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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트렌드 | 맹모(孟母)의 유혹? 신(新)대치동 전세대란 - 전세 폭등 이유는 교육에 있었다! 

전통명문학군 강남3구·목동 이어 강동·평촌·판교·수원 등으로 전셋값 폭등 확산 

글 박지현 월간중앙 기자[centerpark@joongang.co.kr] 사진 지미연 객원기자[agadis@joongang.co.kr]

▎전통명문학군에 이은 신흥 ‘대치동’의 전셋값이 고공행진 중이다. 판교신도시의 봇들마을 8, 9단지의 전셋값은 6억원 안팎으로 인근 백현마을 5단지보다 1억원가량이 더 비싸다.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봇들마을 8단지에 사는 최은희(가명·37) 씨는 2년 전 이곳에 전세로 입주했다. 당시 전셋값이 4억7천만원. 조마조마했는데 어김없이 집주인에게서 전셋값을 올려달라는 전화가 왔다. 결국 2년 전보다 1억6천만원이 오른 6억3천만원에 합의를 봤다. 어지간한 지역의 아파트 한 채 값과 맞먹는다. 최씨는 “부담이 되긴 하지만 교육은 시기를 놓치면 안되지 않느냐”며 “다행히 대출금리가 높지 않아 은행돈을 썼다”고 말했다.

판교신도시에 사는 젊은 학부모들 사이에는 ‘보평학군’이란 말이 생겨났다. ‘보평학군 부동산’이란 간판을 내건 부동산 중개업소도 생겼다. 혁신학교로 지정된 보평초등학교를 비롯해 보평중·고교로 진학 가능한 아파트단지는 다른 곳보다 훨씬 비싸게 시세가 형성된다. 보평초·중·고를 울타리처럼 둘러싼 봇들마을 8·9단지의 전셋값은 6억원 안팎으로 인근 백현마을 5단지보다 1억원가량 높게 형성돼 있다. 두 단지 모두 신분당선 판교역으로부터 불과 250~500m 거리에 있는 초역세권으로 입지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도 그렇다. 단지 학군이 다를 뿐이다. 판교신도시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보평초등학교를 갈 수 있는 단지에 수요가 몰려 전셋값이 2년 전보다 2억원 가까이 올랐다”며 “전세물건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판교신도시에 사는 젊은 학부모들 사이에는 ‘보평학군’이란 말이 생겨났다. ‘보평학군 부동산’이란 간판을 내건 부동산 중개업소도 생겼다. 혁신학교로 지정된 보평초등학교를 비롯해 보평중·고교로 진학 가능한 아파트단지는 다른 곳보다 훨씬 비싸게 시세가 형성된다. 보평초·중·고를 울타리처럼 둘러싼 봇들마을 8·9단지의 전셋값은 6억원 안팎으로 인근 백현마을 5단지보다 1억원가량 높게 형성돼 있다. 두 단지 모두 신분당선 판교역으로부터 불과 250~500m 거리에 있는 초역세권으로 입지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도 그렇다. 단지 학군이 다를 뿐이다. 판교신도시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보평초등학교를 갈 수 있는 단지에 수요가 몰려 전셋값이 2년 전보다 2억원 가까이 올랐다”며 “전세물건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 2월 초 평일에 찾은 평촌역은 꽤 한산했다. 10여 분을 걸어서 중심가 쪽으로 나가자 한적한 베드타운으로만 알았던 평촌신도시와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사거리를 둘러싼 커다란 상가 건물을 온통 학원 간판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국영수, 논술, 미술, 태권도 등 과목도 다양하다. 한 건물 당 학원만 10여 개가 넘는다.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나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과 흡사했다. 주변에는 범계초·중, 평촌초, 귀인초·중, 평촌고, 백영고 등 명문으로 꼽히는 학교들이 밀집돼 있다.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가 전세물건이 있는지 묻자 “전세물건을 찾기엔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개학을 앞두고 이미 전세물건이 소진됐다는 얘기다. 그는 “반전세로 한두 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평촌동 단지 내에 위치한 귀인초등학교는 해마다 늘어나는 전입생 때문에 교실을 확보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귀인초교 윤인아 교무부장은 “명문학군으로 소문이 나면서 지난해만 130여 명이 전입해 왔다”며 “궁여지책으로 저학년은 7개 반인데 비해 5, 6학년은 10~11개 반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우수한 교육환경’을 따지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 겨울방학 중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비수기의 찬바람도 유독 ‘명문학군’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주변에서는 맥을 못 춘다. 부동산정보 포털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2015년 1월 셋째 주, 서울의 아파트 전세 주간 상승률은 2009년 가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겨울이 되면 비수기로 접어드는 부동산 시장이 1.06% 오르며 최근 10년간 1월 전셋값 변동률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신학기 앞두고 ‘학군명당’ 집값 요동


▎학군수요를 겨냥한 부동산의 간판도 눈에 띈다.
부동산써브는 지난 1월 첫째 주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인 2억8664만원보다 비싼 전세 아파트가 전통적인 학군 수요지역 중심으로 몰려있는 것으로 집계했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와 양천구 목동 지역은 겨울방학에 학군 선호도가 높은 곳으로 일시에 수요가 몰려 전·월세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전세대란은 이 지역에만 그치지 않는다. 준강남권인 강동을 비롯해 수도권 신도시들로 대체학군 수요가 옮겨 붙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전통적인 명문학군으로 꼽히는 곳은 대치동(강남구), 중계동(노원구), 목동(양천구)이다. 강남은 대치를 중심으로 삼성·선릉·도곡·방배동 등 명문학군이 밀집해 있다. 이 지역의 학교와 학원들이 대학입시 경쟁력에서 앞서가다 보니 전셋값에서도 부동의 1위를 달린다. 지난해 12월 강남 3구의 전셋값 상승률은 1.07%로 서울지역 아파트 전셋값 평균 상승률(0.62%)을 훨씬 웃돌았다.

그중에서도 대치동은 ‘강남 속의 강남’으로 불린다. 이른바 ‘강남 8학군’의 노른자위에 해당한다. 맞춤형 집중교육이 가능한 소형 전문학원들이 모여 거대한 학원가를 형성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대치동의 전셋값은 지난해 5월 1㎡ 당 612만원에서 올해 2월 660만원까지 올랐다. 특히 지난해 11월 ‘물수능’ 이후 재수희망자가 많아지면서 재계약 수요와 예비 학부모들의 신규 전세 수요가 전셋값 상승을 부추겼다. 수능 점수가 발표된 이후 희망 대학의 당락이 결정되는 12월 후에도 학군 이동수요가 더 늘어났다. 이 지역 중·고교에 배정받으려는 학생들의 전입 수요까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전셋값이 급등하기 시작한 11월 7일 이후부터 불과 일주일 만에 1.92%가 오른 것으로 나타 났다.

서초구 반포동과 양천구 목동, 노원 중계동 아파트는 학교 거리에 따라 시세 차이가 크다. 반포동의 ‘반포자이’와 ‘래미안퍼스티지’ 아파트만 봐도 그렇다. 규모와 입주시기, 공급면적이 비슷하지만 계성초등학교나 잠원초등학교 등 사립초등학교와 가까운 래미안퍼스티지가 반포자이보다 3천만원가량 비싸게 형성돼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59㎡(22.8평) 기준으로 래미안퍼스티지 전셋값은 1월 한 달간 7억3천만원에서 7억8천만원으로 5천만원이 올랐다. 반포자이는 한 달새 1천만원이 오르며 7억5천만원이었다.

비강남 지역 중 목동은 특목고 진학률이 높은 대표학군 ‘목동 신시가지’의 영향을 받아 1월 상승률이 1.27%를 기록했다. 비강남권에서 유일하게 1%를 넘은 곳이다. 목동 역시 신시가지 1~6단지,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8·13·14단지는 타 단지에 비해 2천만~3천만원가량 전셋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

노원구 중계동에서 학원가가 밀접한 곳은 은행사거리로, 인근의 청구와 건영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달 새 최고 1500만원이 올랐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학원밀집지역인 노원구 중계동의 은행사거리 인근 청구아파트 101.99㎡ 전셋값은 지난해 11월 말 4억2천만원에서 한 달간 1천만원이 올랐다. 은행사거리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전셋값은 1억원가량 떨어졌다. 중계동의 S공인중개소 대표는 “은행사거리 바로 앞 건영 3차 84.9㎡ 전세는 4억1천만원이고 청구아파트는 3억원대인데 현재 전세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전통학군에 전세폭등과 함께 품귀현상이 이어지자 이 같은 ‘교육특구’는 수도권으로까지 번져간다. 강남 학군의 ‘옆 동네’ 중 가장 전셋값이 많이 오른 곳은 강동구 명일동이다. 기존의 송파 방이동과 잠실동 아파트 주변으로 수요가 확대된 것이다. 서울에서 가장 성공적인 혁신학교로 꼽히는 강동구 상일동 강명초등학교 인근 단지 84㎡형 아파트 전세는 2억3천만원 선에서 4억원 안팎으로 매매가(4억5천만원선)의 턱밑까지 근접했다. 반면 매매가는 입주시점(5억원선)보다 10%가량 떨어졌다. 강동구 명일동의 고덕 주공3단지는 59.5㎡ 전셋값이 1월 한 달간 2천만~5천만원까지 올랐다.학부모들은 근거리에 명문 중학교들을 포함해 한영중, 한영외고까지 있다는 것을 꼽고 있다. 곧 초등학생이 될 자녀를 둔 김은선(가명·39) 씨는 “당장 들어가지 않더라도 명문고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아이들이 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요 넘치자 주변 수도권 신도시로 확대


▎1. 경기도 안양의 평촌학원사거리 주변 아파트의 전셋값은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평촌의 전셋값 변동률은 2년 전보다 29.16%나 올랐다. / 2. 학생들 방학에는 학기 시작을 앞두고 이사를 하는 풍경이 자주 보인다. 대치동 선경 아파트.
서울 우수학군의 전세 품귀현상은 강남3구를 넘어 신도시로 옮겨 붙었다. 강남에 접근성이 가장 좋은 1기 신도시 분당이 첫 수혜지다. 분당신도시는 전세 대기수요까지 있지만 매물이 나오지 않아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교통·학군·환경 등 웬만한 조건이 서울 주요 학군과 비교해도 빠지지 않아 ‘분부심(분당자부심)’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평준화로 유명했던 서현고·분당고·이매고는 경기지역 최고의 명문 학교로 자리매김했다. 이매중·내정중·서현중·수내중·낙생고·대진고·늘푸른고 등 신흥명문학교들도 명성을 이어간다. 1월 기준 야탑동 장미현대아파트 등 인기 아파트들은 전세가 1천만~2천만원 올랐다. 전세 물량은 동난 지 오래고 반전세 매물도 많지 않다. 야탑동의 탑경남 아파트는 보증금 5억원에 월세 130만원인 곳도 있어 부담이 크지만 거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경기도 안양의 평촌신도시 중에서도 학원사거리 일대는 조용하지만 무서운 기세로 상승하는 지역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평촌의 2010년 평균 전세가 1억8천만원에서 2014년 2억6천만원까지 올랐다. 전셋값 변동률은 2012년 말 대비 2014년 말 29.16%나 올랐다. A부동산 중개업자는 가장 학군이 좋은 곳으로 호계동을 꼽으며 “평촌고, 범계초·중학교가 밀집돼 있어 시세가 계속 오르는 추세”라며 “지금은 큰 평수 몇 곳을 제외하고 전세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경기 광명시는 혁신학교 등 새로 주목받고 있는 명문학교들로 선호학군이 형성되면서 전셋값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혁신학교인 구름산초등학교와 운산고등학교 주변을 배정받을 수 있는 소하동 아파트 단지는 1월 한달 간에만 2천만원가량이 올랐다. 목련8단지는 1년간 전세가 1억 가까이 상승해 꾸준한 수요를 보여줬다.

전통 명문학군은 ‘지방도시 대치동’에서도 전세가 상승을 이끈다. 인천 연수구 송도는 ‘교육특화’ 도시라는 명성답게 수능 이후 학군이동이 여실히 나타났다. 명문으로 자리 잡은 채드윅 송도국제학교의 전셋값은 지난 1년 새 15%나 올랐다. 이 학교의 바로 앞에 있는 송도더샵하버뷰 아파트는 매매값 변동이 없었지만 1월 한 달간 전셋값은 2천만원(84.92㎡ 기준) 올랐다. 또 10분 거리에 오는 3월 개교하는 자율형사립고 인천포스코고에 대한 기대도 높다. 일반전형 96명 정원에 442명이 몰려 4.60대 1로 높은 경쟁률을 보일 정도다. 포스코고 앞 송도더샵8단지 그린애비뉴는 1천만원이 상승했다.

대기업 직원 입주 수요와 맞물려 상승효과도


▎대기업 직원들의 입주 기대수요로 이른바 ‘명품학군’이 형성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곳이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이 있는 수원시 영통지구 아파트 단지다
대기업 직원들의 입주에 따라 학군에 대한 기대수요가 함께 높아져 전셋값이 오르는 경우도 있다. 수원시 영통구는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학군이다. 이유는 ‘삼성전자’가 있어서다. 영통구는 지난 한 해 동안 전셋값이 14.47%나 뛰며 전세상승률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가까운 영통동 황골주공 2단지는 250만~500만원가량 오르며 주변시세를 끌어올렸다. 망포동 망포마을동수원 LG빌리지 역시 500만∼1천만원 올랐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팀장은 “삼성전자 직원들이 근처에 입주를 하면서 상업뿐 아니라 교육 인프라도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며 “삼성에 근무하는 부모의 학력이 높기 때문에 교육열도 높아 학군 수준을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감이 집값에 반영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직원 이해철(32) 씨는 “신혼 전까지만 해도 이사올 생각은 안 했는데 아이가 생기고 나니 직장도 학교도 가까운 곳을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수원 영통과 비슷한 경우로는 성남 분당의 판교신도시가 있다. 이곳은 판교테크노밸리의 힘이 컸다. 판교신도시는 입주 당시 임대아파트와 주공아파트가 많아 ‘임대신도시’란 비아냥을 받았다. 분당 주민들이 판교신도시와 분구(分區)해 달라는 청원운동을 벌일 정도로 정서차가 컸다. 하지만 판교테크노밸리가 가동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IT업종 종사자와 가족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주변 상권도 활발해졌다. 특히 보평초·중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고 보평고등학교가 과학중점학교로 지정되면서 이후 입주한 판교테크노밸리 직원들의 기대도 높아졌다. 봇들마을은 전세가 6~7억원가량 이다. 특히 동판교 중심으로 학군이 형성된 이곳은 판교테크노밸리도 같은 위치에 있어 서판교와 시세 차이가 크다. 산업과 학군의 힘이다. B부동산 중개업자는 “서판교에 입주했던 주민들이 전세로 동판교로 들어올 정도”라고 말했다.

지방도시 가운데, ‘울산의 8학군’으로 불리는 울산 남구는 학성고, 울산여고를 비롯한 ‘교육프리미엄’이 반영돼 현재 3.3㎡ 당 약 739만원으로 울산에서 가장 시세가 비싼 지역으로 꼽힌다. 울산의 타 지역과 비교하면 56만~198만원가량이 높다. 특히 남구 옥동 일대에 우수학교와 대형 학원가들이 밀집해 있어 지난해 2월 대비 시세가 197만원에서 213만원으로 올랐다.

대구의 경신고·대륜고·경북고 등 우수학교가 몰려있는 곳은 수성구 범어동이다. 범어동의 부동산 중개업소는 “소규모 사설학원들이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사거리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밀집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대비 전세가 약 40%가 올라 1㎡ 당 319만원이다. 한편 대구 달성군 현풍면도 요즘 뜨는 동네다. 시세 자체가 워낙 싼 편이지만 지난해 2월 대비 28%나 오르며 지역의 전셋값 상승을 견인했다. 현풍면에 위치한 포산고가 2008년 교과부 지정 기숙형 공립고로 지정된 이후 지난해에는 자율형 공립고등학교로 추가 지정됐기 때문이다. 포산고는 같은 해 한국교육개발원으로부터 ‘미래학교’로 선정되며 대구의 명문학교로 자리 잡았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운남동 주변은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심사한 자사고 특성화 프로그램에서 전국 최우수 7개교에 선정된 숭덕고가 있다. 올해 초 미국의 명문고교 ISA(International School of the Americas)와 자매결연을 체결하면서 글로벌학교로도 거듭났다는 평을 받는다. 운남동은 시세가 가장 낮았던 지난해 7월 1㎡당 131만원에서 최근 150만원까지 올랐다.

초교 저학년 때부터 명품학군 이주 준비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대한 ‘명문학교’ 기준은 학업성취도의 결과에 따른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르고 있는 대전시의 한 초등학교 교실.
“신혼 때는 새 아파트 전세로 사시다가 (초등학교)입학 즈음 학군 좋은 곳으로 들어가세요.”

부동산 문의를 한 학부모 윤설희(38) 씨는 최근 부동산업소 관계자로부터 이런 조언을 들었다.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둔 학군경쟁이 시작된다는 말이다. ‘강남 8학군’을 비롯 특목고, 자사고, 비평준화 학군을 목적으로 움직이려면 ‘미리’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학부모들 사이의 지론이다. 아이들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목동에서 25년째 거주하는 박영록(41) 씨는 “이사를 생각하는 부모라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른 곳에서 1등 하던 자녀들이 중학생 때 (목동으로) 전학 왔다가 내신 성적이 크게 떨어져 전학생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것을 많이 봤거든요.”

그렇다면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명품학군의 기준은 무엇일까? 조은상 부동산써브 팀장은 “서울대에 많이 보낸 학교가 우리사회 명품학군 조건”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에 합격자 배출 순위를 보면 1위부터 50위 사이에 있는 학교 중 3분의 2가 특목고, 자사고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전국 174개 4년제 대학의 2014학년도 신입생들의 출신 고교를 분석한 결과 SKY(서울·고려·연세대)를 비롯한 서울 주요대학 신입생 가운데 일반고 출신의 비중이 대부분 떨어 졌다. 명문대는 하락폭이 더 커져 서울대와 연세대는 일반고 출신비율이 처음으로 50% 이하로 떨어졌다. 강남 3구의 일반고 재학생 중 수능 1∼2등급자 비율도 더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목고·자사고 진학율이 높은 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강남의 대청중, 노원의 을지중, 목동의 신목중은 특목고·자율고에 재학생을 많이 합격시키는 학교”라며 “고교 입시 성과가 좋은 중학교를 배정받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인근으로 이사하는 학부모가 많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학업성취도 평가결과와 고등학교 입시가 기준이 된다. 정부는 2013년부터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를 아예 폐지했지만 부활론이 제기된다. 매년 한 차례 치러지는 학업성취도평가는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대상으로 국영수 과목을 치른다. 성취도에 따라 ‘보통학력 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 3단계로 나뉘는데 ‘보통학력 이상’은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 성취목표의 50% 이상을 달성한 학력 수준이다. 결과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운영하는 ‘학교알리미’ 홈페이지에 학교별로 공개된다.

중요한 것은 학교의 서열화를 부추긴다며 교육부가 전국 학교명이 기재된 순위를 따로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교육부 학업성취도 평가업무 담당자는 “학업성취도 평가의 목적은 기초학력 미달인 학생들을 국가 차원에서 기초학력 수준 이상이 되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라며 “학교별로 순위를 매긴 자료도 생산하지 않으며, 학교명이 기재된 자료도 제공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2항에 따르면 “개별학교의 명칭은 공개하지 않으며”라고 명기돼 있다. 그는 “일부에서는 ‘학교알리미’를 통해 학교별로 보통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 비율로 자료를 취합해 개별적으로 자료를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주 연령이 낮아지는 이유는 초등학교 때부터 받은 사교육이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효과를 본다는 분석 때문이다. 선행학습 효과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지금 대학입시는 교과내신성적과 교내수상실적까지 반영되는 학생부종합전형 구조다. 주요과목 선행학습을 미리 끝내야만 논술, 교내상도 준비할 시간이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학군수요를 겨냥한 교육계의 경쟁도 심해지는 추세다. 학군이 부동산 시장을 좌우하면서 학교들도 평가에 예민해지기 때문이다. 정부 산하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매년 발행하는[학교평가 우수사례집]에는 지역마다 초중고교를 한 곳씩선정해 발표한다. 선정된 학교는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인정한 명문’이란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학교 간에 경쟁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평촌의 귀인초등학교는 2013년 전국 최우수 학교 중 하나로 지정되면서 학부모들의 전·입학 문의가 부쩍 늘었다. 윤인아 교무부장은 ‘차별적인 교육컨텐트’를 학교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그는 “방과후 활동만 70개 강좌를 진행하고 있고, 인성교육과 체험학습이 많다”고 말했다. 고등학교는 대학입시를 가장 큰 성과로 꼽는다. S여자고등학교 교사인 이종임(58) 씨는 “3학년 담임들은 학년초부터 입시를 다 챙긴다”며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따로 뽑아 도서관 학습에 심화학습, 논술지도, 수시면접 예행연습, 토론지도 등도 한다”고 전했다.

우수학군이라도 매매부담으로 전세 선택


▎2014년 4월 서울 강남구 진선여고에서 열린 고교 입시설명회를 찾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자사고와 특목고 입시정보를 듣고 있다.
“방학이라 이사 가려고 해요. 어느 학교가 좋을까요?”

“OO초등학교 추천할게요. 공부 잘해서 그쪽 동네 뜬대요. 거기 배정받으시려면 OO아파트 입주하세요.”

“학군 내로 가족들의 생활방식이나 가정환경이 비슷한 경우가 많아 정보교환하기도 수월해요.”

“그렇게 학군 괜찮은 곳이면 아이 성적이 안 좋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학군이 안 좋으면 학력편차가 크니까요. 주위 환경을 어떻게 무시하겠어요.”

주부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최근 올라온 이사 문의와 댓글들이다. 대부분 부동산과 자녀 진학에 대한 고민과 정보가 많다. 온라인 게시판에서 추천 1순위는 ‘공부 잘하는 지역’이다. 학군과 부동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전셋값만 높아지고 매매가 지루한 게걸음 장세인 것은 풀기 어려운 숙제 중 하나다. 급등락 없이 일정한 가격선 안에서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한다. 가격을 끌어올릴 만한 호재와 하락 요인의 악재가 시소게임을 벌이기 때문이다. 깡통 전세에 대한 두려움으로 집을 사려는 세입자나 저금리로 매매로의 유입을 기대하고 있긴 하지만 학부모들은 학군 프리미엄을 누리기 위해 매매를 서두르지 않는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우수학군 주변은 낡은 아파트가 많다”며 “길어야 3년 산다고 생각하는데 상대적으로 무리해서 강남까지 가려 하거나 매매의 부담을 가지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수학군 단지가 환금성이 높고 가격 상승여력이 있다는 것은 예전 이야기”라며 “전세수급 불균형은 심해지고 월세 전환으로 전셋값이 상승하는 구도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통 명문 ‘대치동’ 학군에 차마 입성하지 못한 학부모들과 교육계의 경쟁은 전국의 학군 전세시장을 새롭게 형성하고 있다. 학군이 먼저인지 부동산이 먼저인지의 우문에 앞서 생각해야 할 게 있다. 고스펙과 학벌주의에 갇힌 대한민국의 학구열에 발맞춰 풍부한 교육과정을 개설하는 학교와 학원가들의 경쟁은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입시전쟁의 고리를 강화했다. 맹모(孟母)들을 ‘매력적인’ 학군으로 끌어들이며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에 가세하고 있다. 방학 때 한창 바쁘던 전세문의와 본격적인 이주도 슬슬 마무리돼간다. 신흥 대치동들이 더 생길지는 내년 이맘때 다시 지켜볼 일이다. “아이가 행복해 하는 곳이면 돼요”는 이제 옛말이 돼간다.

- 글 박지현 월간중앙 기자[centerpark@joongang.co.kr] / 사진 지미연 객원기자[agadis@joongang.co.kr]

201503호 (201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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