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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그림을 읽다] 키스, 닿을 수 없는 존재와의 만남 - 영혼을 향한 대화를 원한다면 키스하라! 

열정과 애절함, 잔잔한 평화… 사랑의 모든 형태를 담아낸 가장 순수한 상징 

정여울 문학평론가
카프카는 속삭인다. 어떤 사람이 비수처럼 느껴질 때, 날카로운 것으로 당신의 마음을 마구 휘젓고 가슴을 에이게 한다면, 당신은 그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라고. 입 맞추는 연인들의 표정은 행복해 보일 때도 있지만 때로는 비탄에 잠겨 있을 때도 많다.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아름다운 입맞춤의 표정은 하나같이 깊은 슬픔을 담고 있거나 미지의 존재를 향한 신비로운 호기심을 담고 있다. 키스는 그 몸짓의 주인들만이 느낄 수 있는 은밀한 감정의 메신저다. 귀가 아닌 입술에 전해지는 귓속말이 바로 키스이므로.

서로를 깊게 포옹하며 마치 이것이 마지막 키스인 듯 절절한 기운을 뿜어내는 이 두 커플의 모습은 은밀한 격정을 품고 있다. 비밀스러운 사랑을 나누는 듯한 두 연인은 이제 막 안타까운 작별의 키스를 나누는 듯 보인다. 남자의 한쪽 다리는 계단 위에 다급한 듯 살짝 걸쳐져 있는데, 그는 급히 떠나야만 하는 상황에서 차마 그냥 갈 수 없어 그녀에게 입을 맞추는 것처럼 보인다. 어두운 건물 안을 온몸으로 환하게 밝히는 여인의 하늘빛 드레스는 남자의 어둡고 거칠어 보이는 의상에 대비되어 더욱 현란하게 빛난다. 화려한 비단 드레스를 단정하게 갖춰 입은 여인의 모습과 대비되는 남성의 모습은 어딘가 불안한 방랑자의 기운을 뿜어낸다. 두 사람 사이에는 엄청난 신분의 격차가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곧 멀리 떠날 것만 같은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그런 남자를 눈이 부신 듯 형형하게 바라보는 여인의 눈빛은 꿈을 꾸는 듯 신비롭고 애절하다. 이루어지기 어렵기에 더욱 절절한 사랑의 징표는 이 안타깝고 아름다운 키스로 형상화된다. 왼쪽 화면 아래 미하게 보이는 인간의 형상은 이들의 비밀스러운 사랑이 곧 들킬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아슬아슬하게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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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호 (201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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