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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소설 <지워지지 않는 나라> 쓴 이제홍 씨 - “동양의 로마였던 백제의 영광 복원할 것” 

‘진실’ 찾기 위해 30년간 수집해온 역사자료 바탕으로 쓴 ‘팩션(Faction)’… 퇴직 기업인으로서 고향 부여를 위해 할 수 있는 보답이라고 결심 

박지현 월간중앙 기자

백제. 700여 년의 긴 역사를 가졌음에도 고구려나 신라에 비해 역사적으로 외면당한 나라다. 그런 백제가 동아시아 패권을 호령하던 대제국이었다면? 흥미로운 소재로 호기심을 자극한 이 책은 역사를 둘러싼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팩션(팩트+픽션: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장르)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백제의 고도 부여에서 문화재청에 근무하는 한 남자가 변사체로 발견된다. 수사과정에서 살인사건이 ‘금동대향로(국보 287호)’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백제가 한반도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동남아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지역을 통치했었다는 실체가 한 꺼풀씩 드러난다. 저자가 백제에 대해 얼마나 철저히 연구하고 천착해왔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동시에 이런 의문이 생긴다. 저자는 왜 그렇게 백제에 집착했을까?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저자 이제홍(57) 씨는 “충청남도 부여사람”이다.

고향을 소재로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나?

“초등학교 때였을까? 월례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이 말씀하신 ‘우리는 찬란한 백제문화의 수도 부여사람으로서…’라는 수식어가 인생을 살면서 늘 머릿속에 맴돌았다. 부여가 실제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소설에서는 역사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저자의 깊은 고민이 엿보이지만 뜻밖에 그는 역사학과는 무관한 길을 걸어왔다.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그는 이수그룹의 부사장을 거쳐 2012년 삼표그룹 전무를 끝으로 현역생활을 마쳤다. 그간 전업 작가를 꿈꿔본 적도 없었지만 퇴직 후 소설을 쓰기 위한 나름대로의 작업을 거쳤다. 2년 동안 평생교육원을 다니면서 글쓰기 훈련을 거쳤고, 올해 초에는 수필가로 등단까지 했다.

백제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공부했나?

“독일의 고고학자 슐레이만의 전기를 읽으면서 꿈을 키웠다. 전설로 알려졌던 ‘트로이목마’를 역사적으로 증명한 사람이다. 나도 과거에는 돈을 많이 벌어서 부여를 다 발굴해보겠다는 꿈을 꾼 적이 있다. 그런데 몽상이었던 것 같다.(웃음) 결정적인 계기는 1980년대 국립부여박물관장이었던 홍사준 선생이 ‘백제는 동양의 로마다’라고 주장한 글을 보면서였다. 이후 백제관련 자료를 닥치는 대로 읽고 수집했다.”

금동대향로를 소재로 삼은 이유는?

“부여시에 들어서면 금동대향로의 모형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금동대향로는 1993년 부여에서 출토된 문화재다. 우연히 금동대향로의 연구자료를 보다가 예술적, 역사적인 가치가 엄청나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제국’ 백제의 역사 천착… 후속작도 계획 중

백제는 정말 대제국이었다고 보나?

“개인적으로 사실이었을 거라 믿는다. 일본의 ‘구다라나이’라는 말은 직역하면 ‘큰 나라 또는 본국에 없으니 별 볼일 없다’는 의미인데 여기에서 본국은 백제를 일컫는다. 중국 책에서도 ‘백제는 22개 담로를 두고 왕자와 왕족을 보내어 통치하게 했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앞으로 후속작이 나오게 되나?

“백제와 관련된 역사소설을 한두 권가량 더 쓸 생각이다. 당나라는 왜 백제를 공격을 했을까? 백제가 한반도 남쪽의 작은 땅덩어리에 불과했다면, 당나라가 13만 명 대군을 보내고 1900척이라는 배를 띄울 이유가 무엇이었겠나? 신라가 협조를 요청했다는 것 말고는 알려진 바가 없는 또 다른 이야기가 분명히 있지 않을까.”

‘백제전문 소설가’로 자리매김할 거 같다.

“그러면야 더할 나위 없이 큰 영광이겠다.”(웃음)

- 박지현 월간중앙 기자

201505호 (201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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