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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포커스] 정동영 탈당의 셈법 - 다야(多野) 구도 속 무당파 파고들면 기회 온다? 

당내 입지·활로 좁아지자 네 번째 탈당 ‘마지막’ 승부수… ‘국민모임’ 참여 후 신당 창당 박차, 4·29 보선이 1차 시험대 

온종훈 서울경제 정치전문기자
제17대 대선후보를 지낸 정동영(62)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1월 11일 또 탈당했다. 정 전 의원의 탈당은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던 2003년, 대선 국면이던 2007년,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했던 2009년에 이어 네 번째다. 정치지형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탈당은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해석도 있다. 당 안팎에서는 정 전 의원의 탈당을 ‘찻잔 속의 태풍’으로 평가절하하면서도 향후 정국이 1여(與) 다야(多野) 구도로 전개될 경우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정동영 전 새정치연합 의원이 1월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과 함께 야권 신당에 합류한다고 발표했다. 정 전 의원은 “이 길만이 정권교체를 위한 가장 확실한 길로, 제 정치 인생의 마지막 봉사를 이 길에서 찾겠다”고 밝혔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4·29 보궐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등 여의도 정가의 움직임이 바빠진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따라 통진당 소속 의원들이 의원직을 상실한 서울 관악을(乙), 경기 성남 중원, 광주 서을, 인천 서구·강화을 4곳의 보궐선거에 나설 채비를 하는 사람들과 선거의 승리전략을 짜는 각 당 지도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보선은 당초 3곳으로 예상됐으나 안덕수 전 새누리당 의원의 선거사무소 회계책임자가 3월 12일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음에 따라 4곳으로 늘었다.

2016년 4월 총선까지 재·보선 등 정치 이벤트가 없을 것으로 봤다가 돌발적으로 생긴 선거이기는 하지만, 정치적 의미만은 과거 어느 재·보선 못지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치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여야 모두 취하기도, 버리기도 힘든 ‘계륵(鷄肋)’으로 보는 복잡한 심경 속에서 선거를 준비해가고 있다.

4·29 보선 결과에 따라 새누리당은 ‘경제 골든타임’이라는 일련의 정책 드라이브가 타격을 받거나 아니면 바닥권으로 추락한 국정추진동력을 재장착할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다는 점 등 극단적인 ‘양가(兩價)감정’을 갖고 선거에 임하고 있다. 겉으로는 “다 잃어도 본전”이라고 하지만 보선을 가벼이 볼 수만은 없는 처지가 된 것은 분명하다.

4곳 가운데 인천 서구·강화을을 제외한 3곳이 야권 강세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선거 결과가 패배로 나올 경우 청와대 비선(秘線) 논란과 인사 무능 비판을 받아온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 현상은 가속화되고 여권 내부의 권력 축은 청와대로부터 새누리당으로 급속하게 이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김무성 대표-유승민 원내대표로 이어지는 현 지도체제도 타격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4·29 보선은 새정연 등 야권에 미치는 파장이 훨씬 클 것이라는 것이 정가의 일치된 관측이다. 2·8 전당대회를 통해 문재인 대표체제가 구축된 뒤 정당 지지율의 반전 계기를 마련한 새정연 입장에서는 보선에 온 신경이 집중돼 있다. 이미 야권발(發) 정계개편이 시작된 데다 그 후폭풍에 따라 차기 집권 가능성이 급속하게 추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판세나 구도로 보면 제1야당 입장에선 어느 한 곳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그래서 자칫하면 전패할 수 있다는 새정연의 두려움은 일반의 상상 이상이다. 양승조 새정연 사무총장조차 “미니 선거인 만큼 의미를 과대하게 부여해선 안 된다”며 미리 한 발 빼는 모양새다. 선거전이 본격화되지 않았음에도 아예 선거 목표를 ‘1석 이상 승리’로 잡는 것만 봐도 새정연 지도부가 겪고 있는 고민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

전패 위기감에 휩싸인 제1야당


▎민주통합당 관계자들이 2012년 2월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미 FTA 발효 절차를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 정세균 상임고문, 한명숙 대표, 정동영 상임고문, 박지원 최고위원.
새정연의 고민은 이번 보선이 과거 선거처럼 여야 1대 1 구도로 선거전을 치를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 있다. 이미 문 대표가 “명분 없는 야권연대는 없다”며 선을 분명히 그은 데다 정치·사회적 분위기가 정의당 등과의 연대조차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양 총장은 “정치는 생물”이라며 야권연대와 선거연대가 절대불가는 아니라고 여지를 남겨두고 있지만 어떤 형태의 연대도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설사 야권연대를 성사시킨다 해도 이것이 표와 연결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이번 보선의 특징이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문재인·안철수 단일화의 사실상 실패 등의 경험 이후 야권연대를 정치공학적 차원으로 보는 유권자가 많아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결국 야권연대의 실익이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판세 구조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논리적 연역이 가능하다.

이 같은 틀을 만드는 데 중심에 있는 인물이 정동영(62) 전 새정연 의원이다. 그는 새정연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에서 대선후보를 지냈으며 새정연에서 상임고문으로 있다가 지난 1월 탈당해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국민모임)’에 합류했다.

그가 주도하고 있는 ‘국민모임’은 4·29 보선 후보공천계획을 추진하는 등 사실상 야권 신당으로서 실체를 갖춰간다. ‘국민모임’은 보선에서 야권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벌써 정 전 고문과 가까운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새정연을 탈당, 무소속으로 광주 서을에서 출마를 공식화했다.

여기에다 정 전 의원도 관악을에서 출마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될 경우 경기 성남 중원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새누리당까지 포함해 새정연 입장에선 보선 네 지역 모두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국민모임’에서 정 전 의원의 실질적인 역할은 보선 공천작업을 진행하는 인재영입위원장이다. 본인이 직접 출마할지는 미지수다. 보선 등록기간인 4월 9일 이전까지는 쉽게 출마카드를 꺼내들 것 같지는 않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야권 내의 비판, 또 그중에서도 오래 몸담아왔던 새정연 내의 비판 세력에 대한 반대논리를 좀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출마할 경우 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부담도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이 지난 1월 새정연 탈당을 감행함에 따라 그의 정치행로에서 마지막 도전에 나섰다고 보는 것은 상식이다. 문재인·박지원·이인영 의원 등 2·8 전당대회 당시 당권주자들의 만류가 있었지만 그는 끝내 탈당을 감행했다. 대선후보까지 지낸 데다 사실상 ‘국민모임’을 만든 주역이기 때문에 정 전 의원이 다시 새정연으로 돌아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 전 의원이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보는 게 정치권의 일치된 생각이다.

MBC에서 정치부와 사회부 기자로 경력을 쌓은 정 전 의원은 로스앤젤레스(LA) 특파원을 거쳐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으면서 기자 생활의 정점을 찍었다. 그가 정치인으로 변신한 것은 1996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해 당 대변인 역할을 맡으면서부터다.

그해 4월 실시된 제15대 총선에서 그는 자신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전주 덕진에서 출마해 89.9%라는 경이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16대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서 재선된 그는 정치적 무게를 더해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에까지 나선다.

정 전 의원은 정계 입문 후 줄곧 몸담았던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해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 후 창당된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열린우리당에서는 현재의 당대표 격인 당 의장을 맡아 2004년 17대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하며 노무현 정부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한때 천정배 장관과 신기남 의원 등과 함께 ‘천·신·정’으로 불린 그는 열린우리당의 주류였으며 2004년부터 통일부 장관을 2년 동안 역임한 뒤 열린우리당으로 돌아와 다시 당 의장을 맡았다. 그러나 2006년 5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참패하면서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정 전 의원은 1년 뒤인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로 나섰으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500여 만 표차로 대패하면서 정치 인생에서 가장 쓴맛을 보게 된다.

루비콘강 건너며 마지막 도전

대선을 기점으로 그의 정치 행로는 대체로 내리막이었다. 2009년 4월 재·보궐선거 당시 민주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자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나서 전주 덕진에서 당선된다. 앞서 2003년 새천년민주당 탈당, 2007년 민주당 탈당이 있긴 했지만 야권 내의 정치지형의 변화에 따른 것이었기 때문에 불기피한 것으로 받아 들여진다.

따라서 2009년 탈당을 그의 첫 탈당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 전 의원은 이듬해 2월 민주당에 복당했고 민주통합당과 새정연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는 2012년 19대 총선 낸 서울 강남을에서 관료 출신의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에게 패배하고 만다. 그래서 그런지 같은 해 치러진 18대 대선 과정에서는 큰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두 번이나 역임하고 2007년 대선후보로까지 나선 만큼 새정연 내에는 ‘정동영계’로 알려진 인사가 상당수 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이 당의 중심이었던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인 데다 이후 야권 정치지형의 급격한 변화 때문에 그들이 당장 세력화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전 의원과 가까운 새정연 내 일부 인사는 그의 탈당과 관련해 “당의 고려와 대접이 부족했다. 정 전 의원의 불만이 많을 것”이라는 동정론과 함께 추가 탈당을 경계하면서도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일각에선 탈당 시기가 2월 전당대회 직전이었다는 점을 들어 “당에 침을 뱉었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새정연의 현 골격이 유지되는 한 정 전 의원의 복당(復黨)이 허용되는 일이 없을 것으로 보이며 ‘국민모임’ 참여는 그의 정치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에 가깝다.

정 전 의원을 비판하는 세력들은 그의 정치지향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는 야당의 정치지향을 보다 진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진정성도 없어 보이고 시대정신과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정 전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오랜 고민 끝에 새정연을 떠나 ‘국민모임’의 시대적 요청에 동참하기로 했다”며 “새정연은 중산층이 아닌 중상층(中上層)을 대변하는 새누리당 따라 하기를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민모임’에서 백의종군하면서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후 언론인터뷰 등에서 정 전 의원은 “과연 새정연을 통해서 집권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와 함께 정권 교체가 된다고 해도 뭐가 달라지겠나 하는 근본적 의문을 제시한 분이 많았다”며 정권교체를 위한 제1야당의 교체를 신당의 명분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신당의 정치지향을 “새정연과 진보정당들 사이”라며 소위 ‘좌클릭’ 방안을 제시했다. 정의당과 노동당 등 기존의 진보정당보다는 우측에 있으나 새정연에 비하면 지향점을 좌측에 두겠다는 것이 정 전 고문과 ‘국민모임’의 정치비전이다.

그러나 ‘국민모임’의 이런 정치지향에 대해 새정연 내 인사들은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들은 2013년 4월 9일 80여 일의 활동을 통해 나온 대선평가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를 둘러싼 새정연 내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보고서는 새정연의 전신인 민주당의 결정적 패인은 문재인·안철수의 단일화 실패와 선거운동의 지향을 ‘좌클릭’으로 잡은 데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패를 가른 50대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게 된 주요 원인으로 ‘좌클릭’에 따른 불안심리가 확산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당시 대선평가위는 “서민층의 지지기반을 회복하기 위해 ‘좌클릭’이 아닌 중도노선의 실사구시 정책이 요구된다”고 결론지었다.

이를 바탕으로 정 전 의원 비판론자들은 ‘국민모임’의 ‘좌클릭’이 정권교체를 위한 대안이라기보다 새정연과의 차별성 강조를 위한 정치공학적 접근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일부 인사는 정 전 의원의 과거 행적이나 언급 등을 봐도 신당의 정치지향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또 문재인 대표체제의 최대 한계와 과제가 ‘친노 프레임’의 극복인데 이 같은 ‘국민모임’의 좌클릭으로는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좌클릭’, 유권자에게 먹힐까


▎18대 총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정동영 후보(오른쪽)와 정몽준 후보가 경문고에서 열린 동작구 조기축구대회에 참석해 시축(始蹴)하고 있다.
이 같은 방향설정은 정치 어젠다로서도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된다. 정치 어젠다는 확장성이 있어야 하는데 ‘좌클릭’으로는 제1야당은커녕 대중 정당으로도 거듭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판론자들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천 전 장관이 ‘국민모임’에 합류하지 않고 선거연대 등의 형식 등을 통해 거리를 두는 것 등을 포함해 ‘국민모임’에 합류하는 인사들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것을 이 같은 추정의 ‘방증’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주장들을 요약하면 신당의 정치지향으로는 보선에서 승리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정 전 의원이 이끄는 ‘국민모임’에 돌파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각종 여론 조사결과는 새누리당의 저조와 새정연의 약진, 특히 차기 대권주자인 문 대표의 지지도 상승이 두드러진다. 문 대표체제를 태동시킨 2·8 전당대회의 컨벤션효과가 일정 정도는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다 여야 모두 차기 대선주자가 마땅치 않은, 대안 부재 현상이 장기화 되면서 비교우위를 확보한 문 대표 지지율이 30%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간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동시에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파(無黨派)’가 30% 안팎인 것으로 나타난 결과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유권자의 기성 정치혐오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 여의도 정치에 대한 거부감이 높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물론 이것이 4·29 보선 등 당장의 투표 결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제 3의 정치세력의 출현을 기대하는 유권자가 전체의 3분의 1에 가깝다는 것은 ‘국민모임’에는 희망이 될 수 있다.

호남정신 지나치게 강조하는 건 자승자박


▎정동영 제17대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2007년 12월 7일 전주 유세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홍준표 경남지사가 최근 한 언론인터뷰에서 밝힌 정국관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찌감치 2017년 대선 출마의사를 밝힌 그는 현재의 국면을 야당 유력후보의 지지가 급상승하고 있음에도 여권에서는 뚜렷한 차기 주자가 부각되지 않는 2002년 대선 상황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럼에도 새롭고 분명한 정치 어젠다를 내놓은 노무현 후보가 대선에서 역전한 점을 주목했다.

그는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을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의 대립의 시대가 가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 같은 이념의 통합과 지향의 통합을 지향하는 사람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비록 여당 인사의 지적이지만 이를 준용(準用)하면 ‘국민모임’의 ‘좌클릭’ 지향은 거꾸로 가고 있는 느낌이다.

순전히 정치적 상상이지만 문재인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그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원직을 내려놓지 않고 대선후보에 나선 것이나, 이후 당권 도전에 나선 데는 이른바 ‘정동영 모델’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당의 대선후보로 나선 사람의 대선 이후 정치 행보에는 제약이 많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의 교두보를 남겨두지 않고는 선거 패배 이후의 정치생명을 살려가기 어렵다는 우리 정치 현실이 문 대표의 최근 정치적 선택에 작용했을 것이다.

차례로 대선후보에 나섰지만 패배한 정동영·문재인 두 사람의 정치 행보의 가장 큰 차이점은 확장성이다. 호남, 그것도 전북지역에 다분히 방점이 찍힌 정 전 의원에 비해 문 대표는 영남 출신인데도 호남에서 강세를 보이는 정당의 대표다. 과거 ‘노무현 방식’의 성공사례를 새삼 언급하지 않더라도 확장성과 발전가능성은 문 대표가 훨씬 뛰어나다.

특히 새누리당 최초로 호남 지역의원이 된 이정현 의원의 케이스나 영남에서 최초의 새정연 국회의원에 바짝 다가선 김부겸 전 의원 등으로 상징되는 ‘탈(脫)지역구도’는 내년 총선에서 구체적 결실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4·29 보선에 나서는 ‘국민모임’은 ‘호남정신’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퇴행성을 보이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최근 지역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전북과 호남의 야권 지지자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정권교체지만 이대로 있으면 정권이 과연 저절로 올 수 있는지 고민했다”고 탈당 이유를 밝혔다. 정권교체의 명분을 영남과 호남의 지역 대결구도로 오히려 축소·한정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 전 의원과 가까운 천 전 장관 역시 “4·29 보선에 따라 호남 민심이 움직이면 새정연이 주도하는 현 야권구도는 바뀔 수 있다”며 호남 민심에 호소하고 있다. 정 전 고문과 천 장관, 그리고 ‘국민모임’의 다음 타깃은 2016년 총선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같은 호남 민심에 대한 지역주의적 지향은 이번 보선 결과는 물론 다음 총선에서 역풍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정 전 의원의 ‘종착역’이 궁금하다.

- 온종훈 서울경제 정치전문기자

201504호 (201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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