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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 ‘격돌하는 국민’에서 ‘함께하는 시민’으로 

 

“이 글은 내가 진짜 시민인지를 자기 검열한 고백이다. (…) 서로 어울리지 않는 글들이 마치 여름 화단에 제멋대로 피어난 꽃과 야생풀처럼 뒤엉켜 있을 것이다. 실은 그게 내면의 진짜 모습이고, 결핍된 시민성의 현주소다.”

사회학자 송호근 교수의 반성에 가까운 고백이 낯설다. 담담하게 적어 내려가는 일상에는 자성의 목소리가 짙다. 아내의 화단에 핀 꽃 이름을 매번 잘못 부르고 가족의 의사를 묻지 않고서 이사 갈 새집을 결정하는 등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자신을 꾸짖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지켜 보며 “이성과 지식이라는 견고한 철옹성을 벗어나 신심의 영역으로 옮겨갈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기도 한다. 그간 냉철한 시각으로 사회비평의 새 문을 열어젖혔던 저자가 맞는가 의심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저자의 고백은 한국사회의 숱한 문제까지 끌어들인다. 문제의 핵심은 ‘공공성의 부재’다. 우리가 ‘국민’인가, ‘시민’인가 하는 기점에서다. 시민성의 결핍은 공존의 윤리와 책임의식을 배우고 체득할 기회를 갖지 못한 굴곡진 성장사에서 비롯됐다. 국권 상실, 분단과 전쟁, 군부독재 등으로 이어진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은 정상적인 근대 시민사회를 구축할 기회를 놓쳤다. 온 나라가 ‘잘살아보세’ 운동에 매진하던 ‘국민의 시대’를 거치는 동안 몸에 익은 것은 성공과 출세의 논리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 윤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각성하던 시민들을 다시 ‘국민’으로 귀속시켰던 것은 ‘국가개조!’라는 저 강력한 발언이었다. (…) 사태 해결의 책임과 권리가 국가에 양도된 지금 시민은 그냥 관객이다. (…) 우리는 아직 국민의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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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호 (201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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