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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한국 무기시장의 ‘큰손’ 록히드마틴의 질주 - 겹경사의 향연, F-35에서 사드까지 ‘꿀꺽’ 

한국정부, 향후 5~6년 안에 록히드에 12조원 이상 지불해야 … 사드 한국 배치는 타 지역 매출신장에 크게 기여할 듯 


▎1. 록히드마틴의 CEO 겸 회장을 맡고 있는 매릴린 휴슨. 휴슨은 2014년 미국 500대 상장사의 여성 CEO 중 최고의 연봉(370억원)을 받았다. / 2. 지난해 11월 록히드마틴의 최신예 전투기 F-35기 2대가 미국 샌디에이고 연안에서 훈련 중인 니미츠 항공모함에 착륙했다.
록히드마틴(이하 록히드)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F-15K 등을 앞세운 보잉사가 장악하고 있던 한반도 무기시장을 록히드가 접수한 것이다. ‘보잉이 거하고 록히드가 임하는 모습’은 무서울 정도다. 실상 록히드의 지난 5년간 성적은 그렇게 빼어난 것은 아니다. 그저 평범한 수준이다. 2010~2015년 맺은 무기도입 계약은 40여 건, 790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가장 액수가 큰 대형 수송기 도입사업(약 4300억원)과 야간표적식별장치 2차 사업(약 1850억원)을 빼곤 부품 도입이 주류였다.

2016년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차세대 전투기 F-35 40대 도입사업에서만 2021년까지 7조3419억원을 가져간다. 차기 이지스 구축함 광개토-Ⅲ(Batch-Ⅱ)에 탑재할 이지스 전투체계 사업도 차지했다. 이지스 사업에서 가져갈 돈도 물경 1조5천억원. 1조8천억원이 필요한 KF-16 개량사업 책임 업체도 영국 BAE시스템스에서 록히드로 변경됐다. 겹경사의 향연이다.

록히드는 보잉과 함께 세계 무기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미국의 대형 방산업체다. 연간 매출액은 50조원 규모, CEO는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매릴린 휴슨이다. 휴슨은 2014년 미국 500대 상장사의 여성 CEO 중 최고의 연봉(370억원)을 받았다. 지난해 록히드의 주가는 30%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S&P 500 지수의 상승률이 11.4%에 그친 것에 비춰보면 대단한 성과다. 미 500대 상장사의 배당률 평균치가 2% 미만인 상황에서 록히드의 배당률은 3%를 기록하고 있다. 전 세계에 무기를 팔아 아직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는 얘기다.

록히드의 주요 임원진은 주로 미 펜타곤(국방부)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펜타곤과 긴밀한 의견교환이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현역 군인들도 무기개발에 공동 참여하고 있다. 기업 문화 자체가 군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한 전문가의 전언이다. 월터 샤프, 존 틸럴리 등 전직 주한미군 사령관도 록히드를 위해 발로 뛰고 있다. 틸럴리 등이 사실상 미국 방위산업체의 로비스트 역할을 한다는 것은 국제방산업계에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상한 것은 이들이 한번 발언하면 국내 정치권에도 이에 호응하는 무기도입 주장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3월 미국을 방문한 정의화 국회의장에게도 사드 도입을 권유한 바 있다. 정 의장은 그러나 귀국 직후 “중국이 악을 쓰고 안 된다는데 미국이 하자고 해서 우리가 갈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사드 배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 의장은 불과 3~4년 전 주한미군 사령관(월터 샤프)을 지낸 인사가 자신을 상대로 로비로 비쳐지는 무기 구매 권유를 한 것에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록히드는 최근 에너지 분야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미 미국의 가장 큰 가스·수도·전기 공급시설 10곳 가운데 8곳이 록히드의 기술을 사용한다. 이 분야에서 지난 5년간 약 35%의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 해안가에 10㎿짜리 발전소를 건설하는가 하면, 스코틀랜드 북쪽 해안에는 거대한 터빈을 활용한 조력발전소를 세우고 있다. 완성 땐 2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이목을 끄는 록히드의 도전 중에는 초소형 핵융합 원자로가 있다. 크기는 트럭 뒤에 실을 만큼 작고, 핵폐기물도 발생하지 않는 원자로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10년 안에 이를 상용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록히드의 사업 영역 확장의 배경에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미국 국방예산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도전은 국방예산이 돌아오면 대부분 사라진다”고 단언하지만, 미국 국방비 지출이 호시절의 수준으로 컴백할 수 없다는 것은 이들도 잘 알고 있다. 록히드가 한국, 중동, 동남아 등 수요국에 자사의 무기 판매를 위해 진력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배경과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 록히드는 한국이 사용하고 있는 무기의 상당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공군 전투기 F-16을 비롯해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의 전투지휘체계, 육군의 전술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 등 록히드의 제품은 육·해·공군을 망라해 고루 분포돼 있다. 공군 주력기 F-15K와 ‘하늘의 지휘소’로 불리는 공중조기경보기 ‘피스아이’ 는 미국 보잉으로부터 도입한 무기다. 한반도는 록히드와 보잉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산 무기가 지키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KF-X사업 성패, 록히드의 기술 이전이 관건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록히드마틴 생산 공장에서 제작 중인 F35 전투기들이 조립라인에 진열돼 있다.
록히드의 대 한국 매출에는 부품 조달이나 전력무기 개량사업비 등이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5~6년 안에 한국 정부가 록히드에 12조원 이상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본다. 사드까지 도입하게 되면 록히드의 매출은 껑충 뛴다. 1개 포대 배치에 1조∼1조5천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대형 사업이기 때문이다.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적 인사 중에는 한국에 3개 정도의 사드 포대 설치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하게 높아져 다른 지역에서의 매출도 급신장할 것으로 록히드 측은 기대하고 있다.

한국형 전투기(KF-X)를 개발하는 ‘보라매사업’에서도 록히드는 쾌재를 불렀다. 사업자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선정됐고 록히드는 국외기술협력업체(TAC)로 참여하게 됐다. 대한항공도 출사표를 던졌지만 항공기 개발 경험과 기술력 면에서 KAI에 뒤져 탈락했다. KF-X사업은 공군이 보유한 F-4와 F-5 등 노후한 전투기를 대체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만 18조원이다. 개발기간은 올해 후반기부터 10년간, 이후 7년에 걸쳐 100여 대의 전투기를 생산하게 된다. 개발에 성공할 경우 한국은 미국이 개발한 F-16보다 우수한 전투기를 보유하게 된다.

록히드는 KAI와 KF-X 기술 이전 및 투자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다. KF-X가 명실상부 국산 전투기가 되기 위해서는 핵심 분야인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주요 항전장비를 갖춰야 한다. 스텔스 기술과 내부 무장창 설치 기술도 확보해야 한다. 이런 기술을 록히드가 한국에 이전해줘야 하나, 그 과정이 순조로울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첨단 기술의 해외 유출을 통제하는 미국 정부의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술이전과 투자를 약속했던 록히드 역시 미국 정부의 반대를 들어 핵심 기술 이전에 대해 아직 확언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록히드의 협조 없인 ‘무늬만 한국형 전투기’로 전락하며 막대한 자금만 낭비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른바 ‘깡통 전투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저간의 사정이다. 여기엔 KAI의 T-50(고등훈련기)의 경험에서 나온 트라우마가 작용한다.

T-50 사업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체계개발 업체로 선정돼 정부 예산 70%와 KAI가 17%, 록히드가 13%를 부담하는 공동 국제개발 형태로 추진됐다. 한국의 항공산업 기술은 이 사업 시작 당시 2.1∼3.9점에 불과했으나 미국 업체와의 기술 협력으로 2004년 말에는 대부분의 기술이 선진국 수준(5점)에 가까이 간 4.0 이상으로 평가받았다. 선진국 대비 30년 이상에 달했던 기술격차를 5년 내외로 줄인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KAI는 이를 통해 기술체계 통합과 형상 설계에서 거의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현재 미 공군 납품을 추진하고 있고 전망도 어둡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비행제어와 항공전자장비 등 전투기의 심장에 해당되는 핵심 기술은 여전히 록히드가 독점하고 있다. T-50을 수출할 때면 매번 록히드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수익 상당부분이 이 회사 차지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록히드는 T-50 개발비의 13%에 해당하는 3천억원을 투자했다. 대신 그들의 수출네트워크를 이용해 마케팅을 하고 T-50을 1대 수출할 때마다 150만 달러를 로열티로 가져가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미 공군이 2021년부터 2029년까지 350대의 고등훈련기를 구매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추가도입 예정 물량 300대를 포함하면 사업비 규모는 최대 20조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T-50이 선정된다 해도 매출 이익의 상당부분은 록히드 차지가 된다.

록히드에 밀린 보잉은 공중급유기에 목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록히드마틴과 공동 국제개발 형태로 추진해 생산한 고등훈련기 T- 50 편대.
트라우마는 계속된다. T-50이 막상 양산되고 수출시장에 나오자 록히드의 태도는 변했다. 록히드와 손잡고 T-50 수출을 모색했던 KAI는 UAE·폴란드·싱가포르·이스라엘 시장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동안 수출에 성공한 필리핀·인도네시아·이라크 등은 모두 우리 정부와 KAI가 독자적으로 개척한 수출시장이다. T-50 수출 추진과정을 잘 알고 있는 한 업계 인사는 “폴란드의 경우 록히드에서 수출을 맡겠다고 나섰지만 막상 현지에서는 자사가 운용하는 PAC-3 방어시스템을 팔기 위한 마케팅에만 열을 올렸다”고 말했다. 폴란드 수출 때 차라리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추진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록히드가 급성장하고 있는 KAI를 견제하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KAI에 기술이전과 함께 마케팅까지 해주는 것을 장래의 라이벌을 키우는 행위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미국 중심의 무기 획득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군 내외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보잉은 1960년대 맥도널 더글러스 시절 F-4 팬텀 전투기 100여 대를 판매한 직후 대규모 거래가 없었다. 하지만 2002년 차기전투기(F-X) 1차 사업에서 F-15K 40대 판매에 성공하면서 한국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시작했다. 이후 2008년 2차 사업에서 20대를 추가로 공급하고, 2006년에는 E-737 조기경보통제기 4대 수주에 성공하는 등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지난해 2조원대 ‘아파치 가디언’ 헬기(AH-64E) 36대 판매를 성사시킨 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보잉측은 4월 14일부터 입찰이 시작된 공중급유기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레이시온은 사람들의 눈에 띌 만한 대규모 사업은 많지 않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각종 미사일과 전자장비를 공급해 왔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보잉과 록히드가 무기를 판매하면, 레이시온의 미사일이나 장비들이 패키지로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윈도우 운영체계를 구입하면 MS 오피스가 함께 제공되는 이치와 같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렇게 록히드와 보잉의 항공기를 도입한 데 따른 수리부속과 기술지원 등의 명목으로 미국에 유출되는 국부는 연간 2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미국은 한국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무기 구매국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매년 발표되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세계 무기 거래에 관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수년째 세계 10대 무기 수입국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국제적인 군사정보 분석 업체 IHS가 올해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세계 7위 무기 수입국으로 분류됐다.

한국이 도입한 무기 가운데 미국산은 80%에 육박한다. SIPRI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09∼2013년 5년간 미국으로부터 약 38억2400만 달러(약 4조원)어치의 무기를 구입했다. 약 38억2500만 달러어치를 도입해 1위를 차지한 호주와는 불과 100만 달러 차이다. 사실상 한국이 미국의 최대 무기 수입국인 셈이다. 이 기간 한국이 미국에 무기대금으로 지불한 돈은 미국 전체 무기판매 수익의 9.78%에 달한다. 영국이 미국 무기 구입에 지불한 액수는 3.77%에 불과하고 일본도 3.76%에 그쳤다. 한국은 미국의 최대 무기 수입국 임에도 미국으로부터 합당한 대우를 받지는 못했다. 미국은 무기 수출 시 동맹국의 등급에 따라 무기 구매가격과 기술이전 조건에 차등을 두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2008년에야 나토(NATO)+3국(일본·호주·뉴질랜드) 수준으로 격상됐다.

한국이 이처럼 미국 무기 의존도가 높은 것을 비판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한반도 방위가 한·미 연합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미군 무기들과의 호환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또 특수한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 미국 무기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점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안보불안’이 상존해 있는 한국으로서는 성능이 우수한 미국산 무기를 많이 도입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이제 무기 도입 국가 다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특정 국가에 무기 도입이 편중돼 있는 것은 전술적 위험 부담이 적지 않고, 협상 능력이 약해져 불필요한 예산낭비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현재 육·해·공군 무기체계 가운데 미국산 의존도가 가장 낮은 곳이 육군이다. 육군은 개인화기 K-2소총에서부터 전차 장갑차 화포·대공화기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무기를 독자기술로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K-9자주포는 ‘명품 무기’로 알려진 독일의 판저하우비츠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사거리와 반응속도가 거의 비슷하고 기동 면에서는 오히려 우세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 잠수함 기술 이전의 성공사례


▎올해 6월 계약이 체결될 공중급유기 입찰에서 유럽 업체가 활로를 찾을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판세는 보잉과 에어버스의 2파전 구도로 굳어진 분위기다
대공·대전차 미사일, ‘비호’와 ‘천마’와 같은 지대공 미사일, 탄도탄 미사일 현무, 순항미사일 현무 3A, 3B, 3C도 국내기술로 개발됐다. 현무는 기존 미국 미사일 나이키·허큘리스 지대공 미사일을 지대지 형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개념연구 단계부터 미국의 심한 견제를 받았지만 결국 개발에 성공했다. 현무미사일은 유사시 평양 타격을 위해 휴전선 인근에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산이 적지 않은 해군 무기체계에서도 참고할 대목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잠수함이다.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209급 잠수함 9척과 214급(1800t급) 잠수함 4척은 모두 독일 하데베사가 제작했다. 해군은 1970년대부터 중형 잠수함 획득을 추진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결국 해군은 제1, 2차 세계대전 시 잠수함 U보트 공격으로 연합국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잠수함 강국인 독일과 접촉해 1987년 209급 1차분 3척을 주문했다. 잠수함은 독일에서 건조됐지만 이후 국내 업체 대우중공업이 조립하는 형태로 조금씩 기술이전이 돼 3천t급 중형 잠수함은 상당부분 우리 기술로 건조될 예정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독일에서 209/214급 잠수함을 도입하면서 얻은 기술 덕분에 3천t급 잠수함 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다”며 무기 도입선을 다변화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록히드에 크게 밀리고 있는 보잉이 한국 무기시장에서 가장 눈독을 들이는 분야는 공중급유기다. 공중급유기는 우리 공군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방위사업청은 4월 말까지 가격 입찰을 끝내고 5월 중 종합평가를 거쳐 6월에는 기종 선정과 함께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사업비는 1조4880억원에 2019년까지 모두 4대가 도입될 예정이다. 사업에는 미국 보잉사의 KC-46A, 유럽 에어버스사의 A330 MRTT,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KC-767 MMTT 등 3개 기종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판세는 보잉과 에어버스의 2파전 구도로 굳어진 분위기다.

보잉은 환율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큰 고민에 휩싸였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유로화의 가치 급락이 최근 더욱 심화되며 원화 대비 유로화 환율은 하락했고, 그 효과를 에어버스가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환율 변동에 따라 에어버스는 2천억원 가까이를 절감할 수 있게 됐고, 보잉은 1천억원가량을 더 부담해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중급유기 입찰에서 유럽 업체가 활로를 찾을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다른 무기와 달리 공중급유기는 전 세계 시장에서 에어버스사의 A330 MRTT가 강세를 보여왔다. 최근 10년 동안 총 12개 국가에서 60대의 계약 및 주문을 받아 이 가운데 22대가 실전 배치됐다. 경쟁사인 보잉의 KC- 46A는 미 공군(2017년까지 18대) 외에는 선택을 받지 못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에어버스의 ‘압도적 우위’를 점치기도 하지만 “결국 보잉으로 간다”고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제품력 이전 한미동맹의 미묘한 ‘관계의 힘’이 여전히 한국 무기시장의 판도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201505호 (201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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