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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함정임의 ‘바닷가 서재’] ‘죽음’ 앞에 선 유작 - 롤랑 바르트 읽기, 삶에서 작품으로 

 

함정임 소설가,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서평이나 리뷰 자체가 불가능한 책들이 있다. 줄거리를 잡아 소개하기 난감할 정도로 복잡한 실험서이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가능한 한 더디게 읽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인 문학서가 그것이다. 독자의 인내력을 실험하는 로렌스 스턴의 나 로베르트 무질의 가 전자의 경우라면, 독자의 정신과 오감을 사유와 문장으로 극대화하는 롤랑 바르트의 책들은 후자다. 그런 의미에서 어쩔 수 없이 이 글은 롤랑 바르트를 향한 고백 형식이 될 것이다.

롤랑 바르트는 문학비평가이자 문화기호학자, 문예철학자다. 강단에서는 문학과 문화, 철학을 가르쳤다. 그는 작품 창작자나 시인이나 소설가도 아니다. 그러나 그의 문장은 보들레르와 랭보의 그것처럼 감염력이 크다. ‘사진에 관한 노트’라는 부제가 달린 (조광희 옮김 열화당, 개정판 , 김웅권 옮김, 동문선)를 펼쳐보았던 오래전의 그 순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바르트가 어느날 겪었다는 ‘사토리(satori)’, 곧 ‘황홀 체험’으로밖에 달리 명명할 방도가 없다. 바르트의 문장을 접한 뒤, 나는 더 이상 이전의 내가 아니었다.

내가 사진이라는 매체에 눈뜨고 열렬해진 것은 순전히 바르트 덕분이다. 무거운 카메라 백을 메고 유럽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문학작품과 영화, 옷은 물론 내 삶을 둘러싼 자잘한 사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바르트와 함께라면 삶의 모든 순간과 장면이 작품으로 향하고 스며들고 공명하고 반향을 일으켰다. 바르트 자신이 단테를 통해 꿈꿨던 ‘비타 노바(Vita Nova)’, 곧 새로운 삶이 내게 열린 것이다. 내 청춘은 사진 에세이이자 담론인 와 문학 작품을 대상으로 시도한 ‘사랑 단어사전’인 과 함께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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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호 (201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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