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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화제] 최경환 VS 유승민, TK목장의 다음 주인은? - 둘을 더하면 완벽, 운명적으론 길항관계 

최경환은 애로사항 수렴창구이자 ‘경청’의 정치철학 소유자 ... 유승민은 생각하고, 공부해서 포석하는 프로 기사형 정치 스타일 

서상현 매일신문 정치부 기자

▎1.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자신의 이름을 딴 ‘초이노믹스’에 걸맞은 경제적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2.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1년 임기 내에 공무원연금 개혁,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등 이익이 충돌하는 쟁점 현안을 다수 처리해야 하는 입장이다.
정가는 ‘포스트(Post) 박근혜’를 이야기할 때마다 목을 빼고 TK(대구·경북)쪽을 바라본다. TK의 신(新)맹주 자리에 누가 오를 것인지가 하나의 관건으로 작용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혹자는 “금메달도 따본 사람이 다시 딴다. TK는 정권 창출의 DNA를 가진 곳”이라 했다. 왜 TK의 맹주를 궁금해 해야 하는지 이 한마디로 정리된 셈이다.

18대 대선 직후, TK는 다시 “정권 재창출은 우리 덕”이라 했다. 3072만1459명이 투표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577만3128표(51.55%)를, 민주통합당(새정치민주연합 전신) 문재인 후보가 1469만2632표(48.02%)를 얻었다. 두 후보의 표차는 108만496표였다. 대구와 경북을 합한 TK의 투표수는 329만5928표 중 박 후보에겐 264만2953표(80.19%)를 몰아주더니, 문 후보에겐 62만5693표(18.98%)가 돌아갔다. 말 그대로 투표율 80%, 득표율 80% 이상을 몰아준 셈이다. 두 후보의 전국 100만 표차는 TK의 일방적 몰표에 힘입었다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박근혜 정부가 탄생하고선 TK의 신맹주로 대구에선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이, 경북에선 최경환 의원(경산·청도)이 주목받기 시작한다. 원조 친박계의 핵심이었거나 핵심이라는 점, 정계 위스콘신학파로 경제통이라는 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시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발탁됐다는 점이 닮았지만 두 사람의 성향은 확연히 컬러부터가 다르다.

유 의원은 집권여당 새누리당의 원내 수장, 최 의원은 정부의 경제 수장이지만 맹주라는 저울에 달아보면 유승민 원내 대표 쪽에 조금 더 기운다. 물론 지난해까지는 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더 무거웠다. 정치는 생물이고 둘은 큰 과제를 풀어야 한다. 저울의 균형추는 언제든 뒤바뀐다. 의심의 여지없이 냉정하고 잔인하게 말이다.

현 시점에서 언론과 여론의 주목도는 정부보다는 당(黨)으로 쏠려 있다. 권력의 속성이 그렇다.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 총선까지 1년, 대선까지 3년 남았다. 당은 총선 승리를 위해 신발 끈을 조여 맬 때이고, 잠룡은 기지개를 켜며 등장해야 할 때가 올해다. 큰 선거가 없어 조용할 것 같지만 권력을 쥐려는 내부에선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7월 우리나라의 경제 컨트롤타워 자리에 앉았다. 과거 어느 정부에서도 그 예를 찾을 수 없는, 자신의 이름을 딴 ‘초이노믹스’(Choi-nomics)도 등장했다. 보통은 정부의 명칭을 활용하는데 그만큼 최 부총리의 상징성이 크다는 방증이었다. 초이노믹스는 ‘재정을 풀어 내수를 활성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2월 집권여당의 원내 사령탑으로 선출됐다. “총선 승리를 위해 이대로는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정치의 중심은 당과 국회가 되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하면서 당심을 얻었다. 본인은 그렇지 않다지만 당이 김무성 대표와 유 원내대표의 비박계 체제로 전환됐다는 게 정설이다. 정가에서 전략기획 분야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둘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시원시원함 VS 주도면밀함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 선거캠프에 모여 필승을 결의하는 새누리당 대구·경북 의원들.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지역의 유력 정치인이 총출동했다.
“8개월이 지난 부총리와 한 달이 갓 넘은 원내대표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한쪽은 볼 것을 봤고, 다른 한쪽은 볼 것이 남았다. 지는 해와 뜨는 해, 실점만 하는 분과 득점 가능성이 큰 분 등으로 표현하곤 하는데 어쩔 수 없는 권력의 본질이고 또 생리다. 문제는 최 부총리가 유 원내대표에 앞서 원내대표를 지낸 바 있다는 것이다. 19대 국회 두 번째 원내대표와 네 번째 원내대표로서만 비교해도 둘은 크게 다르다는 인식이 (의원들 사이에선) 분명히 있었다. 그걸 헤집고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서 TK 의원들을 만날 때마다 두 원내대표 체제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대화 속에서 넌지시 물었다.

“의원총회가 다르다. 최 원내대표 땐 다분히 형식적이었다. 본회의 앞두고 30분, 토론한다며 1시간… 그것도 모두에 당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당 사무총장 인사말 다 하고 나면 정작 자유토론에 나서는 분들은 두세 분? 연단까지 나가는 그 와중에 ‘짧게 하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어야 했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의총(2월 28일 일요일 밤 김영란법 관련 정책의총)에서 보듯 지도부는 함구하고 언로를 열었다. 서른 몇 분이 자유토론을 했는데 빠져나가는 사람이 없었다.”(대구 출신 초선의 권은희 당 대변인)

“최 원내대표는 시원시원한 스타일이었다. 말하면 시원하게 들어주고 말도 시원하게 뱉고. 그래서 좀 틈이 있어 보이는 스타일이라면, 유 원내대표는 실수가 없는 스타일 같다. 주도면밀하게 공부하고 지르는 스타일? 색깔이 많이 다르다.” (경북 출신 재선의 이철우 의원)

“둘 다 경상도 기질을 갖고 있지. 남자답고, 화통하고. 최 원내대표는 좀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느낌이라면 유 원내대표는 탱탱하면서…. 최 원내대표는 언론이 보이지 않는 쪽에서 잘 하신 부분도 많고 그래서 점수를 박하게 받은 게 사실이다. 유 원내대표는 하나하나 풀어가고 있다. 기대가 크다.”(경북 출신 재선의 강석호 당 제1사무부총장)

어떤 정치를 추구하느냐에 따라 의원들의 평가는 뉘앙스가 달랐다. 누구는 그 점을 싫어하는데 누구는 이해했고, 그 반대도 있었다. 일부는 ‘청와대에 너무 끌려 다녔다, 당의 생산품은 없었다’는 지적으로 최 부총리를 겨눴고, 일부는 당을 희생해 최 부총리가 살 길을 찾고 있다며 혹독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반대로 “최 부총리가 원내대표를 맡았던 시기는 청와대와의 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했던 시기로 청와대 하달성 이슈 생산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었다고 대변하는 의원도 있었다.

하지만 TK의 맹주로서 가져야 할 ‘당내 세력분포’로 넘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13년 5월, 최경환 원내대표 후보는 이주영 후보에게 ‘8표 차’로 어렵게 이겼다. 당시 소속 의원 154명 가운데 146명(94.8%)이 투표했고, 최 원내대표-김기현 정책위의장 조는 77표(52.7%), 이 원내대표-장윤석 정책위의장 조는 69표(47.3%)를 얻었다. 박근혜 정부 1년차, 친박의 대대적인 지원이 있어 압승을 점쳤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TK 일부에선 우스갯소리로 최 원내대표를 “팔표”라 부르기도 했다.

최경환 키즈와 유승민 키즈의 차이


▎지난 2월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유승민(오른쪽) 의원과 원유철 정책위의장 당선인이 의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지난 2월, 유승민 원내대표-원유철 정책위의장 조는 이주영-홍문종 조를 84 대 65표로 눌렀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내려놓은 이 의원을 두고 “참된 공직자상”이라 치켜세우고 얼마 뒤 이완구 원내대표를 국무총리로 지명하면서 정치권은 이 의원이 ‘박근혜 후광’을 입고 당선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공통점은 결과가 ‘예상 밖’이었다는 점이고, 차이점은 둘을 지지한 ‘의원의 수(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병풍 속에서도 최 부총리는 고전했고, 친박 울타리 밖에서도 유 원내대표는 홀로서기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최경환 키즈(Kids)’와 ‘유승민 키즈’의 차이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경환 키즈는 일부 초재선 친박계 의원과 자신이 원내대표일 당시 뽑은 원내 부대표단이 있다. 원조 키즈는 김재원·윤상현·박대출·서용교 의원 등 5∼6명이 거론된다. 당시 최 부총리가 뽑은 원내대변인단과 원내부대표단은 요즘에도 정기적으로 만나 최 부총리와의 관계를 끈끈하게 이어간다. 한 참석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얼마 전에도 여의도 인근에서 모였다”고 했다. 최 키즈의 공통점은 19대 총선을 앞둔 공천정국 때 최 부총리의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의원들이란 것이고 19대 국회에서도 의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정기모임에서 건배사로 ‘최경환 사이다’를 외친다. 사이다는 ‘사랑합니다. 이 한 몸 다 바쳐서’의 줄임말이라 한다.

친박계 사정에 밝은 여권 인사는 “최 부총리가 원내대표로 나왔을 당시 정가에선 ‘최 부총리의 의지이기보다는 VIP의 의중’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당연히 이기는 싸움이었고, 키즈도 크게 움직이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당내에서는 설사 키즈가 움직였다고 해도 표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란 수군거림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유승민 키즈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윤곽을 확실히 드러냈다. 대구에서는 김희국·김상훈·홍지만 등 대부분의 초선 의원들이, TK 외곽에선 김세연·민현주·이종훈 의원 등이 지난해부터 원내대표 경선을 도왔다. 당내 유승민 지지세력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위스콘신대 출신 일부, 유 원내대표와 국회 국방위원회에 몸담았거나 그가 이끈 사회적경제특별위원회 멤버 등 20명 정도다. 이들은 유 원내대표가 자리에 없어도 자기들끼리 시시때때로 만나 표를 분석하거나 현안을 공부하는 등 능동적으로 대응해왔다. 의원 한 명 당 두 의원의 마음을 얻어오자는 다단계 전략으로 경선에 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건배사는 없다. 유 원내대표는 그런 표현을 극히 싫어한다는 후문이다.

앞서의 친박 인사는 “공천에서 빚진 마음으로 충성을 이야기한다면 유효기간은 다음 총선까지다. 반대로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다가 가까워진 관계에는 그 마음을 거둬들일 절박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두 분 다 어느 정도의 당내 세력을 가진 만큼 성장의 버팀목은 가지고 있다. 무엇으로 더 뻗어나갈 것인가가 문제”라고 했다. TK 정치권에선 77표(최)와 84표(유)의 차이는 TK에서의 이탈표와 무관치 않다고 해석한다. 두 사람 다 TK에서 몰표를 받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를 봐선 TK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에게 더 우호적이라는 분위기를 숨기긴 어렵다.

TK를 보수 꼴통이라고들 한다. 여러 이유가 있다. 무조건 새누리당, 묻지마 박근혜, 호남은 빨갱이, 잘하지 못해도 잘못해도 감싸안기 등등. 하지만 TK는 어느 지역보다 소문에 민감하고 도덕성을 우선으로 여기며 구설을 배척한다. 좋게 말하면 선비, 양반의 기질이요, 나쁘게 말하면 선비짓, 양반 놈 기질이다.

겉으로만 ‘편안한 사이’


▎지난해 11월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이 열리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오른쪽)와 유승민 의원.
구설에 있어선 최 부총리가 더 시달렸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최 부총리는 ‘최재오’(최경환+이재오)였다. 권방호(권영세+이방호), 유종복(유정복+정종복)이 같이 회자했는데 이유는 18대 총선에서 친박계 공천학살(?)의 주인공이 이재오·이방호·정종복이었다면, 19대 총선 공천은 최경환·권영세·유정복이 권력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당시 친이계 정두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모처럼 기자실에 들렀더니 공천 얘기로 수군수군. 2000년 이회창 시절로 돌아간 공천이라는 둥, 최재오 권방호가 다한다는 둥”이라 썼다.

총선이 끝난 얼마 뒤 유 원내대표는 정치부 기자들과 사석에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잘못된 보좌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다시 ‘최재오’가 등장했고, 일부 언론이 ‘문고리 3인방’과 ‘십상시’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 연유에선지 둘은 알게 모르게 기싸움 내지는 신경전을 펼친다. 최 부총리가 공개적이고 공세적이었다면 유 원내대표는 수세적 입장에서 당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2014년 대구시장 선거를 앞두고 당시 최경환 원내대표는 TK지역 방송·신문사 보도국장단, 편집국장단과 식사를 하면서 “(지금 뛰고 있는) 예비후보들의 중량감이 고만고만해서 더 뛰어난 인물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 대구 MBC 보도로 알려진다. 당시 예비후보군에는 3선의 서상기, 재선의 조원진 현역 국회의원이 뛰고 있었고 재선을 지낸 주성영 전 의원과 지자체장 재선을 지낸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권영진 전 국회의원이 나선 상태였다. 당시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할 자리에 있었던 최 원내대표의 이 ‘거물급 차출론’은 유 원내대표를 향했고, 유 원내대표의 경북고 동기동창인 주성영 전 의원은 즉각 성명을 내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지역 정치권에선 최 원내대표가 경쟁자인 유 원내대표를 대구에 앉혀놓으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최 부총리와 유 원내대표를 만나 직접 둘은 어떤 관계인지 물었던 적이 있었다. 답은 같았다. 세간의 해석이나 평가와는 달리 “편안한 사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빚어지는 현상은 답과 다르다. TK에서 둘은 정상에서 최정상으로 가는 길목에선 경쟁자다.

언론의 조명 밖에서 둘의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

최 부총리는 ‘회의론자’(?)다. 장관 지명 전 최 부총리는 매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보좌진과 짧게든 길게든 회의를 가졌다. 지역 현안에서 정치권 이슈에 대한 해석과 대응까지 주제는 한정되지 않았다. 최 부총리의 큰 힘은 ‘경청’이라 한다. 2007년 대선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 경선 캠프, 2012년 박근혜 후보 선대위에서 “캠프 관계자의 애로사항은 모두 ‘최경환 창구’에서 수렴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현재 청와대 관계자)는 말도 나왔다.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 최 부총리는 별로 인기가 없는 편이다. 즉답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피한다. 변화무쌍한, 해석하기에 따라 각양각색에 갖다 붙일 수 있는 문장을 구사한다. 일부 기자를 편애(?)한다는 말도 있다. 2007년 경선 때에는 “여기자들이 박 후보를 마크해서 저쪽(이명박 후보)보다 힘이 덜 실렸다”는 발언을 해 여기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유 원내대표는 ‘숙고론자’(?)다. 몇 수를 내다봐야 직성이 풀리는지 유 원내대표는 깊게 생각하고 공부하고 예측한다. 원내대표 한 달 남짓한 기간, 유 원내대표는 의원실에서 대부분의 식사를 해결했다. 현안을 완전히 체화한 뒤 발언하는 유형이다.

두 사람을 딱 반반씩 섞어놓았으면

3월 10일 한국노총 창립 제69주년 기념식 및 후원의 날 행사에서 이병균 한노총 사무총장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원고 한 장 없이 축사를 하는데 내용이 알차고 아주 논리적이었다. 아주 인상 깊었다”고 평가했다. 유 원내대표를 잘 아는 인사들은 “유 원내대표가 자신만의 분명한 소신, 원칙이 있기 때문에 다소 차갑게 비쳐지는 부분이 있다”며 “가까워지기까지가 어렵지 그 속에 들어가면 아주 뜨거운 사람임을 알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원내대표 경선에서 유 원내대표를 지원한 한 초선 의원은 “생각보다 당내에 ‘유승민’이란 의원을 모르는 분이 많았다. 최 부총리는 대선 때부터 이름이 오르내려서인지 당내 인지도가 높았는데 유 의원은 거의 바닥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2014년 4월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기득권 내려놓기의 상징이었던 기초공천 폐지 공약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왜 대선공약 폐기를 여당의 원내대표(최경환)께서 대신 사과하시는지요. 충정이십니까, 월권이십니까”라고 말했다. 이때 최 부총리가 “너나 잘해”라고 고함을 질러 논란이 크게 인 적이 있다. 반면 유 원내대표는 이런 류의 감정적 대응이 없었고 관련한 구설도 거의 없다. 싫든 좋든 최 부총리를 향해선 많은 수식어가 붙고, 유 원내대표에겐 이렇다 할 별칭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 부총리, 유 원내대표와 모두 가까운 한 의원은 이런 말을 들려줬다.

“솔직히 말하면 누가 더 좋다 안 좋다로는 말하기 어렵다. 장점과 단점이 분명한 사람들이고 좋고 싫고가 명확한 사람들이다. 의원들은 이런 말을 한다. 둘을 딱 반반씩 섞어 놓으면 좋겠다고. 최 부총리는 공개석상에서 보듯 말본새가 어눌하고 교과서처럼 보고 읽는다는 점에서 대중 소구력이 아주 약하다. 반면 두루두루 친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유 원내대표는 깎아놓은 듯 반듯하고 말이 유려하며 동문서답이 없다. 오히려 질문보다 그 답이 훌륭할 때가 많다. 자기 콘텐트가 분명하다. 하지만 정치는 주고 받는 것의 과정인데 유연함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너무 똑똑해서 나만 손해 볼 것 같은 느낌? 그렇게 이야기하는 분이 생각보다 꽤 많다.”

최 부총리는 ‘초이노믹스’의 성공 여부가 관건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담보인정비율(LTV) 완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 정책, 한국판 뉴딜정책, 최저임금 인상 등등 경제적으로 보이는 정치 정책에 대한 평가가 곧 나온다. 지금까지의 정치적 스펙을 자기 스스로가 아닌 누군가가 그려줬다는 게 한계라면 한계다.

유 원내대표는 그간 당이 펼쳐놓은 갖은 숙제를 온전히 해결해야 한다. 연말정산 대란, 공무원연금 개혁, 건강보험료 체제 개편 등에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사드) 해법도 발등의 불이다. 정치의 무게추를 당으로 옮겨오는 데 성공했다면 성과를 내야 한다. 개혁적 이미지를 이어가려면 지금과는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 그 첫 과제는 선거구 재획정을 핵심과제로 한 정치개혁이다.

둘은 새누리당의 텃밭인 TK에서 내리 3선을 했다. 온실에서 컸고 모험은 없었다. 최 부총리가 기획재정위를 고집했다면 유 원내대표는 국방위를 고수해 왔다. 새누리당이라는 큰 생태계를 장악한 김무성 대표는 백전노장 이미지에다 YS 상도동계에 뿌리를 둔 민주화 세대다. 둘은 어떻게 대어(大漁)급으로 커 나갈 것인가.

- 서상현 매일신문 정치부 기자

201504호 (201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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