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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북한 최초 ‘사회·인구통계 보고서’ 나온다 

북한 체제, 시장경제와 동행하면서 외자유치 겨냥한 통계자료 공개 본격화 조짐… 유엔인구기금, 북한 주민 1만5천 명의 직업·위생·지역분포 등 북한사회 전반 심층분석 


▎2012년 평양 시내에서 롤러블레이드를 타는 북한 어린이들. 최근 북한에는 버스, 택시, 휴대전화, 고급 레스토랑 등 주민편의 수단이나 시설이 늘어나고 있다.
“유엔인구기금의 평양주재 사무소 직원들은 약간 흥분한 상태에 있을 수도 있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북한과 유엔인구기금(UNFPA) 간에 모종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 프로젝트란 다름아닌 유엔인구기금이 북한 중앙통계국과 공동으로 실시한 ‘사회·인구 통계조사(Socio-Demographic Survey)’사업이다.

조사는 북한 주민 1만5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휴대전화 이용자의 지역별 분포도를 비롯해 자원 활용도, 식수위생, 영양상태 등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주민생활의 세부 영역까지 광범위하게 다뤘다. 지난해 실행에 들어갔으며 유엔인구기금은 조사결과 보고서를 올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변화하는 북한 경제, 제자리걸음하는 북한 통계

이 조사는 북한 주민 실생활을 보다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북한 사회전반에 대한 심층분석 연구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사회와 북한 연구자들은 북한 주민의 생활과 사회변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게 된다. 특히 직업군에 대한 조사까지 국제적 수준으로 이뤄진 만큼 상당히 신뢰도가 높은 결과를 도출하리라는 게 유엔인구기금 측의 기대다. 현재 유엔인구기금은 기존 북한 통계자료들과의 일관성 여부를 검토하는 등 막바지 분석 및 편집 작업 중이다.

유엔인구기금은 곧 공개될 이 통계조사에 상당한 정성을 쏟은 것으로 알려진다. 지금까지 북한을 직접 조사한 통계는 2008년 유엔인구기금이 한국정부의 기술 지원을 받아 실시한 북한 인구센서스가 유일하다. 당시 유엔인구기금은 북한에 조사요원 3만 명을 동원해 총 588만 가구를 방문하는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북한 인구가 2405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요즘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남북한 통일비용 추계도 이런 인구조사 결과를 기초자료로 해서 산출된다.

이번에 공개될 조사보고서는 2008년 유엔인구기금 북한 인구센서스보다 더 많은 질문 문항을 담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북한 사회 전반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처음으로 분석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통일준비위 관계자에 따르면 유엔인구 기금의 ‘사회·인구 통계조사’는 북한의 부족한 통계자료를 보충하는 차원일 뿐만 아니라 북한의 통계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차원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사실 북한 연구자들은 제대로 된 북한 통계가 없어 객관적 분석과 결론 도출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북한 관련 통계는 고무줄에 가깝거나 빈 껍데기인 경우가 다반사다. 북한의 경제를 떠받치는 시장요소는 공적인 통계에 대부분 잡히지 않는다. 그마저도 북한 당국은 내부 정보의 외부 유출을 꺼려 관련 통계를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미 공개된 북한 1인당 GDP(국내총생산액)나 곡물생산량만으로는 북한의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게 북한 연구자들의 고민이다.

하현철 산업은행 통일사업부장은 “북한에서 생산되는 자료가 너무 빈약하다 보니 북한을 설명하는 통계나 지표는 현실과 동떨어져 축소되거나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북한 경제에 시장 요소가 강화되고 경제성장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는 요즘일수록 통계와 현실의 괴리는 커지게 마련이다. 하 부장은 “북한 경제는 숨 가쁘게 변하는데 통계는 제자리걸음을 한다”면서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객관적 통계자료 생산활동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통계청도 북한 통계자료에 목말라하기는 마찬가지다. 통일부 등 국내 기관과 유엔 등 주요 국제기구의 북한 통계를 취합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통계청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은 남북한의 자연환경, 인구, 경제총량, 남북한 교류 등 14개 부문 131개의 통계표를 제공한다. 하지만 북한의 내부 통계 공개 기피와 대북 접근성의 한계 등 으로 정확한 북한 통계를 얻지 못해 애를 태워왔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2014 북한의 주요통계지표’도 대북 접근성 제약 등으로 일부 통계는 간접 추정 방식으로 작성됐다.

곧 공개될 유엔인구기금의 ‘사회·인구 통계조사’ 보고서는 이런 현실적 요구에 부응하는 자료이자, 국제사회가 대북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이 보고서의 탄생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보여주는 한 가지 척도가 된다. 북한도 대외 투자를 유치해 경제발전을 도모하자면 객관적인 경제·사회 데이터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결국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상호 비교가 가능한 데이터를 생산하는 작업에 북한이 응낙했다는 징표가 바로 ‘사회· 인구 통계조사’보고서다.

국제기구, 北 시장경제 전환 프로그램 지원


▎1. 2013년 9월 평양 중심가인 영광거리 뒤편의 임시 시장에서 상인들이 치약·샴푸 같은 생필품과 돼지고기로 보이는 육류를 판매하고 있다. / 2. 2012년 평양제1백화점에서 개최된 상품전시회장을 찾은 북한 관리에게 점원이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
유엔 등 국제기구는 물론 한국 내 전문가, 북한 관련 기관 종사자 상당수가 북한이 개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유엔인구기금만 해도 북한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는 눈치다. 과거 북한은 내부 정보 유출을 우려해 외국기관에 통계조사를 허용치 않았다. 하지만 최근 실시된 사회·인구 통계조사는 외국인 투자 유치와 계획경제 발전을 의식한 북한 당국이 유엔인구기금의 제안을 받아들인 결과물이라는 유엔인구기금 측의 해석이다.

더 주목할 만한 사실은 북한 당국이 유엔인구기금과의 추가적인 협력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내각소속 중앙행정기관인 국가계획위원회가 유엔인구기금과의 협업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가계획위원회는 조선 노동당에서 수립한 경제 정책 지침에 따라 경제계획을 종합·작성하고 각 부서에서 이를 수행하도록 지도·감독하는 기능을 한다. 김일성대학에도 외국의 학자가 지도하는 통계 과목이 신설될 전망이다. 유엔인구기금 측에 따르면 북한은 김일성대학에 경제지표, 개발지표 등을 다루는 통계 관련 전공과정(2년)을 만들기로 했다. 또 저명한 외국 국적의 교원도 채용키로 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객관적 통계 산출의 중요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유엔인구기금 측은 해석한다.

북한의 변화 기류에 부응해 국제사회의 지원 활동도 더욱 다각도로 펼쳐질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기구는 북한의 시장경제 전환에 따른 거버넌스 안정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복안을 내비쳤다. 도널드 존스턴 전 OECD 사무총장 같은 이가 대표적이다. 그는 2013년 6·15 남북정상회담 13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사회주의 북한에 시장경제 도입에 따른 통치 체제를 안정화하고 유연하게 전환하는 데 OECD가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고 김성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석좌교수가 전했다. 김 교수는 “당시 존스턴 전 사무총장은 북한과의 신뢰 구축이 미흡해 사업 협력이 여의치 않다며 김대중도서관과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의향을 전해왔다”고 소개했다.

OECD가 제공하려는 북한 프로그램은 사회주의 국가가 시장경제 요소를 받아들일 때 발생하는 통치권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OECD는 이미 동유럽 사회주의권 붕괴 당시의 동독·폴란드·체코 같은 국가들의 체제 전환 과정에서 통치체제를 복원하는 노하우를 지원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북한도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통치체제를 유지하자면 사전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OECD의 입장이다. OECD는 이런 협력 방안을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에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과거에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이런 시도가 가능한 건 북한에 시장경제 요소가 날로 확산된 현실 덕분이다.

김정은의 ‘개발 있는 독재’

1990년을 전후해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되고 WTO(세계무역기구)체제가 출범하면서 지구촌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로 일원화됐다. 반면, 북한은 핵개발을 통해 상대적으로 적은 군사비용만으로 체제 안전을 꾀하긴 했으나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 직면해 있다. 김성재 석좌교수는 “경제사정이 악화된 북한에 사회주의 배급체제가 중단되면서 전국적으로 자생적인 장마당(시장)이 불어났다”면서 “시장체제로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시장은 원래 허용되지 않는 유통 구조다. 1958년 8월 북한 당국이 개인상업을 폐지하고 국영유통이나 협동상업을 만들면서 시장은 모두 폐쇄했다. 1990년대 경제난으로 인해 생필품이 부족해지자 주민들은 주택 인근 공터 텃밭에서 가꾼 농작물을 암시장(장마당)에 내다팔기 시작했다. 당국의 묵인 속에서 확산되던 장마당은 2002년 7월 1일 단행된 경제 관리 개선조치(7·1조치)를 통해 제도권 내로 수렴되는 양상을 보였다. 7·1조치는 계획경제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시장경제 체제를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 기업이 지정된 품목에 한하여 원자재 및 부속품을 시장에서 조달토록 하는 정책이다. 이때부터 소비재 시장과 생산재 시장이 북한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2007년 시장에 대한 대대적 단속에 들어갔다. 2009년엔 장마당으로 불리는 종합시장을 불법화 하면서 폐쇄조치하고 화폐개혁을 통해 시장경제 기반에 일대 타격을 가했다. 이는 생존 기반을 시장에 둔 주민들의 격렬한 반발에 직면했다. 당국은 결국 2010년 부터 장마당을 현실 경제 주체로 인정하기에 이르렀다는 게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분석이다. “종합시장은 합법적인 존재로서의 지위를 회복했고, 시장에 대한 유화적인 기조는 4년 넘게 유지된다.”

시장의 등장과 확산은 북한 당국에 딜레마를 안겨준다. 주민 생활 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장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시장이 활성화하면 자본축적이 생기고 이는 사회주의 정치 체제에 위협요인으로 비화한다. 그럼에도 북한이 꾸준하게 시장 허용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고육책이라고 양 교수는 진단했다. “게다가 시장을 없애려고 한들 과연 없앨 수 있는지 의문이다. 시장 없는 북한 경제는 상상하기 어렵다.”

북한에서 통계를 전공한 탈북여성인 김영희 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은 북한 김정은 체제가 ‘개발 있는 독재’를 추구하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북한학 박사이기도 한 김 팀장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핵’과 ‘미사일’이라는 유산을 상속한 김정은은 외부로부터의 체제 붕괴 위협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이다. 남은 과제는 주민의 생활고 해결이다. 만약 과거와 같이 주민을 극도로 통제는 하면서 배불리 먹여주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게 바로 정권 붕괴, 국가 붕괴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김정은도 한쪽에서는 철권통치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개혁과 개방을 허용하는 ‘투 트랙(Two track)’ 정책에 더 매진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김 팀장은 “북한 당국이 지향하는 개발독재가 경제성장에 효과적이라고 판명된다면 북한 주민들도 개발이 있는 독재 체제하의 삶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당국도 체제 안위에 대한 우려를 핵무장과 미사일 개발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한 만큼 경제 개발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비공식 유통망은 장마당 규모 훨씬 능가


▎평양역 앞에서 승객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 최근 들어 평양시내에 현대식 택시가 과거보다 부쩍 늘었다.
그 결과물이 북한 전역에 산재하는 400개가 넘는 장마당이자, 공식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장마당으로 연결되는 물품 유통망의 번성이다. 장마당은 최종적으로 재화를 거래하는 시장에 불과하고, 그 중간의 유통단계는 더 거대한 경제 생태계를 구성한다는 것. 김 팀장은 “북한의 시장 구조는 ‘장마당’과 ‘비공식 장마당(유통구조)’으로 나뉜다”면서 “비공식 장마당 경제 규모는 공개된 장마당의 3~4배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국의 북한 농업분야 전문가인 권태진 농촌경제연구원 박사도 “북한 경제를 시장경제라고까지 말하진 못해도 시장이 떠받치는 경제인 건 분명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 주민 개인소득의 70% 이상이 시장활동을 통해서 창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그는 특히 “개인 소비 지출의 80%가 시장에서 일어나므로 북한 경제는 시장이 없으면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북한 중소기업도 명목상으로는 국가 소유이지만 기업주가 기업 경영 방침을 세우고 이윤의 많은 부분을 소유한다. 북한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 중소기업 중에는 매년 100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북한의 중소기업은 사회주의와 시장경제가 공존하는 ‘혼합경제’로 전환하는 기틀이 될 수도 있다. 또 경쟁력을 잃은 국영기업에서 밀려난 인력들을 떠안는 역할도 중소기업이 하게 된다는 전망이다.

금융결제 관행에도 머지잖아 변화가 올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재 북한 기업의 대금결제는 반드시 은행을 통해서만 이뤄진다. 기업은 은행에 계좌 하나만 갖고 있어 금융당국은 계좌를 통해 기업의 활동 내역을 한눈에 파악하게 된다. 기업간 거래에 ‘무현금 거래’ 원칙이 적용된다는 말이다.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이 기업의 무현금 거래 원칙을 바꿔 현금으로도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수립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다만 준비 부족으로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다소의 시일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시장요소의 확산과 더불어 북한 사회의 분위기도 변화의 물결을 탄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이들에 따르면 ‘이게 과연 북한인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장면을 자주 접한다고 한다. 북한에 등장한 택시와 LED TV, LED 전광판, 고급 레스토랑과 스마트폰, 240만 명을 넘어서는 휴대폰 가입자, 가정마다 구비된 텔레비전, 아파트 건설 열기…. 심지어 북한 당국이 애써 묵인하고 방치하는 장마당에서는 스마트폰으로 가격을 비교하면서 구매하는 소비자도 눈에 띈다는 것이다. 2010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북한 경제도 2011년 0.8%, 2012년엔 1.3%, 2013년 1.1%의 성장을 기록하는 등 미미하게나마 상승세를 나타냈다.

민간단체 대북사업도 개발협력 쪽 전환 추세


▎북한은 지난 1월 1일 0시부터 20여 분 동안 평양시 대동강변 주체사상탑 일대에서 신년맞이 대규모 불꽃놀이 행사를 열었다. 김일성광장에 모여 불꽃놀이를 지켜보는 평양 시민들.
과거 북한을 방문한 외부인들은 안내인의 지도에 따라 정해진 장소만 방문하고 허용된 장면만 사진촬영이 가능했다. 그것도 돌아오는 길에 일일이 검열을 통해 걸러내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눈치를 보지 않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도 되고, 출국 과정에서도 그냥 통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북한 방문자들의 전언이다. 북한 관광 상품을 다루는 관광회사 종사자들도 북한 관료들이 예전에 견줘 융통성을 발휘하는 등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 박사가 귀띔했다.

기독교 단체인 ㈔조국평화통일협의회(대표총재 피종진 목사, 대표회장 진요한 목사)는 지난해 10월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초청으로 평양을 찾았다. 평양 봉수교회에서 열리는 ‘남북공동 조국평화통일기원 평양기도회’에 참석차 협의회 소속 인사 18명이 방북했다.

오랜 만에 평양을 찾은 방북단은 달라진 평양 시내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고 한다. 북한을 예닐곱 차례 왕래한 한 목사는 “언론에 알려진 바와 달리 북한 경제 사정은 많이 호전된 것 같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한다. 도심 곳곳에 고층 아파트, 편의시설이 들어서고 보행 중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모습은 서울과 별반 다르지 않더라는 것이다. 방북단의 한 인사는 “김일성 생가 등 유적지와 관광지 몇 군데를 방문하는 과정에도 특별한 통제나 불편함은 없었다”면서 “개인 행동은 여전히 불허했지만 사진도 마음대로 찍는 등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은 한국 및 국제 NGO단체들에도 변화의 시그널을 보내왔다고 한다. 기존 대북사업 방식의 변경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인도적 차원, 긴급구호 차원의 지원을 북한의 자생력을 키워주는 개발 협력사업으로 전환해달라는 주문이다. 남북관계에 정통한 한 여권 인사는 “북한의 요청에 따라 시민단체들의 대북지원 사업도 수혜적 지원에서 대등한 개발협력 쪽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북지원 단체로 구성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신임 회장에 선출된 양호승 한국월드비전 회장은 북한 당국 및 주민과 자주 접촉하는 편이다. 그는 국내 NGO의 대북 지원 사업을 인도적 지원이나 구호 차원에서 ‘개발사업’으로 확대해 자립 가능한 선순환 구조로 북한을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졌다. 그는 “보건의료, 농업개발사업, 지역개발사업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새 사업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통일준비위사회·문화분과 위원이기도 한 양 회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통일준비위 3차 회의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과 관련 특별법 제정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도 했다.

- 박성현 월간중앙 취재팀장

201502호 (201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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