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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한반도 에워싸는 ‘4强’의 정보 안테나 

미국, 사이버 대응 강화하는 CIA 조직 개편, 중국은 국가안전부 대대적 인적 쇄신… 러시아는 푸틴의 철권통치 기반으로, 일본은 군국주의 수단으로 정보기관 재정비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강대국 간 정보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작전 부서와 분석 부서를 통합하는 조직 개편에 나섰다.
# 미국 연방수사국은 1월 뉴욕 맨해튼에 있는 러시아 은행 지점 직원 예브게니 브랴코프 등 3명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했다. 브랴코프는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부 소속 외교관 빅토르 포도브니와 이고리 스포리셰프 등과 함께 미국 정부의 대(對) 러시아 제재와 대체에너지원 개발 정보 등을 빼내려 했다. 지난해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 미국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조치를 발표하자 이들의 활동은 제재 관련 정보를 캐내는 데 맞춰졌다. 브랴코프는 지난 2010년부터 5년간 은행 부지점장으로 행세해왔다. 브랴코프 등은 맨해튼 중심가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수집한 정보를 암호로 만들어 러시아 대외정보국(SVR)에 보내왔다. 미국에서 러시아의 스파이망이 적발된 것은 지난 2010년 6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FBI는 SVR 요원 11명을 적발했고, 이 중 10명을 러시아에서 붙잡힌 미국 스파이들과 맞교환했다. 미국 연방검찰은 브랴코프를 구속 기소했으며, 다른 두 명의 정보요원은 외교관 면책특권을 인정해 러시아로 추방했다.

# 대만 가오슝 고등법원은 지난해 3월 중국에 기밀을 누설한 하오즈슁 공군 소령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핑동 공군기지의 439연대 전자전 대대에 근무해온 하오 소령은 2010년 1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E-2K 공중조기경보기 등 군사기밀을 중국에 팔아넘겼다. 대만 검찰은 하오 소령의 은행 계좌에서 상당한 액수의 돈이 중국으로부터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대만 검찰과 군 당국은 하오 소령이 지상 및 항공 정보를 중국으로 유출했다고 밝혔다. 하오 소령은 군사 기밀을 넘기는 조건으로 100만 대만달러(3400만원)를 받기로 했다. 지난 2013년 3월에도 퇴역 육군 중장인 천주판 전 헌병사령부 부사령관이 육군 장기 발전계획과 대만 선거동향 등을 중국 측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천 전 부사령관은 2004~2005년 베이징 방문 때 중국 정보요원에게 포섭됐다. 대만군 검찰은 지난 2013년 2월 해군 146함대 함대장인 쉬중화 소장을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146함대는 대만해협 방어 임무를 맡은 전방 부대다. 쉬 소장은 대만 잠수함 동선을 담은 해도와 유사시 작전계획 등의 정보를 중국에 넘긴 혐의로 체포된 전직 해군 장교들로부터 향응을 받고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다.



▎미군의 드론 조종훈련실. 미CIA는 미 본토의 작전통제실에서 전 세계의 자국 드론을 통제한다.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주요 강대국이 최근 들어 치열하게 ‘정보 전쟁’을 벌인다. 정보는 안보는 물론 경제 등 각종 분야, 심지어 사이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필수 수단이다. 주요 강대국들은 정보 전쟁에서 경쟁국을 압도하기 위해 정보기관들을 대폭 개편하는가 하면 인적 쇄신 등 대대적인 개혁과 조직 개편, 사이버 능력 강화 등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강의 정보기관이란 말을 듣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경우 전면적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존 브레넌 CIA 국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전 세계적으로 복잡하고 다양한 안보 위협과 사이버 등 각종 기술의 발전 등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전면적인 조직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CIA가 전면적인 조직 개편에 나선 것은 지난 1947년 창설된 이후 처음이다. CIA의 개편 계획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작전 부서와 분석 부서를 통합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CIA에서는 현장에서 뛰는 작전 요원과 이런 작전 요원들이 모아온 정보를 분석하는 사람들이 완전히 분리돼 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두 부서 요원들을 임무와 지역별로 분류된 부서에 함께 배치할 계획이다.

CIA 창설 이후 첫 전면적 조직 개편

브레넌 국장은 테러리즘을 비롯해 중동·아프리카·동아시아 등 현안이나 지역별로 이른바 ‘미션 센터’ 10개를 새로 만들고 부국장들이 각 센터의 작전과 첩보, 정보 분석 등을 총괄하게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 운영되는 CIA의 지국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브레넌 국장은 공작과 분석 부서 간의 칸막이를 없애 두 부문의 전문 요원들을 한 조직으로 통합함으로써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IA의 조직 개편의 모델은 9·11테러 이후 만들어진 대(對) 테러리즘 센터다. 이 센터는 CIA의 다른 조직들과 달리 작전과 분석 요원들이 협업해 10년 동안의 노력 끝에 빈 라덴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브레넌 국장은 필름 카메라가 유행하던 시절 업계 선두였던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 시대에 뒤처진 사례를 들며 CIA 조직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CIA는 미국의 16개 정보기관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곳이다. CIA의 전신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운영된 전략사무국(OSS)이다. OSS는 스파이 활동과 적국의 저항세력을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미국은 2차대전 이후 OSS를 해체했지만 냉전의 시작과 더불어 1947년 CIA를 창설했다. 당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백악관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만들고 국가안전보장법에 따라 대통령 직속 정보기관으로 CIA를 창설했다. CIA는 냉전시대에 옛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와 치열한 첩보전을 벌이는 등 1990년대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하지만 CIA의 위상은 냉전이 종식된 이래 하향세를 걸어 왔다. 특히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감행한 9·11테러를 사전에 알아내지 못하면서 CIA의 정보 수집능력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다. 게다가 이라크전쟁의 원인이 됐던 대량살상무기 보유 여부에 대한 잘못된 정보 수집으로 비판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CIA는 또 알카에다 조직원을 비롯한 테러 용의자들을 불법으로 고문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가 지난해 12월 CIA의 테러 용의자 고문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9·11사태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비밀시설에 수감된 알카에다 대원들을 상대로 자행된 CIA의 고문 실태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CIA의 가혹한 심문 기법은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고문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북한 겨냥한 ‘디지털 혁신부’


▎미국이 자랑하는 글로벌 호크. 일명 ‘날아다니는 첩보위성’으로 불린다.
CIA는 비밀공작부(National Clandestine Service)·과학기술부(Scienceand Technology)·정보부(Information)·지원부(Support) 등 4개 부서가 있다. 주요 임무는 국가 안전보장을 위해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것이다. CIA 본부는 수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랭리에 있는데, 이 때문에 CIA는 흔히 ‘랭리’라고 불린다. 예산은 공개된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연 440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CIA 요원들은 전 세계적으로 2만여 명에 달한다. CIA는 그동안 위성이나 첨단 도청장비 등을 이용하는 이른바 ‘엘린트(ELINT; Electronics Intelligence)’를 첩보 활동에 이용해왔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얻을 수 있는 고급정보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났다. 이에 따라 ‘휴민트(HUMINT;Human Intelligence)’, 즉 사람에 의한 첩보 활동을 대폭 강화해왔다. CIA가 최근 들어 한국어·중국어·아랍어를 ‘중요 임무 언어’로 분류하고 이들 언어 구사능력자를 채용할 때 특별보너스 지급을 약속하는 등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CIA는 중국의 군사와 경제 정보 수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에 정보력을 집중하고 있다. CIA는 상사원, 연구원, 언론사 특파원, 평화봉사단원, 종교인 등 다양한 신분으로 요원들을 해외에 파견하고 있다.

조직 전면 개편을 주도하는 브레넌 국장(59)은 2013년 1월 CIA의 총책임자로 임명됐다. CIA에서만 25년간 활동한 정보통인 브레넌 국장은 대 테러 활동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왔다. 브레넌 국장은 지난 2011년 5월 알카에다 지도자이자 9·11테러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특히 CIA는 이번 조직 전면 개편 계획에서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및 스마트폰이 발달한 시대 흐름에 걸맞게 사이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부서를 신설한다. 신설 부서의 명칭은 디지털 혁신부(Digital Innovation)다. 브레넌 국장은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환경이 CIA에 도전이자 기회일 수 있다”면서 “디지털 혁신부가 첩보활동 방식을 크게 바꾸는 동시에 사이버 기술 발전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IA에서 다섯 번째 부서가 된 디지털 혁신부는 사이버 해킹과 해킹에 대한 방어 등 사이버 안보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전담한다.

CIA가 디지털 혁신부를 신설하게 된 것은 북한의 소니 영화사 해킹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해킹 공격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4월 1일 사이버 공격을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국가 비상상황’으로 규정하고, 해커와 해킹 연루자에 대한 제재 강화 등 강력한 대응책을 담은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행정 명령에서 보듯이 앞으로 CIA는 사이버 분야에서 상당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 분명하다. CIA는 기존의 4개 부서를 그대로 존속시키는 대신 과학기술부와 지원부는 이름은 그대로 두고 비밀공작부는 작전부로, 정보부는 분석부로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CIA를 감독하는 국가정보국(DNI)의 제임스 클래퍼 국장은 “안보 환경이 새롭게 바뀌고 있는 만큼 정보조직도 바뀔 수밖에 없다”면서 “새로운 조직 개편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직 개편 계획은 의회 승인이 필요 없으며 CIA의 현재 예산 내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중국 정부와 공산당 지도부는 그동안 성역처럼 여겨졌던 국가안전부에 대해 대대적인 개혁 작업을 은밀하게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국가안전부는 국내외 정보를 총괄 수집하는 최고 정보기관이다. 개혁 작업의 핵심은 시진핑 주석에 충성하지 않는 간부들을 대거 숙청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현재 국가안전부의 마젠 부부장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마 부부장은 이미 ‘쌍규’(雙規: 당원을 구금 상태에서 조사하는 것) 처분을 받았다. 국가안전부의 2인자인 마 부부장에 대한 정확한 혐의는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낙마한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저우 전 상무위원은 오랫동안 국가안전부, 공안, 검찰, 법원, 무장 경찰 등을 총괄하는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를 맡으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왔다. 시 주석의 최대 정적이었던 저우 전 상무위원은 부정부패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며 조만간 사법 처리될 것이 분명하다.

정적 제압하는 중국의 국가안전위원회


▎터키 이스탄불 시내가 보이는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과하는 러시아 흑해함대 소속 정보수집함 ‘리만(LIMAN)호’.
마 부부장은 저우 전 상무위원과 오랜 친분관계를 유지해왔다. 1956년생인 마 전 부부장은 정보 분야에서 오랫동안 근무해온 베테랑이며, 차기 국가안전부장의 유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중국 인터넷 경제매체 <재신망(財新網)>과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에 따르면 지난 1월 부패 혐의로 체포된 마 부부장은 별장 여섯 채를 소유하고 있으며, 정부(情婦)를 여섯 명이나 두고 사생아도 두 명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중화권 매체인 명징은 마 부부장이 쩡칭훙 전 국가부주석과 밀접한 관계라며 마 부부장에 대한 조사는 쩡 전 부주석에 대한 경고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공산당에서 가장 막강한 파벌인 태자당의 맏형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쩡 전 부주석은 시 주석의 총서기 및 국가주석 취임을 지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반부패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온 당 중앙기율검사위가 사정 범위를 국가안전부까지 확대한 것은 시 주석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2월 대내외 정보를 총괄하는 국가안전위원회를 창설해 최고 책임자인 주석직을 맡는 등 정보기관을 정비하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국가안보회의(NSC)를 모델로 한 중국의 국가안전위원회는 국내외 안보문제를 효율적으로 대처하고자 만든 기구이다. 국가안전위원회는 국가안전부를 비롯해 인민해방군, 외교부, 공안, 공산당 대외선전 판공실 등 모든 안보 관련기관이 수집한 정보를 통합적으로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국가안전부 등 정보기관들을 감시·감독하는 국가안전위원회를 신설한 것은 국내 정치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시 주석은 권력 공고화 조치로 국가안전부를 대외와 대내 정보기관으로 분리하는 방안도 고려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회는 최근 안보기관들의 간첩수사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외국기관과 개인의 간첩활동 처벌을 명문화한 반(反)간첩법을 제정한 바 있다. 반간첩법은 1993년 제정된 국가안전법의 명칭을 바꾸고 전면 개정한 것이다. 반간첩법을 제정하는 것은 미국 등과 벌이는 ‘스파이 전쟁’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국가 차원의 ‘반테러정보센터’를 설립하기로 했으며, 이런 일련의 조치가 국가안전부 개편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국가안전부의 전신은 1937년 산시성 옌안에서 창설된 중앙사회부다. 중국 공산당의 대내외 첩보업무를 관할하는 중앙사회부는 국공내전에서 각종 정보수집과 비밀공작을 수행했다. 마오쩌둥은 1955년 중앙사회부를 확대 개편해 중앙조사부를 만들었다. 중앙조사부의 편제는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신베트를 모방했다. 이스라엘의 대내정보부인 신베트는 대외정보부인 모사드와 함께 양대 정보기관이다. 중앙조사부는 1983년 공안부의 반간첩 부문을 비롯해 통일전선부(통전부), 국방과학기술공업위원회 등의 일부 부서 등을 통합해 국가안전부로 개편됐다. 당시에는 9개 공작국과 4개의 지원국으로 구성됐지만 첩보 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현재는 18개 공작국과 10개의 지원국으로 확대됐다. 외국에선 ‘MSS(Ministry of State Security)’란 약칭으로 알려진 국가안전부는 해외정보 수집과 함께 국내정보 수집, 보안, 방첩, 수사를 할 수 있다.

국가안전부 요원들은 임무에 따라 해외지사에서 장기체류의 형태로 파견되는데 홍콩·마카오를 비롯해 미국·캐나다·유럽·일본 등에 기업인·경영인·금융인·학자·기자 등으로 위장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요원이 무려 4만여 명에 이른다는 말도 있다.

국가안전부의 최대 정보수집 대상국은 미국과 대만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군사과학·정보통신·우주항공·산업통상 등 첨단 분야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한다. 중국이 최첨단 무기를 짧은 시간 내에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국가안전부 요원들의 정보수집 덕분이란 말도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국 국가안보국(NSA) 요원이 폭로한 기밀문건에는 중국이 F-35 전투기와 B-2 폭격기 등 50테라바이트 분량의 자료를 해킹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중국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젠-20이 F-35의 설계도를 해킹해 만들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들어 국가안전부의 사이버 정보 수집 능력을 더욱 강화하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의 정보기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비호 아래 막강한 권한과 영향력을 행사한다. 푸틴 대통령은 강력한 통치를 통해 지난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초강대국 지위를 상실한 러시아를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이른바 ‘실로비키(siloviki)’를 대거 요직에 기용해왔다. 러시아어로 ‘제복을 입은 남자들’을 뜻하는 실로비키는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후신인 연방보안국(FSB)을 비롯해 정보기관과 군, 경찰 출신 인사를 말한다. 푸틴 대통령은 과거 KGB에서 잔뼈가 굵었고 FSB 국장도 역임한 바 있다.

KGB는 폴란드 출신으로 볼세비키 혁명에 참여했던 펠릭스 제르진스키가 1917년 12월 만든 체카(Cheka: 반혁명·사보타주 단속을 위한 비상위원회)에서 비롯됐다. 제르진스키가 체카를 처음 출범시켰을 때 요원은 24명이었고, 자체 건물도 없었다. 제르진스키는 모스크바 루비얀카 거리의 한 조그만 사무실을 본부로 삼고 블라디미르 레닌의 지시에 따라 반혁명분자를 색출,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이 체카의 건물은 이후 공포의 상징이 됐다. 이 건물에 들어간 사람은 결코 살아 나오지 못했다. 체카는 소련 건국 이후 1923년 OGPU(국가정치부)로 바뀌었다. OGPU는 모든 경찰 기능을 독점했을 뿐만 아니라 자체의 군대 및 정보원과 정보제공자들로 이루어진 방대한 조직을 갖추었다. 이후 조직개편에 따라 OGPU는 1934년 NKVE(내무인민위원회)로 흡수됐으며, 독재자인 이오시프 스탈린 공산당 서기장의 숙청작업을 수행했다.

푸틴 공포 정치의 핵, FSB


▎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의 최대 정적인 저우융캉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 서기(왼쪽)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됐다. / 2.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오찬에서 포도주로 축배를 들고 있다.
이후 1954년 창설된 KGB는 명실공히 소련을 상징하는 기구가 됐다. KGB는 10개 부서와 국경경비대를 관장하고, 첩보·방첩 활동을 비롯하여 고위간부 및 중요시설에 대한 경호, 군대 내의 보안활동 감시와 통제, 통신과 암호 해독, 경비 등 국가안보에 관련된 모든 분야를 취급했다. 당시 정식요원만 70만 명, 연간 예산 49억 루블(22조700억 원)이었던 KGB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함으로써 ‘국가 내 국가’라는 말을 듣기도 했었다. 소련 붕괴 이후 KGB도 몰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1991년 10월 KGB를 해체했고, KGB는 4개 조직으로 분리됐었다.

하지만 체첸 사태 등으로 정보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1995년 당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현재의 FSB(연방보안국)라는 이름으로 조직을 바꾸면서 기능을 강화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2003년 3월 FSB가 국내 치안과 방첩 활동을 담당하도록 했고, FSB 1국을 분리시켜 해외정보 수집을 담당하는 SVR(대외정보국)을 새로 만들었다. FSB는 현재 러시아 권력기관 가운데 가장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FSB 국장은 장관급이자 현역 육군 대장 신분이며, 자체 특수부대를 운영하고 있고, 법적으로 다른 기관의 감독을 받지 않는 특권도 지닌다. FSB의 예산과 인원 규모는 비밀이지만 정규요원만 50만 명으로 추정된다. FSB는 또 범죄를 저지를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인물을 무조건 소환해 조사할 권한도 있다. 푸틴 대통령이 일과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게 FSB의 국내 정세 보고서일 정도로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이 장기 집권하고 있는 것은 FSB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FSB는 그동안 푸틴 대통령의 통치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들을 제거해왔다는 말을 들어왔다. 푸틴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이후 피살된 정적과 언론인들이 지금까지 30여 명이 넘지만, 범행 동기나 배후가 제대로 밝혀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월 27일 발생한 야당 지도자인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 살해사건이다. 러시아 수사당국이 용의자 다섯 명을 체포한 상태지만 모두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FSB는 앞으로도 푸틴 대통령을 위한 정보기관으로서 역할을 더욱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FSB는 또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깊숙하게 개입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FSB는 특수 요원들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투입시켜 분리 독립을 부추기고 군사 조직을 결성하도록 하는 역할을 맡아온 것으로 보인다. FSB는 최근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을 겨냥해 비밀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 정보기관들은 또 사이버 능력도 대폭 강화한다. 러시아는 2007년 에스토니아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 에스토니아 컴퓨터 100만 대 가운데 8만5천 대를 감염시켰으며, 방송·은행 등 58개 사이트를 마비시킨 적이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08년에도 그루지야의 정부기관·금융기관·군 정보시스템을 사이버 공격한 적이 있다. FSB는 사이버전 전담부서를 만들어 컴퓨터 바이러스 등 사이버전 무기와 전자무기를 개발하는 등 상당한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FSB는 또 영재들을 대거 선발해 해커 등 사이버 전사들로 육성하고 있다.

우려되는 일본의 대외정보기관 창설 움직임

일본에는 미국의 CIA 같은 대외정보기관이 없다. 지난 2월 이슬람국가(IS)에 의해 두 명의 일본 국민이 참수됐을 당시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독자적인 정보를 수집하지 못해 전혀 대책을 마련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독자적 정보수집 및 분석 능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대외정보기관 창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해외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총리 직속의 내각정보조사실이다. 이 조사실을 중심으로 외무성·방위성·경찰·법무성·공안조사청 등의 9개의 정보 조직이 각각 수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내각정보관 밑에 국내·국제·경제·총무 등 4개 부서와 내각정보집약센터 및 내각위성정보센터가 설치돼 있다. 내각정보조사실은 인원이 170여 명인 데다가 예산도 적어 정보수집 능력이 다른 선진국들의 정보기관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일본 정부는 현재 IS의 참수사건에 대한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당시 문제점들을 조사하고 있다. 검증위원회는 참수사건에 관한 보고서를 낼 때 대외정보기관 설치를 건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이르면 가을 임시국회 회기 중에 CIA 같은 대외정보기관의 창설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물론 아베 신조 총리와 일본 정부가 대외정보기관을 창설하려는 진짜 속셈은 군사 대국화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일본의 대외정보기관은 중국과 북한에 대한 첩보 활동을 주로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요시다 시게루 총리(1946∼47년, 1948∼54년 재임)가 CIA와 같은 대외정보기관을 만들려 했지만 군국주의 시절 내각 정보국의 부활이라는 비판에 부딪혀 1952년 현재의 내각정보조사실을 만드는데 그쳤다. 대외 정보기관을 신설하려면 이런 문제 제기를 극복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상당한 예산과 인적 자원이 필요하다. 대외정보기관은 9개 기관의 정보담당 조직이 생산한 정보를 집약해 분석할 뿐 아니라 독자적으로 대외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도 갖추게 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대외정보기관까지 창설한다면 앞으로 동북아는 물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더욱 치열하게 정보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201505호 (201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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