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집중취재 | MB의 반격! 자원외교 국조 전면대응? - “이번엔 親李 반란이 생길 수도 있다” 

한 측근 “(MB도) 하고 싶은 말 있지만 꾹 참고 있을 뿐”… MB 3년차 때 세종시 수정안 부결 때와 ‘비슷한’ 상황 

최경호 월간중앙 차장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원외교 국정조사 증인 출석을 요구받는 것과 관련해 “구름 같은 얘기를 한다”는 말로 불가 의사를 표했다. 이 전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날인 2013년 2월 24일 청와대에서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예비 대선주자들이라고 해봐야 도토리 키 재기 아닌가? 그들이라고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라 대통령과 각을 세울 자신이 없는 거다. 그러나 대통령과 적절한 갈등·긴장을 유지하면서 때로는 협조하는 사람이 차기 주자가 된다. 대통령의 곁불만 쫴서는 대선주자가 될 수 없다.”

청와대 김영한 전 민정수석 항명 파동에 이어 한 행정관의 ‘정윤회 문건 배후 발언’으로 청와대와 여당이 발칵 뒤집힌 1월 중순, 이명박 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여권이라는 배가 엄청난 풍랑을 만나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그는 불쑥 ‘차기 주자론’를 언급했다.

그의 발언이 이어졌다. “기억하는가? 박근혜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의지를 꺾고 세종시 수정안 부결을 밀어붙인 때가 2010년 6월이었다. 이 대통령 3년차에 이미 여권의 차기 주자는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마침 지금이 박 대통령 임기 3년차 아닌가? 예전 같았으면 누군가 치고 나와도 진작에 나왔어야 할 시기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이라면 입지를 다지기에 지금이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권력은 쟁취하는 것이고 1인자와의 긴장과 협력 관계 속에서 자생력을 키우는 이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이 친이계 인사가 박근혜 정부 3년차를 맞아 민감한 시점에 후계구도를 언급하고 나선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제는 친이계도 할 말은 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래 친이계는 말 그대로 숨을 죽여왔다. MB정부 때 특임장관을 지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을 제외하고는 제목소리를 낸 정치인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명박 전 대통령 주변에서는 그동안 박근혜 이름 석자를 ‘금기어’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 전직 의원 출신의 한 인사는 대통령 이름만 나오면 “그 얘기는 다음에 하자”고 손사래를 치곤 했다.

MB 측근 인사가 말한 ‘차기주자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허니문 기간’이라는 게 있다. 야당에서조차 어지간하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걸 삼가는 기간이다. 더구나 한솥밥을 먹는 여권이자 ‘과거 권력’의 상징인 친이계로서는 ‘현재 권력’과는 사소한 마찰조차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친이계의 은거(隱居) 기간이 이제 끝났다는 것일까? 새해 벽두부터 정국이 요동친다. 지난해부터 ‘정윤회 문건 파동’과 연초의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항명, 홍보수석실 소속 행정관의 ‘문건 배후 발언’ 논란 등 청와대발(發) 파문이 잇따랐다.

박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과거 정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악재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1월 12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문건파동을 덮고 경제살리기 등 새해 국정 어젠다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려던 박 대통령의 구상도 헝클어졌다. 청와대는 갈피를 못 잡고, 당·청 관계는 나빠졌다. 새누리당 비대위원 출신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1월 16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청와대의 민낯을 다 보여줬다. 청와대 사람들은 파워게임 외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친이계 인사들은 마치 5년 전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가졌을 법하다. 당내 대선 후보 경선 패배 이후 한껏 몸을 낮추고 있던 친박계가 이명박 대통령 집권 3년차이던 2010년 6월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단숨에 힘을 얻었던 것을 말한다. 당시 박근혜 의원은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에 나서는 등 부결을 주도했다. 이 전 대통령과 확실하게 대립각을 세운 그는 원칙주의자란 이미지를 굳히며 차기 주자 중 단연 선두로 치고 나섰다.

앞서 언급한 MB의 측근인사는 “항복하고 물러나는 사람의 등에 칼을 꽂았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당시 세종시 수정안 부결 이후 친이계와 친박계는 생사를 건 팽팽한 대결구도로 접어들었다.

그때와 같은 관점에서 보자면 현재의 청와대발 악재는 친이계에 호재가 될 수도 있다. 친이계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자원외교 국정조사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숨을 죽인 채 각자도생하던 친이계가 이 전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됐다. 여야의 자원외교 국조 합의를 전후로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한 친이계의 회동이 부쩍 잦아진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또 다른 친이계 인사도 청와대발 일련의 사태를 MB정권 때의 행정수도 이전 추진건과 연결해 풀이했다. “역대 정권을 봤을 때 3년차 증후군이라는 게 있었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레임덕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5년 전에 친박이 세종시 수정안 부결 대반란을 일으켰던 것도 이명박 전 대통령 3년차 때였다. 당의 다수가 친이였음에도 친박을 당해내지 못했다. 이번엔 친이의 반란이 일어날 수 있다.”

“국조는 국정동력 만회 카드!”

소한(小寒)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1월 6일 오후 7시 10분. 서울 서초구 P호텔에서 열린 선진한반도포럼 신년 하례식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 모임은 MB 정부 시절에 장·차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인사들의 ‘친목모임’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새해를 맞아 인사를 나눴을 뿐 (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은 일절 없었다”고 특별한 의미 부여를 경계하는 듯 말했다. 그는 또 “(이 전 대통령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아주 당당했다”며 “(이 전 대통령은) 늘 당당할 것을 주문한다”고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2월 18일에도 강남의 한 식당에서 측근들과 송년 만찬을 겸한 만남을 가졌다. 다음날인 12월 19일은 익히 알려졌듯이 이 전 대통령의 생일이자 결혼기념일, 제17대 대통령 당선일이 겹쳐 이 전 대통령에게는 특별한 날로 기억된다. 이번 모임은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주도한 자리로 알려졌다.

마침 이날 모임은 12월 10일 여야가 MB정부의 자원외교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하고 1주일여가 흐른 시점에 이뤄진 터라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쏠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인사의 전언에 따르면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캠프에서 활동했던 멤버들이 주축이 된 자리였다. 이 전 대통령과 이재오 의원, 이군현 사무총장, 권성동·김용태·조해진 의원, 권택기 전 의원 등 친이계 전·현직 의원과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28명이 모였다.

만찬장으로 들어서던 이 전 대통령은 입구에서 기자들이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채택되면 출석할 것이냐”고 묻자 “구름 같은 얘기를 한다. 추정해서 얘기하면 안 된다”고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자신의 증인 출석을 요구하는 야당에 단호하게 반대 입장을 보인 것이다.

국정조사는 친이계에게 양날의 칼처럼 보인다. 결속을 강화하는 보약으로 삼킬 수도 있겠지만 국정 실패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야권은 이번 국정조사에 당운을 걸 전망이다. 진행 경과에 따라서는 어디서 핵폭탄급 이슈가 터져 나올지 모르는 쟁점이 바로 해외자원개발이다.

그래서 여야는 초반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여야는 1월 8일, 이번 국정조사의 범위를 MB정부로 국한시키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자원외교 국정조사계획서에 합의했다. 조사기간은 2014년 12월 29일부터 오는 4월 7일까지 100일간이며, 필요한 경우 25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친이계는 주군인 MB를 결사적으로 보호하고자 한다.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유다.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전직 대통령이 재임기간 불법행위를 한 정황이 있을 때만 불러야지 대통령의 중점추진과제라고 부른다면 한도 끝도 없다”며 이 전 대통령의 증인 출석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정책 실패로 국민이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됐는데 전직 대통령도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맞섰다.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와 자원외교 실태 파악을 위한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특위’를 ‘딜’한 것과 관련해 한 친이계 인사는 “박관천 경정 청와대 문건 유출 파동 등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 동력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자 (분위기 반전을 위해) 국조 카드를 빼든 것 아니겠느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박근혜의 MB 혐오증이 국조 불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강남 삼원가든에서 이재오 의원(오른쪽) 등 측근들과 만나 만찬을 즐겼다. 기자들의 질문에 오른손을 번쩍 치켜든 이 전 대통령에게서 ‘당당함’과 ‘여유’가 묻어난다.
MB정부 시절의 자원외교 관련 데이터만 놓고 봐서는 친이계는 수세를 면하기 어려울 듯하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MB정부 당시 공기업 및 민간자본과 합작해 투자한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석유와 가스부문 150개, 광물부문 238개 등 총 388개로 여기에는 39조9689억 원이 투자됐다. 이 가운데 회수된 금액은 2014년 기준 약 4조 원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재투자·유지비 등의 명목으로 대부분 지출된 것으로 정부는 파악한다. “자원외교는 총체적 부실”이라며 벼르고 있는 야당의 총공세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될 수도 있다.

MB정부 5년 동안 약 18조 원을 투자하는 등 해외자원개발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한국석유공사가 뇌관이 될지도 모른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상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투자자문사 메릴린치에 자문료 248억 원을 지급한 뒤 캐나다의 하베스트사 인수 등 총 4건의 사업에 대한 자문을 받았고 2009년 하베스트 인수(부채 포함)에 5조4868억원을 투자했다.

이에 비해 석유공사가 현재까지 회수한 금액은 6730억원(회수율 5.4%)에 불과하다. 야당은 석유공사가 2조원을 들여 구입한 하베스트의 정유부문인 ‘날(NARL)’을 최근 미국계 상업은행 ‘실버 레인지(Silver Range)’에 200억원에 팔아치웠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에 야당은 그동안 “2조원이 공중분해된 단군 이래 최대의 국부 유출”이라며 국조를 강하게 요구해왔다.

이에 친이계는 그동안 억눌러왔던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자원외교에 관여한 MB의 한 측근인사는 “자원개발은 장기 사업으로 쉽게 수익이 나지 않는 건 물론이고 적자를 감수하고 진행하게 마련”이라며 “단기 대차대조표를 들이밀며 책임을 추궁한다면 이는 국민 앞에 MB를 노골적으로 망신 주자는 의도나 마찬가지”라고 반발했다. “전 정부에서 벌인 정책을 이런 식으로 깎아 내리고 한술 더 떠서 전 대통령을 국조 증인석에 앉히려 한다면 앞으로 자원외교는 끝장을 볼 것이다. 그리고 현 집권세력도 다음 정권에서 비슷한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

거기에다 이번 여야간의 국정조사 합의가 오랜 앙금의 발로라고 의심한다. MB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한 인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혐오증 때문에 여당도 국조에 합의한 것”이라며 “일부 친박은 ‘4대강, 자원외교 등과 관련해 친이계의 구린 데가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시절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자원외교와 관련해 천천히 하면 절대 안 된다’고 누차 강조하셨다. 무리하면서까지 이 전 대통령이 일을 추진했던 것은 임기 내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음 정권에 가서 사업이 유야무야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국조에서 부정부패가 드러난다면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전 정부의 정책을 이런 식으로 폄훼해서는 안 된다.”

“전 정부 흠집내기 이제 그만”


▎권성동 새누리당 간사(오른쪽)와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간사가 1월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첫 간사회의를 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여야 합의로 자원외교 국조가 확정되자 친이계 현역 의원들도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전직들과는 달리 현직들은 방송 등에 출연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원외교의 성과가 당장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국조를 한다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자원외교도 국조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MB정부 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정병국 의원은 얼마 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자원외교 같은 경우 벤처사업이나 마찬가지”라며 “단기간의 결과를 놓고 이러니저러니 이야기하는 것은 자칫 몇십 년을 내다보고 투자해야 할 부분들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10개 투자해서 1개만 성공해도 대박 났다고 하는 게 자원외교”라고 강조했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딜’한 것과 관련해 이재오 의원은 “현 정권이 지난 정부를 제물삼아 ‘정윤회, 문건 파동’, 십상시 사건 등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친이계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자원외교 국조 합의에 앞선 사전 조율설(說)에 대해서도 부정했다. 여야의 국조특위 구성 합의 전날이었던 지난해 12월 9일 김무성 대표가 이재오 의원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국조와 관련해 사전조율 같은 것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나를 통해 (여야 국조 합의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오랫동안 새누리당 중진의원을 보필해온 친이계 인사는 “외국을 좀 보고 말해라”고 했다. 중국의 경우 1년에 300억 달러(약 33조원) 이상을 해외자원개발에 투자 하지만 성공률은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위험을 안으면서도 중국의 해외자원개발 투자는 멈추지 않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부 언론과 전문가는 ‘중국이 세계 자원을 싹쓸이하는데 우리는 뭐하느냐’고 채근했다”며 “그런데 이제는 성과가 당장 보이지 않는다고 국조를 하자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친이계 핵심인사는 재임시절 이 전 대통령의 ‘소신’을 소개하며 국조가 개최돼도 더 나올 게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자원외교가 실패한 정책이 될지는 몰라도 단죄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자원·에너지, 식량, 물은 곧 안보라는 게 이 전 대통령의 확고한 소신이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자원 확보가 국정의 우선순위일 수밖에 없다. 자원외교라는 것은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공급처 다변화 차원에서도 추진해야 한다. 다소 비용이 비싸더라도 새로운 길을 터놔야 다른 쪽에서 위험이 생길 때 새로운 길이 지렛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계약과정에서 부당한 뒷돈이 오갔다거나 형편없이 품질이 나쁜 줄 알면서도 이면거래를 위해 계약을 추진했다면 문제다. 이런 식으로 전 정부의 흠집만 내려 할 게 아니라 확실한 대안을 내놔봐라.”

지난해 11월 4일과 10일 잇달아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한 고발장 2건이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됐다. 정의당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MB정부 시절 자원외교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가스공사 주강수 전 사장, 장석효 현 사장, 석유공사 강영원 전 사장과 서문규 현 사장 등을 고 발했다.

이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자원외교 책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피고발인들이 사업성이나 투자여건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아 혈세를 낭비했다는 이유다. 고발된 이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당시 지식경제부 자원개발정책관이었던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신종 전 광물공사 사장,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 등이다.

“친박도 자유롭지 못할 것”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2월 25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걸어 나가고 있다
피고발인들이 국조 증인석에 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조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들이 검찰에 고발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선(先) 고발, 후(後) 국조’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관련 사건 재판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증인선서를 거부했다. 김 전 청장은 “국조와 동시에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데 증인의 증언이 언론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는 과정에서 진의가 왜곡되거나 잘못 알려지면 재판에 영향을 준다”며 증인선서를 거부했다. 그는 증언감정법 제3조 1항 및 형사소송법 148조를 근거로 들었다.

자원외교 국조가 친이와 친노의 싸움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그렇다고 친박이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한 친이계 인사는 “현재 여권도 한 꺼풀 벗기고 들여다보면 결이 여러 갈래다. 가령 김무성 대표나 최경환 부총리처럼 전 정부·정권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사람들이 있는 반면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사람도 있다”며 “전자의 경우라면 불똥이 어떻게 튈지 모르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 대통령 시절 김 대표는 여당 원내대표, 최 부총리는 지식경제부장관을 지냈다. 특히 최 부총리는 MB정부 2년차이던 2009년 9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지식경제부장관으로 재직하며 ‘4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청와대 출신의 한 친이계 인사는 “자원외교 국조가 친이와 친노의 힘겨루기로 끝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인사는 “현 정권의 실세부총리와 여당 대표도 전 정권에서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점을 생각해봐라. 야당은 현 정권 실세들을, 여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실세들을 물고 늘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는 새해 첫날인 1월 1일 서울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자택으로 인사를 간 자리에서 4대강사업 등 전 정권의 역점사업과 관련해 “역대 정권이 더 많은 돈을 들이고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냈다”며 이 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는 후문이다.

1월 이후 ‘정치지형’과 ‘캘린더’만 봐도 순탄한 국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국조가 큰 이슈이긴 한데 솔직히 제대로 될지는 의문”이라며 “당장 전당대회가 있고 4월 29일에는 통합진보당 해산과 국회의원직 상실에 따른 보궐선거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월 8일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을 뽑는 전당대회를 연다. 당 대표 후보로는 친노의 문재인 의원과 비노의 박지원 의원, 486의 이인영 의원이 나섰다. 어느 쪽이 당권을 쥐느냐에 따라 2016년 제20대 총선 공천권의 큰 틀이 정해지기 때문에 각 계파는 전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두려울 건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 곧바로 공천 등 선거에 매진해야 한다. 3곳 모두 야당 강세지역이라 한 곳이라도 잃는다면 새 지도부는 출항과 동시에 난파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볼 때 자원외교 국조는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변수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전 정권 때 자원외교에 참여했던 공기업 사장 등의 ‘입’에 따라 국조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고 그럴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친이계가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당청 갈등과 여야의 샅바싸움을 지켜보는 친이계는 조용히 미소짓고 있다. 정부 각료를 지낸 한 친이계 인사는 “이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늘 ‘당당할 수 있게 하라’고 강조했으며, 1월 6일 선진한반도포럼 때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국조를 해도 거리낄 게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다른 친이계 인사는 “친이와 친박의 치열한 힘겨루기 속에서 결국 균형추는 MB다. 그는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전직 대통령으로 박근혜 대통령과의 갈등 속에서도 여권을 안정적으로 관리한 경험과 공로가 있다”면서 “이 전 대통령은 어떻게 해서든지 여권의 분열을 막고 상생하는 방법을 찾으려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의 화답 여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201502호 (2015.01.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