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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비교분석] 여권의 ‘충청대망론’ (VS) 야권의 ‘PK대망론 - 차기 대선서 부산·경남 잡지 못하면 패배한다 

야당 PK 후보, 여당 非영남 후보 대결시 야당 ‘필승’… 후보간 득표 편차 PK 최대, 서울의 5.5배 경기의 3.5배 

여의도 정치권에 차기 대선과 관련해 지역 구도에 입각한 분석론이 유행한다. 이른바 유력 대권주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충청 대망(待望)론’, ‘PK 대망론’이 그것이다. 하지만 역대 대선 결과의 지역별 편차를 정밀하게 적용해 통계적으로 분석한 자료는 드물다. <월간중앙>은 여권 내 전략가가 작성한 ‘역대 대선 지역별·후보자별 득표 현황’ 자료를 단독 입수했다. 차기 대선의 향배를 후보의 출신지에 따라 가늠해볼 수 있는 기준점이 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 후보자의 유세를 보고자 부산역 광장을 가득 메운 부산시민들.
‘성완종 리스트’가 충청권에 묘한 정치적 파장을 일으킨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죽음이 충청 출신 유력 인사들 간의 헤게모니 다툼의 연장선 상에 있다는 인식이 소리소문 없이 퍼져나가는 까닭이다. 누가 돈을 받았는지도 중요하지만 성 전 회장을 죽음으로 내몬 배경과 관련해서도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충청권은 다음 총선, 대선의 전략적 요충지로 알려진 까닭에 ‘성완종 리스트’ 후폭풍에 따라 내년 총선과 대선의 지형이 달라질 수 있다.

그간 충청권은 민심의 바로미터, 또는 각종 선거의 균형추로 간주되면서 여야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을 받아왔다. 14대 대선 이래 충청에서 승리한 대선 후보는 예외 없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충청 대망론도 이런 기류에 편승한다. 충청지역 인구가 2013년 5월 처음으로 호남 인구를 앞질렀다(525만 명대 524만 명). 호남권은 인구가 제자리걸음인데 충청권은 매달 3천 명씩 인구가 늘어난다. 이런 추세라면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두 지역 인구 격차가 31만 명 이상 벌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충청인들은 고향 출신 대통령을 오랜 세월 갈망해왔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이인제 의원 같은 이 고장 출신들이 ‘대망론’을 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완구 국무총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의 등장으로 중부권 대선주자론이 다시 힘을 얻는 상황이다.

현 집권세력도 대선 승리의 한 원동력을 충청권에서 찾는다. 지닌 대선에서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이인제 전 선진통일당 대표 등 충청 출신 인사들을 적극 포용해 충청 표심을 결집하는데 성공했다고 자부한다. 박근혜 캠프 출신 인사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노구를 이끌고 전국 유세에 열정적으로 참여해줬다”면서 “이 점을 박근혜 대통령도 감사한다”고 말할 정도다.

“박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정권 재창출해야”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수성구 상공에 띄운 투표참여 홍보용 무인비행선.
다음 대선에서도 충청은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여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박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우리 진영에서 차기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 재창출이 여권 전반에 이로울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의 퇴임 후 안전판으로도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액션플랜의 하나로 충청권 표심 확보를 강조했다. “대구·경북(TK)과 충청이 똘똘 뭉쳐 밀 수 있는 후보를 내느냐가 차기 대선의 관건이다. 부산·울산·경남(PK)이 중요하다고? 그 지역은 이미 표심이 반반으로 나뉘어져 있어 변수가 아닌 상수로 전락했다. PK 표는 후보의 매력에 따라 조금 더 가져가거나 덜 가져가는 정도일 따름이다.” PK보다는 지난 대선처럼 80%의 지지를 몰아준 TK와 수도권 민심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충청을 석권하는 게 차기 대선 승리의 지름길이라는 분석이다.

야당도 충청 공략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새정치민주연합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내 집권전략 연구그룹인 ‘2017 위원회’가 지난 3월 펴낸 ‘중원 장악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이 보고서는 “호남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확보한다 해도 충청에서 선전하지 않는 한 새정치민주연합이 각종 선거에서 고전을 면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분석했다. 2014년 지방선거를 기준으로 충청 유권자 비중(10.2%)이 호남 유권자 비중(10.1%)을 앞섰다. 영남 유권자 비중은 여전히 호남의 그것을 압도한다. 결국 유권자의 60%가 밀집한 지리적 중원(수도권 및 충청권) 장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 보고서는 “수도권에서 최소 60%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분석은 2012년 대선 패배의 반성에서 비롯된다. 야당은 대선 패배의 원인 분석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는데 크게 두 가지 견해가 충돌했다. ‘애당초 이기기 힘든 선거에서 민주당이 최선을 다했지만 졌다’는 주장과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민주당이 잘 못해서 졌다’는 주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당이 2013년 4월 펴낸 ‘18대 대선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야권 내부에서는 전자를 ‘외부 책임론’, 후자를 ‘내부 책임론’으로 불렀다. 외부 책임론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비유로 상징된다. 원래 어려운 여건이었는데 문재인 후보가 1470만 표를 획득하는 등 선전했다는 해석이다. 내부 책임론은 이 전제를 거부하면서 민주당 스스로가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에서 출발한다.

충청권 선전하면 영남패권주의 넘을 수 있다?

‘18대 대선평가보고서’는 그해 1월 출범한 민주당 대선평가위원회가 작성했다.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서울과 호남에서만 승리했다. 1992년 대선에서 김대중(DJ) 후보가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 김영삼(YS) 후보에게 패했을 때와 똑같은 양상이었다고 이 보고서는 적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전략은 수도권과 영남권이 승패를 좌우한다고 보고 충청, 강원에 대한 대책을 소홀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 규모가 가장 큰 수도권의 경기와 인천에서 뒤진 것은 간과할 수 없는 패인 중 하나였다.”

‘18대 대선평가보고서’는 나아가 “인구 격차로 인해 영남이 지역적 승리연합의 중심축을 이뤘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중간지대인 충청과 강원을 공략해 영남 중심 지역적 승리연합 구도를 뒤흔들고, 또 서울·경기·인천의 수도권에서 압승전략으로 영남패권주의에 대항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PK가 YS, DJ를 대통령 만들었다”


▎18대 대선 당일인 2012년 12월 19일 충남 논산시 연산면 제1투표소인 연산초등학교에서 유권자들이 자신의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야권은 지역 전략의 방점을 충청권에 뒀다. 이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김종필 후보와 DJP연합을 성사시켜 충청권을 공략함으로써 대통령에 당선된 바 있으며,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충청권 수도이전이라는 공약을 들고 나와 충청권 출신의 이회창 후보에게 승리한 경험이 있다.” 지역 구도와 관련해서는 “충청권에서 대등하게 경쟁하기만 하면 영남 패권주의를 수도권 압승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기존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본조건이 성립됐다고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냈다. 야당은 2012년 대선에서 충청권 공략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고, 수도권 압승 전략도 미흡한 탓에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 등장하는 중앙선대위의 한 팀장은 “영남에 과도하게 노력했고, 충청권 전략이 부재했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여와 야 모두 충청과 수도권을 차기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일면 타당하다. 대통령선거는 전국에서 얻은 표를 합산해서 승자를 가리므로 모든 지역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에서 당락을 좌우하는 ‘힘’을 지역별로 따져보면 대선 승리의 원동력을 다른 지역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해 최근 여의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선의 최대 승부처가 PK(부산·울산·경남)이라는 색다른 분석이 나와 화제가 된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선거캠프에서 활동하고, 지금도 여권의 전략통으로 활동하는 인사가 작성한 ‘역대 대선 지역별·후보자별 득표 현황’ 자료인데, 여기서는 ‘PK 득표’가 모든 변수에 우선한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보고서는 “PK 야당 후보와 비(非)PK 여당 후보 간 대결에서는 야당 승리 구도로 갈 것”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결론을 제시하기도했다. 지금 야권의 지지율 상위 대선 주자 3인(문재인-박원순-안철수)이 모두 PK출신이다. 이런 결론이라면 비PK 주자도 많은 새누리당에는 대선 적신호가 될 수도 있다. 자칫 PK 야당 후보와 비PK 여당 후보간 대결이라는 새누리당에 불리한 조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자료는 일부 최고위원에게도 전달됐으며, 새누리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 중에서도 이런 기조에 근거에 행보를 모색하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중앙선관위의 선거통계자료를 기초로 14대 대선에서 18대 대선까지 분석한 이 자료는 수도권이나 충청 표심보다는 PK 표심 향방이 대선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한마디로 대선의 열쇠는 충청과 수도권이 아니라 PK가 쥐고 있다는 주장이다.(표1, 2 참조)

김영삼-김대중-정주영 후보간의 3자 대결로 압축된 14대 대선을 보자. 당시 김영삼 후보는 영남에서 김대중 후보에게 405만 표를 이겼고, 호남에서 268만 표를 뒤졌다. 영호남 표차가 137만 표에 달했다. 김영삼 후보가 영남에서 얻은 표를 따져보면 TK에서는 김대중 후보를 144만 표 앞서는 데 그쳤으나 PK에서는 261만 표라는 역대 대선 최고의 득표 격차를 기록했다. 김영삼 후보는 수도권·강원에서 34만 표, 충청권에서 21만 표를 더 이겨 전국적으로 194만 표 차이로 김대중 후보를 제압했다. PK 유권자들의 결집이 김영삼 후보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하겠다.

14대 대선 결과는 15대 대선 결과와 비교해보면 당락의 변수가 어디서 발생했는지가 더 선명해진다. 김대중-이회창-이인제 후보가 격돌한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39만 표라는 간발의 차이로 이회창 후보를 따돌렸다. 김대중 후보는 영남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326만 표 뒤졌으나 호남에서 296만 표를 이겨 영호남 득표차를 30만 표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직전 대선에서 137만 표의 영호남 득표 격차를 100만 표 이상 줄인 것이다. 김대중 후보는 TK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154만 표 뒤졌다. TK에서는 직전 대선보다 10만 표나 더 많은 격차를 허용했다. 하지만 PK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냈다. 직전 대선보다 89만 표가 적은 172만 표 지는데 그쳤다. 이에 힘입어 영호남 격차가 30만 표로 줄어들었다. 이 근소한 표차를 수도권·강원(27만 표 우세), 충청권(40만 표 우세) 선전으로 극복해 전국적으로 39만 표 차이의 승리를 낚을 수 있었다.

보수 TK 후보와 진보 PK 후보 대결은 ‘박빙’ 싸움


▎2012년 12월 18일 부산역 광장에서 유세를 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다가가 두 손을 들어 환호에 답하고 있다.
당시 이회창 후보의 저조한 PK득표는 이인제 후보의 PK 표잠식의 결과물이다. 이인제 후보는 영남권에서 179만 표를 챙겼다. 그가 아니었다면 당연히 이회창 후보가 승리했으리라는 게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15대 대선의 제 3후보인 이인제 후보는 19.2%를 얻어 14대 대선 제 3후보 정주영 후보의 득표율(16.3%)을 앞질렀다”면서 “15대 대선에서 DJ의 승리는 명백히 이인제라는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인제 후보에게 영남표가 쏠린 이유를 박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인제 후보가 얻은 19.2%는 기본적으로 김영삼 당시 대통령(YS) 지지표다. YS 지지층은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면 YS가 정치적 시련을 겪으리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오갈 데 없는 YS 지지표가 이인제 후보에게 쏠린 것이다. 마치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승리하면 DJ가 정치보복을 당할까봐 야권 지지층이 똘똘 뭉쳐 노무현 후보를 밀었듯이 말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볼 때 다음 대선에서도 여권 고정표 중 박근혜 대통령 지지층은 박 대통령을 적대시하지 않는 보수 후보를 더 선호하게 되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진보진영의 노무현 후보가 승리한 16대 대선도 PK가 승부를 갈랐다. ‘부산 사람’ 노무현과 ‘충청 사람’ 이회창 후보 간 사실상 양자대결로 진행된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도 영남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297만 표 뒤졌으나 호남에서 261만 표 앞서 영호남 득표차를 36만 표로 줄였다. 이 열세를 강원과 수도권, 충청권에서 만회해 전국적으로 57만 표를 앞섰다. 노 후보는 민주당 후보이면서도 당시 한나라당의 아성이라던 영남에서 175만 표를 얻었다. 영남에서 39만 표만 더 이회창 후보에게 결집됐다면 노 후보가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을 것이다.

더 세부적으로 보면 TK에서 노 후보는 이 후보에게 151만 표를 졌다.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맞붙은 13대 대선 당시 김영삼 후보가 TK에서 144만 표를 앞지르는데 그친 점을 감안하면 16대 대선에서 TK 유권자들이 필사적으로 이회창 후보를 밀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PK는 사정이 달랐다. 이회창 후보는 이 지역에서 14대 당시 김영삼 후보보다 115만 표나 적은 146만 표의 격차를 내는 데 그쳤다. 결국 PK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지 못한 이회창 후보는 수도권 등에서 노 후보에게 밀리는 바람에 고배를 마셨다.

17대 대선은 지역별 득표 분석이 무의미할 정도로 이명박 후보가 정동영 후보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532만 표라는 역대 대선 최대 득표 차를 보인 17대 대선은 일반화하기 어려운 선거라고 하겠다. 18대 대선은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108만 표 차이로 따돌렸다. 박 후보는 영남에서 313만 표를 이겼고, 호남에서 250만 표를 져 영호남 표차는 63만 표를 기록했다. 여기에 강원과 수도권에서 17만 표, 충청권에서 28만 표를 앞서 총 108만 표차의 승리를 거뒀다. 18대 대선은 보수 TK 후보와 진보 PK 후보가 사실상 양자 구도로 맞붙은 독특한 선거다.

박 후보가 PK에서 낸 격차는 111만 표다. 14대 대선 이후 보수 후보가 PK에서 거둔 최저 득표 격차다. 14대 대선 김영삼 후보는 261만 표, 15대 대선 이회창 후보는 172만 표, 16대 대선 이회창 후보는 146만 표의 격차를 냈다. 17대 대선 이명박 후보 또한 164만 표의 득표 격차를 내는 등 모두 박근혜 후보의 득표 격차를 능가했다.

반면 박 후보는 TK에서 역대 최고 득표 격차를 내는 걸로 방어했다. 박 후보가 거둔 202만 표의 TK 득표 격차는 보수 후보들이 14대(144만 표), 15대(154만 표), 16대(151만 표), 17대 대선(174만 표)에서 거둔 득표 격차를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다. 문재인 후보가 PK에서 역대 진보 후보 중 최고인 38.2%를 득표했음에도 박 후보는 TK의 몰표에 힘입어 영호남 득표 격차를 63만 표까지 벌릴 수 있었다. 문 후보의 PK 선전은 그가 부산 출신이라는 점에 힘입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자료는 후보별 PK 득표 격차뿐만 아니라 지역별 득표 편차도 함께 분석했다. 통상 최대 승부처로 불리는 서울은 뜻밖에도 후보에 따른 득표 편차는 미미했다. 2012년 대선을 기준으로 서울은 전체 유권자의 21%를 차지하며, 전통적으로 야당세가 강한 지역이다. 14대 대선(532만 표 차로 승리한 이명박 후보의 17대 대선은 제외)이래 보수 후보와 진보 후보의 서울 득표 격차는 8만 표에서 35만 표에 그쳤다(표3 참조).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35만 표 앞지른 게 가장 큰 격차였으며, 14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김영삼 후보를 8만 표 앞서는 데 그쳤다. 새누리당에 불리한 지역이라는 이곳에서 득표 편차는 생각보다 적은 것이다.

전체 유권자의 23%를 차지하는 경기도 역시 그렇다. 많은 유권자 수에 비해 14대 대선 이래 후보별 득표 격차는 31만 표에 그쳤다. 14대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에게 15만 표를 더 안겨주더니 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에게 31만 표를 더 보태줬다. 18대 대선 박근혜 후보는 9만 표 앞섰다. 후보자에 따라 선호 정당이 바뀌기는 했지만 유권자 규모에 견줘 득표 편차는 작은 편이다.

야당이 반드시 PK 대선 후보를 내는 이유

전체 유권자의 5.5%를 차지하는 인천에서도 후보자간 득표 격차는 6만 표 안팎이 고작이었으며, 3.1%의 유권자를 가진 강원 역시 최대 득표 격차는 24만 표에 그쳤다. 전체 유권자의 10.1%를 차지하는 충청권도 40만 표 득표 격차가 최고치다. 이들 지역에서는 이른바 대세를 결정하는 몰표가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선거 풍향계에서 따라 미세한 변동은 있으나 골고루 표가 분산되는 경향을 보여봤다.

나머지 TK, PK, 호남은 사정이 판이하다. 지역주의를 반영하는 투표가 이뤄지는 까닭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전체 유권자의 10.1%를 차지하는 TK는 후보자에 따라 144만~200만 표에 이르는 득표 편차를 보인다. 유권자 수에서 TK와 비슷한 호남 또한 251만~296만 표의 득표 격차를 기록한다. PK도 쏠림현상을 나타내지만 후보자에 따라 261만 표를 득표 격차를 안겨주기도 하고 111만 표의 득표 격차만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후보에 따라 쏠림 정도가 확연히 달라지는 곳이 바로 PK다. 득표 편차를 놓고 보면 PK는 서울의 5.5배, 경기의 3.5배에 이른다고 이 자료는 강조한다.

역대 대선의 당락을 바꾸는 데도 득표 편차가 가장 큰 PK가 가장 수월하다는 유추가 가능해진다.

3자 대결로 펼쳐진 15대 대선 개표 결과 김대중 후보는 이회창 후보를 39만 표 차로 이겼다. 이회창 후보는 PK에서 52.7%(230만 표)를 챙겼고, 김대중 후보는 13.3%(58만 표)를 얻었다. 이 후보가 PK에서 40만 표(득표율 62%)를 더 가져갔다면 전국 판세를 뒤집을 수 있었다. 사실상 양자 대결로 치러진 16대 대선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57만 표 차로 이겼다. 만약 이 후보가 64.8%(267만 표)에 머문 PK 득표율을 72%(297만 표)로 끌어올렸다면 당선이 됐을 것이다.

박근혜·문재인 후보가 격돌한 18대 대선에서는 108만 표 차로 당락이 갈렸다. 박·문 두 후보는 PK에서 각각 60.9%(300만 표), 38.2%(188만 표)를 득표했다. 문 후보가 이곳에서 50%(246만 표)를 가져갔다면 18만 표 차이로 당선의 영예를 안았을 것이다.

야당은 항상 ‘기울어진 운동장’ 콤플렉스에 시달려왔다. 지역구도상 불리한 여건에서 대선을 치러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영남 후보를 대선에 내보내려 했다. 이는 표 분석이 말해준다. 김대중 후보와 정동영 후보는 PK에서 10% 초반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PK 출신인 노무현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각각 29.1%와 38.2%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새누리당 후보들이 PK에서 득표 격차가 작은 경우가 바로 상대 후보가 PK출신일 때였다.

PK, 3당 합당 이전의 야도(野都)로 회귀 가능성


▎2012년 12월 18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부산역 광장에서 마지막 선거유세를 마친 뒤 시민들과 악수하고 있다.
그래서 이 ‘역대 대선 지역별·후보자별 득표 현황’ 자료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제기한다.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비영남 출신이면 새누리당 후보는 어느 지역 출신이더라도 대선은 유리해진다. 1천만 명이 넘는 영남 유권자들은 새누리당 쪽으로 결집된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이를 만회할 지역은 거의 없다. 호남 유권자들이 결집한다고 해도 수적인 면에서 열세다.

14대 대선 이후 수도권을 비롯한 충청권 등은 한쪽에 일방적으로 쏠린 적이 독특한 환경에서 치러진 한 번의 예외(17대 대선)를 제외하고는 드물다는 점은 앞서의 역대 대선 분석에서 입증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후보가 TK인 경우에도 새누리당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된다. TK보다 유권자가 240만 명이 더 많은 PK가 새누리당으로 뭉칠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자가 PK 출신이면 야당에게 기회가 올 것이다. 이 후보가 PK에서 반타작만 한다면 대선은 야당의 승리로 귀착된다. 이 자료는 “결국 PK 지역에서 야당 후보가 나오는 경우 새누리당 역시 PK 출신으로 맞대응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공교롭게도 여야의 잠재적 대선주자 중에서는 PK출신이 많다.

게다가 PK는 진보 후보가 대선에서 꾸준하게 약진해온 지역이다. 또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야권 단일후보로 선정된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경남지사에 당선되기도 했다. 정치 지형이 조금씩, 지속적으로 바뀌어 온 지역이 PK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EAI) 여론분석센터 수석연구원은 다음 대선에서 PK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는 “대선에서는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영남은 영남대로 중요한 지역이므로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TK보다 PK를 더 주목해야 한다. TK와 호남은 변수로서의 가능성이 작은 데 반해 PK는 몇 번의 선거를 거치면서 야당세의 확산이 눈에 두드러진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도 1990년 3당 합당이전의 PK는 야성이 강한 지역이었음을 상기시킨다. 그 이전까지 PK는 ‘민주투사’ YS를 터줏대감으로 하는 야도(野都)로서 명성을 날렸다. 박 대표는 “야권은 인위적인 3당 합당 구조를 예전의 상태로 돌려 놓고픈 마음이 간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권이 PK 공략에 공을 들이는 배경 설명이기도 하다. 게다가 PK에서는 다음 대선에서는 여든 야든 PK 대통령이 나오리라는 기대가 꿈틀댄다. 이른바 ‘PK대망론’이다. 여야의 비(非)PK 주자들은 이러한 ‘PK대망론’을 극복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 박성현 월간중앙 취재팀장

201505호 (201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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