 ‘첫인상에 대한 심리학’을 다뤘다. 그 과정에서 몰래카메라 대상인 이현이가 당황하고 눈물을 보이는 모습이 낱낱이 포착됐다. 녹화할 당시의 상황을 묻자 그의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졌다.

“정말 깜빡 속았죠. 처음에는 반대로 내가 미션 수행자인 것처럼 말했거든요. 심리토크쇼라 실험이 많다고 하면서 ‘키 큰 여자를 만났을 때 사람들의 심리’로 다른 MC들의 반응을 카메라에 몰래 담겠다고 했어요. 진중권, 허지웅, 강남 씨는 정말 친절했고 반대로 장동민, 윤종신 씨는 불친절하게 하는 것이 설정이었고요. 심지어 장동민 씨는 굉장히 짜증을 내며 ‘녹화 때 말 많이 하지 말라’고 하고, 윤종신 씨는 ‘다른 여자 MC 추천 많이 했는데…’라는 말까지 해서 당황스러웠어요. 그때 정말 울컥하더라고요.”

MC들 캐릭터가 실제는 어땠어요? 장동민은 정말로 버럭 하는 성격이던가요?

“전혀 안 그렇죠. 장동민 씨는 정말 매너가 좋고 배려를 잘해줘 내심 놀랐어요. 방송 설정인지 모르지만 굉장히 예의 바른 사람이었어요.”(웃음)

다른 공동 진행자와의 호흡은 어땠어요?

“왜 그럴 때 있잖아요. 말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벽을 보면서 하는 기분. 그런데 그것이 전혀 낯설지 않고 ‘핑퐁’이 잘 되는 것 같았다고 할까요.”

이현이는 첫 방송에서 시원한 입담을 과시하며 ‘반전 매력’을 뽐내 호평을 받았다. 더구나 그의 전매특허는 웃음이었다. 재미있는 순간에 박장대소를 하며 소탈하고 솔직한 면모를 과시했다. 이를 두고 동료 모델인 한혜진은 그를 향해 ‘웃는 약을 먹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고 한다.

성격이 굉장히 털털해 보여요.

“정말로 ‘심하게’ 털털하고 외향적이에요. 친구들도 정말 좋아해서 같이 어울리길 좋아하죠. 남편 친구들과 제 친구들 집들이를 무려 1년 내내 꼬박 했을 정도예요. 워낙 흥이 많아 노래하고 춤추는 것도 좋아해요. 집에 노래방 기기가 있을 정도로요.”(웃음)

가무를 즐긴다는 것은 잘한다는 얘기로 들리는데요?

“아니, 전혀 못해요. 춤도 노래도. 그런데 그걸 즐기는 거죠.”

이현이는 방송계에서도 거침없는 입담으로 유명해졌다. 패션 전문채널인 ‘온스타일’에 출연하면서 ‘모델계의 김구라’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패션에 관해 매우 날카롭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몰아붙인다는데 과거 방송에서 어떤 일이 있었나요?

“5년 전이었나? 패션 프로그램에서 진행을 맡았는데 좀 자극적으로 편집된 부분이 있긴 해요. 칭찬도 많이 하는데, 내가 했던 못된 말만 골라 자막과 화면을 반복해서 틀어주니 나중에는 그것이 자료화면이 됐죠.(웃음) 그것을 최근에 다시 봤는데 정말 아찔하긴 하더라고요. 배우의 패션을 두고 ‘피부관리실 가운을 입으셨다’, ‘노량진 고시촌 무지개떡 같다’, ‘전쟁 피난민 같다’는 등 수위 높은 발언을 한 건 사실이에요.”(웃음)

그의 이력 중에 다른 모델에 비해 또 한 가지 주목받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이대 나온 여자’라는 타이틀이다. 이현이는 이화여대 경제학과 02학번으로 3학년에야 뒤늦게 모델계에 입문했다.

“학창 시절에 ‘패션 테러리스트’란 조롱 들었죠”


▎모델로서 이현이의 큰 장점은 ‘도화지’ 같은 마스크다. 다양한 색의 옷을 입혔을 때 모두 어울린다. 인터뷰 촬영을 위해 산뜻한 크롭탑에 프릴라인 스커트를 입은 그는 사랑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대 나온 모델계 엄친딸’로 주목을 받았죠. 중고등학생 때도 좀 튀었나요?

“아뇨, 정말 180도 달라요. 지구의 끝과 끝이라고 할 만큼 학교와 집밖에 몰랐던 아이었거든요. 세계관이 많이 갇혀 있었다고 할까. 광명시에 있는 진성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심지어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는 기숙학교에서 생활했어요. 옷은 교복과 체육복이 전부였는데, 교복도 견장 달린 제복 같았죠. 2층 침대가 가득한 방에서 한 반 친구 45명이 함께 생활했어요. 마치 군대 내무반처럼요. 아침저녁으로 점호를 하고 6시 반에 일어나서 조례를 하던 학교예요. 대학생이 되어서도 한동안 취업을 준비했었죠. 그런데 학교에서 스타일이 좋았을 리 있나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핑크로 꾸미기도 하고 패션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총만 안 든 패션테러리스트라고 불릴 정도였으니. 하하.”

어떤 과목을 잘했어요? 대체 어떤 끼가 모델의 직업으로 불렀는지 궁금해요

“잘하는 과목요? 언어랑 영어. 엄마가 국어선생님이 었거든요. 사실 수학 빼곤 다 잘했어요. 어떻게 수학을 못하면서 경제학과를 선택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취업을 위해 경제학과를 선택한 것 같아요 입학할 때 사회과학부로 들어갔다가 2학년 때 전공 선택할 때만 해도 이름은 정치외교학과가 멋있어 보이고 심리학과는 재미있어 보여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 부모님 권유로 경제학과를 갔어요. 저도 부모님도 원대한 꿈보다는 대기업에 들어가는 걸 목표로 삼았어요.”

원하지 않았던 전공이었다는 얘긴데, 경제학과 공부가 맞지 않았나요?

“꼭 그렇지도 않아요. 학술대회에도 다양하게 참가하고 전공과목에 관심이 높았어요. 경제와 관련된 토론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거든요. 당시 제가 추구하는 롤모델이 30대에 임원이 되신 당시 윤송이 SK 상무(현 엔씨소프트 부사장. 카이스트와 MIT 출신으로 2004년 SK텔레콤에 상무로 영입되며 화제가 됐다)였어요. 얼굴도 예쁜데 똑똑하고 자기 일에서 성공한 전형적인 커리어우먼이었죠. 그 당시엔 제 꿈도 기업가였어요.”

학창시절에 모델 제의를 받아본 적도 없었나요?

“수능 보고 처음 이대 앞으로 놀러 갔을 때 그런 일이 있긴 했어요. 심심하기도 하고 호기심도 있어 하겠다고 했죠. 당시 헤어쇼 같은 아르바이트였는데 탈색을 8번 정도 하고 나니 머리가 초록색이 돼버렸어요. 그래도 무대에 처음 서본 거라서 재미있었죠. 그때만 해도 직업으로 모델을 생각해보진 않았어요. 어린 시절부터 세뇌가 돼 있었다고 해야 되나, 내 길은 대기업 취업인 줄 알았다니까요.”(웃음)

모델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요?

“대학생 때 연극 동아리를 하면서 무대라는 곳에 관심을 갖게 됐죠. 하지만 연극은 키를 숨길 수가 없어 늘 남자 역할을 맡았어요. 왕자부터 공대 남학생 역할 등등. 그러다가 예쁜 여자로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키가 큰 것에 대해 이상한 시선을 받지 않아도 되고 아름다울 수 있는 건 모델밖에 없잖아요. 대학 3학년때 학창시절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자는 마음으로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지원하게 된 거예요. 그곳에서 작은 상 하나를 받고 나오자마자 기획사에서 계약서를 내밀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사인했죠.”

그동안 공부한 것이 아깝지는 않았어요?

“전혀요. 그만큼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갈망이 컸던 것 같아요. 정말 재미있는 일인 것 같았고 도전해보고 싶었죠. 그런데 가족들은 많이 아까워하는 것 같아요. 특히 할머니께서 많이 아쉬워하셨어요. 잘 아시겠지만 우리 할머니 세대들은 이화여대에 대한 보다 높은 위상을 갖고 있어서 늘 자랑으로 생각하셨잖아요.”

국제 패션무대에서 톱모델로 활동


▎현이의 필모그래피는 화려하다. 그는 각종 매거진과 해외 패션쇼 무대에서 종횡무진하며 경력을 쌓아왔다. <코스모폴리탄> 2014년 5월호, 2013년 11월호 화보 촬영, 신인 시절 해외촬영 당시(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의 이현이.
이현이는 대학 3학년 재학 중인 2005년 한·중 슈퍼모델선발대회를 통해 데뷔했다. 그 후의 필모그래피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2008년부터 뉴욕,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활동하며 샤넬, 비비안 웨스트우드,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의 컬렉션 무대에 올랐다.

다른 모델들보다는 출발이 늦었는데 적응하는 데 애를 먹지는 않았나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몸이 피곤한 적은 있어도 마음이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거 같아요. 사진을 찍는 것은 워낙 좋아하고 즐겨온 데다, 헤어스타일링이나 메이크업도 받고 예쁜옷도 입고 모든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대학생이면 한달 내내 과외를 해도 30만원 받는 데 한 번 촬영하면 30만원 주니 돈을 버는 것도 좋았죠. 요즘말로 ‘꿀직업’ 아닌가요?(웃음) 잊었던 자아를 뒤늦게 찾은 기분이랄까.”

그 끼를 어떻게 참았어요?

“모델이 되고 나서야 엄마가 어릴 때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제가 밖에 나갈 때 되면 꼭 치마를 입고 머리 핀 7개를 머리카락에 모두 꽂고 나갔다고 해요. 그것도 실핀이 아니라 주먹만한 큰 핀들이었으니 상상을 해보세요, 얼마나 웃겼겠나. 입고 싶은 옷이 있으면 그렇게 떼를 쓰고 욕심도 많았다고 해요. 요즘은 엄마가 천직을 만난 거라고 말씀하셔요.”

모델로서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은 뭐라 생각하세요?

“모델활동을 할 때 ‘도화지’ 같다는 말을 들었어요. 눈에 금방 띄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색 저런 색을 입혔을 때 다 잘 어울린다고 해요. 뚜렷한 캐릭터는 아니어도 다양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는 게 제 장점이 아닐까 싶어요.”

그는 인터뷰 사진 촬영에 응할 때도 그 모습을 증명했다. 촬영을 위해 두 벌의 의상을 갈아입었는데 처음엔 산뜻하고 크롭탑에 프릴라인 스커트를 입은 그는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마자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나중에 일자로 떨어지는 카키색 통 팬츠에 가죽자켓을 걸쳤을 때는 분위기가 정반대였다. 그는 순식간에 시크하고 이지적인 표정을 지으며 다양한 포즈를 선보였다.

한 맥주광고에서 조인성의 품에 안기는 여성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죠? 조인성 씨가 군대에서 전역한 직후인 듯한데, 어떤 사람이었어요?

“부산 해운대에서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구경하는데서 광고 촬영을 했어요. 조인성 씨요? 매너가 좋았죠. 비키니를 입고 바다에서 달려가 품에 안기는 장면을 찍었는데 쉴 때마다 가운을 건네주고 배려심이 깊었어요.”

사람들 앞에서 비키니만 입고 조인성에게 안긴다? 떨리거나 부끄럽지는 않았어요?

“촬영이 힘들 수는 있지만 그것이 부끄러울 정도면 이 일을 할 수 없을 거예요. 그만큼 낯짝이 두꺼워야 해요.”(웃음)

“미팅서 만난 남편과 결혼… 가장 잘한 일”


▎이현이는 1년 전 서래마을에 이탈리안 레스토랑 ‘PATIO 42’을 열어 운영한다. 그는 “사업을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말한다.
레스토랑 사업을 하신다면서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이탈리안 레스토랑 ‘PATIO 42’ 서래마을점은 1년 전쯤에 열었어요. 처음에 압구정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자주 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남편의친구가 운영하는 가게인 거예요. 마침 레스토랑이 2호점을 낼 계획이라며 저희 부부에게 권해줬어요. 그런데 생각한 만큼 쉽지가 않더라고요. 시행착오를 겪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성격이 그리 꼼꼼하지 못한 편인데 이렇게 챙길 게 많은 줄 몰랐죠. 요즘 하는 생각이지만 손바닥만한 가게를 운영하기도 이렇게 힘든데 어쩜 학창시절 CEO를 꿈꿨나 싶어요.”(웃음)

그래도 비즈니스 철학이 생겼겠죠?

“돈을 버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사업이라는 건 돈이 ‘펑펑펑’ 샘 솟아 오는 게 아니더군요. 밖에서 보기에 식당은 매일 똑같잖아요. 하지만 그 똑같음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그걸 깨달았고, 그게 철학이 되었죠.”

많은 사업 중에 레스토랑을 택했는데, 평소 요리는 잘하세요?

“하하, 사실 결혼하기 전까지는 라면 물도 못 맞췄어요. 그래도 요즘은 잘하죠. 한식 조리자격증을 따려고 학원도 등록했고요. 52가지 한식을 배워야 하는데, 그러려면 52일을 다녀야 해요. 처음엔 만만히 봤죠. 그런데 첫 메뉴가 동태찜이었어요. (자신의 팔뚝을 쭉 내밀며) 이렇게 팔뚝만한 동태를 턱 던져 주더니 손질하라는 거예요. 정말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고생을 했어요. 그런 자극을 받고 나니 다른 요리는 오히려 쉽더라고요. 양식과 파스타는 식은 죽 먹기죠. 한식조리자격증의 합격률은 50퍼센트라고 해요.”

그래서 한식조리자격증은 땄어요?

“아뇨, 필기만 붙고 아직 기능은 따지 못했죠. 하긴 해야 하는데 요즘은 시간내기가 쉽지가 않아요. 아직은 친구들 초대해서 요리를 해주는 수준이에요.”(웃음)

이현이는 모델계의 ‘품절녀’로 불린다. 2012년 10월 한 살 연상의 회사원과 결혼하면서 얻은 수식어다. 그의 남편은 학창 시절에는 아나운서를 지망했을 정도로 훤칠한 미남으로, 현재 삼성전자에서 근무하고 있다.

남편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을 거 같아요. 어떻게 만난 거예요?

“미팅이었죠. 모델 넷과 일반 직장인 네 명. 마치 드라마 <미생>에 나오는 듯한 남자 네 명이 나와서…(웃음) 재미있게 놀았어요. 다음날 둘이 첫 데이트를 했어요. 평소에 법 없이도 살 도덕책 같은 사람이라서 매력을 느꼈죠. 1년 반 연애 끝에 결혼했고요.”

모델로서는 좀 이른 결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주변의 반대는 없었나요?

“왜 없었겠어요. 소속사에서 정말 저주를 퍼부을 정도로 뜯어 말렸다니까요. 모델이 결혼하면 광고의 종류도 제한되고 일이 줄어들 수 있다는 말도 들었어요. 그래서 다들 미루라는 거예요. 하지만 긴 인생플랜으로 봤을 때 모델이 평생직업이 될 수 없어도 이 남자는 평생 동반자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사람과 결혼을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고요. 지금도 결혼한 걸 잘했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가장 멋져 보여”

유부녀 모델은 커리어 관리를 주로 어떻게 하나요?

“특별한 건 없죠. 남편이 매니저보다 더 철저해요. SNS 포스팅 홍보나 꼼꼼한 모니터링 등 나보다 적극적으로 챙겨주거든요. 때로는 너무 꼼꼼해서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지만.”(웃음)

집에서는 어떤 대화를 나누죠?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하기 때문에 서로의 직업을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해요. 요즘은 드라마 <미생>을 보면서 남편이 격하게 공감을 하더라고요. 그런 남편을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한편으론 자유로운 제 직업에 정말 감사할 때가 많죠.”

혹시 요즘 롤모델로 삼고 있는 분이 있어요?

“지금은 누구 한 사람을 콕 집어서 말하기는 어려워요. 모델은 각자 개성이 있고 노선이 있거든요. 굳이 꼽자면, 테일러 토마시 힐이라는 뉴욕의 유명 스타일 디렉터를 존경해요. 패션계에서 인정받고 꽃사업도 하는데, 정말 멋지게 사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가장 멋져보이거든요.”

새해를 맞아서 새로운 계획이 있다면?

“예능에 발을 들여놨으니 연구도 고민도 많이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겨요. 아직까지 만족도로 말하자면 모델 일이 크지만, 예능에서 새로운 경험들이 펼쳐질 생각을 하니 기대감이 커져요. 나이가 들어 모델계를 은퇴(?)한 뒤의 일은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학창시절 막연하게 시작한 모델 일이 현재의 직업이 된 것처럼, 새로운 꿈은 어느 날 불현듯 나타날 것만 같아요.”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이현이는 녹화에 앞서 준비를 해야 한다며 다음 장소로 움직였다. 그는 주변의 말처럼 ‘웃는 약을 복용한 듯한’ 경쾌한 미소로 “본방사수!”를 외치며 떠났다. 다음날인 일요일 오후 9시 40분 방송된 <속사정쌀롱> 6회에서 그는 한결 여유로운 모습으로 토크쇼를 이어갔다. 무채색 도화지에 예능의 옷을 입힌 듯 딱 맞는 듯한 모습이었다.

201501호 (201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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